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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59화 (54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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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보내준 마지막 선물

    "그래. 그런 거지. 결국 이 바다는 우리의 눈물로 채워진 건지도 몰라."

    일부러 과장되게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연극체로 중얼거려보는 나였지만, 그런 내 태도에 우리 애들은 그저 안쓰러운 시선만 보낼 뿐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지. 이런 농담을 하기 위해."

    "알고 있네. 이 몸은 전부 이해하네. 그러니까 우선 그것부터 버리면 어떻겠나? 지지일세. 지지."

    마치 어린애를 달래주기라도 하듯이, 디아나가 까치발을 하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상냥하게 그렇게 말해줬다.

    지금은 그 상냥함이 너무 아프다.

    "지지라니! 애 취급 하는 건 둘째 치고 펄슨한테 지지라니! 버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 네 말대로 펄슨은 죽었어! 하지만 내 등 뒤에서, 이 가슴 속에서! 하나가 되어 살아…!"

    "흐윽! 구원씨…!"

    울컥하는 날 보고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듯, 레이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 아니. 천사님! 그런 게 아니라 말이죠!

    나는 당황해서 천사님께 손을 뻗었지만, 천사님은 오히려 그런 날 안심시키려는 듯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서 꼬옥 잡아줄 뿐이었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요. 구원씨."

    그렇게 말하면서, 천사님은 마치 날 부축이라도 하듯 내 허리에 한쪽 팔을 휘감고는 날 앞으로 인도했다.

    그래. 여기는 현재 4계층의 마을.

    그리고 나는 지금 우리 애들한테 마치 보호라도 받듯이 둘러싸여서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연행되는 중이었다.

    "아, 아니. 난 정말로…!"

    "우선 그것부터 놓고 얘기하시는 게 어떤가요?"

    나와 붙어있는데도 핑크빛 모드가 될 징조조차 보이지 않고 연민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마틸다의 말에, 나는 황급히 펄슨이었던 것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마틸다의 시선이 더욱더 연민으로 가득 차게 됐지만.

    "아니. 일단 이것도 몬스터 잡아서 나온 아이템이니까! 버리긴 아깝잖아?"

    "…우으. 구원니이임…."

    물론 그런 내 변명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아니. 실비아야. 그러니까 울려고 하지 말아줄래? 울고 싶은 건 나란다.

    그보다 너, 맘만 먹으면 이렇게 나랑 붙어있어도 아무렇지 않잖아.

    좋았어. 그럼 이 기회를 살려서 집에 가면 곧장 사도 임명 시도를….

    그런 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지. 응. 나도 알아.

    나는 순순히 우리 애들한테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야! 구워어어언! 이 새끼야아아!"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길드에 도착하니, 거기엔 어째선지 앨리시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화가 난 채로.

    뒤에 삼인방도 보이지 않는 거나 저 반응을 보면, 아예 작정하고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체 쟨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하지만 이건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전에 4계층에서 만났을 때는 그 기세에 쫄아서 그만 도망가 버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앨리시아의 저 분노는 현재 우리 파티를 감싸고 있는 이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아주 좋은 자극제가 되어 줄지도.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겁먹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애초에 잘못한 게 없으니까.

    "오오! 앨리시아! 간만이다!"

    "잘도 그딴 식으로 주둥아리를 놀릴 수 있군! 앙?! 너 오늘 제대로…!"

    "당신 지금 아픈 사람한테 뭐하는 짓이에요!"

    내 인사를 도발로 받아들인 듯 더 폭주하려했던 앨리시아였지만, 그 앞을 우리의 용사님이 막아섰다.

    과연 용사님. 잘도 저 흉포한 기세에 쫄지 않고 당당히 맞서네.

    "앙?! 관계없는 년은 꺼져…엉? 아픈 사람?"

    "그래요! 구원은 지금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당신이야 말로 꺼지시죠?! 관계없는 사람씨! 난 구원이랑 깊은 관계라 빨리 데려가서 보살펴줘야 하니까!"

    "저, 정신이 불안정해? 그게 무슨 말이야?"

    "당신도 구원이 4계층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거 아니야?! 그럼 4계층에 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예상할 수 있지 않아? 아니면 그것도 못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거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에 찰싹 붙어서는 한쪽 팔을 자신의 가슴에 꼬옥 감싸 안았다.

    우와아. 우와아아…. 사라야 너 진짜….

