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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99화 (48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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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폭풍

    "구원씨…스킬…강해지지 않았나요?"

    레이아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심지어 인사조차 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어제 완전히 이성을 잃고 너무 무리했기 때문인지,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밤새 받았을 텐데도 내 몸 위에 축 쳐져서는 살짝 원망스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 레이아.

    "…아."

    그러고 보니.

    무투가와 암살자 레벨이 급격하게 오르는 바람에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지만, 조난할 때의 난 기본적으로 성자 스킬과 다른 스킬들을 섞어서 전투를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자 레벨은 안 올라도 스킬 레벨은 올랐다는 얘기다.

    사실 요즘은 우리 애들이랑 관계를 맺을 때도 거의 스킬을 안 쓰다 보니 성자 스킬의 성장이 더뎠는데, 18일 동안 조난당하면서 거의 하루종일 성자스킬을 써댔으니….

    새삼 스킬 창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전반적으로 성자 스킬의 레벨이 엄청나게 올라있었다.

    …과연. 그래서 레이아가 이성을 되찾지 못했던 건가.

    난 또 레이아가 계속 정신 못 차리고 쾌락만 탐하니까, 구미호 모드가 안 풀린 줄 알고 계속 스킬을 썼었지.

    게다가 오랫동안 못했던 만큼, 구미호도 정기가 많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기도 했고.

    아니. 물론 어제 하기는 했지만, 어젠 그다지 정기 흡수를 많이 하진 못했으니까 말이야.

    레이아도 최대한 이성으로 본능을 억누르면서 했었고.

    …응? 아니. 잠깐만. 그게 아니더라도 분명 레이아의 꼬리가 계속 아홉 개였던 것 같은 기분이….

    그야 어제는 후배위로 하지 않았으니까 꼬리를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레이아의 몸 너머로 분명 꼬리가 아홉 개였던 걸 본 기억이 있다.

    게다가 눈도 분명 빛나는 상태였고.

    "햐응! 구, 구원씨이?!"

    나는 새삼 레이아의 엉덩이 쪽에 손을 뻗어 꼬리의 개수를 확인해봤다.

    응. 역시 하나밖에 없어.

    그럼 어제 계속 꼬리가 아홉 개였다고 생각한 건, 그냥 내 착각인가?

    "…레이아. 혹시 어제 계속 구미호 상태 아니었어?"

    "네에?! 그, 글쎄요? 확실히 그게…조금 흐트러져버렸지만요…. 하지만 그건 분명 구원씨 스킬이…."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고,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내 스킬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흐트러졌다는 걸 알 정도면, 적어도 중간에 이성이 잠깐 돌아오기는 했다는 건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리가 아홉 개였다는 건…레이아가 완전히 이성을 되찾고, 구미호의 정기 흡수 할당량을 채웠는데도 구미호 상태를 유지했다는 건가?

    구미호 상태에서 이성을 찾는 건 비교적 쉽게 성공했지만, 구미호의 힘을 제어하거나 역으로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진도가 더딘 상황이었다.

    더디다고 할까…솔직히 말해서 정기 흡수의 양을 조금 억누르는 것에서 거의 정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구미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대체 원인이 뭐지?

    "레이아. 혹시 말인데. 지금 구미호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네에? 구미호로 말인가요? 으음…."

    내 갑작스런 말에 레이아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면서 끙끙댔지만, 당연하게도 구미호 상태로 별할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죄송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니. 나야말로 미안. 안 될 것 같으면 됐어."

    꼬리와 귀를 축 늘어뜨리고 대답하는 레이아에게, 나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내뱉은 말과는 반대로, 내 머릿속은 맹렬하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어제 밤, 나나 레이아가 모르는 사이에 구미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뭔가의 조건을 만족시킨 건가?

    이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아무리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어차피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확인할 방법이라곤 레이아와의 실전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급할 건 없다. 다음 레이아의 차례까지, 느긋하게 생각하도록 하자.

    여느 때처럼 바넷사가 올 때까지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거나 잠깐 기분 좋은 짓을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식사 준비를 마쳤다는 바넷사의 목소리에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복도에 나가자, 거기에는 바넷사뿐만 아니라 사람 하나가 더 있었다.

    "조, 좋은 아침…!"

