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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88화 (572/1,205)
  • 588

    <-- 집사의 본심 -->

    "그, 그래서! 마틸다는 아까부터 왜 그러고 있어?!"

    이건 위험하다.

    디아나가 폭발할 것을 직감한 나는 황급히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아까부터 조용히 있던 마틸다로 말이다.

    실비아는 내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구석으로 파다다닥 도망가서는 꾸벅 인사라도 했지만, 마틸다는 아까부터 식탁 앞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름을 부르는 것에 반응했는지, 그제야 마틸다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날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은…어째선지 엄청나게 몽롱해 보였다.

    "아, 당시인…후훗, 후후후훗. 당시이인…."

    "응긋!"

    눈뿐만 아니라 말투마저도 어딘가 몽롱한 느낌으로 그렇게 말한 마틸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휘청하고 크게 몸이 흔들리며 그대로 중심을 잃고는 옆으로 쓰러졌다.

    바로 디아나가 있던 쪽으로.

    안면 전체로 마틸다의 가슴을 받아내게 된 디아나는 마치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몸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이내 말없이 마틸다의 몸을 토닥토닥 때려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말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얼굴이 마틸다의 가슴에 파묻혀 있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응흣!"

    물론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이 우리 성기사 추기경님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 손이 가슴을 공격할 때마다 섹시한 콧소리까지 흘리면서, 마틸다는 여유로운 동작으로 느긋하게 디아나의 어깨에 손을 짚고는 몸을 일으켰다.

    "푸하핫! 하앗! 하앗! 하앗!"

    그렇게 마틸다의 가슴이 떨어지자마자, 디아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처럼 동공을 지진 시키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디아나야.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네가 나나 사라, 바넷사의 트라우마를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않냐?

    "아아…당…아응! 당시인…."

    아무튼 그렇게 디아나에게서 떨어진 마틸다는 그대로 휘청휘청 불안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마틸다에게서 희미하게 와인의 냄새가 감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내 근처까지 다가온 마틸다는 결국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이 풀리며 넘어지고 말았다.

    이번엔 내 얼굴을 가슴으로 꼬옥 파묻듯이.

    안 그래도 옆에선 레이아가 찰싹 달라붙어서 팔에 가슴을 밀어붙이고는 식탁 아래에서 꼬리로 장난을 치고 있는 중이었는데, 안면이 가슴으로 감싸이기까지 하자 나는 한 가지 감상밖에 품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니. 이게 아니지. 얘 설마 취했어?! 아니. 잠깐만. 그럼 혹시 레이아도?!

    아까는 마사지 천국에 푹 빠져서 눈치를 못 챘지만, 그러고 보니 레이아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오늘은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아니. 자기 차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다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행동하실 천사님이 아닌데 말이야.

    사제 둘이서 낮에 살짝 술이라도 마신 건가?

    "구원씨이…."

    "당시인…."

    대체 이게…으아아…젠장.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가. 네 개의 거대한 언덕이 내 머리가 돌아가는 걸 방해하고 있어.

    이대로 녹아내릴 것 같….

    "갸오오오오오오!"

    "디, 디아나! 진정해요! 둘 다 취해서 그래요!"

    하지만 내가 녹아내리기 전에, 아까부터 불안 불안하던 디아나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가슴에 눈이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사라가 말릴 정도면 상당히 크게 폭발한 모양이다.

    ‘갸오오!’라니. 네가 무슨 고양이냐? 아니. 고양이도 위협할 땐 더 사납게 울겠다.

    뭐, 귀엽지만 말이야.

    아무튼 디아나가 폭발한 덕분에, 난 가슴 천국에 정신이 녹아내리기 전에 겨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사라의 도움까지 받아서 간신히 레이아와 마틸다를 내게 떼어내고 보자, 마틸다는 완전히 취기가 돈 건지 내 얼굴을 가슴에 끌어안은 상태로 잠이 들어 있었다.

    "…나 일단 얘 좀 방에 옮기고 올게."

    "…제가 하겠습니다."

    잠든 애를 이대로 여기 둘 수도 없는 일이니 방으로 옮기려 했던 나였지만, 그런 나를 바넷사가 막아섰다.

