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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64화 (54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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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첫날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에 잠시 당황하고 말았지만, 나는 이내 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잘 생각해봐. 상대는 실비아라고? 내 말을 따르지 않을 리가 없잖아?

분명 잘못들은 거야. 안 그래도 얘가 지금 발음이 새고 있으니까 말이야.

뭔가 다른 말을 하려고 했던 게 분명해.

"시, 실비아? 지금 뭐라…아니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거절한 거 아니지?"

"우으…."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 실비아는 내게서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움츠러들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들은 게 맞았던 모양이다.

"어, 어째서? 혹시 사도 임명 받기 싫어?"

"아, 아임니다아! 절대! 졀대루 아임니다아아!"

다행이 그런 건 아니었는지, 이번 질문에는 큰 목소리로 부정하는 실비아.

뭐, 이번엔 나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물어본 거였지만 말이야.

만약 사도 임명이 싫은 거면 지금까지 봐왔던 실비아의 모습이 전부 거짓이란 건데,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우읏…. 그치만…그치마안…."

실비아는 내 명령을 거부하는 게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그래도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샤도 임며엉…저, 저도 제대로오…느끼고 싶습니다아…."

응, 그래. 결국엔 이런 얘기일줄 알았다고. 그럼. 알고 있었고말고.

얘 진짜 왜 이렇게 귀엽냐.

하지만 실비아가 귀여운 것과, 이 투정을 받아주는 건 별개의 문제이기도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실비아 본인의 목숨이 걸린 문제니까.

나로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놓고 싶은데 말이야.

"음…. 실비아? 들어봐. 실비아의 그 마음은 나도 기뻐. 하지만 실비아."

"쥬, 쥭지 안케씁니다!"

말로 실비아를 설득해보려 했던 나였지만, 실비아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 안다는 듯 필사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내게 매달려왔다.

야.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건 그만둬라. 너무 귀엽잖아.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필사적이 되는 실비아의 심정도 이해가 됐다.

사도 임명이란 건 진짜로 평생에 한 번 있는 일이니까 말이야.

게다가 요즘은 우리 애들끼리 나 없는 자리에서 은근히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나누는 모양이니까, 어쩌면 다른 애들한테 사도 임명이 어떤 느낌인지 대충 전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야 기대되겠지.

"…자신 있어?"

"네, 네헤?"

"안 죽을 자신 말이야. 자신 있는 거지?"

"……우으."

"야. 거기서 대답을 못 하면…."

"무, 물론 입니다! 이, 이씀니다아!"

"정말이지? 만약 죽기라도 하면 나 평생 너 미워할 거다?"

"우으으으…정말 이씀니다아아…."

아니. 그러니까 동공 지진하면서 울려고 하지 말라고.

안 죽으면 되는 문제잖아.

"…좋아. 그럼 지금부터 한다?"

아무튼 실비아의 의지를 꺾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결국 다른 생각으로 주의를 돌리거나 하는 일 없이 사도 임명을 해주기로 했다.

믿는다. 실비아. 믿는다. 힐링 섹스.

속으로 그렇게 기도하며 사도 임명을 발동하자, 눈앞에 인장을 새기는 시스템창이 바로 나타났다.

실은 실비아의 인장을 어디에 새길지는 진작 정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인장의 위치와 크기를 조정하려했다.

"자, 쟘깐 기다려주십시오! 정말, 정말 잠시만!"

하지만 그 조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비아가 황급히 내 몸을 끌어안고 내 가슴에 얼굴을 박으면서 날 말렸다.

야. 그러고 있으면 안 보이잖아.

"응? 왜 그래?"

"쟈, 잠깐 마음의 쥰비가아…."

야. 오늘 밤새 사도 임명을 위해 노력해왔던 건데,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거냐.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귀여우니까 용서한다.

나는 기꺼이 실비아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래. 준비 되면 말해."

"가, 감샤함니다아…. 하앗…후우…하앗…후우응…!"

