소설리스트

던전 성자-654화 (63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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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계층 답파

    여관에서 자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애들 중 하나와 관계를 맺은 건 아니었다.

    이곳에 묵으면서 아라크네의 삼인방을 기다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던전에 다니면서 밤에까지 힘을 빼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든가, 그런 이유로 몸을 섞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몸을 섞지 않았을 거면, 위쪽 계층의 마을에서 묵으며 사냥을 다녔을 때도 그렇게 했겠지.

    4계층의 여관에서 몸을 섞지 않은 이유는 좀 더 단순한 이유였다.

    정말 단순하게, 각방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계층을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몬스터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일은 힘들어진다.

    때문에 아래 계층일수록 마을의 규모는 점점 더 작아지게 되고, 이곳 4계층의 마을에 존재하는 여관은 이 여관을 포함해 두 군데 뿐이다.

    물론 아래 계층으로 내려올수록 던전 안의 마을을 이용하게 되는 모험가의 숫자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여관 두개만으로도 어떻게든 모험가들을 수요는 만족시킬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각방은 무리였다.

    최소 삼인일실. 어차피 여기까지 오는 모험가들은 적어도 삼인 이상 파티를 맺고 내려오는  게 기본이고, 여관 측의 사정도 잘 알고 있는 베테랑들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요구에 반발하는 모험가는 없었다.

    내가 아라크네의 삼인방에게 사과하러 갔을 때도, 삼인방이 괜히 한 방에서 묵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말씀.

    아무튼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 여관에서 그나마 제일 넓은 방을 빌려 다 같이 묵었다는 말이다.

    침대 세 개를 한군데로 모아서 잠까지 다 같이 모여서 잤을 정도다.

    때문에 여관에서 묵는 내내 성행위는 물론 그 비슷한 행위조차 시도도 못해봤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그게 불만이라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이렇게 다 같이 자는 것도, 그야말로 하렘! 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아무튼 그렇게 여관에서 하루를 묵고 말끔해진 기분으로, 우리는 겨우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돌아가는 걸로 이번 던전 탐험을 마무리했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분명 적당히 4계층의 맵을 밝히다가 올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4계층의 주인까지 잡고 와버렸다.

    예정 이상의 성과를 이루게 되어서 룰루랄라 길드에 나간 나였지만, 길드에 나가자마자 또 다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야. 구원. 너 또 뭐했어."

    물론 그런 위화감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사라가 의심가득한 눈초리를 내게 보내왔다.

    "이게 진짜. 사람을 뭐로 보고. 그리고 적어도 오빠라고…."

    "그러고 보니 중간에 혼자 위에 올라갔다가 왔었지."

    무시하지 마라 이것아!

    "왠지 그땐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냥 넘어갔지만…오빠. 그때 대체 뭘 했어?"

    얘가 이번엔 또 은근슬쩍 오빠라고 하네.

    야. 너 지금 밀당하냐?

    아무튼 사라의 말투는 둘째치더라도, 사라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나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도 그럴 게, 주변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평범했기 때문이다.

    아니. 평범한 걸 넘어서서, 의식해서 내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전처럼 묘한 소문 때문에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여자의 적이라는 것처럼 노려보고, 외모에 자신감 있던 사람은 호기심에 눈을 빛내는 상황보다는 이게 훨씬 나은 상황이지만 말이다.

    "아니. 나도 진짜로 영문을 모르겠다고. 적어도 지금 이 상황이 내가 중간에 위에 다녀온 것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나는 잠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그럴까? 정말로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모험가들 사이에 퍼져있던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

    그 내용은 분명 내가 여자를 외모로만 평가하고, 수준 이하의 여자는 상대도 안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는 중간에 위로 올라왔을 때, 앨리시아를 찼다.

    수많은 모험가 클랜 중에서도 최고의 클랜으로 손꼽히는 클랜의 간부를.

    물론 앨리시아의 외모가 커피색 피부에 잘 단련된 탄탄한 몸, 사나워 보이는 얼굴 같은 요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 생각해보더라도, 앨리시아가 미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거다.

