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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51화 (53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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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 강림을 위하여

    던전에 다녀와서 최우선으로 안아주겠다고 한 제안도 필사적으로 거부한 실비아는, 결국 내가 가볍게 입술을 맞대는 소프트 키스를 해주자 혼비백산하면서 도망 가버렸다.

    낮에는 그런 부분까진 신경을 안 쓰고 있었으니까 몰랐지만, 내 키스 한 방에 바르르 떠는 걸 보면 정말로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정신적 쾌감만으로 절정을 느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느끼는 거 아니냐?

    물론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하면 레벨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실비아의 레벨은 193. 내 레벨은 154. 여전히 레벨 차이가 40 가까이나 나는데 말이야.

    어쩌면 내가 레벨 업을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냥 실비아에게 삽입한 채로 무작정 키스만 퍼붓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는 확실하게 실비아가 죽겠지만.

    아무튼 그런 고로, 실비아와 잘 얘기를 나누고 돌려보낸 나는 방 안의 욕조에서 몸을 씻은 후 침대에 편하게 드러누워서 레이아를 기다렸다.

    "기다리셨죠?"

    오랜만에 따로 씻고 온 레이아는, 또 다시 목욕가운 하나만 걸친 섹시한 차림으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붉게 상기된 피부.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 그리고 고작 목욕가운 따위로는 도저히 다 가릴 수 없는 거대한 흉부의 언덕. 그리고 무릎 위 20센티미터까지 올라가있는 목욕가운의 밑단.

    언제 봐도 훌륭하다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레이아와 같이 씻는 건 언제나 행복하지만, 이 모습을 위해서라도 가끔은 이렇게 따로 씻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구원씨…."

    레이아는 평소와 달리 어딘가 모르게 살짝 도발적인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런 레이아를 보고 내가 상체를 일으켜 침대 위에 앉자, 레이아는 침대 위에 살며시 손을 올려놓더니 마치 고양이처럼 네 발로 천천히 침대 위를 기어서 내게 다가왔다.

    아니. 레이아는 고양이 같다는 묘사보다는 여우같다는 묘사가 어울리나?

    아무튼 안 그래도 다 닫히지 못해 대담하게 드러나 있었던 가슴부분이, 이렇게 엎드린 자세를 취하니 더더욱 강조 되어서 눈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게다가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올 때마다, 두 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서로 진자운동을 하듯 부딪히면서…사실 레이아하고도 할 말이 있었는데, 눈앞에서 천사님이 이렇게 섹시한 모습으로 유혹해오시니 점점 이성이 사라져가는 기분이었다.

    레이아는 그렇게 내게 완전히 다가와서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상체도 완전히 내 가슴에 밀착시켜왔다.

    레이아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붉은 건, 절대 그냥 몸을 씻고 와서 상기된 것만이 이유는 아니겠지.

    레이아는 한 번 더 유혹하듯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보인 후, 내 입술에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맞댔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이렇게 입술 끝의 감촉부터 레이아의 품성을 나타내주는 것 같았다.

    "…실비아씨의 맛…."

    그러고 나서 중얼거린 말에는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말이다.

    "아, 음…그, 그게 말이지? 레이아? 딱히 엄한 짓을 했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말이야…."

    "아, 네, 넷. 알아요. 냄새도 전혀…."

    아니. 더 무서운데요.

    내 심정을 눈치 챘는지, 레이아는 내 얼굴 가까이 코끝을 가져다댄 채로 킁킁하고 귀엽게 냄새 맡는 시늉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서 떨어졌다.

    "아, 아뇨! 그,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 그, 그게! 구, 구원씨? 오늘도 저한테 스킬을 쓰시는 거죠?"

    반응을 보아하니 아까 실비아의 맛 운운부터 시작해서 전부 저도 모르게 무심코 나온 말일뿐, 날 책망할 의도로 한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레이아는 다시 분위기를 잡고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섹시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날 유혹하려 했지만, 분위기가 깨진 걸로 인해서 나도 그 전에 레이아와 할 말이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해낼 수 있었다.

    "레이아."

    "네, 네에…구원씨."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읏…!"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레이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하여간 거짓말이나 뭐 숨기는 건 엄청나게 못한다니까.

    뭐, 그러니까 천사님이지만.

