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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50화 (53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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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 강림을 위하여

    우선 변명을 조금 하자면, 잊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당연하잖아. 내가 이 며칠 사이에 사라의 이 증상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당연히 잊고 있지는 않았지.

    하지만 말이야. 아침에 내가 나설 때 사라도 배웅을 해줬잖아? 게다가 엄청 자연스러웠잖아?

    그러니까 말이지. 뭐, 그런 거다.

    …미안. 솔직히 말해서 까먹고 있었어.

    아니. 그렇잖아? 아침에 배웅해주는 사라의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웠잖아? 그야 잠깐 착각 할만도 하다고.

    심지어 그 자리에 있었던 전원이, 심지어 그 똑똑한 디아나마저도 아무 말 않고 넘어갔을 정도니까 말이야.

    뭐, 디아나는 어젯밤의 여파 때문에 살짝 제 컨디션이 아니어서 그랬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튼 그런 고로, 사라는 다시 유아퇴행 증상을 보이며 내게 이렇게 달라붙어왔다는 말이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나아지기는 했네.

    지금도 어리광을 부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펑펑 울진 않고 있으니까.

    게다가 우리 목적지까지 알고 있었던 거다.

    마음만 먹으면 신전까지 찾아오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는 건 역시 증상이 조금은 완화됐다는 걸로 봐도 되겠지.

    "이제 좀 진정했어?"

    "응…."

    그렇게 드러누워서 얼마동안 사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고 있어주니, 내 가슴에 자기 뺨을 마구 비벼대던 사라도 불안해보였던 행동들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자기가 해놓고 조금 부끄러워졌는지, 뺨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면서 살짝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엄청나게 사랑스러웠다.

    "하여간. 조금 안 못 봤다고 이렇게 되다니. 넌 대체 날 얼마나 좋아하는 거냐."

    "뭐, 뭐야. 뭐 문제 있어?"

    "전혀 없어."

    내가 그렇게 놀리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강한 척을 하는 사라였지만, 그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자 또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옆으로 획 돌려 버렸다.

    "아무튼 진정 됐으면 이제 슬슬…."

    그런 사라에게 피식 웃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던 나였지만, 사라는 좀처럼 내 위에서 비키려고 하지를 않았다.

    새침한 표정을 짓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으니까 눈치 채는 게 늦었지만, 자세히 보니 내 가슴팍을 붙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여간 얘는 진짜. 겉보기엔 쿨해 보이면서 은근히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성격이라니까.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말이야.

    "같이 내 방에 갈까?"

    레이아와 실비아, 마틸다는 사라를 내게 맡기겠다는 듯이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자리를 비켜준 상황이다.

    원래는 지금부터 실비아를 더 철저하게 몰아붙일 생각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

    "변태. 대낮부터 집에 오자마자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그제야 내 위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응? 그냥 같이 차나 마시자는 뜻이었는데? 대체 우리 변태 사라는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응? 변태 사라양."

    "벼, 변태는 구원이잖아!"

    그렇게 서로 투닥투닥 장난을 주고받으면서, 나와 사라는 같이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단 둘이 내 방에 있는 거다.

    당연히 할 일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말해두지만 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다고.

    그냥 순수하게, 사라가 진정될 때까지 같이 있을 생각으로 데려온 것뿐이었다고.

    하지만 말이야. 생각을 해봐. 이렇게 예쁜 애랑 단 둘이서 계속 껴안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실컷 풍기면서 노닥노닥.

    그야 그런 분위기도 돼버리는 게 당연하잖아?

    날 잘못 없어.

    "애초에 말이야. 왜 아침에 얘기 안 해준 거야.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빡 해버렸잖아."

    아무튼 그런 고로.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알몸이 된 사라를 품에 안고 나는 그제야 그런 질문을 던졌다.

    참고로 말하자면 당연히 나도 알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 물건은 아직도 사라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하앗…하앗…그걸 이제 와서 묻는 거야?"

    "아니 뭐…궁금하잖아. 넌 알고 있었던 거지?"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인 사라가 까먹었을 리도 없으니 말이다.

    사라가 대체 어떤 생각으로 날 따라오지 않은 건지 궁금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당연하잖아."

    "그럼 어째서?"

    "그, 그거야…그게…."

    내 품에서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였지만, 내가 재차 질문하자 대답하기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뺨을 붉히고 얼버무렸다.

    아니. 뺨은 원래부터 붉었나. 후훗. 내가 힘 좀 썼지.

    "그게?"

