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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38화 (6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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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 구원

    레이아는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순식간에 내 몸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겨서는 꼬옥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런 레이아의 행동에 의해서, 내게 분노를 폭발시키려했던 디아나는 목표를 잃고 불완전연소 상태가 되었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소리 없이 어버버거리는 모습이 살짝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레이아양? 이 몸이 잠시 그 자와 할 얘기가…."

    "싫어요!"

    내 앞에선 감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디아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성적인 디아나다.

    뭐, 펠리시아가 날 납치했을 때는 쿠데타니 뭐니 떠들어대기도 했던 모양이지만, 그건 그때가 특이 케이스니까.

    아무튼 그런 이성적인 디아나는, 내 행동에 울컥했어도 그 분노를 레이아에게 향하는 일 없이 냉정하게 레이아와 협상을 하려했다.

    반대로 이성을 잃은 레이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레이아는 절대로 날 뺏길 수 없다고 말하듯이, 내 몸을 껴안은 팔에 더더욱 힘을 꾸욱 주고는 아예 디아나에게서 등까지 돌려버렸다.

    레이아가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모습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디아나도 그런 레이아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건지, 곤란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레이아양. 딱히 뺏으려는 게 아닐세. 잠시 대화를…."

    "안 돼요! 우리 구원씨를 혼내시려는 거죠?!"

    "……."

    "이 나이 대에는 다들 그렇게 장난치면서 크는 거예요!"

    하지만 그 신중하게 고른 말 역시, 막무가내가 된 레이아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레이아. 나중에 애 낳으면 무조건 애를 과보호할 성격이야.

    …설마 나도 나중에 애한테 밀리는 거 아니겠지?

    뭐, 그거야 한참 나중 얘기니까.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으로썬 내게 손해될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니. 오히려 내게 무척이나 이득이 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잘한다. 레이아! 힘내라. 레이아!

    속으로는 레이아를 응원까지 하면서.

    "레이아양. 들어보게. 그 자는 지금 몸만 작아진 걸세. 정신연령까지 어려진 것이 아니네."

    "네, 네에?! 하, 하지만…."

    디아나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레이아는 살짝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하는지 품에서 살짝 날 떨어뜨리고 내 얼굴을 마주봤다.

    위험해. 이대로 가면 디아나에게 고스란히 바쳐지는 흐름이야.

    "레이아 누나…?"

    나는 최대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동자로 레이아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발군이었다.

    "하으으읏!"

    레이아는 다시 심장을 저격당한 표정으로 내 몸을 꽉 끌어안아줬다.

    레이아의 가슴, 부드럽고 따뜻해서 좋아요.

    "자네에! 웃기지 말게나아!"

    물론 그 모습을 본 디아나는 분을 못 참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디아나의 행동은 슈퍼 레이아에 의해서 바로 진압 당했다.

    "디아나씨!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하, 하지만 레이아양!"

    레이아가 혼을 내자, 디아나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항의했다.

    대단해. 레이아. 디아나가 기가 눌리고 있어.

    뭐, 그 천사님이 이런 표정으로 혼내면 누구라도 저런 반응을 보일 것 같지만.

    "이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으세요?!"

    레이아는 그런 디아나의 앞에 날 내밀면서, 어쩜 그럴 수 있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레이아. 디아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날 이렇게 만든 게 디아나라는 사실, 까먹고 있지 않아?

    하지만 우리 천사님이 이렇게나 내 귀여움을 믿어주고 있는 거다.

    그 기대에 응해주는 게 남자라는 거겠지.

    "디아나 누나…."

    내가 또 다시 귀여운 척을 하자, 디아나가 이마에 혈관을 띄우며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

    위험해. 레이아. 도와줘. 역시 디아나한텐 안 먹혀.

    "디아나씨!"

    다행히도 우리 천사님은 재빠르게 내 위기를 감지해내서, 디아나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먼저 날 끌어안으며 막아섰다.

    "으그극! 그럼 적어도 옷만! 옷만이라도 살짝 들추게 해주게!"

    "네, 네에? 옷이요?"

    하지만 디아나는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듯 그런 말을 해왔다.

    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연히 레이아도 그 말에는 황당해했지만, 디아나는 한없이 진지했다.

