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570화 (554/1,205)
  • 570====================

    집사의 본심

    어떻게든 디아나를 달래는 것에 성공한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디아나가 일어나며 소란을 피웠을 테니 당연히 다들 일어나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방안의 모습은 디아나를 제외하면 내가 나왔을 때와 완전히 똑같았다.

    나는 우리 애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침대 위로 올라가서 텅 비어있는 한 가운데에 다시 몸을 눕혔다.

    그러자 다들 곤히 자는 와중에도 내 귀환을 직감적으로 깨닫기라도 했다는 듯, 동시에 내게 다시 안겨왔다.

    양옆의 실비아와 마틸다는 물론 내 옆에 찰싹 붙었고, 레이아는 내 머리가 자신의 허벅지에 닿자마자 다시 내 머리를 꽉 껴안아왔다.

    얼굴을 짓누르는 가슴의 감촉이 무척이나 황홀합니다.

    의식을 하게 되니, 디아나의 말대로 정말로 레이아의 가슴은 내 머리만 없으면 허벅지에 닿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크기가 커서 그런 것뿐, 처지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이렇게 상체를 숙여서 가슴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력을 거스르고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레이아의 가슴은 내 안면을 감싸면서도 아래로 찍어 누르는 묵직함보다는, 그저 부드럽게 감싸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렇게 안면으로 레이아의 가슴 감촉을 듬뿍 느끼면서, 나는 손을 아래로 내려서 다리 사이에 있는 사라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냥 이래도 베개를 베고 있게 놔둬도 아무 문제없겠지만, 사라만 혼자 떨어져있으면 따돌리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나는 사라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그 머리를 들어올려서, 베개를 치우고 다시 내 허벅지를 베게 만들었다.

    "으응…구워언…."

    그와 동시에 바로 사라가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얼굴을 고간에 박았다.

    으허헛! 그러니까 넌 왜 굳이 얼굴을 내 고간에 박는 거야?! 습관이야?! 혹시 습관이니?!

    아니. 물론 내 잘못도 있어.

    그도 그럴게, 겉보기엔 쿨해 보이는 사라가 눈을 치켜뜨고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빨아주면 흥분 되잖아? 그래서 사라한테는 그런 부탁을 조금 자주하는 감은 있어. 그래 인정해.

    그래도 설마 잘 때조차 이렇게 행동할 정도로 습관이 들었었다니.

    앞으로는 자제…아니. 이런 습관이 들었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지 않을까?

    어차피 사라가 같이 자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고.

    만약 나 말고 같이 자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건 우리 애들 정도일 거다.

    그러니 문제 될 건 전혀 없어. 응.

    아니. 결코 자제하기 싫어서라든가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하고 양옆에서 달라붙어있는 실비아와 마틸다의 머리 밑에 있는 베개를 빼내고 대신 내 팔을 베게 하고 나자, 디아나를 제외하면 아까 전 바넷사가 들어오기 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게 됐다.

    그리고 유일하게 여기 없는 디아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아마 바넷사와 얘기를 하려는 거겠지.

    바넷사, 괜찮은 걸까.

    사실 바넷사가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나한테 있는 만큼 어떻게든 커버를 쳐주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디아나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면서 내 말을 잘라먹었다.

    그리고 토닥토닥 공격을 더욱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결국 나는 디아나가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럴 거면 괜히 그렇게 비밀 엄수까지 다짐시켜가며 펄슨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는데.

    심지어 그 펄슨 얘기마저 결국 디아나한테 들켰고.

    바넷사도 바넷사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상황에서 비밀을 지켜줄 생각을 하냐?

    그야 물론 엄청나게 고맙지만 말이야. 너무 고지식하잖아.

    아무리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도….

    그래. 그러고 보니 그 바넷사가 디아나에게까지 비밀을 지키겠다고 했단 말이지.

    그렇게 말했을 때 보였던 바넷사의 반응은…역시 그런 걸까?

    솔직히 말해서 그런 식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렇게 생각하기엔 바넷사의 반응이 너무 차가웠으니까.

