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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538화 (5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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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의 이유

    실비아의 얘기를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황급히 바넷사의 방으로 향했다.

    실비아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오긴 했지만, 실비아는 내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달은 듯 뒤를 따라오진 않았다.

    애초에 내가 풀어줘야 한다는 걸 아니까 사라 앞에서 얘기하지 않은 것일 테고 말이다.

    아무튼 내가 바넷사의 방으로 향한 건 논리적인 추론의 결과였다.

    디아나가 쉬라고 명령한 거다. 그 고지식한 녀석은 분명 방 안에서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중이겠지. 오늘 하루 종일 모습을 보지 못하기도 했고 말이다.

    마침 바넷사의 방은 내 방 근처였다.

    언젠가 성역 선포에 혼자 영향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다른 메이드들의 방은 아예 저택 반대편 쪽에 거주하는 걸 보아, 바넷사의 방도 원래부터 내 방 근처였던 게 아니라, 나 때문에 이리로 옮긴 거라고 생각되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런고로, 방을 나선 곧장 바넷사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넷사!"

    사태는 한 시를 다툰다.

    나는 노크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곧장 방문을 벌컥 열었다.

    바넷사 성격이면 또 나한테 은근슬쩍 한 마디 할지도 모르지만, 욕이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먹기로 하자.

    그런 생각으로 황급히 바넷사의 방에 들어선 나였지만, 의외로 바넷사는 그런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방 안에 바넷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 아무것도 안 두고 다니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바넷사답다고 해야 할지, 뭔가 사람 사는 곳 같지가 않은 방이었다.

    정말 생활에 필요한 것밖에 놓여있지 않은 그런 방 안에, 바넷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바보같은! 말도 안 돼! 그 바넷사가, 디아나가 쉬라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에 없다고? 심지어 오늘 내내 얼굴도 비치지 않았는데?

    설마 풀리지 않는 성욕을 참지 못하고, 어딘가로 발산하러 간 건….

    아니. 물로 나한텐 바넷사의 성생활을 이러쿵저러쿵 참견할 이유도, 권리도 없지만 말이야.

    문제는 바넷사가 아무리 성행위를 해봤자 그 성욕이 풀릴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젠장. 대체 어디서 바넷사를 찾으면 되는 거지?

    자랑은 아니지만, 난 걔가 이 저택 아니면 어디로 싸돌아다닐지 짐작도 안 간다고.

    애초에 그 웬만하면 집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도 않는 걔가 어딜 싸돌아다닐 거라고…잠깐. 그래. 난 지금 전제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어.

    왜 바넷사가 밖에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도 그럴 게, 바넷사라고?

    분명 바넷사는 이 저택 어딘가에 있어.

    어쩌면 자길 따르는 메이드라도 하나 꼬드겨서 가위치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자위를….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불현 듯 뇌리에 떠오르는 광경이 하나 있었다.

    설마…아니. 하지만 이미 한 번 있었던 일이고.

    한 번 있었던 일을 두 번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게다가 달리 짐작 가는 데도 없고 말이다.

    나는 바넷사의 방을 빠져나와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언젠가 내가 바넷사의 몸을 어루만져 달래준 적이 있고, 메이드들의 가위치기도 목격했으며, 바넷사의 자위 목격과 동시에 디아나와의 노출 플레이를 들켰던 그 방에.

    방문 앞에 서서, 나는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여기 있으면 다행인 건데, 나는 왠지 심장이 떨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만약 바넷사가 또 여기서 자위를 하고 있는 거라면, 그 말은 즉 바넷사가 이 장소를 각별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바넷사가 여길 각별히 여길 이유라면….

    마틸다한테 사도 임명을 하고, 레이첼 누님이랑 차까지 마시고 왔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참 어지간하긴 하다.

    진짜 사라한테 바람둥이라고 뺨을 아무리 맞아도 부족할 지경이다.

    자조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의 떨림은 진정되지 않았다.

    나 참.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지.

    그런 것보다, 우선은 바넷사를 찾아내서 발정 상태를 풀어주는 게 우선이잖아.

    나는 잡념을 떨쳐내듯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한 번 흔들고, 문을 열어 방 안으로…잠겨 있잖아.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문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좋은 신호였다.