    "차, 참을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야. 바보야."

    "구, 구원한테 바보라고 듣고 싶진 않거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마 전까지 그렇게 고생했으면서 그게 그렇게 쉽게 참아질 리가 없잖아."

    "하, 하지만 목걸이도 받았고! 행복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단 말이야! 조금 성과도 있었고…."

    "성과라니?"

    "그러니까 그게…여, 연습…."

    "연습? 너 혹시 나한테서 멀리 떨어지는 연습 같은 것도 했었냐?"

    "그, 그래! 뭐 잘못 됐어?! 연습할 때는 제대로 참을 수 있었단 말이야!"

    내가 조금 황당한 목소리로 말하자, 부끄러워하던 사라는 이제 아예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 외쳤다.

    "구원이 다른 여자 만날 때마다 계속 따라가야 하는 것도 싫고! 그리고! 계속 폐를 끼치게 되는 것도 싫고…으으…이래서 말하기 싫었는데…."

    그리고 기세를 살려서 그렇게 외치던 사라는 결국 점점 목소리에 힘이 빠지더니, 내가 능글맞게 웃고 있는 걸 보고는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부끄러워했다.

    야. 부끄럽다고 남의 가슴을 때리지 마라.

    뭐, 이번엔 손에 마나를 두른 것도 아니니까 데미지는 전혀 없었지만.

    "폐라니.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 예쁜 사라가 따라다니는 데 무슨 폐가 되겠어."

    "내가 계속 이런 상태면 앞으로 영원히 레이첼씨랑 관계 맺긴 힘들 텐데?"

    "……."

    "야! 구원! 멋진 척 할 거면 좀 끝까지 하는 게 어때?!"

    아니. 미안. 진짜 미안. 내 생각이 좀 짧았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렇네.

    "크, 크흠! 물론 그래도 전혀 상관!"

    "이제 와서 그래도 늦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별로 화나지는 않았는지 새초롬한 표정만 지을 뿐 그 이상 별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저녁 시간이네…."

    "그러게. 꽤나 오래 있었네. 왜? 나랑 떨어질 생각 하니까 아쉬워? 레이아한테 바꿔달라고 하고 싶어?"

    "바보! 염치없게 그런 부탁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벌써 레이아한테는 몇 번이나 폐를 끼쳤으니까."

    "과연. 나랑 떨어지는 게 아쉽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는 거군."

    "이, 이게 진짜!"

    "아야! 야! 때리지 마라. 넌 꼭 할 말 없으면 때리더라."

    "구원이 맞을 만한 짓을 하니까 그러잖아! 아프지도 않은 주제에."

    뭐, 확실히 안 아프지만. 이제 와서 사라의 이런 행동은 가벼운 스킨십 같은 거다.

    디아나의 토닥토닥이랑 비슷한 거라고 할까.

    손에 마나만 안 담으면 이렇게 귀여운 행위인데 말이야.

    "아무튼 그게 아니라, 실비아한테 조금 미안해져서."

    "응? 실비아?"

    갑자기 사라가 이 타이밍에 실비아의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일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구원 원래 오늘은 실비아랑 같이 있을 셈이었던 거지? 내일은 던전에 간다고 하기도 했고."

    "그거야 뭐…하지만 사라가 미안해할 건 없잖아. 실비아도 별로 원망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생명의 위기에서 벗어나서 안심하고 있을지도…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비아 걔도 나랑 있는 걸 즐기고 있으니까.

    하지만 사라가 미안해할 거 없다는 건 진심이다.

    미안해할 사람은 사라가 아니라 나지.

    원래는 실비아랑 같이 있을 거라고 계획해 놓고는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서 사라랑 이러고 있는 거니까.

    "바보. 원망을 안 하니까 더 미안한 거잖아. 게다가 아직 실비아만 안아주지 않은 거잖아? 안 그래도 실비아만 아직 사도 임명을 안 해줘서 소외감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과연 안 그런척 하면서 은근슬쩍 남 신경 잘 써주는 사라답다.

    유아퇴행 증상 때문이라지만 요즘 계속 내 곁을 졸졸 따라다닌 만큼, 내가 실비아만 안지 않은 것까지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사도 임명 문제까지 걱정해주다니.

    "괜찮아. 네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신경 쓰이면 던전에 가는 걸 하루 미루고 내일 하루 종일 실비아랑 지내지 뭐."

    "바보. 그러면 또 실비아가 다른 사람한테 미안해할 거 아니야. 실비아는 구원이랑 다르게 섬세하단 말이야."

