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592화 (576/1,205)
  • 592

    <-- 집사의 본심 -->

    "흥!"

    다음 날 아침.

    결국 어젯밤에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사라는, 토라진 얼굴로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사라야. 그 이후로 결국 밤새 서로 물고 빨고 하면서 잔뜩 해놓고 이제 와서 삐지는 것도 웃기지 않냐?

    게다가 하반신은 여전히 연결되어있는 상태로 말이야.

    "삐지지 말라니까. 그래도 일단 발로만 싼 건 맞잖아? 좋았다니까?"

    "…레이아보다?"

    "당연하지!"

    말해두지만, 지금의 발언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물론 사라의 기교가 레이아를 이기지는 못했다.

    아무리 사라가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타입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구미호의 특성인지 가르치기도 전에 선천적으로 엄청난 기교를 부리는 레이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라는 사라대로 안 그럴 것 같은 외모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조금 어설프지만 내게 봉사하려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기도 하고.

    또 숙달돼서 내게 끼를 부리며 봉사하면, 그건 그것대로 쿨한 외모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더 좋고.

    결국 사라나 레이아나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거다.

    그런데도 내가 레이아보다 더 좋다고 확실히 말한 이유는, 어제의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거다.

    결국 레이아는 테이블 밑에서 바지 위로 조금 쓰다듬어준 게 전부이고, 사라는 직접 끝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더 좋았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라고. 응.

    "…수상해."

    하지만 내가 즉답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미심쩍은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왜? 뭐가?"

    "구원 성격에 그렇게 딱 잘라서 내가 더 좋았다고 말할 리가 없는데? 맨날 둘 다 최고라든가 너희 둘 다 똑같이 사랑한다든가 그런 말만 늘어놓는 주제에."

    아무래도 즉답을 했던 게 오히려 독이 됐던 모양이다.

    얘 진짜 독심술 쓰는 거 아니지? 가끔 정말로 무서워진단 말이야.

    "저, 정말로 사라 내가 더 좋았는데?"

    "…흐응. 그럼 내가 레이아보다 더 잘해?"

    "……."

    그래도 어떻게든 사라를 납득시키려는 내 발악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라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져왔다.

    "야. 구원. 왜 대답이 없어?"

    "사라야. 들어봐. 레이아는 구미호라서 말이야. 괜찮아! 넌 너대로 좋은 점이…!"

    "이씨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다시 해! …읏! 흐으응!"

    사라는 다시 풋잡을 도전하겠다는 듯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황급히 그 몸을 아래로 내렸다.

    무릎을 세우며 내 물건을 중간까지 뽑아냈던 사라는, 그대로 다시 내 물건을 끝까지 받아들이게 되면서 쾌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다시 하기는. 좋았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너도!"

    "흐으으응! 흐읏! 야! 멈…흐응!"

    내가 그대로 허리를 흔들자 사라는 눈썹을 찌푸리며 내게 으름장을 놓으려 했지만, 찌푸려진 눈썹과는 정반대로 그 두 눈은 멍하니 풀려가기 시작했다.

    "너도 발로 하는 것보단 이렇게 하는 게 좋잖아? 자기도 하고 싶은 주제에."

    "아, 아니…흐읏!"

    "아니기는. 이 소리 안 들려?"

    "그, 그건…흐읏! 어젯밤에…으응!"

    결합부에서 들리는 끈적끈적한 물소리가 더 크고 선명하게 들리도록 일부러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사라를 추궁하자, 사라는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흥분해서 그런 건지 새빨개진 얼굴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냐. 내가 봤을 때 이건 방금 막 흘러나온 따끈따끈한 애액이야."

    "으으으읏! 이, 이 바보가앙!"

    내 말이 상당히 부끄러웠던 건지 사라는 두 손으로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렸지만, 그 저항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가 허리를 몇 차례 더 흔들자, 사라는 결국 몸을 앞으로 숙이고 방금 자신이 손바닥으로 때렸던 부분에 자신의 가슴을 찰싹 가져다대고 비비며 내게 키스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둘만의 시간을 계속해서 만끽하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바넷사가 부르러오고 나서도 조금 더 만끽할 생각이지만 말이야.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일부러 방 안의 소리가 밖에 들릴 수 있도록 인터폰과 비슷한 마법도구를 조작했다.

