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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77화 (56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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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의 본심

    그런 바넷사의 감촉을 최대한 느끼듯 허리를 움직이기 수차례.

    바넷사가 느끼고 있는 절정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 역시도 바넷사의 안에 그대로 사정을 하게 됐다.

    "크흥…흐읏…응…."

    섹시한 콧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몸을 바르르 떠는 바넷사를 바라보면서, 나는 드디어 사도 임명을 할 준비를 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사도 임명을 하다니. 다른 애들에 비해서 상당히 진도가 빨리 나가는 게 되어버리기는 하지만, 이것도 다 디아나를 위해서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바넷사가 느끼는 절정의 여운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그 몸에서 힘이 빠지며 욕조에 축 늘어지게 되는 타이밍을 노려 사도 임명을 발동했다.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응? 잠깐만. 정말로? 진짜로? 리얼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살짝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게, 방금 전에 사정을 하고 곧장 발동을 한 거다. 정기를 흡수하는 레이아 조차도 이정도 시간 안에는 사도 임명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도 임명이 발동하지 않는 다는 건, 나머지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말밖에 안 되잖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좀 빠르다고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말이야. 그 바넷사라고? 그 바넷사가 존경해 마지않는 디아나의 경고도 무시하고, 그 남편 될 사람한테 고백한 거라고?

    대체 얼마나 좋아했으면 그런 결단을 내리게 됐을지, 대충 상상이 가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될 줄 알았다고! 설마 호감도 100이 안 돼서 사도 임명을 못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디아나도 탐탁지 않아할 걸 뻔히 알면서도 얘가 디아나를 배신하고 이렇게 행동하는데, 대체 얼마나 큰 용기가…잠깐. 만약 그 전제가 잘못된 거라면?

    얘는 딱히 디아나를 배신하지도 않은 거라면…아니. 애초에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행동을?

    설마 내가 디아나에게 어울리는 남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떠봤다든가?

    …가능성이 있어. 디아나에게 철대 충성하는 이 집사 녀석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하앗…후우…응…구원님?"

    멍하니 정신줄을 놓고 있는 날 보고 위화감을 느낀 건지, 절정의 여운에서 간신히 벗어난 바넷사가 몸을 일으켜서 날 마주보려다가…사도 임명을 위해선 계속 삽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다시 엉덩이를 내 치골 쪽에 바짝 밀착시키며 섹시한 소리를 낸 후, 고개만 뒤로 돌려서 날 쳐다봤다.

    원래라면 그런 바넷사의 섹시한 행동에 기분이 엄청나게 업되야 정상이겠지만, 지금의 나로선 도저히 그런 기분이 될 수 없었다.

    "날…사랑하지 않는 거야?"

    "…하?"

    내 중얼거림을 듣고, 바넷사는 한쪽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사도 임명, 발동 조건이 날 사랑하는 건데, 발동이…날 사랑하지 않는 거지?! 날 속였어?!"

    "뭣…! 아닙니다! 사, 크윽…! 사랑합니다!"

    내 외침에 바넷사는 깜짝 놀라서는 몸을 일으켜 내 물건을 빼고 정면에서 날 바라봤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팔을 강하게 잡고,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강한 어조로 확실하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런 바넷사의 강한 사랑 고백을 듣고 나니, 나도 살짝 패닉 상태가 진정되는 게 느껴졌다.

    바넷사. 팔에 피가 안 통하는데 좀 놔주면 안 될까?

    아, 아니. 이게 아니지. 그래. 아무리 그래도 사랑 고백까지 거짓말은 아닐 거야.

    나한테 애무만 받아도 디아나에게 엄청 죄책감을 느끼던 애가 섹스까지 했고, 무엇보다 키스도 했잖아.

    그리고 아까 전에 방에서 디아나가 사과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역시나 바넷사는 날 좋아하는 게 맞긴 할 거야.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아, 잠깐만. 그렇다면 혹시….

    "누구보다도?!"

    "…아뇨. 그건…."

