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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08화 (59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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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첼의 사정

    누님이 잠에서 깨어난 건, 시간이 상당히 오래 지난 후였다.

    아침 식사 시간은 진작 지나가서, 중간에 누님을 부르러 메이드가 찾아왔을 정도였다.

    항상 내 방문 앞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바넷사와는 달리, 메이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노크를 한 번 하고는 대답도 하기 전에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어머."

    차분해 보이는 메이드는 들어오자마자 누님과 같이 침대에 누워있는 날 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실례했습니다."

    그리고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더니, 그래도 방을 나서려고 했다.

    아니. 잠깐만. 뭔가 오해하고 있지 않냐?

    "잠깐 기다려!"

    "…네? 무슨 일이십니까?"

    이대로 보내면 위험해.

    저 메이드가 저대로 그냥 가면 분명 상관인 바넷사에게 이유를 설명할 테고, 그대로 우리 애들 귀에도 들어갈 거다.

    아니. 내가 잡혀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애들도 레이첼 누님은 이미 허락한 상태니까 별로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하면 그뿐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래도 좀 그렇잖아? 특히 바넷사 같은 경우는 나랑 이런 관계가 된 직후니까 신경 쓰일 테고 말이야.

    때문에 나는 애꿎은 메이드를 붙잡고 구구절절이 상황 설명을 했다.

    같이 식당에 가려고 들렀는데 누님이 아직 자고 있어서, 그냥 자는 얼굴 구경하려고 침대에 앉아있었더니 누님이 달라붙어서 어느 샌가 이런 자세가 됐다고 말이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적어도 절반 이상은 진실이다. 누님 얼굴 보고 있으려고 했는데, 누님이 달라붙어온 건 진실이라고.

    "으응…흐으읍…구원씨이…."

    그리고 내가 구질구질하게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누님은 내 가슴에 코를 박고 섹시한 콧소리를 흘렸다.

    전혀 자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섹시한 콧소리를.

    누, 누니이이임!

    "…저기, 그 얘기를 왜 제게…?"

    물론 메이드는 내 말을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젠장.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이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지. 바넷사나 다른 애들한테 잘 설명해달라고. 누님은 일어나면 내가 잘 데리고 갈 거라고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누님의 몸을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살짝 치웠다.

    우리의 하반신이 그대로 보이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첼 누님의 아름다운 두 다리가 내 허벅지를 감쌌다.

    "읏!"

    그리고 물론, 그 모습을 본 메이드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아니! 야! 잠깐! 이해해! 그런 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 이해해! 하필 누님 치마가 또 말려 올라가서 각도에 따라서 그런 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아, 알겠습니다. 잘…설명하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오해를 풀 틈도 없이, 메이드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벗어나 버리고 말았다.

    어째서…어째서 내게 이런 시련이….

    저 태도. 절대 제대로 설명 안 할 거잖아.

    장담할 수 있어. 분명 나중에 나가보면 우리 애들이 눈치 엄청 줄 거야.

    아니. 내가 뭐 잡혀 사는 것도 아니고 상관없지만 말이야.

    에에잇! 젠장! 그래!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건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다른 애들한테 쪼이든 말든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렇게 된 이상 누님의 화만큼은 제대로 풀어주고 말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누님부터 깨워야 한다.

    웬만하면 누님이 스스로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어차피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게다가 누님도 출근은 해야 할 테고 말이다.

    아니. 깨우기 이전에 사실 이 누님이 진짜로 자고 있는 건지부터가 수상해.

    실은 자는 척 하면서 날 골탕 먹이고 있는 거 아니야?

    가슴에 달라붙는 것도 그렇고, 방금 전에 다리를 얽히는 것도 그렇고,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히게 좋단 말이야.

    어제 나한테 화가 났던 걸 혹시 이런 식으로 보복하는 건…원래부터 날 휘두른다고 해야 할까 그런 행동을 즐겨했던 누님이다.

    뭐, 사라의 말에 따르면 몰래 연습까지 하는 모양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누님이 지금 자는 척하고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바로 역습이다!

    크크큭. 누님이 의외로 임기응변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고.

    깜짝 놀라게 만들어서 당황시켜주겠어.

    뭐, 어제일도 있으니 너무 지나친 행동을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흠. 그렇군. 좋아. 이렇게 해볼까.