    "이 몸의 가슴을 비웃을 정도의 크기는 되는지 확인해봐야겠네!"

    "……아, 안 돼요오!"

    물론, 천사님은 그런 디아나를 뜯어말렸지만 말이다.

    천사님. 지금 살짝 고민하지 않았어요?

    "조금만! 살짝만 들춰서 확인하면 되네!"

    야. 디아나. 너 지금 하는 말이 점점 변태 같아지는 거 알고 있냐? 대마법사님의 위엄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고.

    변태 같은 취향은 노출증정도로만 해둬라.

    "아, 안 된다니까요오…."

    하지만 문제는, 저 변태 같은 주장에 점점 레이아가 설득되어가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천사님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더 위험해져가는 것 같은 건, 절대 내 기분 탓이 아닐 거야.

    "누나아…. 나 무서워어…."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한 번 비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하으읏! 네! 네에! 걱정하지 않아도, 누나가 꼭 지켜줄 테니까요오!"

    훗. 어떠냐.

    작전을 성공한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디아나에게 승자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디아나는 잠깐 울컥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을 하고는 내 하반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야. 디아나. 너 그러니까 살짝 위험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디아나의 위험한 표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갑자기 깊고 어두운 미소를 지으며 웃기까지 했다.

    어, 어라? 지금 왠지 살짝 몸에 오한이….

    내가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갑자기 내 시야가 다시 한 번 울렁이기 시작했다.

    이, 이 느낌은 설마…!

    그리고 수 초 후. 거기에는 덩치 큰 사내놈이 천사님의 가슴에 달라붙어서 역겹게도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것도 하반신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쉡빡뙀뚜화아!"

    그걸 깨달은 순간, 내 몸은 한줄기 바람이 됐다.

    힘내라! 내 순발력! 난 이 순간을 위해서 암살자루트를 탄 거야!

    불행 중 다행으로, 주변 사람들이 내 모습을 인식하기 전에 나는 겨우 하의를 착용할 수 있었다.

    위험했어. 진짜로 위험했다고. 하마터면 성자 타이틀 달고 공연음란죄로 잡혀갈 뻔 했잖아!

    이 세계가 아무리 원래 세계보다 성적으로 관대한 세계라고는 하지만, 밖에서 벌거벗고 다녀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세계는 아니라고!

    "야! 디아나!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낭군님이…!"

    낭군님이 그런 죄로 잡혀 들어가는 꼴이 보고 싶었냐?!

    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디아나한테 한 짓도 잊고, 그렇게 외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나보다도 한 발 더 빨리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디아나씨."

    바로 레이아였다.

    레이아는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진지한 표정을 짓고 디아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워, 원래대로 돌린 것 뿐…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마나가…! 던전에 가려면…! 우으으…자네에에…."

    그 엄청난 위압감에 짓눌린 디아나는, 결국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반쯤 울먹이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대마법사의 위엄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이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응. 나 같아도 천사님이 저러면서 압박하면 울었을 거야. 1초 만에 울 자신 있어. 버틴 디아나가 대단하다. 과연 대마법사님.

    "레이아."

    과연 이쯤 되니 디아나가 진심으로 불쌍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디아나를 도와 레이아를 설득시키기 위해 말을 걸었다.

    "구원씨. 미안해요. 나중에 해주시겠어요? 제가 지금은 디아나씨하고 조금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서요."

    "네. 편한 시간 되십…."

    "자네에!"

    "아니. 그게 말이지. 레이아. 그 사람 모습을 변형시키는 마법은 마나가 무척이나 많이 소모되는 마법이라서 말이야. 지금부터 던전에 갈 거고, 우리 파티의 최후의 보루는 결국 디아나의 마법인 거고, 디아나의 마나가 부족하면 또 전에 내가 조난당했을 때처럼 말이지. 응?"

    잠깐 레이아의 기에 눌려버릴 뻔한 나였지만,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레이아를 설득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것치곤 상당히 횡설수설했지만.

    아무튼 그런 횡설수설한 말이라도, 레이아를 설득시키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특히 마지막에 내 조난을 언급했던 게 주요했다.

    "…네. 그렇죠. 죄송해요. 제가 지금 무슨 짓을…. 디아나씨. 정말로 죄송해요."