    그리고 예상대로, 이어지는 내 질문에는 바넷사도 살짝 말을 흐리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역시나! 역시나 그런 거였어!

    사도 임명의 조건은 호감도 100.

    물론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인 만큼 그 기준조차 정확하지 않은 상태지만, 게임에서 통용되던 법칙이 전부 통용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게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이미 누군가에게 최고로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인 인물의 호감도를 최대치로 올리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아니.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들어가는 수고가 장난 아니라고 할까?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는 상태처럼 보여도, 정작 호감도를 확인해보면 99에서 멈춰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니까 말이지.

    그리고 방금 보인 바넷사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내 예상은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마음속에서 넘실넘실 흘러나오는 질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그것도 방금 전에 고백을 한 사이인 바넷사에게 이정도로 질투를 느낀다는 게 스스로도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난 이런 성격인걸.

    게다가 이제 완전히 내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사도 임명을 하려다가 실패한 바람에, 더더욱 질투심을 심하게 느낀 건지도 모른다.

    "날 제일 사랑하니까 고백한 거 아니었어?! 어떤 새끼야! 대체 어떤 새끼가 나보다 더 좋은 건데?! 콱 모가지를 잡아다가…."

    "디아나님입니다."

    "확 끌어안고 키스해줘야지! 역시 우리 예쁜 디아나야!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니까!"

    휴우. 위험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그만 질투에 눈이 돌아가서 해선 안 될 발언을 할 뻔했잖아.

    아니. 보통 말이야. 남자라고 생각하잖아?

    다행이도 중간에 말을 잘 바꿔서 회피한 나였지만, 바넷사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바넷사는 마치 고백하기 전에 날 대하던 것처럼 차가운 눈으로 날 지그시 바라봤다.

    이대론 위험하겠군.

    나는 황급히 화제를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방면에서 난 인정받은 천재였다.

    "애초에 말이야! 디아나라니! 너 레즈비언이었어?!"

    "뭣…! 아닙니다!"

    "거짓말! 그럼 어떻게 그 타이밍에 디아나의 얘기가 나와?!"

    솔직히 말하자면, 살짝 레즈비언이 의심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게임에서의 얘기지만, 동성 간의 호감도는 보통 신뢰도란 명칭으로 따로 분류된단 말이지. 동성애자가 아닌 경우라면 말이야.

    "어디까지나 애정의 크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건 구원님뿐입니다!"

    하지만 바넷사는 그런 정확한 반론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님을 밝혔다.

    얘가 게임 시스템 같은 걸 알 리도 없으니, 아마 방금 한 말은 사실일 거다.

    그렇다면 그냥 정말로 단순히 호감도가 부족하다는 건가?

    내 자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아닌데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오해가 풀리고 나서도 나와 바넷사는 한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치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슬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먼저 눈을 돌리면 지는 거다.

    나는 먼저 선제공격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연호를 하다니. 너 대체 날 얼마나 좋아하는 거냐?"

    "크윽…. 그러는 구원님도. 제가 달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혼자서 착각하시고 눈이 돌아갈 정도로 흥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대체 절 얼마나…큿…조, 좋아하시는 건지 궁금할 정도군요."

    하지만 내 선제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바넷사는 또 다시 정확한 반론으로 카운터를 날렸다.

    이 녀석…중간에 살짝살짝 부끄러워하는 주제에 할 말은 확실히 하잖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넷사에게서 시선을 돌리지는 않았다.

    바넷사 역시도 지지 않겠다는 듯 굳은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또 한동안 서로 대치하다가…결국 이 침묵을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휴전하는 게 어때?"

    "좋습니다."

    다행이도 이 대치가 불편했던 건 바넷사도 마찬가지였는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제안을 승낙해줬다.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이 되고 나서, 우리의 행동은 재빨랐다.

    둘 다 디아나를 위기에서 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아쉽게도 사도 임명을 통해 기정사실 만들어버리기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황급히 바지를 하나 꺼내 입었다.

    그러자 바넷사가 내 바지를 강렬한 시선으로 빤히 바라봤다.

