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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23화 (6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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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리시아의 감정

    한 번 절정을 느끼게 만들고 나니,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나는 만약을 대비해서 펠리시아의 음부에서 물건을 뽑지도 않고, 갖가지 체위로 펠리시아를 절정에 이르게 만들었다.

    뭐, 물론 나도 그만큼 싸질렀고 말이다.

    애초에 내 정액으로 서큐버스 특유의 성욕을 안정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오래 기다리게 한만큼, 그리고 또 만약 다음 던전 탐험에서 돌아오는 게 늦어지게 될 것 까지 감안해서, 시간을 잔뜩 들여서 나는 충분히 펠리시아를 만족시켜줬다.

    얼마나 시간이 걸렸냐면, 중간에 한 번 식사까지 했을 정도였다.

    물론 그때도 물건은 뽑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서 허리를 흔들어댔지만 말이다.

    과연 성에서 메이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더라고.

    나랑 펠리시아가 하는 와중에도 눈 하나 깜빡 안하고 들어와서 음식을 나르다니.

    뭐, 펠리시아 때문에 강제로 익숙해진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해서 충분할 만큼 펠리시아를 만족시켰다고 생각한 나는, 드디어 펠리시아의 안에서 물건을 뽑았다.

    "크흐응…하앗…하응…흐읏…하앗…하앗."

    펠리시아의 두 팔을 붙잡고 뒤에서 박고 있었던 내가 그 팔을 높아주자, 펠리시아는 그대로 앞으로 허물어지며 침대 위에 축 처져서 엎드린 자세가 됐다.

    간신히 기절만 안 하고 뻗어있는 그 모습에, 나는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서큐버스 녀석이 행위가 끝난 후 거동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해댄 거다.

    펠리시아도 이제 실비아와 비교된다거나 하는 생각은 머릿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겠지.

    "어때? 좋았지?"

    "하읏!"

    새하얗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살짝 토닥여주며 그렇게 말하자, 펠리시아의 엉덩이가 부들하고 떨림과 동시에 다리 사이의 음부에서 새하얀 정액을 뱉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리시아는 그저 거친 숨만 몰아쉴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는 말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내가 펠리시아의 안색을 살피기 위해 그 얼굴 쪽으로 얼굴을 가져가자, 펠리시아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실패한 건지 살짝 상체를 들었다가 안면을 침대에 처박으며 축 처졌다.

    "야. 펠리시아? 괜찮냐?"

    "흐읏! 하앗…하앗…응…괜찮아. 괜찮으니까…. 나, 나도…나도 좋았어…."

    저렇게 얼굴을 침대에 박고 있으면 숨 쉬기도 힘들테고 여러모로 곤란하겠지.

    펠리시아가 적어도 위를 향하고 누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몸에 손을 대자, 펠리시아는 몸을 한 번 움찔하고 떨더니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손을 내 허벅지 위에 척 올려놨다.

    아무래도 도와주지 말라는 뜻인 모양이다.

    대체 왜? 안 불편한 건가? 아니면 내가 손대면 위험해질 정도로 몸이 민감한 상태인 건가?

    "나…오늘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으니까…자기는 이만 돌아가도 돼. 미안한데, 배웅은 못 하겠어."

    그리고 펠리시아는 힘겹게 힘겹게 그렇게 말을 했다.

    자세 상 입도 이불에 틀어 막혀있었기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

    물론 우리가 행위가 끝난 후에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여운에 잠기거나 할 사이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렇게 행위가 끝나자마자 추방령을 내린 적은 없었다.

    "…그러냐."

    하지만 펠리시아의 뜻이 그렇다고 하니, 여기서 더 버티고 있을 수도 없어졌다. 게다가 그럴 이유도 명분도 없고 말이다.

    나는 물의 정령을 소환해서 나와 펠리시아, 그리고 여전히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실비아의 몸까지 닦아준 후, 펠리시아의 몸에 다시 손을 댔다.

    "잠! 자기!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그러자 어디서 그런 힘이 난 건지, 방금 전까지 축 처져있었던 펠리시아가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라. 제대로 눕혀주려는 것뿐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방치하고 갈 수는 없잖냐."

    "크흣!"

    그렇게 말하며 펠리시아의 몸을 들어 올리자, 펠리시아가 황급히 손을 위로 뻗어서 베개를 짚더니 그대로 끌어안아서 자기 얼굴을 가려버렸다.

    아니. 그러니까 어디서 그런 힘이 난 거냐고. 너 방금 전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어했잖아.

    "…너 뭐하냐?"

    "…그치만."

    내가 황당해하면서 물어보자, 펠리시아가 어색한 목소리로 말을 흐렸다.

