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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본심 -->
진짜 바넷사 말대로 내가 문제인가? 내 사랑이 부족해서 사도 임명이 안 되는 건가?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속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두 손을 바넷사의 얼굴 양옆을 꽉 붙잡고, 그대로 정면에서 바넷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으흣…흣…뭐, 뭡니까…."
내 손가락 끝에 뿔이 스쳐서 느껴지는 쾌락과 아직 가시지 않은 절정의 여운에 신음하면서도, 내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바넷사는 부끄럽다는 듯이 일부러 더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물론 얼굴 양옆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내 손 때문에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렇게 바넷사를 빤히 쳐다본 끝에, 나는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음. 엄청나게 예뻐. 엄청나게 사랑스러워. 역시 나한텐 문제가 없어.
잠깐 얼굴을 바라본 것만으로 그렇게 확신을 가진 나는,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생각을 계속했다.
사도 임명의 실패 원인이 내가 아니라는 건 다행이지만, 그렇다면 대체 뭐가 원인이란 말이야?
설마 바넷사가 아직도…아니. 그만두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날 완전히 믿지 못한 바넷사를 추궁했던 내가, 이번엔 반대로 바넷사를 믿지 못하면 어쩌겠어.
바넷사 스스로도 그렇게 말했으니, 나한테 엄청 푹 빠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일단 확인해볼까.
"바넷사."
"흐읏…그, 그러니까…뭡니까?"
얼굴에 닿는 내 입김이 간지러운지 바넷사는 살짝 목을 움츠리면서도 여전히 일부러 만든 것 같은 무뚝뚝한 반응을 보였다.
"나 사랑하지?"
"…사랑합니다."
바넷사는 내 말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진지한 말투 때문에 그냥 단순히 사랑을 속삭이는 게 아니라는 건 눈치 챈 모양이다.
잠깐 주저하더니, 결국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응. 사랑스럽다.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확인한 이유가, 그냥 이 말을 듣고 싶어서 그런 거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사랑하지?"
"…디아나님을…."
"누구보다, 사랑하지?"
"…네."
그리고 계속되는 질문에 처음엔 디아나를 제외하면 그렇다고 대답하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끈질기게 질문하자 결국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말로 해."
"으읏…누구보다…사랑…합니다…."
바넷사는 죄책감이 생겼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여전히 내 물건이 들어가 있는 음부까지 꾸우욱 조이면서도, 결국 스스로의 입으로 그 말을 내뱉었다.
비록 내 강요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 바넷사가 이렇게까지 말한 거다.
날 향한 바넷사의 사랑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사도 임명이 실패한 이유는…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에 있다는 건가.
"…사도 임명…안 되는 겁니까?"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바넷사도 결국 절정의 여운이 가시고 점점 이성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성을 되찾은 바넷사는 내 표정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짐작한 듯, 한 손으로 자신의 하복부를 쓰다듬으면서 조금 쓸쓸한 말투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응.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조건이 더 있는 모양이야."
사도 임명 실패를 알려서 바넷사의 기분을 해치는 건 썩 나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버무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얼버무려봤자 금방 들킬 테고, 무엇보다도 아까 전에 서로 이런 얘기는 혼자 끙끙대기 보다는 터놓고 말하자고 말한 직후니까 말이야.
"…그렇…습니까."
"야. 그렇다고 해서 너 또 나 의심하면 안 된다? 나 진짜로 너 좋아한다니까. 머릿속을 보여줄 수 있으면 보여주고 싶은 기분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엔 다른 애들한테 내 여자가 안 될 거라고 하거나 그러지 않을 거지?"
"…네. 전…구원님의 여자입니다."
바넷사의 대답과 동시에, 다시 한 번 그 음부가 내 물건을 꾸우욱 조이는 게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다시 한 번 하고 싶지만…솔직히 사도 임명 실패로 머릿속이 복잡해서 또 한 판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런 때까지 아랫도리에 행동이 좌지우지될 정도로 색정광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넷사의 음부에서 물건을 뽑을 생각 역시도 들지 않은 나는, 바넷사를 끌어안고 몸을 뉘여서 이번엔 바넷사가 내 위로 오게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바넷사의 몸을 으스러져라 껴안자, 바넷사도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그대로 가만히 내게 안겨왔다.