    혹시 내가 앨리시아를 찼다는 소문이 퍼진 건가?

    전에 보아하니 앨리시아의 연애사는 아라크네 클랜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관심가지는 사람이 많으면 소문이 흘러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

    내가 앨리시아를 차버린 게 4계층 주인을 사냥하러 출발하기도 전의 일이니, 일반 모험가들 사이에까지 그 소문이 퍼지기는 이미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는 거다.

    게다가 그런 미인을 차버린 거니, 당연히 여자를 외모만으로 평가한다는 내 소문은 잘못된 소문이 되어버리는 거다.

    그런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나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던 사람들이 이제는 죄책감 때문에 내 쪽으로 시선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떨어지기는 했다.

    그럼 정말로…?

    "역시 짐작 가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닌 모양이네."

    내가 말을 하다말고 멈춰 서자, 사라는 더더욱 의심스런 시선을 보내왔다.

    "…잠깐 레이첼 누님한테 가서 상황 파악 좀 하고 올게."

    나는 그런 사라의 말을 일단 무시하고, 당장 레이첼 누님에게로 달려갔다.

    "누님. 저 왔어요."

    "어서 오세요. 구원씨."

    내가 다가오기 전부터 이미 날 보고 있었던 건지, 내가 다가가서 인사를 하자 레이첼 누님은 완벽한 안내원 스마일을 선보이며 내게 인사를 해줬다.

    나는 우선 평소처럼 마석 정산을 먼저 맡기고, 마석이 정산되는 동안 은근슬쩍 누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누님. 혹시 제가 던전에 있는 동안, 이상 소문 같은 거 못 들으셨어요?"

    "네? 소문? 아아…. 그게, 앨리시아씨한테 직접 들었어요."

    그리고 내 질문에, 레이첼 누님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해주셨다.

    뭐? 앨리시아한테 직접 들어?

    잠깐만. 아니. 확실히 생각해 보면 그랬다.

    앨리시아가 파티 등록이나 마석 정산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내가 맨 처음 앨리시아와 만났을 때. 동정을 빼앗겼을 때도 분명 레이첼 누님에게 작업을 걸었다가 차인 직후였다.

    그걸 생각해보면, 앨리시아가 파티 등록이나 마석 정산을 레이첼 누님에게 하고 있었어도 이상할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통 자기 입으로 그런 걸 말하나?

    아니. 그보다 앨리시아한테 직접 얘기를 들었다는 말은, 그 사이에 앨리시아가 던전을 가기 위해 길드를 찾아왔다는 말이 되는 건가?

    "저, 누님! 그러니까, 그게. 그…앨리시아는…."

    솔직히 말해서, 앨리시아를 찬 생각만 하면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바람에 그 이후로 지금까지 최대한 그 생각은 안 하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앨리시아를 직접 만났다는 얘기를 듣게 되자, 아무리 나라도 이 묘한 죄책감에서 눈을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졌다.

    "후훗.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괜찮아요. 살짝 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앨리시아씨는 평소의 앨리시아씨 그대로였어요."

    그리고 레이첼 누님은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걱정 말라는 듯이 손끝으로 가볍게 내 코끝을 톡 쳐주고는 그렇게 말해줬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드디어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던 짐이 조금은 덜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런가. 앨리시아도 이제 괜찮아진 건가.

    내가 도망간 이후로 계속 술만 퍼마시고 있었다는 모양이고, 심지어 제대로 차고 난 후에는 살짝 물기 섞인 목소리까지 들었으니까 말이야.

    사실 억지로 눈을 돌리고 있었을 뿐 계속 신경을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 털털한 성격이란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설마 자기가 차인 걸 누님한테까지 떠벌리고 다닐 줄은 몰랐네요. 하여간 못 말리는 녀석이라니까."

    "아…그건 그게…."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나는 농담조로 가볍게 그런 말을 했지만, 내 말을 들은 레이첼 누님은 어째선지 안타까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누님? 왜 그러세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단순한 질문에, 누님은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파닥파닥 움직여서 손사래까지 쳤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조우했을 때의, 당황한 누님의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에 안타깝다는 듯이 반응한 건, 무의식중에 속마음이 흘러나와 버렸던 것인 모양이다.