    "…나 지금, 엄청 풀어진 얼굴하고 있을 테니까…."

    아아. 과연. 그런 거냐.

    즉, 이런 거다. 나와의 행위가 너무 기분 좋았던 나머지, 지금 완전히 안면 근육이 풀어져서 표정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그리고 평소에 표정관리가 철저한 펠리시아로서는, 도저히 그런 얼굴을 남에게 보일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필사적으로 굴고 있다는 거다.

    위기의 순간에 사람이 괴력을 뽐내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팔을 재빨리 움직여 베개로 얼굴을 가릴 정도로.

    그럼 아까 전에 일어나려다가 안면부터 침대에 다이빙한 것도 일부러 그랬다는 건가.

    하여간 이 녀석은…아니. 어찌 보면 공주로서 당연한 몸가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뭐, 평소 몸가짐이 그런 녀석이다 보니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칠칠맞은 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여심을 존중해주기로 해서, 나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펠리시아를 침대 위에 똑바로 눕힌 후 이불을 덮어줬다.

    그리고 내가 이불을 덮어줄 때까지, 펠리시아는 답지 않게 얌전히 내 손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었다.

    뭐, 몸이 민감해져있기는 한 건지, 중간중간 몸을 움찔움찔 떨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럼. 잘 있어라. 우린 이만 간다."

    "……."

    내가 인사를 해도, 펠리시아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베개가 살짝 흔들렸다.

    너 설마 그거 고개 까딱이고 있는 거냐? 알기 힘들다고 이것아.

    평소엔 부끄러워할 것도 안 부끄러워하고 자기 멋대로 사는 주제에 뭘 이제 와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얼굴을 감추는 거야. 네가 쾌감에 표정 풀어지는 건 벌써 몇 번이나 봤거든?

    아무튼 쟤한테 그런 걸 일일이 따져봐야 끝이 없지. 쟤는 그냥 내 상식 밖을 벗어난 애야.

    그렇게 생각한 나는, 더 이상 펠리시아와 대화하기를 포기하고 얌전히 성을 나서기로 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저기 침대에서 아직도 잠들어있는 실비아를 데려가야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실비아 얘는 또 얘대로 대단하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옆에서 나랑 펠리시아가 그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섹스를 해댔는데 몸 한 번 안 뒤척이고 곤히 잠들어있네.

    아무리 기절하듯 이렇게 된 거라고는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억지로 깨울 수도 없는 일이라서, 나는 우선 바닥에 떨어진 실비아의 옷을 줍고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그나마 실비아가 귀족답지 않게 평소에 간편한 옷을 입고 다니기에 망정이지.

    하늘하늘한 드레스 같은 거라도 입고 왔었다면 나 혼자서는 절대 입히지 못할 거다.

    "아웃…."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선 속옷부터 입히기 위해 실비아의 다리에 손을 대자, 실비아의 입에서 조그맣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

    이 녀석…실은 일어나 있는 거 아냐?

    나는 의심스런 눈으로 실비아를 가만히 바라봤지만, 실비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감고는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야. 실비아."

    "……."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너 말이야. 그런 실수를 해놓고 이제 와서 그런 연기가 통할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거냐.

    "흠. 역시 잠들어 있는 건가. 좋은 기회야. 이 기회에 저 예쁜 이마나 잔뜩 문지르고 갈까."

    내가 실비아에게 들리도록 대놓고 그렇게 중얼거리자, 실비아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이래도 안 일어난다 이거지.

    "자, 다가간다. 손이 이마에 닿기까지 앞으로 30cm…20cm…."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손을 이마에 가져가자, 실비아의 닫힌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이대로 일어나고 싶은 자신과, 계속해서 자는 척 하고 싶은 자신이 실비아의 내면에서 맹렬히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이젠 늦었지만 말이다.

    "문질문질문질문질."

    "흐냐아아아!"

    내가 실비아의 이마를 치덕치덕 맘껏 만져대자, 실비아가 그 자리에서 허리힘만으로 침대 위를 거의 30cm 이상 솟아오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실비아."

    "…우."

    내가 그런 실비아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자, 실비아는 무안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깔고 내게서 시선을 피했다.

    뭐,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절친에게 섹스하다가 기절하는 모습까지 보인데다가, 일어나보니 이번엔 자기 절친이 섹스를 하고 있었던 거다.

    심지어 기절하기 전까지 자기를 안고 있었던 남자와.

    그야 제대로 얼굴마주치기 힘들겠지. 나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펠리시아랑 평생 얼굴 안 보고 살 것도 아니잖아.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얼굴마주치기 힘들어지는 법이라고.

