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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본심 -->
그렇게 일단 바넷사 문제를 위한 방침은 정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바넷사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넷사를 일단 자리에서 벗어나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정말로 저녁 시간이 다가오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마틸다와 같이 보내는 밤이다.
큰 이벤트가 하나 터져버려서 잊고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틸다와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내는 것 역시도 큰 이벤트다. 난 잊고 있지 않았다고.
아무튼 그런 고로, 오늘은 더 이상 바넷사 관련 이벤트는 없을 거란 거다.
지금부터는 잠시 바넷사 관련 일은 잊고, 모든 신경을 마틸다에게 집중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저녁식사가 준비 됐음을 알리러 온 바넷사를 보고나자, 한 마디 하지 않고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게 된 거다.
"야. 바넷사."
"네. 뭡니까?"
"뒤로 돌아봐."
"네?"
"뒤로 돌아보라고. 자, 어서. 턴! 턴 백!"
내가 손짓까지 해가면서 바넷사를 보채자, 바넷사는 살짝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뒤로 돌았다.
이런 반응을 보고 나니, 얘가 나한테 고백을 하긴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실감이 났다.
이전까지의 바넷사였다면 절대 이렇게 순순히 뒤로 돌지 않았을 텐데.
뭐, 정말로 새삼스런 얘기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뒤로 돌아서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바넷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아예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는 엉덩이 부근을 빤히 관찰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런 내 반응을 보고, 바넷사도 드디어 내가 왜 뒤로 돌라고 했는지 깨달았다는 듯 날 내려다보며 한심하단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몸의 방향 자체는 여전히 뒤를 돌고 있는 점에서 미묘하게 애정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두 손을 들어서 눈앞에 보이는 바넷사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없어! 없다고! 바넷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래. 바넷사의 바지에는 구멍이 뚫려있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짐작했겠지만, 바넷사는 애초에 용인족 모습이 아니었다.
"읏…갈아입었습니다만."
엉덩이를 힘껏 주물럭거리는 내 두 손을 치우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바넷사는 여전히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어째서!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말했으니 갈아입은 겁니다. 집사가 그런 목적의 차림새를 하고 다닌다니. 디아나님의 명예가 더럽혀질 겁니다. …응…아셨으면 이제 그만 놓으시죠."
그렇게 대답하고는 바넷사는 그제야 자신의 엉덩이에 달라붙어있는 내 손을 탁탁 쳐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어차피 그런 용도로 꼬리를 내놓고 다닌다는 건 너랑 나밖에 모를 거 아니야. 응? 바넷사아. 응?"
"거절합니다."
그런 바넷사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 번 바넷사의 엉덩이에 손을 뻗으면서 용인족이 모습으로 다니도록 꼬드겨보려고 했지만, 바넷사는 차갑게 거절하고는 성큼성큼 식당으로 향했다.
쳇. 실패인가.
아니. 미리 말해두겠는데 말이야, 언제든 곧장 할 수 있게 바지에 구멍이 뚫려있도록 하는 걸 실패했다는 게 아니야.
용인족 모습으로 다니도록 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얘기라고.
애초에 방금 전에 보였던 행동도 바넷사가 용인족 모습을 의식하지 않고, 성적인 의미 쪽에만 의식을 집중하도록 일부러 그렇게 행동한 거니까 말이야.
다 계산 하에 나온 행동이었다고. 정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결국 용인족 모습으로 다니기를 거부했다는 거다.
이거, 각오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장기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멋진 뒤태를 자랑하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바넷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턱에 손을 괴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저기.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식사를 마치고 슬슬 다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시간.
처음으로 나와 같은 방에 돌아가게 된 마틸다는 어딘가 기대 반 불안 반이라는 느낌으로 나를 바라봤다.
"뭘 이제 와서 그래? 간밤에 다 같이 얘기하고 결정한 거라면서? 아니면 혹시 긴장했어?"
"긴장…그, 그렇군요. 솔직히 그런 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방금 전에 사라씨와 다투기도 했잖아요. 달래주는 게 좋지 않나요?"
아무래도 마틸다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방금 전 사라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모양이었다.
뭐, 확실히. 결국 잘 넘어가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진짜 무진장 화냈었으니까 말이야.
마틸다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뭐, 아무리 그래도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밤을 지새우려고 하는 날에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조금 지나치게 착한감도 없잖아 있지만.
"괜찮아. 마틸다는 걱정할 거 없어."
그런 마틸다를 바라보며, 나는 걱정을 불식시키듯 피식 미소 지어줬다.
이런 날에 마틸다가 그런 걱정을 하게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사실 거짓말도 아니다. 사라의 좋은 점이 뒤끝이 없다는 점이니까 말이지.
화낼 때 그냥 크게 폭발시키고, 다 끝나고 나면 없던 일처럼 쿨하게 넘어간다.
알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인상이 너무 달라지는 바람에 이젠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생긴 것만 쿨해 보이는 감이 없잖아 있는 사라였지만, 그래도 사라가 쿨한 건 얼굴만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런 것보다 넌 우선 오늘 밤 걱정을 하는 게 어때? 크크큭.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 거라고?"
"네에…걱정할게요오…."
아니. 야.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설득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실은 너 걱정 같은 거 전혀 안 하고 있지?
여전히 내가 조금만 그럴듯한 표정을 지어도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리는 마틸다였다.
그렇게 방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벌써 핑크빛 모드가 된 마틸다를 옆구리에 끼고, 나는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씻지도 않고 곧장 둘이서 내 방으로 가게 됐네.
이렇게 식당에서 곧장 내 방에 올 때는, 보통 그날은 나랑 같이 씻을 거라는 뜻인데 말이야.