    "저…구원님? 사라님? 일어나셨습니까? 슬슬 식사 준비가…."

    "으응!"

    "조금만 기다려!"

    "꺄악! 네, 네엣!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 어라? 지금 뭔가 반응이….

    바넷사가 저럴 리가…아니. 잘 생각해보면 목소리도 달랐어.

    혹시 바넷사가 온 게 아니야?

    설마 어제 그 일로 아예 내 담당에서 벗어나버린 건가?!

    아니. 이건 이것대로 나름 내 예상범주 안이기는 하지만….

    "흐읏! 바, 바보! 뭐하는 거야!"

    밖에서 들려오는 반응에 사라도 내가 마법도구를 조작했단 걸 깨달았는지, 황급히 마법도구를 꺼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라 역시도 이대로 그냥 끝내버리기엔 너무 흥분했는지 허리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는 거다.

    나도 일단은 하던 생각을 멈추고, 사라와 끝까지 가기 위해 허리를 움직였다.

    "바보! 바보! 진짜 바보 아니야?! 진짜 믿을 수 없어!"

    "사라야. 너 어느 샌가부터 은근슬쩍 안 하고 있는데 말이야. 너 나한테 바보라고 할 때마다 오빠라고…."

    "하아?!"

    "아뇨. 바보라서 죄송합니다."

    서로 기분 좋게 절정을 맞이한 우리는, 사라의 재촉으로 인해 황급히 정령으로 몸을 씻고 옷을 갖춰 입게 됐다.

    그렇게 옷을 갖춰 입는 동안에도, 사라는 끊임없이 날 바보라고 불렀다.

    물론 내 등짝에는 이미 사라의 손바닥 자국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변명을 좀 하자면, 나도 설마 바넷사가 아니라 다른 애가 올 줄은 몰랐다고.

    아니. 바넷사한테 들려줬어도 한 대 맞는 건 변함이 없었겠지만.

    "아, 구, 구원님. 사라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무튼 황급히 옷을 갖춰 입고 방을 나서자, 거기에는 역시나 메이드 한 명이 새빨개진 얼굴로 오도카니 서있었다.

    "아, 응. 그…바넷사는?"

    옆에서 느껴지는 사라의 날카로운 시선을 애써 무시하면서, 나는 이름 모를 메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어쩔 수 없잖아. 항상 바넷사가 철저히 마크하니까 메이드랑은 얘기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고.

    아, 그러고 보니 설마 지금까지 내가 메이드와 대화할 일이 거의 없도록 따라다닌 것도 바넷사 나름대로 질투해서 그런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는 없나. 그냥 디아나 명령에 따른 거겠지.

    "아, 바넷사씨라면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듯하여…오, 오늘은 제가 대신 구원님을 모시겠습니다."

    아무튼 내 질문에 메이드는 시선을 맞추지도 못한 채로 고개를 푹 숙이며 그렇게 대답을 했다.

    응?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럼 어제 식당에서 자리를 벗어난 이후로, 아예 일을 안 하고 있단 말이야?

    아니. 이것도 내 예상범주 안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바넷사가 평소보다 일에 더 집중을 못하는 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이거 생각보다 일이 훨씬 쉬워질지도 모르겠는걸.

    "…구원. 진짜 괜찮은 거야?"

    하지만 내 속마음을 모르는 사라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 메이드한테 섹스하는 소리 들려줬다고 화났던 주제에, 바넷사가 걱정되기는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여간 착해빠졌다니까.

    "괜찮아. 걱정 마. 오빠만 믿어."

    "꺄아악!"

    그런 사라의 입에 가볍게 입술을 맞춰주며 안심시켜주자, 옆에서 메이드가 조그맣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름 모를 메이드씨. 왜 네가 그런 반응이냐?

    게다가 조그맣게 소리를 지르다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재주도 좋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바넷사가 아닌 메이드의 뒤를 따라서 식당으로 향하게 됐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해서도 바넷사를 걱정하는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바넷사 성격 상, 디아나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쉴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당연히 디아나는 바넷사가 쉰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디아나의 입을 통해 다른 애들 역시도 바넷사가 오늘 쉰다는 걸 전달받은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메이드 뒤를 따라오는 우리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마틸다는 나랑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있지만 말이다.

    쟤는 또 왜 저러…아. 어제 취해서 주정 부린 게 부끄러운 건가.

