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635화 (6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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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구원

"안녕히 주무셨어요?"

잠에서 깨어나자, 내 눈앞에는 천사님이 미소 짓고 계셨다.

"응. 좋은 아침."

그냥 인사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은 아침이다.

마음 속 깊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레이아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천사님이 반겨주시다니. 난 행복한 놈이야.

하지만 그렇다는 말은, 천사님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있었다는 말이 된다.

"일찍 일어났네?"

어제 그렇게나 격렬했는데도 나보다 일찍 일어나다니.

사실 요즘에 와서는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지만 말이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내가 먼저 잠에서 깨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다들 내 생활 리듬에 익숙해진 건지 보통 내가 눈을 뜨는 시간에 같이 눈을 뜨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것도 그동안 우리 인연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

"네. 도중에 우연히 잠에서 깨어나서요. 구원씨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다시 잠들기 아까워져서…."

그리고 천사님의 대답은 그런 내 기분을 더욱더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치유된다. 역시 내 마음의 오아시스이자 한줄기 빛과 소금.

"그래도 더 자지 그랬어. 어제 그렇게 격렬하게…."

"구, 구원씨도 참!"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부끄러워했다.

어제는 주도권을 잡을 명분이 있었기 때문인지 부끄러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꽤나 스스로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레이아였지만, 역시 이렇게 그런 분위기가 완전히 없어진 상태에서 다시 언급하는 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천사님도 참. 진짜 어쩜 이렇게 계속 풋풋하실 수 있을까.

그런 레이아의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괜히 더 이 주제로 얘기를 계속하고 싶어졌다.

"레이아도 어제는 그렇게 적극적이었으면서. 뭣하면 바넷사가 오기 전에 한 번 더 레이아가 시키는 대로…."

"저, 정마알! 짓궂으세요!"

내가 레이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놀리자, 레이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그대로 몸을 뒤로 돌려버렸다.

하지만 오늘 아침도 역시나 평소처럼 내 물건은 레이아의 안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고, 레이아의 그 행동은 내 물건을 괜히 자극하기만 할 뿐이었다.

레이아가 내 물건을 뽑고 뒤를 돈 게 아니니까 말이다.

"흐읏!"

자극을 받은 내 물건은 당연히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고, 레이아도 그걸 느꼈는지 깜짝 놀란 듯 음부를 꾸욱 조이며 섹시한 콧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반응이 부끄러웠던 건지, 아니면 방금 내가 놀린 것에 대한 보복인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서 내 상반신을 탁탁 때리기 시작했다.

물론 폭신폭신하게 털로 뒤덮인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봤자, 내게 들어오는 데미지는 일절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꼬리를 휘두르는 레이아의 뒤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제 다시 원상복구 됐네.

"햐응!"

손을 뻗어서 그 보드라운 엉덩이를 만져보자, 역시나 꼬리는 하나밖에 달려있지 않았다.

"구, 구원씨도 차암…. 제게 그런 말을 한 것도, 실은 구원씨가 만족을 못하신 거죠? 여, 역시…한 번 더 하고 싶으세요?"

그리고 그런 내 손길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은 건지, 레이아가 꼬리를 한 차례 바르르 떨더니 뒤를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숨기듯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엉덩이를 좌우로 살랑대는 걸 보니,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 즉시 움직여주실 모양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내 어리광을 받아주신 다니까. 사랑합니다. 천사님.

만족 못했다고 대답하고 당장 레이아와 한 판 더 하고 싶어진 나였지만, 지금은 그 욕구를 꾹 눌러서 참기로 했다.

어젯밤에는 결국 섹스에 푹 빠지는 바람에 언급을 못했으니까 말이야.

지금마저 그래서는 안 되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 물론 한 번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말이야. 아니. 오히려 레이아하고는 언제 어느 때든 항상 하고 싶어."

"구, 구원씨도 참…."

내가 정색을 하고 말하자, 레이아가 부끄럽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몸을 배배꼬았다.

당연히 그에 따라 엉덩이도 살랑살랑 움직이게 되어서는…위험해. 이대로 가다가는 또 이성을 잃고 섹스부터 하게 된다.

나는 레이아의 몸을 잡아서, 반바퀴 빙글 돌리고 일단 다시 그 몸이 내 쪽을 향하게 만들었다.