    "나한테 말 못할 얘기야?"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별 생각도 없이 대충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래 봬도 우리 애들에 관한 일이라면 상당히 주의 깊게 관찰에 관찰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제 마틸다가 여신 강림을 배울 수 없다고 말했을 때부터 뭔가가 좀 이상했다.

    그래도 그때는 그냥 기분 탓인가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오늘 낮에, 실비아를 기절시킨 걸 보고 레이아가 귀엽게나마 꾸중을 하는 걸 보고 또 한 번 위화감을 느꼈다.

    물론 충분히 지적하고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은 맞았다. 거기다가 실비아에 대한 질투심까지 섞인 거면 더더욱.

    만약 날 꾸중한 게 레이아가 아니라 다른 애들이라면 난 절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을 거다.

    하지만 그 레이아가, 내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그 레이아가, 내가 변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나마 꾸중을 한 건 뭔가가 이상했다.

    질투심도 섞여서 그랬다고?

    물론 레이아도 사람이니까 질투를 하기는 하겠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다. 레이아가 이런 식으로 질투심을 표출하는 경우는 장담컨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레이아가 질투심을 표출하는 경우는, 정말 참기 힘들어질 정도로 화가 났을 때뿐이다.

    예를 들어 레이첼 누님을 허락받을…뭐, 지금 그 얘기는 됐어.

    아무튼 거기에 더해 지금의 반응까지.

    이유가 어찌 됐든, 레이아와 이렇게 자기 직전에 실비아와 키스를 한 건 사실이다.

    즉, 레이아가 화를 내거나, 하다못해 조금 질투하는 반응을 보여도 괜찮을 상황이었다.

    물론 레이아의 성격상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나한테 괜찮다고 다독이기라도 한 다음에 넘어가려고 해야 했다.

    하지만 레이아는 날 다독이는 것보다, 관계를 서두르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스킬을 쓰라고 말하면서. 다시 말해 구미호 상태를 컨트롤의 실마리를 얻기 위한 행위를 종용하면서.

    전에는 분명 아무리 구미호 컨트롤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내가 스킬을 쓸 때마다 지독하게 흐트러지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감정이 더 큰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도 레이아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눈치 챘다는 거다.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으니까 꽤나 내가 늦게 눈치 챈 것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장담하는데 내가 아닌 다른 놈들이었다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거야.

    실제로 나 말고 다른 애들은 레이아의 행동거지에 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고.

    "아, 아뇨…그런 건…죄송해요…숨겨서…."

    내 질문을 받은 레이아는, 이제 내게 숨기는 걸 포기한 표정으로 힘없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별로 탓하는 건 아닌데 말이야.

    그 거짓말 못하는 레이아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아닌 척하며 숨기려고 한 거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겠지.

    뭐, 그래도 캐낼 거지만 말이야.

    레이아가 뭘 두려워해서 숨긴 건지는 몰라도, 난 전부 받아줄 자신이 있으니까.

    "그럼 얘기해줄 수 있지?"

    솔직히 말해서, 레이아가 뭘 숨기는 건지는 대충 예상이 됐다.

    그야 그렇잖아. 뻔한 거 아니겠어?

    하지만 레이아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었던 나는, 그런 식으로 레이아 스스로 털어놓도록 유도를 했다.

    "…실은 말이죠. 구원씨. 저, 제가 왜 여신님을 강림 시킬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아요."

    역시나 그 얘기였나.

    레이아의 고백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저…예전에 대사제님께서 제 치료를 시험해보셨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레이아는 이제 와서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언급하는 게 죄송하다는 듯, 거의 죽고 싶단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다른 남자한테 자기 몸 털끝 하나 만지지 않게 하고 싶다는 표정.

    괜찮아. 그런 생각만으로 충분해.

    "그럼. 레이아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그런 마음을 담아서, 나는 레이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속삭였다.

    "그때…그때 대사제님께서 제 옷을 벗기시려 했던 이후로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지만…정신을 차려보니 대사제님은…흐윽…."

    말하는 게 점점 고통스러워졌는지, 레이아는 살짝 눈물을 보였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아니에요. 저, 저는…제가 너무…이런 얘기를 할 때는 대사제님의 죽음을 슬퍼해야 정상인데…전 구원씨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죄송스러워서…저…나쁜 사람인 걸까요…?"

