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611화 (59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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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크네 클랜의 함정

    "그래서 새끼야. 그럼 넌 왜 왔는데?"

    기분이 풀리지 않는 건지 씩씩 대면서도, 일단 이성을 잃지는 않은 모양이다.

    앨리시아는 팔로 내 얼굴에 헤드 락을 걸듯이 낚아채고는 난폭한 말투로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러냐. 아프다 이것아.

    …뭐, 뺨에 가슴이 닿고 있어서 그나마 조금 고통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얘도 겉모습은 참 훌륭하단 말이야. 성격만…그놈의 성격만 조금 더….

    "뭘 닥치고 있냐? 왜? 누님 가슴에 홀렸냐? 동정 뗄 때 기억이라도 나냐?"

    "핫. 레이아보다 작은 주제…크허헉…! 포, 폭력 반대…."

    "지금 뭐라고 했냐? 새끼야?"

    이 치사한 녀석….

    자긴 되는 대로 막 내뱉어놓고 내가 뭐라고 하면 실력행사로 나서더라.

    그러니까 네가 그 외모 가지고도 남자가 없는 거다.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도 목숨은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앨리시아님의 가슴은 크고 말랑말랑하고, 뺨을 부비고 있으면…끄아악! 왜! 이번엔 칭찬했잖아!"

    "그게 칭찬이냐! 성희롱이잖아, 새끼야!"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자기 가슴을 보호하듯이 한 손으로 가리면서 헤드 락을 풀고 내게서 한 발 떨어졌다.

    아니. 이제 와서 조신한 척 해봤자 엄청 안 어울리거든?

    그렇게 말해도 목숨을 잃을 게 뻔했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뭐, 아무튼 할 말이란 건 다른 게 아니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오해를 조금 풀려고."

    "…오해?"

    "그래. 너 며칠 전에 우리 애들이랑 싸웠잖아."

    "응? 아, 아아. 그랬었지."

    드디어 본론에 들어가게 되기는 했는데, 앨리시아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니. 이건 기억을 못 한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말인가.

    원래부터 싸워도 그냥 그때뿐인 털털한 성격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디아나까지 포함된 그룹이랑 말다툼을 했는데 이런 태도라니.

    얘도 참 어떤 의미로는 그릇이 크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그런 앨리시아의 태도를 보면서 말을 이어갈 의욕이 대폭 깎여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은 보지 않으면.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그때 일을 변명 좀 하자면. 우리 애들은 그때 내가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멀쩡했잖아?"

    그리고 내 변명을 들은 앨리시아의 반응은 바로 이랬다.

    역시나. 뭐, 그럴 것 같아서 내가 지금 여기에 설명을 하러 온 거지만 말이야.

    그때 우리 애들은 다급해져서 어서 날 저택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설명도 없이 앨리시아를 몰아붙이기만 했다.

    심지어 그 디아나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서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을 정도니까 말 다했지.

    그런 행동을 극도로 하기 싫어하는 디아나가 그럴 정도였으니, 그때 우리 애들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알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멀쩡하게 앨리시아랑 대화를 했다는 게 문제였다.

    앨리시아 입장에선 황당했겠지.

    눈앞에서 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멀쩡하게 있는데, 주변 사람들만 날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 취급하면서 다급해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앨리시아가 그날 눈치 없이 우리 앞을 계속 막아서며 도발했던 건, 내 태도가 크게 한 몫을 했다는 거다.

    …그래도 앨리시아가 눈치가 없었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멀쩡했지. 그래도 우리 애들은 그렇지가 않았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때 우리 애들이 조금 강압적으로 굴었던 것도 네가 조금 이해해줘라. 내가 대신 사과할게."

    아무튼 나는 앨리시아한테 살짝 고개를 숙이고, 우리 애들이 했던 행동을 대신 사과했다.

    내 여자의 실책을 뒤에서 살짝 커버해주는 나. 멋지지 않냐?

    "그래라."

    그리고 그런 내 사과를 듣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앨리시아였다.

    아니. 사과를 받아준 건 고마운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볍지 않냐?

    "진짜로? 그렇게 간단히?"

    "그럼 뭐 내가 고작 그딴 걸로 너한테 보상이라도 요구할까? 됐다. 어차피 네가 지금 말하기 전까진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내 재확인에도 털털하게 손을 휘저으며 말하는 앨리시아를 보니, 역시나 얘가 성격이 좀 거칠기는 해도 된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짜식. 역시 남자답다니까."