    "쓰읍…하아아아…."

    "읏…레이첼 누님…."

    여전히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있는 누님이 달콤한 한숨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나는 일부러 낮게 침음성을 흘리며 하반신에 돌리고 있던 마나를 풀었다.

    당연히 마나로 억누르고 있던 내 물건은 순식간에 팽창했다.

    물건이 바지에 막혀있다고는 하나, 누님의 몸이 내 몸과 워낙 밀착된 상태였기 때문에 내 물건은 마치 누님의 하복부를 찌르듯이 부풀어 오르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으응…."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님도 요염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가볍게 몸을 뒤틀었다. 마치 자신의 하복부를 내 물건에 들이밀 듯이 말이다.

    그 행동을 보고 나는 드디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나 누님은 일어나계신 거였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누님은 잠든 척을 계속할 셈인 모양이었다.

    여전히 눈을 뜨려고 하지 않는 누님을 보고, 나도 살짝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흐읏!"

    누님의 상체를 내 가슴에서 살짝 떨어지게 만들고 그 커다란 가슴을 제법 힘 있게 움켜쥐자, 이번엔 누님이 확실하게 느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고요? 절 도발하고 이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죠.

    원인을 따지고 보면 어제 내가 화나게 만든 게 원인이지만, 지금 내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사실 아까부터 참느라 힘들었다고.

    나는 팔베개를 한 팔로 누님의 머리를 휘어잡고, 그대로 격렬하게 키스를 감행했다.

    "구원님. 레이첼님. 잠시 실례…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노크소리와 동시에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다.

    이 목소리는…아니. 너 방금 나갔었잖아! 왜 또 왔는데?!

    그래. 황급히 레이첼 누님의 입술에서 떨어져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전에 나갔던 그 메이드가 거기에 서있었던 거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의 차분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무지막지하게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니. 이런 모습을 맞닥뜨리면 그야 당황하겠지만 말이야. 너 아까 나갈 때 이미 우리가 이러는 중이었다고 멋대로 어림짐작한 표정이었잖아. 뭘 이제 와서 당황하는 건데?!

    "그, 그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메이드는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면서 재빠르게 바닥에 떨어져있던 손수건을 줍더니, 허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사죄를 하면서 방을 나갔다.

    그거 떨어뜨리고 간 거였냐. 표정만 멀쩡했지 엄청 당황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뭐 좋아. 이제 진짜로 간 것 같으니, 다시 레이첼 누님에게 집중하자.

    중간에 잠깐 찬물이 끼얹어지기는 했지만, 손바닥 가득히 누님의 탐스러운 감촉이 계속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에 흥이 식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거 아니냐고?

    당황할 게 뭐 있겠어. 어차피 아까 전부터 우리 애들한테 다 까발려질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훗. 처음부터 잃을 게 없는 놈은 두려움이 없는 법이지.

    자, 그럼 다시 누님께 키스를….

    "으음…응…? 구원씨이…?"

    내가 누님께 키스를 하기 위해 얼굴을 가져갔을 때, 드디어 레이첼 누님도 눈을 떴다.

    그리고 누님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망했다. 이 누님, 진짜로 지금 일어났다.

    밝은 빛에 적응이 안 되는 건지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가늘게 뜬 눈. 분명 내게 화난 채로 잠든 상황일 텐데 분노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

    누가 봐도 지금 막 일어난 사람의 반응이었다.

    나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으로 누님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미끄러뜨려서 그 등을 감싸 안았다.

    "일어나셨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누님."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누님께 인사를 했다.

    안 들켰겠지? 모르시는 것 같지? 들켰으면 진짜로 끝장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좀 억울하다고. 그럼 누님의 그 반응들이 전부 다 잠결에 이뤄진 거란 말이야? 그 타이밍에 그렇게 움직였는데?

    "구, 구원씨?! 왜, 왜 여기에?!"

    불행 중 다행히도 누님은 내가 직전까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눈치 채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눈 떠보니 내가 옆에서 끌어안고 있는 거니, 누님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더 신경 쓰이는 거겠지.