    아니. 과연 그럴까? 정말로 그것뿐일까?

    사실은 나도 은연중에 눈치 채고 있었으면서, 우리 애들을 배신할 수 없단 생각에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것뿐인 건 아닐까?

    욕조에서 자위하고 있는 바넷사를 발견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바넷사를 떠봤던 나다.

    하지만 그때마다 곧바로 아닐 거라고 단정지어버린 건 역시나 그런 생각이 무의식중에 작용한 거 아닐까?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바넷사가 정말로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난 대체 어떻게 해야….

    으아아아! 그러니까 이 생각은 하면 안 된다니까!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아까 디아나가 날 그렇게 믿고 있었던 거 못 봤어? 난 이 이상 우리 애들을 배신하면 안 된다고!

    내가 그렇게 혼자서 끙끙대며 번민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방문이 덜컥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눈이 부드러운 두 개의 언덕으로 가려져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이 방에 노크도 없이 문을 연 거다.

    들어온 사람이 누구일지는 불 보듯 뻔했다.

    "토옷!"

    타다다닥 하는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귀여운 기합과 함께 갑자기 내 몸위로 충격이 느껴졌다.

    물론 충격이라고 해도 디아나의 바디 어택이다.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데미지는 없었지만.

    "디아나 왔어?"

    "음!"

    내가 고개를 살짝 들어서 레이아의 가슴을 밀어내고 디아나를 바라보며 말하자, 내 몸 위로 올라탄 디아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다지 화나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바넷사와 얘기는 잘 일단락 된 걸까?

    "바넷…우왓! 디, 디아나? 왜 그래?"

    바넷사의 감정운운은 둘째 치더라도,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 만큼 일단 얘기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다.

    때문에 일단 바넷사 얘기부터 빠르게 확인해볼 생각이었던 나였지만, 갑자기 디아나가 굳은 얼굴로 내 얼굴을 쪼물딱쪼물딱 만져대기 시작했다.

    "멋져서 그러네!"

    어, 으, 응. 고마워. 근데 왜 소리를 치면서 말하냐?

    화난 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디아나는 계속해서 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대체 낭군님은 왜 이렇게 멋진 겐가?!"

    "…디아나. 혹시 화 난 거 아니지?"

    "화 안 났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만져대는 손에 조금 더 힘을 담았다.

    난 대체 이걸 어떻게 반응하면 좋은 거냐.

    "우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밤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 몸이 괜한 말을 해서는…아니지. 하지만 본처로서 그때 그 발언은…우으으으!"

    디아나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내 두 뺨을 잡고는 양쪽으로 쭈욱 잡아당겼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누가 본처냐를 두고 싸우다가 오늘 밤을 마틸다한테 양보하고 그 다음엔 다시 사라부터 차례대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다.

    "그렇게 아쉬우면 지금 여기서 해버릴까?"

    "그,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아!"

    내가 살짝 장난기 어린 어조로 말하자, 디아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손으로 만지고 있던 내 얼굴을 찰싹찰싹 때려댔다. 물론 데미지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 반응, 좀 더 잘 구슬리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나도 진짜로 할 생각은 없지만.

    특히 사라가 내 고간에 얼굴을 박고 있는 거다.

    진짜로 엄한 짓을 했다가 무슨 짓을 당하려고.

    그리고 신경쓰이는 것도 있고 말이다.

    자기 방에 갔다고 생각했더니, 돌아오자마자 이런 반응이라니.

    바넷사랑 얘기하러 갔던 것 아닌가?

    바넷사랑 얘기하면서 내가 얼마나 멋진지 새삼 깨닫거나 했을 리도 없고 말이야.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직접 디아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디아나,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무 일도 없었네! 뭔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았다는 겐가!?"

    하지만 디아나는 뭔가 욱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찰싹찰싹 만져대기를 반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바넷사랑 얘기하러 간 거잖아? 혹시 바넷사한테 화난 거면 용서해줘. 내가 억지 부려가면서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 거야. 바넷사는 아무 잘못 없어."

    "자네가! 자네가 그러니까!"