    "누가 남자란 거냐, 새끼야! 이 새끼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그래서 살짝 농담 식으로 그런 말을 던졌던 거지만, 그 말이 앨리시아의 역린을 건드렸는지 앨리시아는 매섭게 내게 달려들어 내 팔을 휙 잡아채서는 꺾어버렸다.

    "아휴. 형님. 또 왜 그러세요. 말이 그렇단…아파! 아파! 항복! 항복!"

    "네 놈과는 한 번 제대로 말을 나눠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

    팔을 꺾이자마자 곧바로 탭을 하면서 항복을 외쳤던 나지만, 아무래도 앨리시아는 항복을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앨리시아는 내 팔을 꺾은 손을 휘둘러서 내팽개치듯 날 던진 후, 그대로 갑자기 웃통을 까기 시작했다.

    응? 잠깐만. 뭔가 흐름이 이상하지 않아?

    "어때?! 새끼야! 이래도 남자로 보이냐?! 앙?! 아앙?!"

    던전에 다닐 때도 노출도가 심한 갑옷을 입고 다니던 앨리시아는 당연히 평상복도 상당히 노출도가 심한 옷을 입고 있었고, 때문에 앨리시아의 맨가슴이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리 많은 옷가지를 벗을 필요도 없었다.

    때문에 눈앞에서 출렁이는 커피색의 가슴에 시선이 고정되는 건, 남자로서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도 일단 보기는 했었지만, 그땐 이렇게 느긋하게 감상할 여유 따윈 없었으니까 말이야.

    역시 성격은 둘째 치더라도, 외모는 훌륭하다니까.

    저 크기에, 저 탄력하며…특히 커피색의 피부와 핑크빛의 꼭지가 대조되어서, 뭔가 더 야하게 보이는 효과까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별 신경을 안 썼지만, 얘는 가슴도 커피색이네.

    원래 피부색이 이런 건가? 아니면 혹시 웃통을 까고 태운 건가? 지금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통을 까는 걸 보니,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핫!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가슴 감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내가 살짝 시선을 올려서 앨리시아를 바라보자, 앨리시아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 마치 야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핫. 뚫어지게 쳐다보기는. 뭐? 남자다워? 형?"

    "아니. 그러니까. 그런 태도가 남자답다고. 다 큰 처자가 그렇게 훌렁훌렁 벗어던지기나 하고."

    "이…! 네 새끼가…! 큭! 후, 훗. 그런 식으로 도발해봤자 소용없다. 방금 전까지 내 가슴에서 눈도 못 떼고 있었던 주제에."

    "아니. 그건…."

    "그건 뭐? 핫. 말 못하겠지? 솔직하게 인정하지? 이 누님의 가슴을 보고 꼴렸다고. 새끼. 동정 뗀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동정새끼처럼 가슴에 홀리냐? 응? 왜? 동정 뗄 때 기억이라도 나냐? 어디 한 번 만져볼래? 흐으으읏!"

    날 내려다보며 승자의 미소를 짓고 되는대로 지껄여대는 앨리시아.

    솔직히 반쯤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런 앨리시아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던 나였지만, 과연 도발이 이렇게까지 계속되자 살짝 오기가 생겼다.

    게다가 마침 앨리시아가 저렇게 말하고 있기도 해서, 나는 덥석 앨리시아의 가슴에 손을 얹고 힘껏 주물렀다.

    "무, 무, 무, 뭐해 새끼야?!"

    앨리시아도 설마 내가 진짜로 만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건지, 가슴을 꽉 주물러지자 한 번 요염하게 콧소리를 내더니 화들짝 놀라서 내 손을 때렸다.

    "아니. 만지라고 하니까."

    "그렇다고 진짜로 만지는 새끼가 어디 있어?!"

    "여기 있잖아. 만지면 안 됐어?"

    "그, 그게 아니라…!"

    그렇게 말한 앨리시아는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는지 잠깐 그대로 일시정시 상태가 되어서는 가만히 있었다.

    "그, 그래! 아프잖아 새끼야! 뭘 그렇게 꽉 쥐는 건데! 하마터면 자국까지 생길 뻔 했잖아! 하여간 이래서 동정 새끼는!"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외쳤다.

    앨리시아가 가리킨 부분은, 집중해서 보니 확실히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뭐, 확실히 꽉 주무르기는 했지.

    아니. 탄력이 끝내주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 나 동정 아니거든. 내 동정을 뺏어간 당사자가 무슨 말이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나도 이것만큼은 물러설 수 없었기 때문에, 앨리시아의 눈을 보고 똑바로 얘기했다.