    아니. 원래부터 앨리시아는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말이 평소보다 험악해지는 건 이해하고, 앨리시아의 험한 말투에 화난 것도 이해는 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우와아….

    "뭐, 뭐, 뭣…!"

    되로 줬다가 말로 두들겨 맞은 앨리시아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응. 이해한다. 미안. 우리 용사님이 화나면 말로 명치를 때리는 경향이 있어.

    "그럼 4계층에 못 온 것도…4계층에서 바로 다시 얼음동굴로 돌아간 것도…아니. 야. 그래도 그럼 나중에 보잔 말은 뭐였냐?"

    하지만 앨리시아도 괜히 최강 클랜의 간부씩이나 하는 터프함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날 바라보며 아까보다 훨씬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완전히 제정신은 아닌지, 사라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내게 말을 건 거지만.

    평소 성격이라면 사라 말을 듣고 욱했을 텐데 말이야.

    "응? 지금 봤잖아?"

    "……아. 응. 그래."

    내 대답에 푸욱하고 한숨을 쉬는 앨리시아였다.

    한 번 분노가 꺾인 바람에 아무래도 좋아진 모양이다.

    말을 종합해보자면, 결국 앨리시아가 화난 이유는 나랑 같이 4계층을 탐험할 생각이었다는 거야?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나눈 말들이 같이 가자는 뜻이었고, 내가 그러자고 해놓고 엿을 먹여서 화가 난 거야?

    …과연. 화날만하네.

    그리고 내가 3계층에 가자고 했을 때 우리 애들이 그런 표정을 지은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 있었으면 얘기 좀 해주지. 난 전혀 몰랐잖아.

    뭐, 우리 애들은 앨리시아 얘를 경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탓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걱정할 거 없는데 말이야. 얜 친구라고 친구.

    "알았으면 비키시죠?"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내 앞을 가로막는 앨리시아를 옆으로 밀치려고 했다.

    밀쳐지지 않았지만.

    그리도 한 동안 대치가 계속됐다.

    앨리시아의 어깨를 붙잡은 사라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할 무렵, 먼저 입을 연 건 앨리시아였다.

    "그래서. 뭐 트라우마가 재발했다고? 나약한 녀석. 요즘 성자님이니 뭐니 하면서 떠받들여지는 모양인데, 역시나 병아리는 병아리란 거잖아. 하여간 어쩔 수 없는 녀석이군. 그래도 네 모험가 신고식을 치러준 몸으로서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지. 누나가 업어서 데려다 줄까?"

    게다가 사라를 향해 말을 거는 게 아니라, 자기를 옆으로 밀쳐내려 하는 사라를 완전히 무시하고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짐짓 태연한 말투로.

    사라가 스탯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힘을 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레벨이 압도적인만큼 힘으론 앨리시아한테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근력 스탯 자체도 앨리시아가 아마 훨씬 더 높을 테고 말이다.

    "이이익! 당신이 앞을 막고 있어서 못가는 거잖아! 지금 한시가 급하다고!"

    그리고 그런 앨리시아의 반응에 이번엔 사라가 분노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헹. 걱정 마셔. 내가 업고가주면 훨씬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으니까."

    물론 앨리시아는 그런 사라를 보고도 전혀 겁먹지 않았지만.

    아니. 사라는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가 가지만 말이야. 앨리시아 너는 괜히 그렇게까지 사라랑 기 싸움할 필요가 있냐?

    물론 사라가 아까 말을 험하게 해서 화난 건 이해하는데, 일단 먼저 입을 험하게 놀린 건 너잖아.

    아무튼 이대로 계속 놔두면, 둘의 대치가 그냥 기 싸움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뭐,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사라가 본격적으로 싸움을 벌일 거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말이야.

    사라한텐 내가 최우선이고, 사라는 지금 날 무척이나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일단 내가 말리는 게 좋겠지?

    "둘 다…."

    "앨리시아양."

    하지만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디아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응? 아, 네."

    앨리시아는 처음엔 여유 만만한 말투로 대답했지만, 자기한테 말을 건 게 누구인지 확인한 다음 바로 다시 존댓말로 바꿨다.

    아무리 야생마처럼 날뛰는 앨리시아라도 디아나랑 맞먹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두 번 말 안 하겠네. 이 몸들은 지금 급하네. 낭군님 앞에서 비키게."

    디, 디아나야?

    그 디아나답지 않은, 남을 찍어 누르는 듯한 고압적인 말투에 나는 힐끔 디아나의 얼굴을 엿봤다.