    어째선지 반대편 벽에 쭈그리고 앉아서 빛나는 단검만을 바라보며 귀를 막고 있던 사라가, 우리가 나오자마자 벌떡 일어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맞이해준 거다.

    "…응. 좋은 아침. 너 거기서 뭐하고 있었냐?"

    "사, 상관없잖아. 별로. 지나가는 길이었어."

    아니. 네 방에서 식당까지 지나가는 루트에 내 방은 없거든?

    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고는, 내 소매를 살며시 잡아왔다.

    …과연. 위치추적기로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역시 밤새 떨어져있는 건 아직 심적으로 부담감이 큰 모양이었다.

    "…그러냐."

    나는 소매를 잡은 사라의 손을 살짝 풀고, 대신 사라의 허리를 안아서 옆에 찰싹 붙게 만들었다.

    "……."

    역시 내 예상이 맞았던 건지, 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내 옆구리에 붙어왔다.

    뭐, 표정은 살짝 새초롬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귀여운 녀석.

    "후훗."

    그리고 그런 나와 사라를 보며, 레이아도 살며시 내 팔에 달라붙어왔다.

    그렇게 양 손의 꽃 상태로,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나도 수영 연습을 도와주도록 하지!"

    식사를 마친 나는 실비아와 마틸다가 또 욕실로 사라지기 전에 다급히 그렇게 선언했다.

    오늘이야 말로…오늘이야 말로!

    "당신이요? 괜찮아요. 당신은 좀 더 푹 쉬고 계세요."

    하지만 그런 날 보면서, 마틸다는 그렇게 딱 잘라 거절했다.

    후훗. 하지만 거절당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어제도 말했지만, 쉰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좀이 쑤신다고. 적당히 몸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런 의미에서 수영은 적임이잖아? 몸에 부담도 그리 크지 않고."

    "물속에서 십 수 일을 조난당한 사람이 잘도 그렇게 수영할 마음이 생기네."

    "훗. 내 정신력을 얕보면 곤란하지."

    사라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나는 뻔뻔하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면…그래. 수영이 좀 질리긴 했다.

    그야 그렇지. 18일 동안 물속에서 살았던 거다. 자그마치 18일이다.

    그것도 먹고 자고 싸우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목적지를 향해 수영만 하는 나날.

    질리지 않았을 리가 없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영 연습을 돕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영광스런 파라다이스를 위하여!

    과연 알몸으로 하는 수영은 여체를 얼마나 아름답게 보여줄 것인가.

    크크큭.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그런 고로, 나는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저희는 바넷사씨가 알려주시니까 굳이 구원씨까지…."

    하지만 내가 수영을 하게 하는 건 역시 미안하다는 듯, 레이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그 말투라면, 마치 레이아도 수영을 배우고 있다는 듯한 말투네.

    레이아는 알려주러 가는 거 아니었어?

    뭐, 좋아. 레이아가 배우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더 좋다.

    "바넷사가 알려준다고 해도, 이런 건 원래 1 대 1로 알려주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다고. 그런 고로 나까지 합세하면 더 빠른 시일에 실력이 붙을 거라는 말이지."

    레이아가 배우는 입장이라면, 학생 셋에 선생은 바넷사 하나라는 것이 된다.

    그걸 이용해서 나는 그렇게 주장햇다.

    덤으로 내가 선생역할을 해도, 바넷사 역시 같이 선생역할을 하도록 종용하면서.

    저 녀석도 몸매는 끝내주니까 말이다. 다다익선이라는 거다.

    알몸 수영장이라는 파라다이스에, 여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흐으음…그런 거라면 나도 도와줄까."

    그리고 사라는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도와주겠다는 것같은 말투로, 쿨하게 말했다.

    아니. 쿨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데 말이야, 넌 그냥 나 있는 데로 따라오고 싶은 것뿐이잖아.

    아침부터 완전히 들켰거든.

    하지만 사라도 도와준다는 건 나로서도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학생 셋에 선생 셋으로 숫자도 딱 맞아 떨어지고, 아까 말했다시피 알몸 수영장에 여체는 많으면 많을 수록…!

