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650화 (63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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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층 답파

그렇게 내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이른 타이밍에 4계층 주인의 서식지 근처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 4계층 주인을 목전에 둔 지금,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물론 브리핑을 해줄 사람은 우리들 중에서 유일하게 4계층의 주인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디아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4계층 주인정도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이번 탐험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지금의 우리가 4계층 주인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나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을에서 드나들며 수중전투에서의 호흡을 완벽히 다듬고, 여기까지 오면서 대형 몬스터들의 상대까지 해본 지금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라면 4계층 몬스터 상대로 절대지지 않을 거야.

사실 수중전투라는 변수와 한동안 던전을 내려오지 않고 위에서 놀았다는 사실 때문에 겁을 먹었던 거지, 지금 우리의 스펙만 놓고 보면 처음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는 문제였다.

애초에 나는 전투직의 레벨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전투직은 보조. 내 주력 기술은 전부 성자 스킬들이다.

그리고 한동안 던전에 내려오지 않았다는 말은, 바꿔 말해서 한동안 위에서 성자 레벨을 올리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평소보다 유독 성자 레벨을 올릴 기회가 많았다.

평소에는 위에 가서도 나와 비슷한 레벨대를 유지하고 있는 사라, 디아나, 레이아와 주로 관계를 가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선 바넷사. 집에만 틀어박혀있는 집사주제에 레벨은 실비아나 마틸다와도 호각을 이루는 바넷사와의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엄청나게 몸을 섞게 됐다.

게다가 실비아와 마틸다와의 관계도 엄청났다.

사실 실비아나 마틸다는 우리 파티에서도 독보적으로 레벨이 높았기 때문에, 마음먹고 얘네 둘하고만 관계를 맺으면 레벨을 엄청나게 올리는 것도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는 낮에 시간이 날 때만 틈틈이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하룻밤을 통째로 얘들과 시간을 보낸 거다.

특히 실비아와 하룻밤을 종일 보낸 게 엄청나게 컸다.

실비아 얘는 레벨 값도 못하고 나랑 할 때는 항상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느껴대니까 말이야.

성행위로 상대방이 절정에 달하도록 만드는 순간 경험치를 얻고, 그때 상대방이 느낀 쾌감이 크면 클수록 상대방의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많은 경험치를 얻는다는 이 세계의 레벨 업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레벨 업에 실비아보다 더 좋은 상대는 없다.

물론 마틸다도 나랑 관계를 맺을 때면 계속 핑크빛 모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레벨 업에 도움이 되고 말이다.

덤으로 올라갈 때마다 정기적으로 갖는 펠리시아와의 관계까지.

100레벨에 한 번 레벨 한계를 돌파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한꺼번에 레벨이 많이 오른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76 / 모험가 80 / 월영무사 127 / 정령사 24

레벨 : 176

생명 : 46400/46400

정기 : 17600/17600

근력 : 368

내구 : 447

민첩 : 413

체력 : 337

지력 : 209

정신 : 341

매력 : 430

보너스 스탯 : 328

상태 : 보통

원래부터 스탯빨로 레벨에 맞지 않게 아래층에 다니던 내가, 이제는 레벨까지 4계층 모험가라고 칭하기 충분한 수준이 된 거다.

그리고 전투직인 월영무사 역시도 그렇게까지 레벨이 낮은 건 아니었다.

여전히 4계층 모험가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낮았지만, 성자스킬과 다른 직업의 스킬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걸로 다른 직업에 직업 경험치를 몰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는 월영무사의 레벨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곧 4계층의 주인과 싸우게 된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내 속마음을 짐작한 건지, 디아나가 내 뺨을 가볍게 당기면서 주의를 줬다.

"무읏! 집중하게. 이번 계층의 주인은 자네에게 특히 불리한 상대이니 말일세!"

아무래도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내 주의를 집중시키려고 그런 것뿐만 아니라, 아까 사라한테 한 소리 듣는 걸 안구해줬다고 삐진 모양이다.

아니. 애초에 내가 사라랑 장난…이 아니라 사라랑 나랑 다투다가 불길이 너한테 번졌다고 해야하나, 네가 불길에 스스로 뛰어들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거니까 내가 도와줬어도 소용없었을 거라고.

"미안. 미안. 그래서? 나한테 특히 불리하다니?"

물론 나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 내 뺨을 당기는 디아나의 손을 감싸듯 잡아줬다.

그러자 디아나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손을 빼고는,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설명을 시작했다.

"코, 코홈! 자네, 이 계층에서 식물형 몬스터에게 유독 약하지 않았나."

