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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강림을 위하여
오랜만에 던전에 가는 것 치고는 상당히 긴장감 없는 모습을 보여준 우리였지만, 그것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할 때까지 뿐이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3계층으로 이동한 후에는, 다들 하나같이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확실히 오랜만의 던전행이다.
그나마 수영을 할 수 있었던 사라, 디아나, 레이아는 날 찾기 위해서 내가 조난당한 동안 계속 던전 안을 돌아다닌 모양이지만, 실비아나 마틸다는 4계층의 마을 안에 있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못했던 모양이니까 말이야.
오히려 긴장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인 건지도 모르겠다.
좋아. 그렇다면 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어디 한 면 가벼운 농담을….
"구원씨…괜찮으시죠?"
내가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을 때, 레이아가 가볍게 내 팔에 매달리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헤헷. 우리 천사님. 어젯밤 이후로 더욱 내게 지극정성이 되신…거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니. 우리 천사님은 처음부터 내게 지극정성이셨으니까. 그보다 더 지극정성이 될 수는 없다고 할까.
아니. 그게 아니라, 천사님은 정말로 날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애들도, 자세히 살펴보니 다들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날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즉, 얘들은 오랜만에 던전에 와서 긴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내가 던전에 왔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거였다.
"그럼. 당연히 괜찮지. 설마 내가 던전에 트라우마 같은 거라도 생겼을까봐?"
그런 애들의 반응을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대꾸해줬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농담조로 말을 해도, 우리 애들은 긴장을 풀기는커녕 더욱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 진짜로 괜찮은데…. 나 그렇게 섬세한 놈 아닌 거 알잖아?
아니. 물론 그렇게 긴 시간동안 조난당해 있었으니까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말이야.
이거 어쩌지. 말로 해결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좋아. 말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직접 보여주면 그만이지.
내가 멀쩡한 모습으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걸 보면, 얘들도 괜한 걱정은 하지 않게 될 거다.
"자, 자아! 그럼 가 볼까!"
그런 고로, 나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애들을 한층 더 밝은 목소리로 이끌며 마을 밖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이런 날일수록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평소라면 몬스터를 두세 부대쯤은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걸어왔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3계층 마을에 전보다 사람의 모습이 늘어났던 것 같기도….
아무튼 지금은 몬스터를 상대해야한다.
나는 자신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몬스터의 모습을 찾았다.
다만, 내 그런 모습은 다른 애들 눈에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구원…힘들면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굳이 무리할 필요는…."
사라야. 너까지 왜 그러냐?! 나 진짜로 괜찮다니까!
젠장. 빨리 몬스터를…그때, 내 귀에 조그맣게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틀림없어. 지금 누군가가 싸우는 중이야.
좋아! 갈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웬만하면 다른 모험가의 싸움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룰이란 거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우선은 몬스터 앞에서도 멀쩡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해.
그리고 혹시 알아? 지금 저기서 싸우고 있는 모험가가 곤경에 처해있을지.
그런 생각으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던 곳에 돌진한 나였지만, 그곳에선 예상 외의 광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오오오오오!"
참고로 말해두는데, 몬스터가 내는 소리 아니다. 내가 낸 소리야.
내 입에서 무심코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을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 예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것이었다.
"넌 거기 붙잡아!"
"좋아! 그대로 확실히 누르고 있어!"
세 명의 여성 모험가가 리자드맨의 팔다리를 각각 눌러서 구속하고 있었고, 또 다른 여성 모험가 한 명이 리자드맨의 고간에 손을 뻗은 후 열심히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됐어! 조금만 더 하면!"
그래. 모험가들은 지금, 리자드맨의 성기를 얻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역시나 이럴 줄 알았어! 성기가 열쇠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부터, 언젠가 이런 광경을 목격하게 될 줄 알았다고!
오히려 이제 와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된 게 한참 늦은 감마저 있을 정도라고!
다른 모험가들은 어떻게 성기를 얻는가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다들 은근슬쩍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역시나 다들 이런 식으로 성기를 얻는 거였군!