실비아는 여전히 내 가슴에 얼굴을 박은 채로, 호흡을 정돈해보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있는 만큼, 호흡이 정돈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칠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말이다.

뭐, 여전히 실비아의 안에 있는 내 물건이 꿈틀꿈틀 반응한 것도 실비아의 숨이 정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테지만.

그럼 꿈틀대지 말라고? 아니. 이건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도 그럴 게, 얘 지금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심호흡하고 있는 거라고. 가슴팍에 달콤한 숨결이 끊임없이 느껴진단 말이다. 어쩔 수 없잖아.

"후으으읍! 네헵! 돼씁니댜햐아아아!"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어떻게든 간신히 호흡을 정돈한 실비아는 마치 기합이라도 넣듯 두 손으로 자신의 두 볼을 찰싹 때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그 가지런한 앞머리를 살짝 뒤로 넘겨주자 바로 다시 녹아내렸지만.

얘 진짜 괜찮을까?

"괜찮아? 간다?"

"네, 네혀에엣!"

당황하고 있는 건지 대답을 하는 건지 애매한 말투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아마 대답한 모양이다.

좋아. 그럼 어디.

나는 다시 실비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사도 인장의 위치를 조절했다.

실비아에게 인장을 박을 장소는 바로 이마.

성감대가 아닌 머리로 쾌감을 느끼는 실비아에게는 이보다 적절한 장소는 없겠지.

사실 여자의 얼굴에 표식을 남긴 다는 게 조금 거부감이 들어서 고민하기도 했지만, 역시 실비아의 인장 위치는 여기가 제일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여차하면 인장 위치는 언제든 옮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앞머리를 뒤로 넘기고 드러난 실비아의 고운 이마 위에 세심하게 사도 인장의 위치를 조정했다.

중앙의 하트와 양옆으로 펼쳐진 날개가 마치 티아라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흐햐아아아아…."

내가 진지한 얼굴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다.

실비아는 아직 인장을 새기기 전인데도 상당히 버거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은 건지 몸의 떨림마저 꾸욱 참아내면서 버텨주고 있었다.

그래. 위치 조정은 끝났고. 색은…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옅게.

물론 평소엔 앞머리로 인해 가려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예쁜 얼굴에 진한 흔적을 남기는 건 거부감이 드니까 말이다.

나는 지근거리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색을 옅게 조절한 후에 사도 인장 설정을 완료했다.

"하으으으으으으응!"

그리고 그 순간, 실비아의 몸이 고꾸라지듯 앞으로 확 넘어지면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내 물건을 감싸고 있는 음부의 주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내 물건을 꾸욱꾸욱 조여 왔고, 내 가슴 위에 올리고 있던 손은 거칠게 아래로 내려가더니 침대 시트를 찢을 기세로 꽈악 말아 쥐었다. 아니. 찢을 기세가 아니라, 진짜로 찢어졌다.

내 가슴에 정수리를 박은 채 푹 숙이고 있는 얼굴 부근에서는 내 복부를 향해 눈물과 타액을 뚜욱뚜욱 떨어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실비아의 반응 중에서도 제일 격렬한 반응.

예전에 우리 파티 가입 전 실비아가 내 스킬에 당했을 때. 완전히 이성을 잃고 날 바닥으로 업어친 다음 강제로 관계를 가지려했던 그때가 생각날 정도로 강렬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렬한 반응을 보인다는 건, 반대로 말해서 실비아가 죽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물론 실비아의 굳은 의지나 힐링 섹스의 힘을 믿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나는 실비아의 그런 반응을 보면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드디어 실비아에게도 사도 임명을 해주는 것에 성공한 거다.

"후읏…흐응…하앗…구워…으응…구원니이임…저…저어…."

10분? 20분? 아니면 그보다 더?

상당히 오랜 시간 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바들바들 떨던 실비아는, 이제는 더 이상 몸을 떨 힘도 없다는 듯 탈진상태가 되어서 축 늘어지며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래. 잘 했어. 실비아. 이걸로 이제 너도 완전히 내거야."