그 상태로 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우선 게임에서의 사도 임명 조건을 생각해보자.
아무리 현실이 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스킬 성능이나 조건이 그대로인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게임에서의 사도 임명 조건은 확실히 호감도가 최대일 것과, 안에 사정한 상태에서 발동시킬 것. 두 가지밖에 없었다.
그런 스킬의 조건이 현실에서 바뀌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역시나 제일 의심이 되는 건 호감도라는 게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정확히 모른다는 건데….
호감도. 호감도라….
호감도라는 게 일방적인 게 아니라 쌍방의 기분을 나타내는 수치라고 하더라도, 나와 바넷사의 감정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비록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어도,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부터 상당히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던 나와 바넷사다. 만난 것만 따져보면 실비아보다도 먼저 만난 거다.
이제 와서는 바넷사 역시 실비아나 마틸다만큼 사랑한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바넷사 역시도, 그렇게 존경하는 디아나보다 날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물론 내가 강요하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디아나를 향한 감정과 비슷한 수준은 될 거라는 거다.
역시나 그 감정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럼 호감도가 최대치가 아닐 거란 문제는 없게 되는…어? 잠깐만. 잠깐만. 게임식으로. 게임식으로 생각해보자.
게임에서 호감도를 최대치로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지?
분명 게임에선 그냥 같이 지내며 호감도를 쌓는 것만으론 호감도가 일정수치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제한을 풀기 위해선, npc마다 가지고 있는 개별 퀘스트를 진행해야만 했다.
퀘스트라고 말해도 꼭 뭔가 거창한 걸 해야 되는 건 아니었다.
요는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한 뭔가를 하면 되는 거다.
물론 여기는 현실이다.
게임처럼 그런 걸로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감정에 제한이 걸리거나 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자.
사도 임명을 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상대의 마음의 장벽을 허물 퀘스트를 하는 것이 있다면?
게임에선 어차피 호감도를 최대로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지금까지 그 조건을 눈치 못 채고 지나간 것뿐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 떨어진다.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실비아도 마틸다도 전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퀘스트를 해결해버린 거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다섯 명 모두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사라는 복수를 도울 것.
디아나는 함께 영원히 살 것을 맹세할 것.
레이아는 구미호 문제를 해결할 것.
실비아는 불감증 문제를 해결할 것.
마틸다는 저주를 치료…아니. 잠깐만. 나 아직 마틸다 저주는 치료 안 했는데?!
물론 그렇게 따지면 레이아의 구미호 문제도 완전히 해결한 건 아니지만, 그건 그래도 변명의 여지가 있었다.
어차피 레이아는 나 이외의 남자랑 할 생각이 없었으니, 구미호 상태를 완전히 조절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구미호 상태가 문제될 일은 없었던 거다.
하지만 마틸다는?
아직도 수많은 남성들이 마틸다의 저주에 휘말려서 고생하고 있다.
물론 나랑 계속 있다 보면 언젠간 저주가 풀릴 거다.
하지만 저주가 풀릴 예정인 것과, 저주를 완전히 푼 건 전혀 다른 얘기다.
만약 사도 임명을 위한 퀘스트란 게 실재한다면, 그런 어설픈 조건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 군.
"바넷사!"
"흣! 네, 넷?!"
내가 황급히 바넷사의 이름을 부르자, 여전히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바넷사가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응? 그러고 보니 방금 전까지 바넷사가 고개를 파묻고 있던 목 쪽에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얘 설마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키스마크라도 남긴 건가?
"…뭐, 뭡니까."
애써 무뚝뚝한 척하는 바넷사였지만, 그 행동은 누가 봐도 평소의 바넷사가 아니었다.
아니. 뭐, 난 좋다고 생각해.
