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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럼 구원. 구원은 저기 먼저 가 있어."
결국 그 이후로는 별 일 없었다.
셋의 수영 연습을 조금 더 봐주다가 저녁 식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즈음, 갑자기 사라가 날 보고 그렇게 말했다.
"응? 나 혼자?"
"응."
내 질문에 그냥 고개 한 번 끄덕이고 마는 사라.
…아니. 그게 끝이니? 난 지금 이유를 묻고 있는 건데.
"이왕 욕실에 온 거니까요. 저희는 여기서 몸을 씻고 갈게요."
내가 황당해하고 있자 레이아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이유를 말해줬다.
나만 빼놓고 이 욕실을 이용하는 게 미안한 모양이다.
그렇게 미안하면 나도 껴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천사님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나도 같이 씻자고 하긴 힘든 모양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여기엔 지금 내 여자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 그럼 나도 같이 씻지 뭐."
물론 나는 그걸 알고도 일부러 뻔뻔하게 말했다.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면 은근슬쩍 넘어가 줄 수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역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포기하면 남자가 아니지.
"왜?! 어차피 우리 전부 서로 알몸정돈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잖아! 유일하게 문제있는 바넷사도, 분명 내 알몸에 흥미 없을 거야! 그리고 나한테 보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을 거고! 그렇지? 바넷사?"
"아뇨. 싫습니다."
"……저기. 바넷사양. 괜히 남을 배려하느라 자신의 주관을 굽힐 필요는 없어.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무감정한지를 다시 한 번 잘 되새겨보고…."
"싫습니다."
크흐흑! 젠장! 내 여자가 아니라도 미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껴준 게 실수였어!
바넷사만 없었다면 지금부터 나도 같이 씻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 순간,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바넷사의 직책은 집사.
넌 나중에 따로 씻고, 우리끼리 먼저 씻는다고 주장하면…쳇. 물론 이렇게 말하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래선 내가 너무 쓰레기가 되어 버리잖아.
주인님인 디아나가 같이 씻겠다는데, 옆에서 뭣도 아닌 내가 집사는 빠지라고 하는 꼴이니까.
욕망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되고 싶진 않네.
"……."
"……."
나는 잠시 바넷사와 눈싸움을 했지만, 결국 바넷사를 어떻게 하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 건 아니었다.
끝까지 발버둥 쳐주겠어!
"하, 하지만 나도 이런 상태로 나가기는 조금 찝찝하단 말이야. 적어도 샤워라도…!"
"흠. 그렇구먼. 실은 지금부터 욕실의 물을 전부 갈 생각이네. 하루 종일 수영했던 물이니 이대로 이용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나.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네만…그래도 좋다면 그 이후에 이용하도록 하게. 이 몸들은 자네가 이용할 동안 탈의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아니. 그냥 너희끼리 써. 생각해보니 난 그냥 물기만 닦고 나가서 방에서 씻으면 될 것 같아."
치사한 녀석. 그렇게까지 말하면 더 떼를 쓸 수가 없어지잖아.
결국 바넷사라는 자객에 의해 알몸 파티의 꿈은 오늘도 끝까지 이뤄질 수 없었다.
쟤, 아까 싫다는 대답이 엄청 즉각적으로 나온 것 같은데, 설마 발가락으로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앙심 품은 거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이대로 지고 물러나는 건 아쉬우니까 앞으로 더 스킨십을 시도해서 장난을 쳐주겠어.
각오하라고. 약점이 들킨 시점에서 네 패배는 기정사실화 됐으니까. 크크큭.
그런 패자가 도망치면서 하는 전형적인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욕실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오늘 저녁은 특히 맛있었네. 역시 가볍게 운동하고 먹는 밥이라 다른 걸까?"
식사 전에 미리 씻었기 때문에 식사 후 나와 같이 곧장 방으로 온 사라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역시 시골 처녀…아니. 저 모델같이 쭉쭉 뻗은 탄탄한 몸매를 봐서 알 수 있듯, 사라는 운동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뭐, 기분이 좋은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닌 모양이지만.