    별로 신경 안 써도 되는데 말이야.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자네. 응긋."

    그리고 곧장 내게 바넷사 일을 따지려드는 디아나였지만, 나는 검지를 세워서 그 입술에 지그시 가져다 대는 걸로 그 입을 틀어막았다.

    "디아나. 오빠를 믿어."

    "응…아음! 누가 오빠인가. 누가. 버르장머리 없이."

    디아나는 그런 내 손가락을 가볍게 한 번 깨물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는 말이랑 다르게 그다지 싫진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누나라고 불러줄 때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흥!"

    대신 사라가 옆에서 또 다시 째려보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 넌 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할 땐 안 부른 주제에, 뭘 이제 와서 이런 걸로 질투를 하고 그러냐.

    여심이란 복잡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는데, 바넷사가 저러는 것도 다 예상했던 바야. 식사 끝나고 바로 가서 해결할게. 그러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말고. 알았지?"

    아무튼 지금은 일단 사라의 질투를 무시하고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달랜 후, 나는 재빨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 설득 덕분인지 그 이후로 바넷사의 이름이 나오는 일은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가 그렇게 밝아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 일에서 관여한 바가 적은 건 실비아와 마틸다 둘 뿐인데, 실비아는 저기 구석에 있고, 마틸다는 나랑 얼굴도 못 마주치고 있고.

    덕분에 평소보다 묘하게 조용한 상태로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른 애들의 눈총을 받아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

    "음. 이 몸은 자네를 믿겠네. 부탁하네."

    "또 이상한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하고 와."

    "구원씨. 파이팅에요!"

    우리 애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면서, 나는 바넷사의 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넷사. 있냐?"

    방문에 노크를 하면서 말을 걸어봤지만, 안에서 바넷사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바넷사가 문을 열어주는 건 포기하고 이번엔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이것도 역시나 제대로 잠겨있는 상태였다.

    뭐, 전부 예상대로다. 당황할 거 없다고.

    평소 잠긴 문을 열기 위해선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는 바넷사를 부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그 바넷사의 방문이 잠긴 상태.

    하지만 마스터키를 가진 건 바넷사 너뿐만이 아니라고.

    나는 오기 전에 디아나에게서 건네받은 마스터키를 사용하여 바넷사의 방문을 열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눈앞에 펼쳐진 방안의 풍경은…예상 외로 난장판이었다.

    아니. 난장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엉망인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야.

    원래는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날 정도로 정돈 된 바넷사의 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바닥에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침대 시트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난장판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난장판이 된 방 안에서는 끊임없이 쏴아아아 하고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 욕조가 있는 곳으로 향해서 반투명한 커튼을 열어젖히니, 거기에는 역시나 바넷사가 쪼그리고 앉아서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끊임없이 맞고 있었다.

    야.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혹시 처량한 모습을 연출하는 거냐? 그런다고 마음 약해지거나 하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뭡니까?"

    아무래도 물줄기 소리로 인해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거나, 그랬던 건 아닌 모양이다.

    바넷사는 내가 커튼을 열어젖혀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고개조차 이쪽으로 돌리지 않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애가 계속 그러고 있어도 되는 거냐?"

    "구원님이 신경 쓸 일 아닙니다. 아니면, 아프면 섹스를 못 하게 되니 신경 쓰는 겁니까?"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런 상황이 됐어도, 은근히 내 신경을 긁는 건 여전한 바넷사였다.

    하지만 참자. 어차피 바넷사가 일을 내팽개친 순간부터 내가 이기는 싸움이 된 거니까.

    "너 그게 걱정하는 사람한테 할 말이냐?"

    "…죄송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할 말은 그것뿐입니까?"

    바넷사는 영혼 없는 사죄와 감사의 말을 늘어놓은 후, 여전히 샤워기를 끌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게 날 쫓아내려 했다.

    "아니. 당연히 아니지. 할 말 아주 많다 이것아."

    "…그럼 하시지요."

    여전히 아무래도 좋단 태도의 바넷사였지만, 내 다음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드디어 태도가 변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사과하러 온 건 아니니까 말이야. 난 미안하다고 조금도 생각 안 하니까."

    "…읏!"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바넷사는 드디어 고개를 내 쪽으로 홱 돌리고는 무시무시하게 안광을 빛내며 날 노려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