    레이아는 겨우 이성을 되찾고 평소의 천사모드로 돌아와서, 정말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디아나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으, 음. 괜찮네. 이 몸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고 말일세.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 그렇게 이성을 잃을 때도 있는 법일세. 이 몸은 다 이해하네."

    물론 디아나는 어른스럽게 그런 레이아의 사과를 받아줬다.

    하는 말은 완전히 거짓말이었지만.

    "하아. 그러니까 처음부터 구원이 디아나한테 솔직하게 사과를 했으면 좋았잖아. 괜히 거기서 더 도발을 해가지고."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사라가 끼어들며 내게 핀잔을 줬다.

    지금까지 한 마디도 안 하고 있었던 주제에.

    "그럼 너도 끼어들어서 그렇게 말하지 그랬냐."

    "바보. 아까 그 상태의 레이아한테 어떻게 말을 걸라는 거야."

    …너도 레이아한테 쫄았던 거냐. 용사님마저 위축되게 하다니. 역시 천사님의 힘이란 건가.

    뭐, 방금 그 모습은 천사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변태 쇼타…크흠! 크흠!

    레이아는 어린애들을 돌보기 좋아하는 성격이니까 말이야!

    정말 좋아하는 내가, 보살펴주기 딱 좋은 나이대로 변하는 바람에 격한 시너지 효과를 낳았을 뿐이야. 응.

    …그런 거지?

    "아무튼 디아나. 미안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가슴 크기는 중요치 않다는 거야. 네 소박하고 장래성 넘치는 가슴도, 실비아의 납작 평퍼짐한 가슴도, 나는 모든 가슴을 평등하게 사랑해!"

    "자네. 지금 그 말, 엄청 변태 같은 거 알고 있나?"

    아까 어린애 모드였던 내 하반신 크기를 확인하려던 너만 할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그 말을 하면 다시 싸움을 거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나는 어른스럽게 참기로 했다.

    "남자가 살짝 변태인 게 뭐가 문제야! 몇 번이고 말해주겠어! 난 너희 가슴이라면 크기 상관없이 다 좋아!"

    "알겠네. 알겠네. 그만하게. 이 몸도 조금 어른스럽지 못했네. 미안하네."

    내가 그렇게 외치자, 디아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을 딱 하고 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말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지금까지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런가. 성자 일행인 우리가 이렇게 당당히 카페에 있는데, 심지어 난 한 순간이지만 하반신 노출까지 했는데도 주변의 주목을 전혀 안 받고 있었을 리가 없지.

    디아나가 마법을 쳐놨었던 거다. 대체 어느 틈에….

    역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도, 대마법사님은 대마법사님이라는 건가.

    그 생각의 깊음에 머리를 들 수가 없다.

    "네. 주문 도와드릴까요?"

    "음. 이 몸에게는 초코 케이크를 하나 주게."

    그리고 다가온 웨이트리스에게, 디아나는 당당하게 초코 케이크를 주문했다.

    가슴에 살 찔 생각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대체 그 살이 전부 가슴에 갈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에…뭐, 미래 모습을 이미 알고 있으니 나오는 자신감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살짝 소동을 벌이기는 했지만, 우리는 장비 점검이 끝날 때까지 카페에서 우아한 한 때를 보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네."

    "응?"

    "어린애가 됐을 때, 정말로 이 몸을 비웃을 정도의 물건이 달려있었던 겐가?"

    …너 진짜 신경 쓰이기는 했던 모양이구나?

    이렇게 소곤소곤 질문이나 던지고.

    뭐, 소곤소곤 거리는 이유의 99%는 레이아 때문이겠지만.

    "뭣하면 나중에 잠자리에서 변신시키고 확인해보던가. 아니면 아예 그 상태로 한 판 할까? 힐링 섹스가 있으면 상태 유지 가능한 거지?"

    "그,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 몸은 변태가…!"

    "두 분이서 속닥속닥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세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 아무것도 아닐세!"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후자도 오타 맞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글을 몇 페이지씩 쓰고 있다 보면 손가락에 오류가 생기는 건지 자판 위치가 완전히 동떨어져있는데도 그런 식으로 오타가 나는 경우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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