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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606화 (59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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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첼의 사정

    디아나에게 거듭 다짐을 받은 끝에, 나는 결국 평범하게 둘이서 알콩달콩 섹스를 하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솔직히 일단 이겨놓고 오들오들 떠는 디아나를 보고 있자니 괴롭혀주고 싶단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올랐지만, 괜히 괴롭혔다가 디아나가 삐지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연기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미 한 번 레이첼 누님만 신경 쓰면서 삐지게 만들었는데, 같은 날에 또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

    "음…쪽. 일어났는가?"

    그렇게 밤을 보내고 눈을 떠보니, 디아나가 내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날 내려다보는 디아나를 보고 있자니, 역시 괴롭히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닥토닥 두들겨지며 일어나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가끔은 디아나하고도 이런 아침을 보내지 않으면.

    나는 대답대신 디아나의 머리를 끌어안고 이번엔 내 쪽에서 키스를 했다.

    내게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키스는 하자고 할 정도로 키스를 좋아하는 디아나는, 그런 내 행동에 아무런 저항 없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 입술에 달라붙으며 키스를 받아줬다.

    "오늘은 바넷사가 올 때까지 그냥 키스나 하고 있을까?"

    매번 일어나고 나면 바넷사가 올 때까지 모닝섹스를 즐기는 나였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젯밤에 그런 말을 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디아나가 은근히 자극을 해서 그렇지, 얼굴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고.

    "음.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으면 더 로맨틱했을 것인데 말일세."

    "뭣이?! 네가 갑자기 움직일까봐 말해준 거거든?!"

    "이, 이 몸이 자네도 아니고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이 몸은 지금 당장 빼도 좋네만!"

    "잠깐! 키스나 하고 있자고는 했지만 빼라곤 안 했잖아!"

    "……."

    "뭐, 뭐야. 그 눈은."

    "……."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인정하면 되잖아. 가만히 있었으면 내가 먼저 움직였겠지. 됐냐?"

    "후흥."

    이게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하기는.

    그 기분, 지금 충분히 만끽하라고. 다음에는 콧대를 꺾어줄 테니까.

    뭐, 다음이라고 해도 아마 던전을 다녀온 후의 얘기일 테니, 그때까지 내가 기억하고 있다면 그럴 거란 얘기지만.

    "잠깐 기다리게! 거긴! 으햣! 누, 눈에! 눈에 닿았!"

    아무튼 디아나가 계속 우쭐해하도록 놔두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나는 디아나를 껴안고 얼굴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키스를 해댔다.

    "하앗…하앗…자네는 신성한 키스를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그렇게 한참 이어진 키스 공세가 끝나고 나니, 디아나는 진이 빠진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쌕쌕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넌 내 물건에까지 키스했으면서. 아야!"

    "자아네가 시키지 않았나아!"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자, 입술끼리 키스하자."

    "이 몸…으응! 흐읍…쪽."

    내 얼굴을 토닥토닥 때리며 분노를 표출했던 디아나였지만, 그 입술에 입술을 맞부딪히고 혀로 입안을 간질이자 이내 또 고분고분해졌다.

    하여간 키스는 엄청 좋아한다니까.

    "하앗…후웃…슬슬…시간이구먼…."

    "그러게. 그럼 슬슬 준비할까?"

    "음…. 쪽. 어쩔 수 없구먼. 으응!"

    그렇게 해서 내가 말한 대로 키스만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됐지만, 키스만 하고 있어도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모처럼 섹스도 안 하고 있는데, 이런 때까지 바넷사가 와서 기다리게 만드는 건 미안하다.

    적어도 오기 전에 준비는 마쳐놓고 있지 않으면.

    디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아쉽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내 입술에 다시 한 번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대로 허리를 들어서 내 물건을 뽑아냈다.

    "설마 자네가 정말로 안 움직일 줄이야."

    그리고는 내 물건에 자신의 하복부가 거의 닿을락 말락할 정도로 바짝 걸터앉아서는, 내 물건을 바라보고는 다시 봤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나도 하면 한다니까. 어제 그 말도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음. 음. 기특하네. 기특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디아나는 마치 어린애를 칭찬하듯이 손으로 날 쓰다듬었다.