    "응? 아니. 내가…왓! 조심히 다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바넷사에게 맡겨도 아무 문제없겠지만, 마틸다는 내가 옮겨주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뭐, 잠들어있으니 모를 테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 옮기려 했던 나였지만, 바넷사는 마치 이런 일은 자신에게 맡기고 난 앉아서 식사나 하라는 듯 내 손에서 마틸다를 빼앗아갔다.

    그리고는 내가 더 무슨 말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성큼성큼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건 친절한 건지 아닌 건지 감을 못 잡겠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바넷사와 가벼운 실랑이를 하고 자리에 다시 앉으니, 마틸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취한 걸로 보이는 레이아는 마주보고 있는 자리에 앉아서 정말 드물게도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래 지금까지 식사를 할 때는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가 셋이서 내 양옆과 마주보고 있는 자리를 돌아가면서 앉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사라와 레이아가 내 옆에 앉는 차례였지만, 취했단 이유로 밀려나게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레이아는 그런 지금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아래에서 받치듯이 팔짱을 끼고는, 토라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레이아.

    저러니까 안 그래도 큰 가슴이 더 강조되네.

    그리고 우리 천사님은 저런 표정마저도 아름다우시다.

    하지만 거기서 그렇게 그런 표정 짓고 있어 봐야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레이아 네가 그렇게 대놓고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는 것부터가 취했다는 완벽한 증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레이아 대신 내 옆에 앉은 디아나도 역시나 삐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사건이 일단락 됐다고는 하나, 내가 한순간이나마 가슴에 정신이 팔렸던 게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아니. 엄지 척을 했던 게 문제인가?

    변명을 좀 하자면, 난 네가 바넷사 일을 묻는 건지 알았다고.

    설마 ‘레이아양은 지금 취했으니 조심하게. 그리고 가슴에 너무 심취하지는 말게나.’라는 뜻이었을 줄이야.

    그런 건 눈짓으로 알려줄 게 아니라 말로 알려달라고.

    "그래서, 바넷사하고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아무튼 그렇게 살짝 삐진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내게 찰싹 붙어서는 조그만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여왔다.

    마치 바넷사가 자리를 비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디아나야. 너라면 이렇게 달라붙을 필요 없이 그냥 텔레파시 마법만 쓰면 될 텐데 말이야.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응. 나름 잘 돼가고 있어."

    "자네에게 홀딱 빠졌는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직 그 정도까지는…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잖아."

    "하루 종일을 같이 있었던 것 아닌가. 자네라면 여심 하나 훔치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것도 이미 자네한테 반한 아이일세."

    아니. 아니. 넌 날 대체 얼마나 과대평가하는 거냐.

    네 낭군님은 그렇게까지 플레이보이가 아니라고.

    "으음…그럼 어떤 진전이 있었다는 겐가?"

    내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자, 디아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뭔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일단…."

    "두 분이서 속닥속닥 무슨 얘기를 하세요?"

    나와 디아나가 그렇게 귓속말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을 때, 마주보고 있던 레이아가 자리에 일어나서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불쑥 내밀며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레이아. 그 자세는…가슴골이 강조 돼서 무척이나 감사합니다.

    "아, 아무 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그 박력에 살짝 질린 표정을 짓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외쳤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질색하는 거 아니냐?

    너도 훌륭하다니까. 다 크면 레이아랑 별 차이도 없는 주제에 말이야.

    뭐, 디아나는 맥시멈이 그 크기고, 우리 천사님은 지금부터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얘기는 디아나한테 안 하는 게 좋겠지? 하면 진심으로 울지도 몰라.

    "흐으으응…."

    "뭐, 뭔가?!"

    아무튼 그런 디아나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아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우리에게 보내왔다.

    천사님. 그러지 마세요. 섹시하잖아요.

    "흥. 두 분이서만 치사해요."

    하지만 취했어도 천사님은 천사님인지, 레이아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의자를 식탁에 바짝 당겨서 앉더니, 자신의 가슴을 식탁위에 얹듯이 올렸다.

    그리고는 이번엔 두 손을 깍지 끼고는 그 위에 턱을 올리더니, 아까 전의 토라진 말투와는 정반대로 방긋방긋 웃으면서 날 빤히 쳐다봤다.

    저기. 레이아? 부담되는데. 아니. 예쁘지만 말이야.