젠장. 이건 이거대로…아니. 괜히 더 파괴력만 강해졌잖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레이아의 가슴은 진짜 장관이라니까.

"아, 아무튼 지금은 구미호 상태가 아니구나 싶어서."

하마터면 그 가슴에 정신이 팔릴 뻔 했지만, 나는 황급히 머리를 흔들어서 가슴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고 원래 하려던 말을 할 수 있었다.

"네? 아, 그, 그러고 보니 저 어제는…그 상태가 됐었나요?"

역시나 레이아는 자각이 없었던 건가.

내 기억이 정확하면, 잠드는 그 순간까지 레이아는 쭉 구미호 상태였는데 말이야.

"응."

내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의 행동은 정당했다는 듯이 말이다.

자기가 어제 그렇게 적극적이었던 건 전부 구미호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내 생각엔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일단 내게 사정을 허락한다고 말해줬을 때도 구미호 상태였지만, 정말 섹스에 흠뻑 빠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인 건 삽입을 하고나서부터였고.

"참고로 레이아, 입으로 해줄 때부터 구미호 상태였어."

"네, 네에?! 사, 삽입했을 때가 아니고요?"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는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아니라고 말해달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물론 거짓말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레이아가 원하는 대답은 들려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응. 그래서 말인데.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랑 하면 할수록 레이아도 점점 평상시에도 구미호 상태가 되기 쉬워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 그런…."

아무튼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가설을 얘기하자, 레이아가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말을 조금 헷갈리게 했나.

평상시에도 구미호 상태의 그 살짝 야해지는 레이아가 된다는 얘기가 아니었는데.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내 말은 그러니까, 점점 구미호 모습을 유지하고 힘을 다룰 수 있게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야."

내가 알고 있는 한, 구미호와 가장 흡사한 종족은 서큐버스다.

그러니 펠리시아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구미호 상태가 됐을 때 야해지는 건 어디까지나 능력에 따른 부작용. 구미호의 진짜 능력은 정기를 다루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서큐버스가 정액을 필요로 하고 야해지는 부작용이 있는 대신,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펠리시아가 그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것처럼, 레이아 역시도 충분히 구미호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그런 걸까요?"

"응. 분명 그럴 거야."

어디까지나 끼워 맞추기식의, 근거고 뭐고 없는 가정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딴죽을 걸려면 딴죽 걸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 가정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구미호와 서큐버스는 종족의 근원부터가 다르니까 말이다.

지금까지의 내 예상이 전부 맞는다고 한다면, 구미호는 전쟁신이 만든 종족. 서큐버스는 여신님이 만든 종족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서큐버스에 대입하는 걸로 레이아의 현 상황이 설명은 되니, 그걸로 된 거잖아?

"그래서 말인데, 혹시 지금 구미호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글쎄요…. 한 번 해볼게요. 으으으음…."

레이아는 내 질문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눈을 감고 뭔가에 집중하듯이 끙끙대기 시작했다.

역시나 귀엽다. 아름다우시면서 귀엽다니. 완전 사기라니까.

특히 당황하면서도 내 가설을 믿고 저렇게 힘을 내고 있는 거라 더더욱 귀여워보였다.

"으으으음! 하아…. 죄송해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을 끌어올리듯 기를 모은 레이아는, 가늘게 살짝 눈을 뜨고는 자기 엉덩이부근을 힐끔 엿보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위에 뾰족 솟은 귀를 축 늘어뜨렸다.

어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했던 만큼, 지금도 아무것도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변해있을지도 모른다고 살짝 기대했던 모양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천사님 이 너무 귀여우셔서 살기가 힘들다.

"괜찮아. 어차피 근거도 뭣도 없는 얘기였으니까."

아무튼 그런가. 역시 그렇게 간단히 구미호 상태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진 않는 건가.

그렇다면 역시 뭔가 조건이라도 있는 걸까?

어제는 그렇게 쉽게 변한 거니, 만약 조건이 있다면 그리 어려운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곰곰이 어제 일을 되짚어봤지만, 이거다 싶은 조건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당장 될 거라고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역시 살짝 아쉽네.