    정확히는 내 물건을 쓰다듬었다.

    "야. 이제 와서 자극하지 마라."

    "응? 뭔가? 역시 아쉬운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이번엔 내 물건을 손끝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극하지 말라니까. 얘 혹시 일부러 그러나?

    "너야 말로. 괜히 아쉬워서 그거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말하며 물건을 까딱까딱 움직여서 디아나의 하복부를 찰싹찰싹 때리자, 디아나가 내 물건을 손으로 꽉 붙잡고는 위아래로 흔들며 대딸을 쳐주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디아나의 안에 들어가 있었던 물건 표면은 디아나 자신의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디아나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그렇구먼. 아쉬우니 더 만져야 겠구먼."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일부러 이러는 거였어.

    "혹시 몰라서 말해두겠는데, 만약 어중간하게 자극만 주다 멈춰서 골려줄 생각이면 지금 멈춰라. 너 그랬다간 이따가 바넷사가 오든 말든, 아니. 보든 말든 신경 안 쓰고 덮친다."

    "히익! 잘못했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디아나는 화들짝 놀라며 내 물건에서 손을 뗐다.

    역시나 그런 생각이었냐. 하여간 한 번 이기면 끝도 없이 기고만장해진다니까.

    "후우. 그럼 자네. 먼저 나가도 좋네."

    아무튼 바넷사가 오기 전에 노닥노닥 거리며 둘이서 샤워까지 마치고 난 후, 디아나가 충분히 만족했단 표정으로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아직 바넷사도 안 왔는데. 같이 가야지."

    "레이첼양을 말하는 것일세. 출근하기 전에 기분을 풀어주는 게 좋지 않겠나?"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어지는 디아나의 말에 나는 그제야 디아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던 겐가?!"

    "너랑 단 둘이 있을 땐 네 생각만 한다고 했잖아!"

    어제 레이첼 누님 얘기만 해댔던 게 미안해서 의도적으로 의식을 안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진짜 깜빡하고 말았다.

    디아나가 말 안 해줬으면 큰일 날 뻔 했네.

    "하, 하여간 자네는…얼른 다녀오게."

    "그래도…정말 괜찮아?"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혹시 아까 나 자극한 게 무서워서 레이첼 누님한테 풀고 오라는 건 아니지?"

    "가지 말게!"

    "으악! 미안! 농담이야! 뭘 그렇게 흥분하고 내냐?"

    "지금! 흥분을! 안 하게! 생겼는가아!"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사랑해."

    "알고 있네!"

    나는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에 맞으면서도 억지로 그 몸을 끌어안고 가볍게 키스를 해준 다음,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다녀올게."

    "음."

    아직도 표정은 살짝 화난 척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디아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나는 그대로 방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읏!"

    "우왓!"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바로 눈앞에 있었던 바넷사에게 걸려서 걸음을 멈출 틈도 없이 그대로 같이 바닥을 구르…는 줄 알았지만, 그냥 바넷사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샌가 바넷사가 올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바넷사도 식사 시간보다 살짝 일찍 오니까 말이다.

    뭐, 내가 매일 섹스하느라 오자마자 바로 나가질 않으니, 그걸 고려해서 일찍 오는 거겠지만.

    그건 그렇고 바넷사씨. 깜짝 놀란 건 당신도 마찬가지일 텐데 든든하시네요.

    나 같은 덩치가 덮치는데 잘도 미동도 안 하고 버텨내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디아나님. 구원님. 제가 구원님의 여자가 된 것은 맞습니다만, 아침부터 집사일을 방해하려 드는 건 곤란합니다. 게다가 다른 분들 앞에서, 특히 디아나님 앞에서는 이러는 건 삼가해주…."

    "너 있는 줄 모르고 나가려다 이렇게 된 거거든! 너도 봤으면 알 거 아니야!"

    "농담입니다."

    그러니까 네 농담을 알기 힘들다고! 이 철가면 녀석아!

    하여간 좀 부드러워진 줄 알았더니, 하루 지나니까 그새 또 철가면을 완벽히 장착하고 왔잖아.

    뭐, 그나마 내 여자라는 걸 부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그래서. 언제까지 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계실 겁니까?"