"그야 그렇지."

월영무사의 레벨이 오름에 따라 단검도 아예 못쓰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타격공격이 먹히지 않는 식물형 몬스터 상대로 나 혼자 싸우는 건 되도록 사양하고 싶은 게 현실이었다.

조난 이후로 단검을 하나 장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장간에서 적당히 골라온 단검. 지금 끼고 있는 건틀렛 만큼의 데미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검을 쓸 일이 거의 없다보니 단검 마스터리 같은 스킬 숙련도도 거의 오르지 않았고 말이다.

나도 사라처럼 올 웨폰 마스터리 같은 사기 스킬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사라 쟤는 단검도 곧잘 쓰는 모습이 보이니까 한 번 스킬창을 잘 살펴봤는데, 그런 스킬도 있더라고.

진짜 용사라는 직업은 보면 볼수록 사기라니까.

올 웨폰 마스터리라니 대체 뭐야. 활만 써도 단검 숙련도도 올라간다니. 무협에서 흔히 말하는 만류귀종의 강화판 같은 건가?

만류귀종이란 극에 달하면 그 끝은 같다는 뜻이니까 말이야.

다시 말하자면 어떤 무술이든 극에 달하면 다른 무술로 극에 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만약 만류귀종이 만약 스킬로 있다면, 한 가지 무기술을 마스터하는 순간 모든 무기 숙련도가 최고치 되는 효과를 가진 스킬일 거다.

그런데 올 웨폰 마스터리는 굳이 무기 숙련도를 끝까지 올리지 않더라도 다른 무기 숙련도가 같이 올라가는 거니, 말 그대로 만류귀종을 더더욱 사기적으로 강화한 것 같은 스킬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사라 쟤가 무협지에서 기를 다루는 것처럼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공격을 한다지만 말이야, 스킬까지 무협지에나 나올 것 같은 사기 스킬을 들고 있을 필요는 없잖냐.

애초에 만류귀종도 어느 정도 비슷한 무기끼리나 통하는 얘기지. 활이랑 단검은 너무 차이가 많이 나잖아.

아무리 먼치킨 무협 소설이라도 궁술이 극에 달해서 검술과 같은 효과를 보는 얘기는…이렇게 말해보니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그래도 사라의 저 스킬이 사기라는 건 변함없다고!

아니. 물론 사라가 강하면 나야 좋지만 말이야!

정말이라고! 어쩐지 쟤는 활만 쓰는데도 날이 갈수록 꼬집는 힘이 강해지는 것 같다든가,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했다고!

"이번 계층의 주인도 타격 공격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보면 되네. 아니. 타격뿐만이 아닐세. 참격을 제외한 모든 물리 공격에 내성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게, 디아나는 상당히 충격적인 얘기를 해왔다.

"뭐?! 진짜로? 그럼 사라의 화살도?!"

사라의 활은 5계층의 주인이었던 와이번이 떨어뜨린 소재로 개조한 물건이다.

덕분에 화살 대신 와이번이 쓰던 기파와 비슷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대신에 화살 공격이 가지는 특유의 날카로움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라의 공격력이 워낙 출중하고, 마나를 담으면 그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음. 물론 사라양의 공격력을 생각해보면 공격이 먹혀들지 않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그래도 다른 몬스터들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줄 수 있는 피해가 적을 걸세."

"대체 어떤 몬스터가 주인으로 있길래…대형 수초라도 돼? 막 촉수처럼 이파리를 엄청 뻗어서 공격한다든가."

"흠. 식물형 몬스터는 아닐세. 대형이고, 촉수와도 같은 공격을 하는 것은 맞지만 말일세. 덤으로 어류형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물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까지 하니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닐세. 자네도 성자 스킬을 쓸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할 걸세. 한 번 붙들리면 꽁꽁 묶여서 자네의 빠른 몸놀림도 전혀 쓸모가 없어질 것이니 말일세."

"뭐 그런 몬스터가 다 있냐. 그럼 혹시 마법이 약점이라거나 그래?"

"흠.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네만…."

물리 공격이 참격밖에 먹히지 않는다면, 적어도 마법은 잘 먹히겠지.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거였지만, 디아나는 그마저도 미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미묘한 표정이네?"

"음. 여기 계층의 주인은 불속성이 약점이니 말일세."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을 듣고, 나는 디아나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았다.

여기는 온통 물속인 4계층. 당연한 얘기지만 화염 마법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아니. 일단 바람 마법으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화염 마법을 사용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손이 너무 많이 간다.