    우리 천사님은 취하면 살짝 귀찮은 성격이 되는 구나.

    뭐, 취한 사라보단 훨씬 낫지만.

    "…뭐야?"

    "아니. 아무것도."

    사라 얜 또 쓸데없이 감이 좋아서는.

    아무튼 레이아가 저러고 있다고는 하나, 그냥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이상 뭔가를 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레이아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다시 디아나에게 경과 보고를 하기로 했다.

    "아무튼 나랑 단 둘이 있을 때 용인족 모습으로 있게 하는 건 성공했어. 일단 이대로 나랑 있을 땐 계속 그 모습으로 있게 만들 생각이야. 그러면서 동시에 차근차근 바넷사의 마음도 뺏어가야지. 실은 오늘도 내가 엉덩이를…우와옷!"

    "으그극! 엉덩이가 뭔가?! 바넷사의 엉덩이가 그렇게 좋았는가?!"

    "아니. 그게 아니라…아니. 물론 좋았지만. 아무튼 그게…."

    "좋았는가?!"

    야. 네가 바넷사를 철저히 꼬시라고 했잖아. 이제 와서 왜 그런 반응인데?

    아무튼 그게 아니라고! 바넷사의 엉덩이 감촉을 되새기며 흥분한 게 아니라고!

    지금 식탁 밑에서…! 젠장.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살짝 시선을 돌려서 정면에 있는 레이아를 힐끔 쳐다봤다.

    레이아는 여전히 식탁위에 가슴을 얹은 채, 방긋방긋 웃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전에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미소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지금은 그 미소가 요염하기 그지없게 보였다.

    설마 의자를 저렇게 당겨 앉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나는 취한 레이아의 무시무시한 책략과, 그리고 하반신에 느껴지는 쾌감에 전율했다.

    그래. 지금 식탁 아래에서는 레이아가 다리를 뻗어서 발끝으로 내 물건을 쓰다듬고 있는 중이었다.

    처, 천사님…혹시 취기 돌아서 구미호 때 본능이 튀어나오는 건가?

    이거 어쩌지? 이거 들키면 큰일 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취한 레이아가 자기 맘대로 저지른 일이다.

    대놓고 들키면 사라나 디아나가 내게 뭐라고 할 일은 없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하반신에 느껴지는 아릿한 쾌감이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게다가 당황하기까지 한 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들켜선 안 돼. 어떻게든 들키지 않고 레이아를 멈춰야 한다.

    하지만 식탁 아래로 손을 내리면 무조건 들킨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나는 발만으로 레이아의 행동을 멈춰보기로 했다.

    우선 레이아의 아름다운 다리가 더럽혀지지 않게 신발을 벗고, 레이아의 다리를 치워…우왓! 잠깐! 레이아?! 이건 너랑 장난치려는 게 아니라…잠! 꼬리는 반칙이잖아!

    으앗! 양말은 왜 벗기는데!? 발가락 사이에 발가락을 넣으면서 애무하듯 비비면 안 되잖아! 지금 다들 옆에서 보고 있다고!

    "자네?"

    "응? 아, 응. 오늘 창고에서 바넷사 엉덩이를 만지작댔는데 크게 저항을 안 하더라고! 진전이 확실히 있단 것 아니겠어?! 이대로 차근차근 행위까지 이르게 만들어서 결국 나 없이는 못사는 몸으로…!"

    식탁 아래에서 펼쳐지는 공방을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디아나가 날 부르는 소리에, 나는 최대한 태연을 가장하며 아까 하려던 말을 계속했다.

    다만, 내 생각보다 훨씬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말았지만 말이다.

    내가 그렇게 외치는 순간, 레이아가 살짝 삐진 표정을 지으며 내 물건을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두고 꾸욱 조여 왔다.

    망했다.

    나는 당황해서 옆을 돌아봤지만, 의외로 사라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이 바보가 진짜….’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 어라? 화 안 내? 아, 그런가. 사라는 귀가 좋으니까 우리 얘기도 듣고 있었던 건가.

    휴우. 다행이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했네.

    하지만 제일 질투심 강한 사라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용인해주고 있는 거라면, 지금부턴 그다지 속닥속닥 얘기할 필요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 뒤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은 그런 이유였습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

    망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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