    역시나 불의의 상황에는 대응력이 떨어지시는 레이첼 누님이었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침대에서 떨어질 뻔한 누님의 몸을 꽉 끌어안아서 붙잡아 주고, 나는 원래 준비하고 있었던 대사를 그대로 입에 담았다.

    "누님의 자는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요."

    "…응? 저기, 구원씨? 왜 여기 있냐는 질문에 그 대답은 이상하지 않나요?"

    "…그, 그렇죠."

    잠에서 덜 깨고, 당황까지 하셨지만 그래도 아직 그 정도 판단은 할 줄 아시는 누님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사이에, 누님의 정신은 점점 맑아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잠이 덜 깨서 멍했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지는 걸 보고, 나는 내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 건가요?"

    "아니. 누님. 잠깐. 잠깐 기다려서 제 얘기를 좀 들어보세요. 화내셔도 좋은데 적어도 변명의 기회라도 좀 주세요."

    만약 여기서 또 화내고 가버리면 진짜로 또 꼬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누님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 몸을 꽉 껴안고 필사적으로 부탁했다.

    "아, 자, 잠깐. 왜, 왜 커져있…알겠어요! 알겠으니까!"

    그런 내 열의가 느껴졌던 건지, 누님도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겨우 고개를 끄덕여줬다.

    "후우. 다행이다. 그럼 우선 지금 이 상황 말인데요."

    "이, 이대로 변명하시는 건가요…."

    누님에게 기회를 얻은 나는 곧장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곧 누님이 지근거리에 있는 나조차도 알아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네?"

    "아, 아뇨. 아무것도. 그, 그래서요?"

    누님은 화난 표정을 짓고 싶지만, 또 그러기 힘들다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말을 재촉했다.

    "원래는 제대로 사과를 하려고 찾아왔어요.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누님께서 대답이 없으셔서, 실례인 건 알지만 문을 열고 들어와 봤어요. 그랬더니 누님의 자는 얼굴이 제 눈에 딱! 하고 들어와서. 그 여신 같은 자태가 마치…."

    "아부는 그만 하고요."

    "아부라뇨! 전 그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겠어요. 알겠으니까요. 그래서요?"

    "그래서 안 그래도 저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을 누님이 오랜만에 취하는 숙면을 방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일어날 때까지 누님의 자는 얼굴이나 구경하려고…."

    "제, 제 자는 얼굴을 계속 봤다는 건가요?! 대체 얼마나요?!"

    내 대답을 들은 누님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마치 대답을 듣기 두렵다는 듯 자신의 긴 귀를 앞으로 접듯이 두 손으로 각각 감쌌다.

    귀가 길다보니 귀 끝이 두 눈까지 가리게 돼서, 눈과 귀를 효율적으로 막는 모습이 된 누님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우셨다.

    "괜찮아요. 아까 말했다시피 마치 여신과 같은…."

    "그러니까 아부는 됐으니까요! 대체 얼마나 보고 있었던 건데요!"

    "그, 글쎄요. 중간에 메이드가 아침식사까지 부르러 왔으니까…대략 30분쯤?"

    "뭐, 뭐라고요?!"

    내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누님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놀라며 마치 내 멱살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내게 달라붙어왔다.

    "그, 그러니까 30분쯤이요…."

    "그거 말고요! 그 전에요!"

    "네? 그 전? 그러니까…메이드가 온 거요? 괘, 괜찮아요! 오해 안 생기게 제대로 말해뒀으니까요!"

    사실 엄청 오해 받고 끝났지만, 그것까지 알려지면 상황이 더 꼬이게 될 뿐이다. 일단은 이대로 넘어가고 메이드와의 오해는 나중에 풀어서 해결하자.

    하지만 이번에도 내 대답은 누님이 원했던 답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아침식사 말이에요!"

    "아, 배고프세요?"

    "그게 아니라! 그럼 지금 대체 몇 시에요?!"

    "네? 그러니까…9시?"

    "꺄아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악!"

    내 대답과 동시에, 누님은 마치 돌고래 울음소리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을 지근거리에서 듣게 된 나는 당연히 귀를 부여잡고 쓰러졌고, 그런 내 귀에 누님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지각이다아아아아!"

    아…그 얘기였군요. 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 3시 전후로 올리겠습니다.

    한동안 쉬었더니 글쓰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네요.

    아루꿍 // 감사합니다. 확인 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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