    그리고 무엇보다, 사라까지 끼게 되면 우리 파티원 대부분이 다 같이 수영 연습을 하는 거니까 내가 끼는 것에 대한 저항감도도 약해질 테고 말이다.

    뭐, 파티원 중 딱 한 녀석은 전혀 참가할 마음이 없어 보였지만.

    "……왜 이 몸을 보는 겐가? 이, 이 몸은 안 할 걸세! 헤엄 따위 못 쳐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함도 없네!"

    내가 디아나를 지긋이 바라보자, 디아나가 질색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여전히 운동은 싫어한다니까. 저러니까 레벨이 그렇게 오를 동안 근력이나 체력이 그 모양이지.

    저러고도 몸매가 좋다는 게 말이 안 된다니까.

    대체 왜 안찌는 거지? 아니. 물론 나로서도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엘프 만만세라는 거다.

    "하, 하지만 역시 구원님은 쉬시는 편이…!"

    그렇게 대충 디아나를 제외한 전원이 다 같이 수영연습을 하는 게 확정되었을 때, 아직 내 참가를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의외로, 실비아가 말이다.

    자신들 때문에 나까지 나서는 상황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실비아는 내게 쉴 것을 종용했다.

    "아니. 도와줄 거야. 실비아가 뭐라고 해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

    "…그, 그렇습니까…. 그렇다면…그렇다면 전에 말했던 제 소원으로…!"

    그러자, 이번에는 실비아가 소원까지 들먹이면서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야. 실비아. 너 내 몸을 생각해주는 그 마음은 무척이나 기쁜데 말이야, 그런 거에 소원을 쓰면 안 되잖아.

    "소원?"

    "아니. 전에 게임 내기로 이기면 하나 들어준다고 약속을…뭐, 아무튼. 실비아. 잠깐 나 좀 보자. 너희들은 잠깐만 기다려. 얘랑 둘이 얘기 좀 하고 올게."

    "흐이잇!"

    갑자기 튀어나온 소원이란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리 애들에게 적당히 얼버무리고, 나는 실비아의 팔을 잡아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실비아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어떻게든 날 번거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눈동자를 불태우며 따라왔다.

    "실비아. 솔직히 말해봐. 너 원래 나한테 말하려던 소원이 뭐였어?"

    그리고 나는, 인적 없는 곳에 가자마자 실비아를 바라보고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실은 실비아가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려줄 셈이었지만, 상황이 변했다.

    안 그래도 레이첼 누님의 건도 있어서 그 전에 실비아와 더 관계를 진척시키고 싶었는데, 실비아는 이상한 데에 소원을 쓰려고 하고 말이야.

    "…엣? 그, 그건…."

    내가 수영 연습을 도와줄 거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상당히 의외였던 건지, 실비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뭘 당황하는 건지. 그냥 수영 연습을 도와주고 싶다고 주장하는 거였다면, 굳이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올 리가 없잖아.

    "따, 딱히…딱히 소원 같은 건 없었…."

    "너 거짓말하면 가만 안 둔다."

    시선을 피하면서 누가 봐도 거짓말인 게 티가 날 정도로 동요하는 실비아에게,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위협했다.

    "우읏…! 그, 그게…그게에에…우으으읏!"

    내가 들어도 하나도 안 무서운 협박이었지만, 우리 실비아한테는 이게 또 먹혀들었다.

    얜 내 말엔 무조건 따라주니까. 뭐, 처음에는 성욕처리용으로라도 데리고 있어 달라고 했을 정도니 당연한 거지만.

    실비아는 울먹이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

    다만, 그 울먹임은 뭐랄까…말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몸도 엄청나게 떨리고 있었고.

    "키, 키, 키스…! 키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우아아아…!"

    주먹을 꽉 쥔 채 아래로 쭉 뻗고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결국 실비아는 최대한의 용기를 쥐어짜서 그렇게 외쳤다.

    뭐, 외치자마자 바로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렸지만.

    "키스라니…너 말이야…."

    "죄, 죄송함니다아! 제, 제가 주, 주제 넘게에!"

    내 어이없다는 목소리를 듣고, 지레짐작한 실비아는 필사적으로 내게 사과를 해왔다.

    "아니. 진정해. 그런 게 아니야. 거창하게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바라는 게 고작 키스라니. 너 욕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

    "…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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