웬만한 수준의 마법사로선 일단 가능하지도 않을 테고 말이다.

게다가 상대는 4계층의 주인.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몸 크기도 상당한 대형종.

그 몸을 감쌀 정도의 공간을 공기로 채우고 거기에 화염 마법까지 쓴다는 건, 적어도 여기 계층을 다니는 수준의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다.

물론 우리 디아나라면 가능은 하겠지만.

"손쉽게 번개 마법으로 지지는 방법도 없는 건 아니네만…."

"그러면 우리 쪽에도 피해가 오니까 말이야. 결국은 힘든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군. 거 참 난처한 놈이네."

"괜히 4계층의 주인이겠나. 그래도 너무 걱정할 건 없네. 정 위험하다 싶으면 이 몸이 화염 마법을 쓰도록 하겠네."

난처해하는 내게, 디아나가 안심시키듯 그렇게 말해줬다.

역시 디아나는 여기서도 화염 마법을 쓸 수 있는 모양이다.

여기까지 오는 중에도 대화를 위한 공기 유지 말고는 마법을 아예 쓰지도 않았으니, 마력도 충분할 테고 말이다.

과연 우리 대마법사님. 든든하기 짝이 없다니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번 전투에서는 자네가 아니라 실비아양이 메인 탱커 역할을 맡아줘야겠네. 다행히도 실비아양은 검을 쓰니, 실비아양이라면 놈에게 만약 어디 한 군데 붙들리더라도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테고 말일세."

그리고 안심하는 내 머리를 한 차례 토닥여준 후, 디아나가 이번에는 실비아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넵!"

성실하게 디아나의 브리핑을 듣고 있던 실비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전투시의 실비아는 믿음직스럽다.

믿음직스럽기는 하지만…설마 막판에 와서 내가 또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다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이번에는 자네와 상성이 나쁜 것뿐일세. 그리고 만약 상황이 위험해지면, 결국 이 몸이 화염 마법을 준비할 때까지 자네가 시간을 끌어야 하니 말일세. 자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

그런 내 기분을 눈치 챘는지, 디아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날 다독여줬다.

"응. 그렇기는 하지만…."

"디아나씨의 말 그대로에요. 아니면 뭔가요? 당신은 뒤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제 역할도 쓸모가 없다고 말할 셈인 건가요?"

"아니. 그건 물론 아니지."

"그럼 그런 표정 짓지 마시고, 제대로 맡은 역할에 충실하려고 하세요."

그리고 마틸다까지 가세해서 그렇게까지 말하니, 나도 더 이상 이런 미묘한 기분을 안고 있을 수 없어졌다.

여전히 핑크빛 모드가 아닐 때는 고압적이라고 해야 하나, 귀족 아가씨 같은 말투지만, 그래도 날 생각해서 말해준다는 건 팍팍 느껴졌다.

"그래. 고마워."

"그, 그런…아니에요. 제가 더 고맙죠. 당신이 항상 제 곁에 있어주셔서 저는…."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항상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말이다.

마틸다 얘는 실비아랑 달리 던전에서조차 자중이 안 돼서 더 위험하단 말이야.

언젠가 진지한 얘기를 할 때는 핑크빛 모드조차 풀어버린 적이 있었으니까, 아예 절제가 안 되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브리핑을 마치고 식사까지 마친 후, 우리는 4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하기를 대략 30분 정도.

백상아리나 황소상어, 범고래 무리와 같이 마을 주변의 몬스터들보다 현격히 강해진 몬스터들과 몇 차례 전투를 더 거친 끝에, 우리는 겨우 4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4계층의 주인의 모습 같은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구원, 정말로 여기 맞아? 혹시 다른 모험가들이 잡고 지나간 걸까?"

사라가 그런 의문을 품는 건 당연했다.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상당히 크기가 큰 몬스터일 텐데, 눈이 좋은 사라에게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거니까.

"아니. 있네. 사라양. 저길 보게나."

하지만 디아나는 신중하게, 거대한 해초가 흔들리고 있는 바닥을 가리켰다.

"네? 디아나, 아까 식물형 몬스터는 아니라고…아앗!"

그리고 디아나가 가리킨 방향을 보고 사라가 소리를 지른 순간, 그 거대한 해초의 일부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응. 왠지 디아나의 브리핑을 들으면서 계속 그럴 것 같더라니.

역시 바다의 최종보스하면 저 놈이지.

눈앞에서 위장을 풀고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문어. 크라켄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그런 감상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 써놓고 12시만 기다리다가 잠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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