갭이 느껴져서 더 귀엽기도 하고. 내 몸에 키스마크나 만들고 있었다는 건, 바넷사가 전처럼 사도 임명 실패로 고민하지 않고 있단 뜻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사도 임명이 실패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
"…정말입니까!"
물론 전에 비하면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지, 사도 임명을 실패한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한 모양이다.
내 말을 듣자마자, 바넷사는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반응했다.
말해두는데, 이정도면 바넷사로선 상당히 큰 리액션이다. 요 며칠 사이에 철가면이 많이 벗겨져서 리액션이 약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래. 확인할 게 있어. 따라와."
"흐읏…."
나는 바넷사의 허리를 잡아서 그 몸을 일으켜주고, 나도 천천히 욕조에서 일어났다.
내 물건은 고작 한 번밖에 안 하고 바넷사의 몸에서 빠지는 게 아쉽다는 듯 꿈틀거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얘 몸은 나중에도 듬뿍 맛볼 수 있으니까.
지금은 우선 할 일부터 하자고.
마침 욕조에 있었으니 같이 몸을 씻을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 기회 역시도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정령을 불러서 몸을 말끔히 씻은 후, 나는 황급히 옷을 갖춰 입고 바넷사의 손을 끌었다.
"자, 가자."
내가 갈아입는 동안, 어느 샌가 인간 모습으로 변신한 바넷사도 집사 복을 단정히 챙겨 입었다.
하지만 바넷사는 버티고 서서 내게 끌려오지 않았다.
"왜 그래?"
"…저, 디아나님께 거짓말을 하고 휴식을 받았습니다."
하여간 얘는.
평소엔 무뚝뚝하고 냉철한 주제에 디아나 관련 일만 되면 약해진다니까.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기나 하고.
뭐, 지금은 디아나 관련 일뿐만 아니라 나 관련 된 일에도 이러지만. 헤헷.
"그래서 계속 여기 있으려고? 계속 거짓말하고 있느니 그냥 가서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지 않아?"
"…그건…그렇군요."
"그렇다니까. 그리고 어차피 네가 나 때문에 방에 처박혀서 울고 있는 거 딴 애들도 다 알아."
"…읏?!"
"…응? 잠깐만. 왜 운 걸 부정 안 해? 너 설마 진짜로 울었냐? 샤워기 틀어놓고 있었던 게 그런 뜻이었어?!"
"…아, 안…크윽…."
입을 열어 부정하려 했던 바넷사는, 도중에 뭔가 생각났다는 듯 침음성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얘 지금 나랑 솔직히 다 털어놓고 말하기로 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럼 진짜로 운거야?! 다른 애도 아니고 그 바넷사가?!
"바, 바넷사아!"
"그,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그래. 그래. 자, 내 가슴에 안겨."
"큭…확인할 것이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어서 가시죠."
내가 두 팔을 뻗고 바넷사에게 달려들자, 바넷사는 애써 무표정을 지어보이며 이번엔 자신이 먼저 성큼성큼 방문을 나선 후 문을 쾅 닫았다.
내가 황급히 그 뒤를 따라 나가자, 예상 외로 바넷사는 문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바넷사는 살짝 뺨을 붉힌 채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그런 질문을 던졌다.
하긴. 얜 내가 뭘 확인하려는 건지 모르지. 즉, 목적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먼저 나가놓고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단 건가.
크윽. 귀여워 죽겠다.
물론 예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키가 180가까이 되는 장신의 무표정 미녀를 귀엽다고 생각할 날이 오다니.
"물론 사도 임명 문제로 확인할 것도 있지만, 그 전에 우선 디아나한테 우리 얘기부터 하자."
그 귀여운 모습에 더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만약 지금 얘가 토라지기라도 하면 정말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장난기를 꾸욱 억누르고 바넷사의 손을 쥔 채 디아나의 방으로 향했다.
"…이쪽입니다."
그리고 그런 날 잡아 끌면서, 바넷사는 식당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아니. 방금 전까지 방에 틀어박혀 있던 애가 그런 건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집사는 뭐 그런 쪽의 특수 능력이라도 있는 거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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