마틸다는 그걸 고려하고 이렇게 나랑 같이 방으로 가는 걸까?
"구원씨이…."
아니. 이 모습을 봐선 그냥 생각없이 가는 것뿐인가.
뭐, 괜찮지만 말이야. 모처럼의 기회니 같이 씻는 것도 좋겠지.
"그럼 레이디. 들어가실까요?"
방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먼저 문을 열고는 신사처럼 마틸다가 먼저 들어가도록 손짓으로 인도를 했다.
"네에…. 감사…앗?!"
여전히 내게 하트를 마구 뿌려대던 마틸다는, 빙긋 웃으면서 두 손으로 살짝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내게 인사를 하려했다.
하지만 치맛자락을 잡음과 동시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 마틸다는 드디어 핑크빛 모드에서 풀려나며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마틸다?"
의문스러워하는 내 시선에, 마틸다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자신의 치맛자락을 잡았던 손을 그대로 아래로 꾸욱 눌렀다.
"아, 아앗! 그,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마틸다는 그렇게 외치면서도,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기 시작했다.
마치 내 시선을 자기 얼굴 쪽으로 붙잡아두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나란 남자는 그런 뻔한 행동에 넘어갈 정도로 쉬운 남자가 아니야.
나는 그래도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두 팔을 아래로 쭉 내리고 있느라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모인 마틸다의 가슴을 쳐다봤다.
음. 언제 봐도 훌륭한 가슴이야. 오늘은 추기경복이 아니라 가벼운 옷 차림이다보니 그 멋진 몸매가 더더욱 돋보이는…헛! 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위험했어.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잖아.
이중트랩이라니. 마틸다…이 무서운 아이!
그렇게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여 중간에 심어져있던 또 하나의 트랩마저 돌파하고, 나는 시선을 쭉 아래로 내렸다.
바로 마틸다의 손이 있는 부근을 말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마틸다의 손은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면서 마치 뭔가를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긴 허벅지 부근이잖아? 허벅지가 뭐 어쨌다는 거지?
"아앗! 그, 그러고 보니! 저 씻고 올게요!"
내가 그런 의문에 잠겨있자, 마틸다는 드디어 변명거리를 찾았다는 듯이 그렇게 외치며 내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역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라온 거였냐.
뭐, 핑크빛 모드가 발동된 상태였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 모처럼의 기회니까 같이 씻고 싶었는데."
"아앗…. 아아…."
하지만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던 마틸다의 걸음이 우뚝하고 멈췄다.
그리고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문 앞에서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마틸다? 대체 왜 그러는데?"
"그, 그러니까…씻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올 테니까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마틸다는 그 말만을 남기고 자리에서 멀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결코 뛰지 않고 겉보기엔 기품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추기경님이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무튼 저쪽은 욕실로 향하는 길이 아닌데 말이야. 대체 어딜, 뭣 때문에 가려는 거지?
내 그런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다리셨죠?"
아까전과는 달리 완벽히 여유를 되찾은 모습으로 재등장한 마틸다는, 그 당당한 태도 말고는 겉보기엔 변한 점이 전혀 없어보였다.
길이가 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살짝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 모습.
저주가 어느 정도 해제된 덕분에 가능해진, 저주의 흔적을 가리면서도 어느 정도 시원스럽게 몸매를 드러낸 차림새였다.
물론 예쁘기는 하지만, 대체 뭐가 바뀐 거지?
아, 혹시 화장실에 다녀온 거였나?
아까 전에 만지작거리던 부분이 고간이 아니라 허벅지 한 중간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못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게다가 화장실을 다녀온 거라면 저 개운한 표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그냥 내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어도 상관없었을 텐데?
어차피 방음도 철저히 되어있으니까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 추기경님은 남보다 조금 더 섬세한 성격인 건가.
"그, 그럼 같이…씻을까요?"
"그럴까?"
내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틸다가 우아한 동작으로 가디건을 벗어서 침대 차곡차곡 접어 근처 의자 위에 살며시 올려놨다.
나 역시 옷을 벗기 위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한 순간, 어째선지 마틸다가 그 이상 벗지 않고 내게로 살며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느린 동작으로 살며시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짚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다, 당신이…벗겨주시겠어요오?"
처음에는 어색하면서도 나름 유혹하는 것 같은 목소리를 냈던 마틸다였지만, 말이 끝나갈 때에는 완전히 몽롱한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나랑 가까이서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데다가, 신체 접촉까지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야.
그야 이렇게 되겠지.
얘도 자기 증상은 누구보다 잘 알 텐데도 이러네.
뭐, 그런 모습도 예쁘지만 말이야.
마틸다가 너무 내게 홀딱 빠진 게 보여서 섹시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귀엽다고 느끼는 감정이 더 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틸다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살짝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틸다의 원피스 자락에 손을 뻗어서 그 끝을 천천히 올렸다.
그리고 원피스가 올라감에 따라 서서히 드러나는 뽀얀 허벅지.
그리고 그 허벅지 중간에 뭔가가 둘러져있는 걸 확인한 순간, 나는 그만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이, 이건…이건…! 전언 철회다. 누가 섹시하지 않대? 무지막지하게 섹시하잖아!
아까 전에 허벅지를 만졌던 게, 설마 그런 뜻이었어?!
뒤통수를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원피스 아래로 보이는 다리가 스타킹에 감싸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했다.
설마…설마 가터벨트를 착용하고 왔을 줄이야!
스타킹을 안 신었는데 어떻게 가터벨트를 차고 있냐고?
간단하다. 마틸다는 허벅지 중간에 가터 링을 끼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가터벨트는 그 가터 링에 연결되어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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