솔직히 말해서 딴 놈이 기분 좋아지는 건 아무래도 좋은 나였지만, 리자드맨은 시야에서 지우고 여성 모험가들의 모습에만 주목하고 있으면 마치 역강간물 AV를 라이브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제법 흥분…끼야흑!
그렇게 모험가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자니, 갑자기 옆구리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누가 그런 건지는 굳이 보지 않더라도 짐작이 됐다.
"왜, 왜 꼬집으시는지요…?"
그 와중에도 저 모험가들의 행위를 방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죽이며 사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사라는 내 옆구리를 꼬집은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가볍게 더 비틀며 그대로 나를 모험가들이 안 보이는 곳까지 끌고 갔다.
그러고 나서 한심하단 목소리로 말했다.
"하여간 이 변태는 진짜…실은 트라우마 같은 거 없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없다고 말했잖아…."
솔직히 말해서 조금, 아니. 상당히 억울하다.
아니. 물론 다른 모험가들이 저러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던 건 내 잘못이지만 말이야.
"자네 말일세."
그리고 그런 날 보고, 디아나가 정면으로 오더니 가볍게 손짓을 했다.
뭐지? 이미 가까이 있으니까 가까이 오라는 건 아닐 테고. 허리를 숙이라는 건가?
내가 허리를 숙여서 디아나의 얼굴에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자, 디아나가 손짓하던 손으로 앙증맞게 주먹을 쥐더니 내 머리를 가볍게 콩하고 찍었다.
"떼끼!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라면 모를까, 멀쩡한 상태라면 다 큰 처자들의 저런 모습은 못보고 지나가줘야 하는 걸세!"
그리고 오랜만에 제대로 혼이 났다.
디아나는 정말로 화난 건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흥! 흥! 하고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아니. 그건 미안. …하지만 너 말이야. 귀엽게 손짓하기에 뭘 하려나 싶었더니. 때리려고 손짓한 거였냐?!"
"흥! 다른 처자를 보고 콧김을 내뿜은 자네가 잘못일세!"
"후훗. 디아나씨 말이 맞아요. 이번엔 구원씨가 잘못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해도 디아나는 전혀 잘못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고, 심지어 천사님마저 디아나를 옹호해줬다.
이, 이럴 수가. 난 그저, 너희들이 너무 날 걱정하니까 시름 좀 덜어주려고 행동한 것뿐인데!
…물론 방금 광경에 조금 흥분하기도 했지만.
나는 황급히 시선을 실비아와 마틸다에게 돌렸다.
"……!"
"그 시선은 뭔가요? 그, 그렇게 섹시하게 쳐다봐도 옹호 안 해줄 거예요오…."
하지만 실비아는 움찔 떨기만 할뿐 내 옹호를 해주지 않았고, 마틸다는 딱 잘라 말하려다가…점차 핑크빛 모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조금만 더 하면 먹히는 게….
"마틸다. 정말로?"
"아, 아앗…당시인…."
"이 바보가 진짜! 던전 안에서 뭘 하려는 거야?!"
나는 당연히 한 명이라도 내 편을 만들기 위해서 마틸다를 완전히 핑크빛 모드로 만들려고 했고, 그 모습을 몬 사라가 화를 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시, 실비아 실드!"
"헷?! 으햐아아아아앗! 사, 사라님! 진정하십시오!"
"으읏! 야! 구원! 치사하게! 실비아 안 내려놔?!"
하지만 사라가 내게 도달하기 전에, 내가 옆에 있는 실비아를 낚아채서 전면으로 내세우는 게 빨랐다.
실비아는 바르르 떨면서도 반사적으로 양팔을 넓게 벌려서 사라를 막아섰고, 사라는 분하다는 듯이 빳빳하게 편 손바닥을 부르르 떨면서 날 노려봤다.
훗. 아까는 기습을 받아서 당해버렸지만, 그렇게 몇 번이나 당할 내가 아니라고.
그보다 실비아야. 막아준 건 고마운데 진정은 너도 좀 하면 어떠냐?
아무리 아직 몬스터를 한 번도 안 만났다고 해도 그렇지, 던전 안인데도 내가 좀 들고 있다고 그렇게 떠는 거야?
정말로 어떻게 가면 갈수록 내성이 더 떨어지는 거 같냐.