사람의 시선이 사라지고 나와 단 둘이 되자마자, 사라는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자기 볼을 내 어깨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얘가 이렇게까지 스킨십에 적극적인 것도 드문 일인데 말이야.
역시 이것도 유아퇴행까지 가는 그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증거인가?
그러고 보니 사라가 유아퇴행을 하게 된 이후로, 나와 이렇게 단 둘이 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굳이 따지면 화장실에 갔을 때 딱 한 번 단 둘이 됐었는데, 그때는 뭐 여러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으니까.
"그럴지도. 그런 이유로 내일도 열심히 도와줘야겠네."
"…구원은 그냥 우리가 그런 딱 달라붙는 차림을 하는 게 보고 싶은 것뿐이잖아."
"뿐이라니! 전혀 그렇지 않아!"
"뿐이라는 표현만 부정한다는 건, 그런 마음이 있기는 있다는 거네."
"큭! 이런 실수를! 난 너무 정직해서 탈이야!"
"하여간 진짜 변태라니까."
어차피 낮에 들킬 대로 들킨 사항인지라 나는 농담조로 그렇게 말했고, 사라 역시도 더 추궁할 생각은 없다는 듯 내 옆구리를 가볍게 한 번 꼬집고는 말았다.
"변태라니. 무슨 섭한 소리를. 그렇게 따지면 사라도 변태잖아. 성자 스킬을 쓰고 싶다니."
"흥. 난 변태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구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것뿐이네요."
내 반격에, 사라는 당황하지 않고 혀를 살짝 내밀어 메롱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니. 나같이 덩치 큰 사내새끼가 성자 스킬을 당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니. 그것도 충분히 변태인 게….
뭐, 정확히 말하자면 날 이기고 싶은 것뿐이겠지만 말이야.
"애초에 사라 너도 날 이기고 싶은 거야? 디아나는 그러는 게 이해가 되지만, 넌 대체 왜?"
"…디아나는 이해가 되는 구나."
내 질문에, 사라는 질투조차 못하겠다는 듯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야 뭐…디아나는 내가 생각해도 조금 장난을 지나치게 할 때가 있거든.
바넷사한테 들켰을 땐 진짜 끝장나는 줄 알았다고.
뭐, 그래도 그 이후로 상당히 자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아무튼 오늘은 포기해. 오늘 밤은 철저히 괴롭히면서 재우지 않을 테니까."
"…읏. 뭐야. 설마 욕실에서 마틸다 몸을 어루만지거나 하면서 쌓였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내가 대놓고 괴롭히겠다고 선언하자, 사라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날 새초롬하게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냐. 아냐. 그런 게 아니라, 네 유아퇴행 치료를 위해서 말이야. 디아나도 그랬잖아. 어쩌면 힐링 섹스의 효과뿐만이 아니라, 섹스라는 행위 자체가 네 안에서 할아버지와 나를 분리하는 효과를 낳아서 치료에 도움 될지도 모른다고."
"아아…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도 했었네."
"뭐야. 까먹고 있었던 거냐. 너 설마 다 나았는데 꾀병부리고 있는 거 아니지?"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내가 뭐하러…!"
"날 너무 좋아해서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바, 바보!"
사라는 날 너무 좋아해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말은 부정하지 않은 채, 그냥 내 팔을 찰싹찰싹 때리기만 했다.
게다가 이번엔 마나를 손에 감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지도 않았다.
"아…."
잠깐 동안 앙탈부리듯 내 팔을 때리던 사라는, 그렇게 때리던 손에서 문득 뭔가를 발견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사라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자신의 손등. 거기에는 상당히 진한 색의 사도 인장이 손등을 뒤덮고 있었다.
"…저기. 구원."
"응?"
"어차피 구원이 가까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나이프로 그런 상태가 되는 건 막을 수 있으니까, 이 인장은 다시 엉덩이로…아, 아냐!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냥 그래도 구원이 처음 새겨준 곳이니까…!"
처음엔 조용한 말투로 말하던 사라였지만, 내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듣고 있자 중간부터 얼굴이 빨개져서는 혼자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아, 아무튼! 그래서 옮길 거야 말 거야! 난 딱히 이 상태라도 상관없거든!"