    적어도 지금 인사라도 하고 가면, 나중에 얼굴 볼 때 조금 편해질 거야.

    게다가 펠리시아도 저 상태니, 어차피 인사를 하더라도 얼굴을 직접 마주칠 일도 없을 거고 말이다.

    "하아. 옷이나 입어라. 가자."

    "네, 네에…."

    여전히 얼굴을 베개로 가리고 있는 펠리시아를 살짝 곁눈질한 후, 나는 실비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 말에 살짝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실비아는 황급히 옷을 다 챙겨 입었다.

    "그럼 펠리시아. 우린 간다. 나중에 보자."

    "자, 잠깐 기다려!"

    실비아가 옷을 다 챙겨 입은 걸 확인한 후 펠리시아에게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서려고 하자, 펠리시아가 여전히 베개로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우리를 불러 세웠다.

    "응? 왜 그래?"

    "실비아랑 조금 할 얘기가 있어. 자기, 먼저 마차에 가 있지 않을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아니라 실비아를 불러 세웠다.

    "뭐? 실비아랑?"

    내가 의아해하면서 실비아와 눈을 마주치자, 실비아는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구, 구원님. 저어…."

    "알겠다. 그럼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햐응! 가, 감샤합니다아…."

    말하기 힘들다는 듯 입을 여는 실비아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톡톡 살며시 토닥여주고, 나는 그대로 방을 나왔다.

    솔직히 말해서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건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 되겠지.

    하지만 나는 멋진 남자니까 말이야. 굳이 여기선 묻지 않기로 했다.

    내가 들어야 할 얘기라면, 언젠가 실비아가 스스로 말해주겠지.

    그렇게 자신의 멋짐에 살짝 취하며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의 뒤를 따라 마차에 갔던 나였지만, 그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녀오셨습니까. 상당히, 상당히 오래 걸리셨군요."

    거기에는 냉기의 화신이 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 상당히라는 단어에 엄청나게 힘줘서 말하고 있어. 그것도 두 번이나. 대체 얼마나 강조하고 싶은 거냐.

    그러고 보니 조금, 아니. 많이 오래 걸리기는 했다.

    안 그래도 펠리시아와의 행위는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는데, 오늘은 실비아하고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황할 건 없다.

    바넷사 얘도 내가 펠리시아와 관계를 왜 맺는지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다.

    나에게는 완벽한 대의명분이 있다고.

    "으, 응. 뭐 그렇지. 오래 기다렸어?"

    "네."

    …그걸 또 긍정하기냐. 아니. 그야 오래 기다렸겠지만 말이야.

    이번엔 명백히 내 단어 선정이 안 좋았다. 어서 말을 돌리지 않으면.

    "조금만 기다리면 실비아가 올 거야. 펠리시아랑 둘이서 할 말이 있는 모양이더라고."

    "…다시 말해서, 실비아님은 이 시간까지 펠리시아 공주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마저 없었다고."

    "어? 야. 아니. 그야 그런데…."

    뭐야. 얘. 진짜 확 치고 들어오네. 어떻게 그 말을 그렇게 해석하냐.

    맞는 말이라서 더 할 말이 없잖아.

    "상당히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내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있자, 바넷사는 안광에 힘까지 주면서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 안광과 마주하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녀석, 무표정이 살짝 깨졌잖아.

    "…너 혹시 지금 많이 질투하냐?"

    "큿…!"

    내가 그렇게 질문하자 바넷사는 몸 전체를 홱 뒤로 돌려서 얼굴 표정을 감추고는 그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고 나니, 나는 바넷사가 또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질투할 거 없다니까 그러네."

    "읏…! 전 별로…!"

    "펠리시아 하고는 그냥 필요에 의해서 하는 거지, 딱히 사랑해서 하는 게 아니야. 너하고 할 때랑은 다르다고. 너도 알잖아?"

    나는 바넷사의 뒤에 다가가서, 그 몸을 뒤에서부터 꽉 끌어안아줬다.

    바넷사는 자신의 배 쪽에 둘러진 내 팔에 손을 얹어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손에 들어간 힘은 지극히 미약한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전…!"

    "사랑해."

    "큭…."

    내가 귓가에 입을 가져가서 그렇게 속삭여주자, 바넷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구, 구원님.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집사 일을 하는 중입니다. 이런 행동은 삼가주십시오."

    그리고 실비아가 돌아온 다음에야, 바넷사는 손에 힘을 줘서 자신의 배 쪽에 둘러진 내 팔을 풀어내며 냉정하게 말했다.

    집사가 아니라 내 여자로서 행동한 건 자기가 먼저면서.

    그런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그게 싫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가주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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