    "응? 그러니까?"

    "왜 이렇게 멋진 겐가아?!"

    "새삼 반했어?"

    "이 몸 얘기가…! 새삼 반했지만 말일세! 무으으읏!"

    아니. 그러니까 대체 넌 칭찬을 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화내고 싶은 거냐?

    결국 얘가 왜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고.

    "후우…."

    내 얼굴을 찰싹찰싹 거칠게 만져대는가 싶더니 키스를 하고, 다시 찰싹찰싹 만져대던 디아나.

    제법 오랫동안 그 행동을 반복하던 디아나는, 한참을 지난 후에야 만족했다는 듯이 내 얼굴에서 손을 뗐다.

    아니. 저건 만족했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이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 얼굴을 가지고 노는 걸 그만뒀다는 느낌인가?

    아무튼 그렇게 내 얼굴에서 손을 떼고 난 후, 디아나는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곧장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의 몸이 내 몸에서 떨어진다 싶더니, 내 몸이 붕 떠올라서 바닥에 서게 됐다.

    아까 그렇게 고생해서 벗어났던 상황을 이렇게 손쉽게…이것이 마법인가.

    …응? 잠깐만. 바넷사 걔도 마법 쓸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럼 아까는 왜 굳이 손으로 날 건드려가면서 해방시켜줬던 거지?

    "가게."

    "응?"

    그렇게 의문에 젖어있었을 때, 디아나가 날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바넷사와 얘기하고 오라는 말일세. 이 몸에게 변명을 할 것이 아니라, 바넷사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나?"

    디아나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가서 앉더니, 날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과연. 그런 뜻이었나.

    역시 디아나는 바넷사를 혼내거나 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뭐, 우리 똑똑한 디아나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확실히, 남은 건 내가 바넷사에게 사과하는 것뿐이다.

    "고마워. 다녀올게."

    "씨잉. 다녀오게나!"

    디아나의 마음씀씀이에 감격하면서 내가 말하자, 디아나는 어째선지 더더욱 토라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획하고 돌려버렸다.

    결국 디아나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우선은 디아나가 시킨 대로 바넷사한테 사과부터 하고 올까?

    바넷사와 얘기하다보면 디아나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자연히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기세 좋게 방문을 나선 나였지만, 나오자마자 바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그건 바로, 바넷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아직까지 디아나의 방에 있을 리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좋아. 한 번 해볼까.

    "바넷사!"

    나는 손뼉을 치면서 허공에 대고 바넷사를 불러봤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넷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내 등 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복도 끝에서 바넷사가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고 있는 게 보였다.

    집사로서 품위를 잃고 뛸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빠르게 이 자리를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 빠른 걸음.

    아니. 대체 왜 도망가는 건데?

    설마 디아나한테 한 소리 들어서?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 디아나가 날 보낸 거라고.

    "야! 바넷사!"

    품위 따위 눈곱만큼도 신경 안 쓰는 나는 얼른 바넷사의 뒤를 쫓아갔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도 바넷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빨리 걷기와 달리기에는 속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나는 금방 바넷사를 쫓아갈 수 있었다.

    "야. 멈추라니까!"

    "흣…!"

    내가 그 팔뚝을 잡아서 멈춰 세우자, 그제야 바넷사는 몸을 크게 움찔 떨면서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대로 팔뚝을 잡은 손에 힘을 줘서 바넷사의 몸을 돌리자, 드러난 바넷사의 얼굴은….

    "…야. 너 설마 울었냐?"

    "…안 울었습니다만."

    뻔히 보이는 거짓말 하지 마라 이것아.

    아직도 눈가랑 목소리가 촉촉하게 젖어있는데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왜 그래? 혹시 디아나가 많이 혼냈어?"

    "아닙니다!"

    아닌 걸 알면서도 내가 그렇게 묻자, 바넷사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켜면서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럼 그렇지. 두 주종의 관계는 변함없이 굳건한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제 계산대로라면 원래 이번 편에 바넷사와의 대화까지 끝날 예정이었는데 말이죠.

    강철의혼, 닭구, 마법사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