    이 빈 방 안에 확실히 누군가가 있다는 신호니까.

    "안에 누가 있는지 몰라도, 당장 문 열어라! 5초 셀 동안 안 열면 부수고 들어간다! 5! 4!"

    나는 곧장 문을 쾅쾅 두드리며 외쳤다.

    그리고 내가 0을 외치며 정말로 문을 부수려고 하기 바로 직전에, 드디어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안에 있는 건 역시나 바넷사였다.

    바넷사는 문을 살짝만 열어서 그 틈으로 간신히 눈만 보이고는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 뻘겋게 충혈 된 눈만 봐도, 지금 바넷사가 얼마나 흥분해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화장기 전혀 없는 맨얼굴도,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얘 설마. 이것 때문에 화장하고 다녔던 거야?

    "내 저택에 내가 들어가는 데 꼭 일이 있어야 되냐? 아무튼 들어간…야. 안 열어?"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안에서 바넷사가 단단히 문을 붙잡고 있는지 문고리가 끼기기긱하고 거친 소리만을 낼뿐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니. 말해두지만 힘으로 진 게 아니야. 그냥 이대로 힘으로 열어버리면 문이 박살날 테니까 말이야.

    "죄송하지만, 현재 이 방은…흐으으읏!"

    뭔가 변명하려고 하는 바넷사였지만, 그 전에 내 행동이 빨랐다.

    나는 조금 열린 문틈으로 손을 비집어 넣고, 그대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후 바넷사의 몸을 손에 잡히는 데로 아무데나 만졌다.

    제법 잘 단련된 몸을 하고 있는 바넷사 치고 물컹물컹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에 꽉 차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건 결코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야. 그저 우연히 높이가 맞아떨어졌을 뿐이야.

    아무튼 성자의 손길로 가슴을 만져진 바넷사는 순간적으로 힘이 풀리게 됐고, 나는 그 사이에 무사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간 순간, 나는 왜 바넷사가 필사적으로 내 출입을 막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에서부터 벗어던진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방 안에 널브러진 옷자락.

    그대로 욕조 쪽으로 이어진 옷가지들은 문 쪽에 가까울수록 겉옷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욕조 바로 앞에 팬티가 던져져있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즉, 바넷사는 지금 완전히 알몸이었다.

    게다가 자위에 한창이었는지, 음부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허벅지를 지나 발목까지 이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욕조에서부터 지금 바넷사가 서있는 곳까지 바닥에 물방울 자국들이 늘어져있는 것이, 그 음부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애액을 흘리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해줬다.

    뭐, 시간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바넷사도 상당히 급했던 모양이고, 치우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흐읏…하앗…흣…뭐, 뭡니까?"

    내가 바 안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자, 바넷사가 아직도 자신의 가슴에 닿아있던 내 손을 탁하고 쳐내더니, 애써 무표정을 만들며 그렇게 내뱉었다.

    얘는 이 상황에서도 잘도 이런 말이 나오네.

    "야. 솔직히 말해. 펠리시아의 향에 당했던 거, 아직 안 풀린 거지?"

    "……."

    "너 바보냐? 그럼 풀 생각을 해야지, 미련하게 그걸 참고 있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하지만 디아나님께서 구원님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벌써 한 번 어겼으니, 또 다시 어길 수는…."

    내 질문에, 바넷사는 답지 않게 말을 흐리며 대답했다.

    "바보야! 명령을 지키는 건 좋지만, 그래도 융통성 있게 행동해야지! 너 이럴 때까지 디아나가 우리가 이러는 걸 못 마땅해 할 것 같냐? 네 주인이 그렇게 속 좁아 보여?"

    "……."

    야. 불리해지니까 침묵하지 마라.

    "그렇게 참고 있으면 언젠가 자동으로 풀리는 것도 아니고,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뭐, 아무튼 됐다. 일단은 그 발정상태부터 해제하자."

    "바, 발정까지는…흐으으읏…!"

    과연 발정이란 말은 신경 쓰였는지 반론을 하려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그 허리를 끌어안자 바로 음부에서 애액을 바닥으로 뚝뚝 떨어뜨리며 신음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직도 성자의 손길 안 풀고 있었네. 뭐, 상관없나. 어차피 지금부터 그런 짓 하려는 거니까.