    "조금만 더…."

    "그렇게! 가슴이! 좋은가!"

    "알았어. 떨어질게! 떨어지면 되잖아!"

    앞에선 바넷사의 차가운 시선이, 뒤에선 엉덩이를 토닥토닥 때려대는 디아나의 물리 공격이 느껴진 탓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디아나야. 너 바넷사는 거의 손주처럼 여기는 거 아니었냐. 그런 애 가슴까지 질투하지 말라고.

    "아무튼 그럼 난 이만."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만. 아침부터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응? 아니. 아침은 제대로 먹을 거야. 그 전에 잠깐 레이첼 누님의 방에 가려고."

    내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무표정하던 바넷사의 한쪽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

    "…왜?"

    "레이첼님이 묵고 계신 방은 아십니까?"

    혹시 얘도 질투를 하는 건가?

    묘한 침묵에 긴장하면서 입을 열었던 나였지만, 바넷사의 대답은 의외로 싱거웠다.

    "아참. 알려줘."

    "후우. 실비아님의 옆방입니다."

    "오케이. 땡큐."

    나는 그런 바넷사에게 가볍게 감사인사를 하고, 그대로 레이첼 누님의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 후에 바로 레이첼 누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 전에 또 한 명을 만나서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이다.

    실비아의 옆방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주의를 했어야 했는데.

    아니. 이건 내가 주의를 해봤자 의미가 없나.

    아무튼 실비아의 방을 지나서 레이첼 누님이 묵고 있는 방으로 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실비아의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보통 다른 애들도 평범하게 메이드가 불러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실비아는 메이드를 따라 식당을 향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애들이 나랑 안 잘 때는 어떻게 일어나서 식당까지 오는지 전혀 모르네.

    보통은 매번 내가 제일 마지막에 가니까 말이야.

    "……."

    아무튼 그 실비아씨는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없을 때는 항상 이런 표정이라서 그런 건지 멍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다가오더니, 갑자기 손가락 끝으로 내 몸을 쿡하고 찔렀다.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나보다 레벨도 높은 기사님이 힘 조절도 안하고 쿡하고 찌르는 건 생각보다 충격이 있었다.

    더군다나 설마 갑자기 손가락으로 찌를 거라곤 상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큭!"

    "…헷?"

    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침음성을 흘렸고, 그런 내 반응을 본 실비아는 약간 얼빠진 것 같은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동공을 덜덜 떨면서, 이번엔 내 몸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댔다.

    마치 진짜로 여기 있는 건지 확인하는 것처럼.

    "흐이이잇?! 지, 지, 지, 진짜아?!"

    그리고는 갑자기 뒤로 벌러덩 넘어지더니, 파닥파닥 거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야. 괜찮냐?"

    원래 목적지는 레이첼 누님이 있는 곳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비아를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문 너머로 실비아의 상태를 확인하자, 보이지 않아도 덜덜 떨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실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 개, 갠찬슘니다아!"

    목소리만 들어보면 완전히 패닉 상태라고 생각됐지만, 그래도 일단 마법 도구를 사용할 정신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방음이 철저한 이 저택에서 그냥 무턱대로 외친다고 방 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져, 져어! 그게! 꿈! 꿈인 줄 알고!"

    "아, 응. 괜찮아. 일단 심호흡부터 하자. 심호흡."

    "쓰으읍! 하아아! 쓰으읍! 하아아!"

    아니. 심호흡까지 마법도구 켜고 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나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지 않은 덕분인지, 실비아는 빠르게 패닉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이제 괜찮냐?"

    "네, 네헵!"

    뭐, 나 말투가 이런 건 어쩔 수 없다.

    패닉 상태가 아니라도 이러니까 말이야.

    "나 먼저 가는 게 좋겠지?"

    "그, 그게! 부, 부탁드립니다!"

    평소 같으면 ‘따로 가길 원하다니! 설마 사랑이 식은 거야?! 그게 아니라면 같이 가자! 자, 얼른 나와!’같은 말을 하면서 실비아와 장난을 쳤겠지만, 지금은 원래 목적이었던 레이첼 누님이 우선이다.

    나는 얌전히 레이첼 누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정확히 3시에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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