    …얘도 엄청 화나 있잖아.

    한 시가 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계속 앨리시아가 길을 막고 있자, 과연 디아나도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 일도 아니고 나랑 관련된 일이니까 말이야.

    아니. 디아나뿐만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라나 디아나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 모두가 앨리시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앨리시아.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응? 알았지?"

    "어, 어. 응…."

    나는 황급히 앨리시아한테 그렇게 말을 걸면서, 옆으로 비키라고 손짓을 했다.

    사라에게만 신경 쓰고 있던 앨리시아도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했는지, 어색한 표정으로 옆으로 비켜줬다.

    그리고 앨리시아가 옆으로 비키자마자, 우리 애들은 인사도 안 하고 황급히 날 데리고 길드를 빠져나가려 했다.

    "어? 얘들아! 잠깐만! 길드에 귀환 보고를…!"

    "제가 하겠습니다!"

    실비아의 기특한 행동에 가로막혀, 나는 결국 레이첼 누님께 인사도 못 나눠보고 그대로 저택으로 연행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후에 어떻게 됐냐고 하면….

    "자, 구원씨. 아앙. 하세요."

    "아앙."

    "후훗. 네. 아앙. 응. 후훗. 맛있으세요?"

    "으, 응. 맛있어."

    "구원 여기는 어때? 시원해?"

    "으, 응. 사라의 마사지는 언제나 최고지."

    "그럼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내 손길에만 몸을 맡겨. 복잡한 생각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여기는 어떠세요? 저도 이런 건 제법 잘 한다고요."

    대충 상황파악이 되지?

    그래. 난 지금 우리 애들한테 마치 환자처럼 돌봐지고 있었다.

    그것도 다섯 명이 전부 달라붙어서.

    레이아는 내 옆에 앉아서 과일을 직접 먹여줬고, 사라와 마틸다는 각각 내 양옆에서 팔다리를 마사지 해줬다.

    "이건 어떤가? 이런 식으로 마나를 활성화시키면 몸이 차분해지…자, 자네도 참. 여기도 편하게 해줬으면 하는 겐가? 조, 조금만 참을 수 없겠나?"

    그리고 디아나는 내 하복부에 손을 얹고, 마나를 불어넣어서 돌렸다. 이러면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나.

    하복부에서 디아나의 손이 꼼지락 거리다보니 가끔 내 물건이 서서 디아나의 손까지 닿기도 했지만, 디아나는 평소처럼 얼굴을 붉히며 화내지 않았다.

    아니. 물론 얼굴은 붉어졌지만,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안하단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내 물건을 바지 위로 쓰다듬어주기까지 할 정도였다.

    만약 내가 참을 수 없다고 대답하면 어떻게 해줄 셈인 걸까?

    귓가에 해보라고 꼬드기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이성을 총동원하여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욕망을 채우는 건 아니잖아.

    "우으으으…."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비아로 말하자면, 내가 맨날 실비아를 껴안고 실비아테라피니 뭐니 하면서 힐링했던 걸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매번 그럴 때마다 정신이 나가서 제정신도 아니었던 주제에.

    그래서 실비아는 지금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응. 솔직히 힐링된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는 건 말이지….

    "얘들아. 그러니까 난 딱히 정신이 불안정한 게…."

    "자, 구원씨. 아앙."

    "아앙. 아, 아니. 그러니까!"

    천사님! 치사해요! 천사님이 아앙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입을 열고 받아먹을 수밖에 없잖아요!

    "낭군님. 이 몸이 뭐라고 했는가?"

    "아무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히 먹으라고."

    "지금 이 몸에게는 낭군님이 뭔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이네만?"

    "아니. 그러니까 이건…으읍!"

    디아나는 여전히 한 손을 내 하복부에 댄 상태로, 내 몸에 달라 붙어와서 키스를 했다.

    "아앗! 디아나! 치사해요!"

    "아음. 쪽. 낭군님이 머릿속이 복잡해보이니 조금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뿐일세. 응…."

    아니. 그러니까 난 진짜 괜찮다니까.

    뭔가 점점 저항하는 게 부질없어졌다.

    게다가 지금 이 그림.

    다섯 명이 전부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뭔가를 해주려고 하는 이 그림.

    그야말로 하렘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그림 아니야?

    내가 왜 이걸 거부할 필요가 있는 거지?

    아니. 그래도 우리 애들이 오해로 인해 동정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는 건….

    그런 내 내면의 갈등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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