"흐그윽…네엣…! 네엣!"

내가 그 몸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자, 실비아는 감동에 벅찬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눈물을 훔치듯 내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 겨우 격해진 감정이 조금 진정된 후, 나는 드물게도 바넷사가 부르러 오기 전부터 말끔히 몸을 씻게 됐다.

사실 다른 애들과 으레 그래왔듯이 실비아하고도 바넷사가 오기 전에 한 번 더 관계를 맺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사도 임명으로 고양된 상태에서 한 번 하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실비아의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대로 끝나는 건 아쉬웠기 때문에 같이 씻기라도 하자고 꼬드겨 봤지만, 그것마저도 실비아가 내뱉은 말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직 쥭고 싶지 안쑵니다아!"

두 손으로 이마를 꾸욱 누르면서 저렇게 말하는 데, 그 이상 꼬드길 수가 있어야 말이지.

사도 임명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어도, 실비아는 역시 실비아였다는 얘기다.

아무튼 그런 고로 홀로 쓸쓸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였지만, 막상 나와 보니 침대 위에 실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벗어둔 옷은 그대로 있는 걸 보니 어디 가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 순간, 내 귓가에 귀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에헤헤헤…헤헷…헤헤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벽 한쪽에서 실비아가 한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뒤로 넘긴 채 거울을 바라보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인장을 상당히 옅게 새겼기 때문에 거울로 확인할 때도 얼굴을 바짝 들이밀지 않으면 제대로 보기 힘든 건지, 실비아는 거울에 거의 달라붙을 기세로 얼굴을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내가 씻고 나왔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좋아?"

"네헷! 헷? 흐야앗! 우, 우아앗! 이, 이건! 구, 구원님! 그러니까 이건!"

그런 실비아에게 몰래 다가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보자, 실비아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 곧바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부끄러워했지만 말이다.

"좋아해주니까 나도 기쁘긴 한데, 우선 씻는 게 어때? 밤새 해댔던 거니까 조금 찝찝하지?"

"아, 아닙니다! 오히려…! 아, 아우으…씨, 씻고 오겠습니다아…."

실비아는 대화를 하다말고 새빨갛게 굳어져서는 한 차례 바르르 떨더니, 한 손으로 앞머리를 넘겨서 이마를 깐 상태 그대로 쪼르르 욕조 쪽으로 도망가 버렸다.

야. 오히려 뭔데. 그렇게 말을 끊으면 궁금하잖아.

아무튼 그렇게 실비아까지 몸단장을 마치고 난 후, 나는 바넷사가 올 때까지 실비아를 껴안고 실비아테라피를 즐겼다.

밤을 꼬박 새면서 안고 있었던 실비아의 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안고 있으면 정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구원님. 사라님. 아침 식사의 준비가 끝났습니…!"

물론 나와는 달리 실비아는 오히려 고양되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때문에 바넷사가 방문을 두드린 순간, 실비아는 쏜살같이 내 품에서 벗어나서 문을 벌컥 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그러고 보니 실비아는 귀족이면서 집사한테도 존댓말을 하는구나.

다른 집도 아니고 디아나네 집사라서 그런 걸까?

아니. 생각해보니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던가?

평소에 나한테 워낙 존댓말이 어울리는 태도를 취하다보니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냥 존댓말이 습관인 걸까?

"…네, 네…. 안녕하십니까…."

아무튼 내 방에서 설마 실비아가 튀어나올 줄 몰랐는지, 우리의 철혈집사 바넷사는 생각 외로 엄청나게 당황하면서 실비아의 인사를 받아줬다.

"실비아님이 왜…크흠.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구원님. 실비아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물론 철혈집사답게 곧장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바넷사는 주위를 둘러봐서 사라가 없는 걸 확인 한 후, 나와 실비아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방금 전에 보였던 모습은 예상외인데.

물론 사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비아가 튀어나오면 당황스럽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놀랄 이유가 있나?

아리송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이미 무표정으로 돌아온 바넷사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일어나자마자 한 편 더 써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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