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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37화 (6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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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 구원

    "그러다 살찐다."

    "정마알! 구원씨도 차암!"

    내가 농담조로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한 손으로 살며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그렇게 하면 손과 팔에 가슴이 눌려서, 안 그래도 큰 가슴이 더 강조되기만 할 뿐인데 말이야.

    아, 분명 아침에는 몸무게를 신경 쓰면서 나한테 밉다는 소리까지 했던 레이아가 지금은 또 왜 이런 반응을 보이냐고?

    저 행동의 뒤편에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내 고난과 역경의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뭐,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 이후로 엄청나게 칭찬을 퍼부어댄 거다.

    레이아는 살찐 게 아니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만약 레이아가 정말로 스스로를 무겁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순전히 가슴무게 때문이야.

    분명 레이아는 먹으면 영양분이 전부 가슴으로 가는 게 틀림없어.

    그게 아니면 들어갈 데는 꽉 들어가고 나올 데는 확실히 나온 이 퍼펙트 바디가 설명이 안 돼.

    그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반대로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일이라고.

    아마 디아나가 들었으면 통곡을…아니. 다른 애들 의견은 제쳐두고,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레이아의 몸이 최고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만약 다이어트 같은 걸 할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마. 오히려 난 더 먹고 더 가슴을 찌워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야.

    뭐, 그런 말들을 한참 늘어놓은 결과, 겨우 레이아의 기분이 풀렸다는 얘기다.

    그리고 내가 살찐다는 농담을 건네도, 레이아가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된 거고 말이다.

    레이아도 자신이 살쪘다는 말도 안 되는 인식이 개선되어서 좋고, 나도 레이아의 가슴이 줄어드는 걸 막게 되어서 좋은, 완벽한 결말이었다.

    "흐으으음."

    그리고 그런 레이아의 반응을 보고, 디아나가 뭔가 억누르는 것 같은 낮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아, 디아나도 차랑 같이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건가.

    "디아나도 초코 케이크로 하면? 평판 좋은 모양이라잖아."

    나는 레이아의 가슴에서 눈도 떼지 않고, 디아나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방금 전 자네 입으로 살찐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게 뭐 어때서. 너도 좀 더 쪄도…."

    "이, 이 몸도…!"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디아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나는 레이아의 가슴에서 시선을 떼고 디아나를 똑바로 바라봤고, 곧바로 지뢰를 밟았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 디아나가 낮게 신음했던 건 메뉴를 고민했던 게 아니라, 그냥 나와 레이아의 대화를 듣고 심기가 불편해졌을 뿐인 모양이었다.

    다른 애들은 그냥 표면적인 대화 내용만 보고 내가 무신경하게 살이라는 여자로서 민감한 주제을 건드린 거라고 해석한 모양이지만, 머리도 좋고 레이아의 가슴에 누구보다도 신경 쓰기까지 하는 디아나는 우리의 대화 속에 숨겨진 의미까지 파악했다는 거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내가 자기 얼굴도 안 보고 레이아의 가슴만 보며 건성건성 반응을 보였으니, 더더욱 화가 난 거겠지.

    이마에 살짝 혈관을 띄운 상태로, 디아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가슴에 두 손을 가져다대며 외쳤다.

    "이 몸도 시간이 지나면 쭉쭉빵빵한 나이스 보디가 될 거니까 말일세!"

    야. 대마법사님. 공중의 면전에서 단어 선정이 그게 뭐냐.

    설마 내 말투 따라하는 건가?

    그리고 굳이 네가 말 안 해도 너 크면 쭉쭉빵빵한 누님 되는 거 잘 아니까….

    "잘 보게!"

    "야! 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둬! 스톱!"

    심지어 디아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법을 써서 누님 모습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물론 디아나는 현재 자신의 체형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저 상태로 누님모드가 되기 시작하자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 혼자 있었으면 절대 말리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감상까지 하고 싶은 광경이었지만, 여기는 카페의 안. 디아나의 맨살을 함부로 남한테 보여줄 수는 없지.

    디아나의 원피스 치마의 밑단이 점점 올라가며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인벤토리에서 황급히 천 가지를 꺼내서 디아나의 하반신에 두르고 디아나를 뜯어말렸다.

    "후흥. 이 몸의 쭉쭉빵빵 나이스 보디에 헤롱헤롱할 것 같아서 두려운 겐가?!"

    아니. 그러니까 대마법사님. 어휘 선택 좀.

    "남 앞에서 함부로 맨살 보이지 마!"

    "햐응!"

    우쭐해하는 디아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톡 치며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가 다시 순식간에 쪼그라들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후우. 하여간 평소엔 냉정한 주제에 가슴 얘기만 나오면 이성을 잃는다니까.