    "그럴 리가 있나. 오히려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장담하는데 레이아가 나쁜 사람이면 이 세상에 나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야. 레이아의 지금 감정은 당연한 거라고. 괜찮아. 괜찮으니까. 힘들면 굳이 얘기 안 해도…."

    어차피 대략 어떤 사정인지  내용은 짐작하고 있는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얘기를 그만 끝내려고 했지만, 레이아는 젖은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계속…계속 하게해주세요. 대사제님이 그렇게 돌아가신 이후…전 이전에 비해 회복 마법의 효과가 상승했어요."

    즉, 레이아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다.

    정기를 흡수해 죽이면서, 그 대사제의 능력을 자신이 빼앗은 건지도 모른다고.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뭐, 흔한 얘기니까 말이다.

    정기를 흡수하면서 남의 능력도 같이 흡수한다든가.

    이런 판타지 세계관 보다는 무협 세계관에서 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흡정대법이라든가.

    아무튼 그런 거라면, 레이아의 스킬 중 버프 계열을 제외하고 회복 계열만 유독 높았던 것도 이해가 됐다.

    "그 대사제란 사람. 던전 같은 덴 전혀 안 다니는 타입이었지?"

    "네, 네에…아, 하지만 만약 여성이었다면 분명 성녀 후보가 됐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유능한…."

    레이아는 내 말에 긍정하면서도,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칭찬하는 게 미안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불안한 눈초리로 날 쳐다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고작 그런 걸로…그야 질투는 나지만! 우리 천사님 입에서 다른 놈팽이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질투는 나지만! 그래도 죽은 놈이니까.

    죽은 놈한테까지 추하게 질투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살아있는 놈이라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그래봤자 결국 우리 천사님한테는 내가 최고니까.

    그정도 믿음은 있다고.

    아무튼 이 또한 예상대로, 그 대사제란 녀석은 던전에 다니는 타입이 아니었다.

    즉, 방어력을 올려주거나, 공격력을 강화해 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차단해주거나 하는 식의 버프 마법을 배울 필요가 전혀 없는 녀석이었단 거다.

    그야 당연히 스킬을 쓸 일이 있다고 해봐야 회복마법 정도밖에 쓸 일이 없겠지.

    그리고 여성이었다면 성녀 후보가 됐을 거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지금까지 여신 강림은 성녀만이 쓸 수 있다고 전해져온 거잖아?

    그리고 그 여신 강림을 배우는 조건은 성기사의 신앙심이나 대사제의 신앙심이 만렙일 것.

    그리고 실제로 성녀 후보였던 마틸다도 성기사의 신앙심이 만렙만 아니다 뿐이지, 자기 레벨 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스킬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즉, 여기 교단 사람들은 패시브 스킬의 존재를 모르면서도 대사제의 신앙심이나 성기사의 신앙심이 높은 사람을 은연중에 알아차리고 그런 사람을 성녀 후보로 만들어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레이아가 대사제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부터 대사제의 신앙심이 만렙이었던 것까지 모든 게 완벽히 설명이 된다.

    과연.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지만 그런 거라면 그냥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설마 다른 남자와의 관계 얘기를 꺼내기 싫어서 말 안했던 거야?"

    "그, 그것도 있지만…구원씨…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신 건가요?"

    침울해 보이는 레이아를 위해 일부러 살짝 가벼운 말투로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되물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쪽지로 구원을 만나기 전에 레이아에게 죽은 남자들에 대한 질문이 왔습니다.

    아마 본편에는 안 나올 것 같으니 여기에도 대답을 써보자면, 레이아가 구원을 만나기 전에 죽은 남자들은 키스로 정기가 빨린 게 아닙니다.

    레이아는 피부로도 정기 흡수가 된다고 밝혀졌죠.

    구원 이전에 정기가 빨린 남자들은 속박당한 상태로 입안에 손가락을 넣고 휘저어지며 그 상태로 아무것도 못해보고 정기가 빨렸습니다.

    구원에게 처음부터 키스를 해준 건 어디까지나 변덕. 구원이 만져준 게 기분 좋아서였기 때문입니다.

    그 전 남자들은 옷을 벗기기도 전에 구미호가 되어서 아무런 쾌감도 주지 못했거든요.

    준치fish // 우선은 주인공과 실비아의 레벨만 썼습니다. 근시일 내에 다른 캐릭터 레벨도 본문 중에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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