"후우. 아무튼 중요한 건, 난 정말로 괜찮다는 거야. 지금 모습을 봤으니까 이제 다들 잘 알겠지? 난 트라우마고 뭐고 그런 거 걸릴 정도로 섬세한 놈이 아니야. 걱정 안 해도 되니까 평소처럼 하자고. 평소처럼."
아무튼 그렇게 해서, 드디어 우리 애들의 얼굴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음. 예기치 못한 사건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좋게 좋게 끝났다는 얘기다.
"그렇게 좋은 얘기였던 것처럼 포장하려고 해도, 구원이 다른 여자가 몬스터를 덮치는 걸 보고 흥분했단 사실이 변한 건 아니거든? 은근슬쩍 얼버무리지 마."
쳇. 들켰나.
그렇게 가볍게 한차례 소동이 있은 후, 우리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던전 탐험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목적은 당연히 4.5계층의 발견이다.
물론 우리 실력으로 아직 4.5계층으로 가는 건 불안한 감이 있기는 했다.
아직 4계층조차도 완전히 정복했다고 볼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얼음동굴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미리 4.5계층을 발견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코볼트 동굴이나 개미굴도 계층을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훌륭한 곳이었지만, 얼음동굴은 다른 곳보다 특히나 더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만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모험가들로 붐비게 될 거라는 건 뻔한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4계층 역시도, 솔직히 지금 가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우선 조난당하면서 급상승한 내 실력. 물론 섹스를 못했으니 레벨은 오르지 않았지만, 무투가 레벨과 암살자 레벨이 급상승했고 그에 따라 스탯도 엄청나게 상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4계층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그리고 수중 전투를 하는데 익숙해졌다.
솔직히 식물형 몬스터만 아니라면, 우리 애들은 뒤에서 놀게 하고 전부 나 혼자 상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게다가 강해진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애들도 그 사이에 조금씩 직업 레벨이 오르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사라의 성장이 눈부셨다.
사라 쟤는 전투만으로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체질이니까 말이다.
그 레벨은 무려 156.
내가 조난당하기 전에는 나보다 레벨이 낮았던 애가, 이제는 나보다도 레벨이 높을 정도였다.
게다가 전투만으로 레벨이 저렇게 오른 만큼, 당연히 직업 레벨도 엄청나게 올라있었다.
심지어 용사 레벨 같은 경우는 자기 레벨과 똑같이 156…어? 잠깐만.
거기까지 깨달은 나는, 무심코 사라의 스탯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용사라는 직업은 성자와 마찬가지로, 레벨이 오를 때마다 모든 스탯이 무조건 1씩 오른다.
그 말은 즉…역시나 근력도 엄청나게 올라있었다.
내 내구 스탯이 오른 비율보다도 현격하게 더 말이.
뭐야. 그럼. 난 지금까지 사라가 손에 마나만 안 불어 넣으면 안 아픈 게, 내 내구 스탯이 올라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사라가 봐준 거였어?!
"응? 뭐야? 왜 그래?"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쳐다봤다.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야. 갑자기 웬 존댓말?"
"아, 아하핫. 사라의 미모가 너무 압도적이라 나도 모르게?"
"피이. 바보. 진짜. 던전 안이니까 긴장하면서 다녀. 또 잘못되면 가만 안 둘 거니까."
다행이 얼버무릴 수 있었는지, 사라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들어서 꼬집는 시늉을 했다.
…앞으로 사라를 놀릴 때는 너무 화나지 않게 놀리자.
절대로 안 놀린다고는 하지 않는 나였다.
아무튼 그런 사라에 더해서, 이미 레벨은 충분한 상태였던 실비아와 마틸다도 수영을 터득한 거다.
물론 수중전투를 자유자재로 하기 위해선 조금 더 노력해야겠지만, 그래도 수영이 가능하고 아니고는 현격한 차이였다.
즉, 지금 우리가 4계층에 가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를 거라는 말이다.
물론 4.5계층은 4계층 몬스터들보다 더 강할 테니, 들어가기에 앞서서 우선 4계층의 계층의 주인까지 상대해보고 가는 게 좋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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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3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