    아니. 내가 가슴을 너무 좋아하니까 질투하는 거니까, 바꿔 말하면 날 너무 좋아해서 이러는 거니까 이러는 것이지만 말이야.

    "자네가 레이아양의 가슴만 보고 있었던 것이 잘못 아닌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디아나는 자리에 앉더니, 살짝 토라진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내가 자기 맨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써준 게 기쁘기는 한 건지, 묘하게 입 꼬리가 올라가있었지만 말이다.

    좋아하든 삐지든 둘 중 하나만 해라.

    "그야 그렇지. 미안해. 하지만 말이야. 넌 너무 신경을 쓴다니까. 가슴 크기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좀 더 실비아를 본받아서…."

    실비아는 너보다 더 작고, 심지어 너랑 달리 장래성마저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꿋꿋하잖아.

    그런 말을 하며 실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던 나였다.

    하지만 거기에 보이는 건, 레이아의 가슴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팡팡 치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이었다.

    물론 내 시선을 느낀 순간, 실비아는 핫! 하고 놀라며 황급히 자신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도리질 쳤지만 말이다.

    야. 디아나. 어쩔 거야. 네가 맨날 가슴 얘기만 나오면 실비아를 찾으니까, 실비아까지 살짝 신경 쓰기 시작했잖아.

    실비아가 원래는 얼마나 꿋꿋한 아이였는데!

    "디아나탓 하지 마. 구원이 레이아 가슴만 보고 있었던 게 잘못이잖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사라가 끼어들면서 먼저 선수를 쳤다.

    아니. 그러니까 넌 독심술이라도 쓰는 거냐?! 왜 맨날 말하기도 전에 아는 건데! 진심으로 살짝 무섭거든?!

    "아니. 미안. 응."

    나는 결국 디아나와 실비아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레이아의 가슴을 보느라 디아나한테 얘기하면서 눈도 안 마주쳤던 내 잘못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

    "진심이 부족하네."

    "진심이라니까. 그리고 난 네 작은…장래성이 풍부한 가슴도 좋아한다니까."

    "흥. 흥. 여전히 진심인지 모르겠구먼."

    분명 디아나도 내가 진심이란 걸 알 테지만, 그래도 방금 전 내 행동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인지 여전히 날 용서해주지는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진심이 느껴질 것 같은데? 말만 해봐. 다 들어줄게. 일단 무릎 위에 앉을래?"

    "떽기! 이번엔 어린애 취급인 겐가? 흠…. 그렇구먼…."

    평소엔 좋아했던 주제에.

    디아나는 손을 뻗어서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려는 내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이고는, 날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얘가 또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진심으로 고민하는 거야.

    "그렇구먼. 자네도 작은 자의 기분을 알면 조금은 진심이 되지 않겠는가? 이 몸은 작은 게 아니라 아직 가능성이 전부 개화하지 않은 것뿐이지만 말일세!"

    누가 뭐래냐. 자기 말에 자기가 태클 걸지 마라.

    아무튼 디아나의 그 말을 듣고,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작은 자의 기분이라니. 내 덩치가 안 보이는 건가?

    "내가 어떻게 작은 사람의 기분을…야. 너 지금 어디 보냐?"

    하지만 그런 내 웃음은, 도중에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디아나가 어딜 바라보고 있는지, 도중에 눈치채버렸기 때문이다.

    "야. 잠깐. 잠깐 기다려. 작은 자의 기분이라. 설마 그쪽 얘기하는 거 아니지? 나 일단 네 낭군님이거든?! 이거 작아지면 곤란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니거든?!"

    "뭘. 걱정 말게. 이 몸도 그곳만 작아지게 하려는 게 아닐세."

    고간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외치는 내게, 디아나는 어딘지 모르게 사악한 느낌이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위험해. 디아나의 눈이 빈유 콤플렉스로 맛이 갔어!

    "야. 잠깐! 여기만 작아지게 하려는 게 아니라는 건, 바꿔 말해서 여기도 작아지게 하겠다는…!"

    "에에잇! 시끄럽네! 받게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디아나는 품에서 마법 지팡이를 꺼내들고는 내게 뭔가 마법을 날렸다.

    굳이 마법 지팡이까지 꺼내서 마법을 쓰는 걸 보면, 뭔가 상당히 강력한 마법을 날린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의외로 내 몸에 딱히 뭔가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거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갑작스레 몸의 변화를 느꼈다.

    눈앞의 풍경이 뭔가 울렁이는 것 같더니, 갑자기 쭈욱하고 눈높이가 낮아지기 시작한 거다.