    "에이. 표정이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닌데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니이임."

    "그, 그런 표정 지으셔도 안 되는 건 안 되니까요! 약속했단 말이에요! 말 못해요!"

    "그렇게 말한다는 건, 역시 뭔가 있기는 있는 거네요."

    "아앗! 난 바보! 바보!"

    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누님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콩콩 때리며 자책했다.

    나는 그런 누님의 주먹을 감싸 쥐어서 멈추게 만들고, 누님의 얼굴에 더욱 바짝 얼굴을 가져다댔다.

    "누님. 저한테만 살짝 말해줘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아, 안 돼요! 구원씨한테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단 말이에요!"

    하지만 누님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제길. 안 먹히나.

    약속이라니. 앨리시아가 입막음을 한 건가?

    "후우. 알겠어요. 그럼 아무나 닥치는 대로 붙잡고 물어보는 수밖에. 어차피 반응을 보아하니 앨리시아가 저한테 차였던 소문은 쫙 퍼진 모양인데.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잇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겠죠."

    나는 결국 레이첼 누님에게서 이 이상의 정보를 알아내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아앗…구원씨. 그건…."

    "네? 설마 그러는 것도 안 돼요?"

    "그치만 그게…하아…어쩜 좋아."

    그런 내 말을 듣고, 레이첼 누님은 더더욱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아…. 구원씨."

    잠시 동안 그렇게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가 겨우 고개를 든 레이첼 누님의 표정은, 체념의 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네?"

    "이 얘기, 제가 말했다고 절대, 저어얼대 말하면 안 돼요!"

    "네."

    "그리고 앨리시아씨 앞에서 절대 알고 있다는 티도 내면 안 돼요!"

    "네. 약속할게요."

    "여러분들도요."

    "네? 여러…우왓 깜짝이야!"

    레이첼 누님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뒤를 돌아보자, 어느 샌가 우리 애들이 전부 내 뒤에 모여 있었다.

    "너희 전부 듣고…!"

    "어차피 이 몸들도 자네한테 듣게 될 얘기라면, 굳이 건너들을 필요 없이 직접 듣는 게 편하지 않나."

    아니. 그거야 물론 그렇지만!

    "애초에 다른 여자를 차러 올라온 거였으면, 그렇다고 말했으면 좋았잖아. 왜 숨긴 건데?"

    그야.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고!

    그땐 이렇게까지 소문이 퍼질지도 몰랐으니까, 괜히 차인 얘기를 떠들고 다니면 앨리시아가 불쌍하기도 하고, 나도 괜히 너희한테 무용담을 떠는 것처럼 되어버릴 테니까 더더욱 미안해지고.

    무엇보다 여전히 앨리시아하고는 친구로 남아있으니까, 앨리시아가 날 그런 눈으로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너희가 괜히 더 경계할지도 모를 일이고.

    "구원씨. 혼자서 마음고생이 힘드셨겠네요. 그동안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뇨. 천사님. 천사님은 언제나 제 마음의 오아시스입니다. 곁에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칠 정도에요.

    "아, 아무튼! 일단은 레이첼 누님한테 자세한 사정부터 듣자고!"

    어차피 다 들킨 거 이제 와서 숨길 필요도 없다.

    나는 자포자기하고 레이첼 누님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레이첼 누님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도 이번에 올라오자마자 느끼셨죠? 구원씨를 향한 모험가들의 시선이 던전에 내려가기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걸 말이에요."

    "네. 역시 그것도 제가 앨리시아를 찬 것과 관련이 있는 거네요."

    "네. 간단히 말해서, 오랜만에 길드에 왔던 앨리시아씨가 그 소문을 들어버렸거든요."

    "아차…."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대충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대충 상상이 되기 시작했다.

    불같이 화통한 성격의 앨리시아다.

    분명 그 소문을 듣자마자 그 얘기를 하던 모험가들한테 달려가서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늦잠을 잔 여파인지 오자마자 그만 푹 잠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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