    얜 볼 때마다 날 병아리 취급하는데 말이야. 이번 기회에 내가 더 이상 병아리가 아니란 걸 똑똑히 말해두지 않으면.

    "핫. 내 눈엔 거기서 거기야. 병아리 새끼. 그렇게 못해서 밤에 여자 만족이나 시킬 수 있겠냐?"

    하지만 앨리시아는 그런 나를 더 도발할 뿐이었다.

    "뭐야?! 지금 말 다 했겠다?!"

    "다 못했다, 새끼야. 솔직히 처음 했을 때도. 아무리 동정이라지만 그게 뭐냐 새끼야. 토끼도 그거보단 더 오래 갔겠다."

    그것도 내 마음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힐 정도로.

    "너, 너 그때 마음에 들었다고 했잖아!"

    "어디까지나 동정치고 그렇다는 거지, 새끼야! 설마 잘 했다고 생각했냐? 너 더럽게 못했어!"

    "……."

    그 말까지 듣고 나니, 나는 머릿속에 한 가지 감정만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내가 반드시 복상사로 죽인다.

    "뭐, 뭐야. 새끼야.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거냐?"

    그런 내 감정을 느낀 건지, 앨리시아도 답지 않게 살짝 위축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와중에도 날 향한 도발은 멈추지 않았지만 말이다.

    "…앨리시아."

    "뭐, 뭐야."

    "넌 지금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

    "뭐?! 아, 아니. 잠깐. 야. 그러니까…. 흐으으읏! 뭐, 뭐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앨리시아도 그제야 제대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뭔가 말하려고 했다.

    물론 나는 앨리시아가 뭐라고 말하든 용서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앨리시아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그리고 앨리시아는 성자의 파동을 맞자마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자신의 두 손을 가랑이 사이로 가져갔다.

    나는 그런 앨리시아에게 다가가서는, 그 어깨를 잡아채서 뒤로 벌러덩 드러눕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하반신에만 두르고 있는 옷가지를 마저 벗겨내려고 했다.

    "흐응! 읏! 야, 흐읏! 진짜로?!"

    그러자 과연 천하의 앨리시아도 당황한 듯 외치면서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오히려 내가 옷을 벗기기 쉽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게다가 상의와 마찬가지로 하의 역시도 천의 면적이 적은 옷을 입고 있었던 앨리시아였기 때문에, 그 몸이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완전히 드러난 앨리시아의 알몸을 보고, 나는…드디어 이성이 돌아왔다.

    솔직히 분노는 여전했지만, 그 이상으로 엄청난 죄책감이 날 짓눌렀기 때문이다.

    위험해! 큰 일 날 뻔했잖아. 우리 애들한테 자제하겠다고 말 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른 여자랑 몸을 섞을 뻔 했잖아.

    안 돼지 안 돼. 이번만큼은 절대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 없지.

    "흐읏…뭐, 뭐냐? 병아리? 막상 여자 몸을 보고 나니 겁이 나냐?"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앨리시아는 마치 도발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아니. 너 지금 나한테 거의 강간당할 뻔 했거든?!

    대체 그 당당한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건데?!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아까 몸을 뒤척일 때, 묘하게 옷을 벗기기 엄청 수월했는데?

    얘 설마 노리고 이러는 거 아냐?!

    어?! 잠깐만. 하지만 대체 왜?!

    이성을 차리고 자세히 생각해보자, 이상한 점이 곳곳에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앨리시아가 저항을 안 한 것도 이상했다.

    물론 성자의 파동을 한 방 맞아서 몸이 민감한 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앨리시아가 진심으로 저항하면 내가 이렇게 쉽게 얘를 눕혔을 리가 없다.

    그걸 깨닫게 되자, 나는 지금까지의 대화 흐름 전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내가 우리 애들의 실책을 사과하는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대화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된 거지?

    게다가 얘가 스스로 웃통까지 벗어던지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여기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의 심부에서 이루어졌다.

    잠깐만. 잠깐만잠깐만잠깐만. 나 혹시 이대로 얘를 덮쳤으면 그대로 아라크네 클랜에 코 꿰이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런 결말에 도달하자, 나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흐응…핫. 동정 새끼. 여자 벗은 몸 정도로 쫄아서는…."

    그리고 눈앞에 있는 앨리시아가 무시무시한 책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성자의 파동을 맞고서도 이런 도발이라니. 이 녀석은 대체….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날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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