    "뭐, 뭐야?"

    "…그, 바지. 저도 하나 주실 수 없습니까?"

    "전부 빨아 놓은 거라 내 채취 같은 거 안 묻어있다."

    "제가 입으려는 겁니다!"

    내가 살짝 농담조로 말하자, 바넷사가 자신의 엉덩이 부분을 살짝 손으로 가리면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왜 나한테 화를 내냐. 애초에 내가 왔을 때부터 용인족 모습이었으면서.

    "그냥 그 상태로 가면 어때서?"

    물론 정사의 흔적이 좀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구멍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꼬리에 의해 대부분의 구멍이 가려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아까 섹스하는 동안 꼬리가 자라나면서 구멍이 좀 더 커지긴 했지만, 그건 바지를 살짝 내린 상태에서 구멍이 커진 거다.

    제대로 다시 올려 입은 지금은, 그 커진 구멍의 흔적은 꼬리 윗부분에 남아있었다.

    즉, 바넷사의 등허리 쪽이 살짝 뚫려있는 정도였다.

    게다가 그마저도 제비꼬리 모양으로 길게 나있는 집사복의 상의에 가려져있었기 때문에 겉보기엔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이 모습은…."

    하지만 바넷사는 답지 않게 주저하면서 꼬리를 흔들었다.

    역시나 용인족 모습이 트라우마인 건가.

    "난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나 말고도 다들 그렇게 생각할걸? 시험 삼아서 우리 애들한테 갈 때까지만 그 모습으로 있어보는 게 어때?"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라도, 나는 바넷사에게 솔직한 심경을 전하며 용인족 모습을 유지할 것을 권해봤다.

    "…그렇게, 그렇게 제 이 모습이 마음에 드십니까?"

    그러자 바넷사는 살짝 주저하면서도, 제발 긍정해줬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 바넷사가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원하는 답을 들려주지 않을 남자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응. 엄청나게 예뻐."

    "…구원님."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긍정해주자, 바넷사의 무표정이 살짝 감동받은 표정으로 변했다.

    야. 고작 그 정도 말로 그렇게 감동하지 마라.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지잖아.

    뭘 크게 칭찬한 것도 아니고, 진짜 예쁜 애를 예쁘다고 해준 것뿐인데 말이야.

    "그, 그리고 그 상태로 지내면, 꼬리만 없애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잖아?"

    그 분위기를 참기 힘들어진 나는, 결국 우리 애들 대하듯이 농담을 입에 담게 됐다.

    "…그, 그게 무슨?! 변태입니까?!"

    바넷사는 설마 그런 발상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는 듯이, 황급히 자신의 엉덩이 쪽으로 두 손을 가져다대며 날 엄청난 안광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변태라니! 방금 전까지 그렇게 한 거니까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는 거 아냐?! 애초에 말이야, 변태란 말이 어울리는 건 오히려 너잖아!"

    "하?"

    야.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무표정으로 그런 말투하지 마라. 무섭잖아.

    "너 또 내 바지 찢었잖아! 대체 이게 몇 벌 째인지 알아?! 너 사실 그런 취향인 거지?!"

    "아,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구원님도 제 뿔을 잡고…! 큿…."

    아까 전의 달콤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다시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게 됐다.

    "…휴전하는 게 어때?"

    "좋습니다."

    이대로 계속해봐야 서로에게 득 될게 없음을 깨달은 우리는, 황급히 휴전을 하고 우선 디아나 구출을 위해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바람에, 바넷사는 용인족의 모습인 채로 내 방까지 가게 됐다.

    음. 순조롭게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모양이군. 다 계산이라고. 계산. …정말이다?

    "알겠지? 사도 임명을 실패한 지금, 우리에게 내세울 건 서로에 대한 감정밖에 없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애들이 설득 될 때까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끊임없이 말하는 거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문 앞에 도착한 후 멈춰 서서 간단히 최종 점검까지 하고 난 다음, 우리는 황급히 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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