    야. 믿기진 않겠지만 일단 나도 섬세하거든?

    …그래. 솔직히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무리수가 심하다. 무신경해서 죄송합니다.

    "어쩌면 좋지…. 그래! 으응…하지만…. 으응…. 으응!"

    사라는 혼자 고민에 빠져서는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가 고민할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하여간 얘도 성격이 너무 착해서 문제라니까.

    그런 사라의 고민을 없애주기 위해서, 나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위에서 벌거벗은 사라가 요염한 목소리로 끙끙거리고 있으니까 조금 흥분했습니다.

    아니. 요염한 목소리라는 건 그냥 내 기분 상 그렇게 들린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하앙! 바, 바보! 뭘 갑자기 움직이는 거야?!"

    "아니. 그게, 저녁 시간 전까지 한 번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 그런! 하응!"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내 움직임에 맞춰서 같이 허리를 흔들어주는 사라였다.

    "하아…진짜 바보…."

    뭐, 그 이후엔 저녁 식사를 먹으러 가는 내내 나한테 불평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실비아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나는 바넷사의 뒤를 쫓아 식당으로 향했다.

    참고로 바넷사 얘는 아직도 날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젠 불러도 대답조차 안 할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냐?

    저번 사건은 분명 나에대한 호감도가 더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떨어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애초에 발정하게 된 원인부터 펠리시아였으니까,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 거고 말이야.

    하여간 바넷사 얘도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아무튼 그런 고로, 식사를 마친 나는 곧장 실비아를 따로 불러냈다.

    간단한 확인을 위해서 말이다.

    때문에 레이아에게는 오랜만에 큰 욕실에서 씻고 오도록 말을 해놓았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아?"

    이 시간에 내게 따로 불린 일이 없는 실비아는, 평소보다 훨씬 더 긴장한 모습으로 오들오들 떨면서 내게 질문을 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떠는데, 평소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란 건 대체 어떤 모습이냐고?

    나랑 서로 방의 반대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 등을 보이고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이다.

    하는 짓만 보면 마치 지금부터 겁탈이라도 당할 것 같은 가련한 모습이다.

    "일단 먼저 사과부터 할게. 미안하다. 원래는 내일부터 던전에 가기로 했으니까 오늘 중에 널 안아줄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네, 네헷…."

    내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자, 실비아는 아까보다 살짝 긴장을 풀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서 말인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너 괜찮냐? 그…참기 힘들어졌다든가 하지 않아? 전에도 한 번 말한 적 있지만, 너 못 참게 되기 전에 나한테 꼭 말해야 한다? 네가 못 참겠으면 던전에 가는 걸 미루고라도 내일 너랑 있어줄 테니까…."

    "괘, 괜찮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역시나 사라의 예상대로 실비아는 극구 사양을 했다.

    "아니. 하지만 너…."

    "저, 정말로 괜찮습니다! 그게! 성에서 한 번 해주셨고!"

    "그땐 애무뿐이었잖아. 그것도 고작 한 번. 그런 걸로 제대로 해소가 될 리가 없잖아. 안 그래도 넌 자위도 불가능한 몸이니까 더욱더…."

    "저, 정말로 괜찮습니다!"

    "아니. 하지만…."

    "그, 그게! 오, 오늘 신전에서…! 며, 몇 번이나…흐아아아…."

    내가 끈질기게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서 두 손으로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감싸 안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오늘 신전에서? 몇 번이나? 그 말은 즉….

    그래. 내가 스킬을 쓰지 않는 이상, 얘가 쾌감을 느끼는 원리는 정신적인 쾌감이니까.

    과연. 그런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건가.

    어쩐지 돌아오는 길에 마차에서 내가 허벅지 위에 앉히려고 하니까 필사적으로 거부하더라니.

    "그, 그러냐…크흠. 아무튼 그럼 내일 던전에 가는 것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거지?"

    "네, 네헤엣…."

    그렇게 힘없이 대답하는 실비아는, 거의 죽고 싶단 표정이었다.

    응. 왠지 미안.

    "그래. 그리고 다시 한 번 미안해. 돌아와서는 널 최우선으로 하루 종일…."

    "그, 그건 정말로 괜찮습니다아! 죽습니다아아!"

    아니. 그러니까 그런 걸로는…아, 오늘 숨도 잠깐 멈췄었나.

    괘, 괜찮아! 섹스할 땐 힐링 섹스도 발동되니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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