"그, 그렇지 않아요! 분명 구원씨 말대로 되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리고 그렇게 잠깐 생각에 잠긴 날 바라보며, 레이아가 마치 기운을 북돋아주려는 듯이 힘차게 말해줬다.

구미호의 힘을 다루는 건 레이아 본인의 문제니, 사실 따지고 보면 나보다 레이아가 아쉬운 마음이 더 클 텐데 말이야. 역시 천사야.

"응. 같이 차근차근 더 알아보기로 하자."

"지, 지금부터 말인가요?"

나는 그런 천사님의 마음씀씀이를 부드러운 미소로 맞받아줬지만, 어째선지 돌아오는 반응은 내 예상과는 살짝 다른 반응이었다.

"…지금부터 할까?"

물론 나는 당황하지 않고, 당장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안 돼요. 슬슬 바넷사씨도 올 시간인걸요."

하지만 당장이라도 허리를 흔들려는 날 말리듯, 레이아는 두 손으로 내 하복부를 꾸욱 누르면서 벽에 걸린 시계에 눈짓을 했다.

뭐, 난 굳이 시계를 보지 않더라도 시야 구석에 시간이 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쳇.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건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럼 바넷사가 올 때까지, 이러고 있는 건 괜찮지?"

"후훗. 구원씨도 참. 어린애가 아니잖아요."

내가 레이아의 가슴에 달라붙어서 얼굴을 파묻자,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귀엽다는 듯 쿡쿡 웃고는 내 머리를 살며시 끌어안아줬다.

그렇게 레이아의 가슴의 감촉을 탐닉하며, 나는 다시 한 번 굳게 결심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를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 보이겠어.

레이아는 단순하게 나중에 임신을 하기 위해서 구미호 상태를 제어하려하는 것 같았지만, 실은 나로선 그것 말고도 구미호 상태를 제어하게 만들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레이아의 안정성 말이다.

우리 파티는 기본적으로 각자가 전부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있다.

기사인 실비아나 성기사인 마틸다는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원거리에서 활을 쓰는 사라도 용사라는 사기 직업 때문인지 근접전도 상당히 강했다.

원래라면 근접전에 약할 디아나 역시, 대마법사님이라는 칭호가 허명이 아니라는 듯이 능수능란하게 마법을 사용하며 몬스터가 접근해도 완벽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몬스터가 지근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대처를 하지 못하는 건 레이아뿐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고,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지만, 그래도 던전에서는 언제든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대비를 해둬서 나쁠 건 없다.

그나마 몬스터가 레이아에게 접근하기만 하는 상황이면 다행이지, 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혼자 파티에서 떨어지는 상황이라도 오게 된다면….

그런 때 만약 레이아가 구미호의 힘을 다룰 수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거다.

요즘은 쓰는 걸 본적이 없지만, 예전에는 아예 내가 움직이지도 못하도록 속박까지 걸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만약의 사태에서 레이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레이아가 한시라도 빨리 구미호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물론 그런 말을 했다가는 괜히 레이아가 불안해할 수도 있으니, 굳이 그런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을 거지만.

레이아에게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지켜줄 거라는 든든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게 맞는 거겠지.

"구원씨? 무슨 생각을 하세요?"

이런. 살짝 진지한 생각을 하던 게 들켰나.

그럼 가볍게 얼버무려볼까.

"아니. 이 가슴, 한 쪽에 대체 몇 킬로나 나갈지 살짝 궁금해져서."

그렇게 말하며, 나는 두 손으로 레이아의 가슴을 각각 한 쪽씩 받쳐 들고는 무게를 재듯이 살짝 위아래로 흔들었다.

"네, 네에?! 구, 구원씨이! 숙녀의 몸무게를 언급하는 걸 실례에요!"

"아니. 몸무게가 아니라 가슴 무게를…그리고 레이아는 가벼우니까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신경 쓰인단 말이에요! 저 무겁단 말이에요!"

"아니. 정말로…."

만약 레이아가 자신을 무겁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그거 가슴 무게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나였지만, 레이아의 반격이 조금 더 빨랐다.

"미워요!"

"크허허헉!"

아무래도 상황을 얼버무릴 주제 선정이 너무 심각하게 뛰어났던 모양이었다.

큭. 가끔은 내 뛰어난 순발력이 원망스러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퇴근하고 바로 잠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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