    이, 이건 설마…!

    "후흥. 어떤가. 이걸로 자네도…."

    "히야아아아아앙!"

    디아나가 날 바라보고 우쭐대며 뭐라고 말하려고 했던 순간, 옆에서 고막을 찢을 것 같이 높은 비명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내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그리고 온몸이 부드러운 뭔가에 파묻혀서는, 엄청나게 부비부비 당하기 시작했다.

    레이아가 날 들어서 끌어안더니, 그대로 내 머리에 뺨을 비벼대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나도 내 몸이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와. 역시나. 진짜로 작아져버렸잖아. 디아나 저 녀석. 폴리모프를 다른 사람에게도 걸 수 있게 된 건가.

    아니. 폴리모프를 건 건지 다른 종류의 마법을 쓴 건지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내 몸이 마치 어린애처럼 작아졌다는 거였다.

    이거 엄청나네. 안 그래도 큰 레이아의 가슴이, 더 크게 느껴져. 두 손으로 한쪽 가슴도 잡을 수 없는 크기라니.

    핫! 아, 아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하마터면 또 다시 레이아의 가슴에 빠져들 뻔한 나였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단 레이아를 떼어놓기 위해 입을 열었다.

    "레이아."

    우와. 목소리까지 가늘어졌어.

    디아나 쟤 진짜 나한테 뭔 짓을 한 거야? 진짜로 아예 어린애를 만들어버린 건가?

    "하으으으으읏!"

    그리고 그런 내 목소리를 들은 레이아는, 마치 심장을 저격당한 것처럼 한 차례 부르르 떨더니 내 몸을 더더욱 꽉 끌어안고는 뺨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레이아. 잠깐만. 떨어…으읍!"

    "하으읏! 어떻게! 어떻게 이런…! 흐읏!"

    위험해. 레이아가 통제 불능이야.

    내가 말을 걸어 일단 레이아의 품을 벗어나려고 해도,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에 내 얼굴을 파묻고 격렬하게 내 정수리에 뺨을 비벼댈 뿐이었다.

    레이아, 어째 어젯밤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레, 레이아. 구원이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 레이아의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격한 반응에, 천하의 사라도 살짝 기가 눌린 건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왔다.

    "네, 네에? 우리 구원씨. 누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그리고 그제야, 레이아는 겨우 내 얼굴을 가슴에서 해방시켜주고는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해줬다.

    어째선지 말투가 어린애를 대하는 말투였지만.

    "응. 레이아. 일단 조금 떨어…1분만. 1분만이면 되니까!"

    떨어져. 라고 말하려는 순간 레이아가 울 것 같은 얼굴이 됐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말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레이아는 그마저도 마음이 아픈 모양이었지만.

    "1분씩이나요오…?"

    "30초만! 30초면 충분하니까!"

    "우, 우으으…. 30, 29, 28…."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못내 아쉽다는 듯 낮게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한참을 주저했다.

    그리고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꼭 감고 내 몸을 품에서 해방하더니, 곧바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후우.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빨리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우쭐한 표정을 지은 상태 그대로 레이아의 모습을 보고 굳어진 디아나에게 다가간 후, 자신의 윗옷을 살짝 들춰서 하반신을 엿봤다.

    참고로 몸이 작아졌어도 옷 크기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바지는 이미 바닥에 흘러 내린지 오래였고 나는 간신히 상의만 원피스처럼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튼 상의를 들어서 자신의 하반신을 엿본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역시나 그랬어.

    내 예상대로, 거기에는 성인 남성의 평균치를 상회하는 훌륭한 물건이 그대로 달려있었다.

    물론 내 원래 크기와 비교하면 많이 아쉬운 크기였지만, 이 몸 크기에 이 정도 크기면 훌륭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의 크기다.

    "훗."

    물건의 크기를 확인한 나는 이번엔 손을 앞으로 뻗어서 디아나의 가슴을 가볍게 조몰락거린 후,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 왠지 말이야. 어린애를 만들어놓고 우쭐해하고 있으니까 놀려주고 싶어져서.

    "무, 무, 무, 무, 무슨 짓을…!"

    그런 내 행동을 여전히 굳은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던 디아나는, 몇 초 후 드디어 굳었던 뇌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고함을 지르려했던 디아나였지만,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0! 시간 다 됐어요!"

    바로 뒤에서 착실히 시간을 세고 있었던 레이아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루꿍 // 그때 발언과 충돌하지 않도록 제 나름대로 신경써서 일부러 레이아는 아무 말 안 하도록 했는데, 지금 보니 많이 미흡하네요. 전체적으로 문장을 추가해서 그때 발언과 내용이 충돌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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