    "…하앗, 하앗, 왜 욕조로 가는 겁니까."

    내가 바넷사의 허리를 껴안고 그대로 욕조로 걸어 나가자, 바넷사가 다시 한 번 내게 불평을 말했다.

    "응? 너 욕조가 좋은 거 아냐?"

    "……."

    하지만 내가 바닥에 선을 그리며 욕조까지 이어져있는 애액의 길을 가리키자, 바넷사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됐다.

    완전히 조용해진 바넷사를 데리고, 나는 욕조에 그 몸을 눕혔다.

    "흐읏…하앗…하앗…."

    바넷사의 얼굴을 내려다보자, 억지로 무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역시 한계에 가까워보였다.

    눈은 몽롱하게 풀린 것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얼굴도…아니. 전신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그 살결은 후끈후끈하게 느껴질 정도로 뜨거웠다.

    "미리 말해두는데, 지금부터 널 애무해서 느끼게 만들 거다. 전에 한 번 했던 것처럼 말이야. 섹스까지 가진 않을 테니까 안심해. 그래도 정 싫으면 지금 말해라. 곧장 마차로 성까지 데려가서 펠리시아한테 처리해달라고 부탁할 테니까. 어쩔래?"

    "하앗…하앗…."

    "야. 대답해라. 대답."

    "흐읏…흣…."

    아무리 바넷사를 위해서 라고는 하나, 원하지도 않는 행위를 억지로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단 그렇게 말해봤지만, 바넷사는 전혀 대답을 하려하지 않았다.

    "대답 없으면 그냥 이대로 해도 된다는 뜻으로 안다."

    결국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그대로 바넷사의 몸에 손을 뻗었다.

    두 손을 각각 가슴과 음부에.

    "흐으으응!"

    내가 그 음부에 손을 가져다대자, 그것만으로도 바넷사는 평소 모습으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음의 콧소리를 흘리며 허벅지를 비벼댔다.

    마치 그 허벅지로 내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솔직히 나도 흥분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방에 들어와서 바넷사의 몸을 본 순간부터 흥분하고 있기는 했지만.

    역시 얘도 몸매 끝내준단 말이지.

    굳이 다른 애들과 비교해 보자면 앨리시아와 사라의 중간쯤 될까?

    앨리시아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고, 사라보다는 조금 더 근육이 붙은 느낌이다.

    이것도 용인족의 특성인 걸까? 매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주제에 이런 몸매라니.

    "흐으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바넷사는 그 형태 좋은 가슴을 푸들푸들 떨면서 애처로운 콧소리를 냈다.

    "아, 미안. 미안."

    "크흐읏…흣…."

    사과의 의미로 조금 세게 꼬집었던 유두를 살살 어루만져주듯 달래봤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낳은 건지 바넷사는 아랫입술까지 꽉 깨물면서도 달콤한 콧소리를 흘렸다.

    뭐, 당연한가. 나도 흥분해서 조금 정신이 없어진 모양이다.

    침착하자. 침착해.

    전에도 한 번 있었던 일이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나까지 이성을 잃어버리면, 나중에 골치 아파질 일이 반드시 발생할 거다.

    나는 일부러 심호흡을 하면서, 침착함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또 바넷사의 이성을 없애는 데 한몫해버린 모양이었다.

    난 지금 욕조 안에 누워있는 바넷사의 위에서, 바넷사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세니까 말이야.

    그 자세에서 심호흡을 했으니, 당연히 내 숨이 바넷사의 안면을 간질이는 결과를 낳았다.

    "흣…하아앗…!"

    바넷사 두 손이 내 목을 감싸 안는다 싶더니, 갑자기 세계가 빙글하고 회전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샌가 내가 욕조 위에 누워있었고, 바넷사가 내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이 녀석, 뿔까지 났잖아.

    너무 흥분한 나머지 용인족 본래의 모습이 되어버린 건가.

    "야. 바넷사. 진정해. 내가 금방 기분 좋게 해줄…으앗!"

    "하아앙! 하앗! 흐읏!"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성자의 손길을 두른 손으로 바넷사의 몸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내 설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바넷사는 거의 발정난 짐승처럼 쾌감에 찬 신음을 내뱉더니, 내 옷을 갈가리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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