"그야 그렇겠지. 손등에 있으면 남들한테 막 자랑하고 다닐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아냐?"
"…읏, 저, 전혀 아닌 건…아, 아무튼! 어쩔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럼 사라가 원하는 대로, 다시 성감대 표시로 사용해줄까."
"…읏!"
내가 뻔뻔하게 말하자, 사라는 가볍게 내 배를 찰싹 때렸다.
하지만 형식적인 항의는 그뿐으로, 사라는 천천히 내게서 떨어져 등을 돌린 후 자신의 바지 앞섶을 풀었다.
그리고 바지에 손가락을 건 후, 천천히 바지를 내렸다.
속옷도 한꺼번에 내리는 건지, 사라의 멋질 골반라인과 엉덩이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바지는 사라의 엉덩이 중간 정도에 걸쳐져서 멈췄다.
"왜 그 상태에서 멈춰?"
"사, 상관없잖아. 어차피 위에 하는 거니까 이 정도만 보여도."
아니. 어차피 지금부터 할 거니까 그냥 다 내려버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뜻이었는데.
뭐, 상관없나.
그러고 보면 가끔은 옷 입은 상태로 하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상체를 조금 앞으로 숙여봐."
나는 한 손으로 사라의 골반 부분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사라의 곧게 뻗은 등을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뭐? 왜 굳이…."
사라는 불평을 하면서도, 내 손이 누르는 대로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물론 곧게 선 상태로 상체를 90도로 숙이면 균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손은 자연스레 벽을 짚는 자세가 됐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골반을 짚고 있던 손을 이용해 사라의 바지를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사라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살짝만 더 아래로.
그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게 되자, 바지의 위치가 절묘하게 내가 원하는 위치에 오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지 위로 엉덩이 구멍은 드러나게 됐지만, 음부는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상태였다.
사라는 원래 세계의 스키니진과 비슷한 느낌의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멋진 각선미가 그대로 강조되어서 무척이나 멋진 그림이 됐다.
게다가 앞으로 숙였는데도 등은 꼿꼿이 펴고 있어서 더더욱.
얘는 평소에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모델이 포즈를 잡듯 멋져서, 안 그래도 멋진 몸매가 더 근사해 보인다니까.
"서있는 것보단 앞으로 숙여야 더 면적이 넓어져서 확실히 보일 거 아니야. 하트의 뾰족한 끝은 정확히 엉덩이 골을 향하게, 날개는 사라의 예쁜 엉덩이 윗부분의 동그란 라인을 제대로 감싸게,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작업할 필요가 있단 말이야."
"진짜 변태라니까…."
사라는 내가 한 말이 꽤나 부끄러운지 날 돌아보지도 않고,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변태라니. 자기도 지금 상당히 대담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자기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가?
바지를 몰래 더 내리긴 했어도, 느낌상 자기 엉덩이가 노출되어있다는 사실은 알 텐데?
뭐, 좋아.
나는 바지를 벗고 인벤토리에서 젤을 꺼내 스스로의 물건에 천천히 바르기 시작했다.
일련의 동작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처리할 셈이었지만, 과연 젤의 끈적끈적한 소리를 아예 안 나게 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귀가 좋은 사라니까 말이다.
차박차박하고 끈적한 액체가 물건에 발라지는 소리가 들리자, 사라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떨렸다.
드디어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하지만 사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대신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아직도 안 끝났어? 인장 위치 조절하는 거,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이었던가?"
그 말을 듣고, 나는 아까의 의혹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였어.
하여간 귀여운 짓을 한다니까.
플레이의 일환…일 셈은 아마 아니겠지.
얘랑 이미지 플레이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얘가 나서서 그런 짓을 할 정도는 아닐 거다.
그냥 내게 당하더라도, 자긴 모르고 당했다고 잡아 뗄 속셈인 거겠지.
뭐, 그러는 편이 나도 불타올라서 좋지만.
본인이 의도한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재밌는 상황을 연출해주는 사라였다.
"말했잖아. 여기로 옮기는 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젤을 다 바른 물건을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한 번에 박을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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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누트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육식곰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