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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95화 (47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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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폭풍

    그러고 보니 마틸다 쟤, 요즘 걔속 저랬지.

    던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정확히 말하자면 신전에 다녀온 다음부터 계속 저랬었다.

    조난이라는 큰 사건을 겪는 바람에 잠깐 잊고 있었지만 말이다.

    교황님과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던 건진 몰라도, 아직도 해결이 안 된 건가?

    아, 하긴. 내가 조난당한 동안에는 쟤도 계속 4계층에 있었다고 했었나.

    아무래도 그동안에는 교단의 일보다 날 찾는 걸 더 우선시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무사히 내가 돌아오자, 다시 고민에 빠졌다는 거다.

    추기경씩이나 되시는 분이 교단 일보다 날 더 우선시해주다니, 역시 마틸다는…아니. 그냥 내가 성자다보니 교단에서도 중요한 사람이라서 그랬던 건지도.

    그러고 보니 혹시 실종된 날 찾으러 교단도 움직였던 걸까?

    마법사 협회 누님들은 이렇게 같은 저택에 있으니 날 도와줬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지만, 교단의 반응은 신경을 못 썼네.

    "…혹시 말이야. 나 찾는 거, 마법사 협회 사람들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거나 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당연하잖아. 마틸다가 교단 사람들을 부르려고 하고, 실비아는 공주한테 연락해서 기사단을 보내라고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품에서 덜덜 떨리고 있는 실비아의 감촉을 맛보면서 그렇게 질문하자, 옆에서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가 그렇게 대답해줬다.

    …진짜냐. 교단뿐만 아니라, 왕가까지 움직였다고?

    아무래도 내 상상보다 훨씬 더 큰 소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교단에는 수영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그다지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요. 기껏해야 4계층에서 모험가 생활을 하고 계신 성직자분들께 부탁하는 정도에 그치게 됐어요."

    "저, 저도…나라 전체에서도 수중 전투가 가능한 기사단은 한정되어 있어서…저기…채 도착하기 전에…."

    마틸다와 실비아는 각각 그렇게 겸손을 떨었지만, 나는 충분히 할 일을 해줬다고 생각했다.

    수영을 못해서 직접 날 찾으러 다니지 못했다면서, 대신 이렇게 노력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아니.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줬다는 게 중요한 거지. 고마워. 나중에 신전이랑 성에 가서도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

    "아으으읏…."

    "아, 아니에요…당신을 위해서인 걸요…."

    내가 솔직하게 감사의 말을 전하자, 실비아와 마틸다가 저마다 각각 개성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얘들은 진짜 이럴 때마저 이러냐.

    이래서야 진짜 나랑 이어질 수 있을까?

    특히 실비아. 너 사도 임명하면 진짜 행복사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마틸다 넌 잘도 교단에 연락했네. 남자가…아, 혹시 실비아가 같이 다녀준 거야?"

    "핫! 네, 넷. 그렇죠 뭐. 어차피 둘 다 통신 마법을 써야했으니까요. 그리고 수영도…."

    내가 기막히단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화들짝 놀라면서 핑크빛 모드가 풀린 마틸다가 말을 흐리며 대답했다.

    과연. 어제는 실비아와 마틸다의 조합이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경유로 같이 다니면서 친해진 모양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하루 종일 욕실에서 같이 있는 건 이상하지만.

    아니. 대충 뭘 하고 있었는지 짐작은 가지만 말이야.

    사실 어제는 눈치 채지 못했었지만, 방금 전 마틸다의 대답이 힌트가 되어줬다.

    그렇다면 분명 오늘도…한 번 떠볼까.

    "실비아야…."

    "흐이잇! 네, 네에에…?"

    내가 실비아의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조용히 속삭이자, 실비아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굳어져서 대답했다.

    야. 울지 마라. 안 그래도 방금 전에 사라의 이상한 눈물 공격에 당하고온 참인데, 너까지 이상한 눈물 공격하지 마라.

    아니. 넌 좋아서 우는 거겠지만 말이야.

    보통 좋아서 우는 건 이런 식으로 우는 게 아니지 않냐?

    뭐, 됐어. 아무튼 계획대로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해진 모양이니까.

    "오늘도 마틸다랑 하루 종일 욕실에서 있을 거야?"

    "네, 네엡…으엣…."

    "시, 실비아씨!"

    실비아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직후 본인도 아차 싶었는지 입을 막았고, 마틸다도 황급히 실비아의 말을 막았지만, 이미 대답은 들은 후였다.

    "과연. 둘이서 나한테 숨기고 욕실에서 무슨 짓을 했던 걸까?"

    "후으으읍. 구, 구, 구, 구원님! 아, 아닙…!"

    "자, 잠깐만요. 오해하지 마세요. 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둘은 곧장 격한 반응을 보여줬다.

    실비아는 상체를 뒤로 돌려서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도리질을 했고, 마틸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황급히 부정했다.

    "응?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라니?"

    "제, 제 입으로 직접 얘기하게 할 셈인가요? 어, 어쩜 이리 파렴치한!"

    마틸다의 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나는 우리 사이에 뭔가 거대한 오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렴…아니. 야! 너 대체 사람을 뭐로 보고! 이번에는 그런 생각 안 했거든!"

    얘들은 내가 뭐 맨날 그런 생각만 하는 줄 아는 건가?!

    아니. 그래. 많이 봐줘서 마틸다는 그렇다 쳐. 실비아 너까지…생각해보니까 맨날 실비아가 보이기만 하면 껴안고 장난치는구나. 응. 그렇게 생각 할만도 하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좀 자제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어차피 인식이 이렇게 박혀버린 거, 앞으로는 더더욱 격렬하게 실비아를 행복사로 몰아넣어 주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실비아의 몸을 꽈악하고 힘줘서 끌어안았다.

    "이 바보…‘이번에는’이란 건, 평소엔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거잖아…."

    사라 넌 옆에서 끼어들지 말고 조용히 해!

    남자가 야한 생각을 하는 게 뭐가 나빠! 이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고!

    "하아…뭐, 됐어. 아무튼 알았다."

    "더, 더 추궁하진 않는 건가요?"

    "추궁할 게 뭐 있어. 어차피 둘이서 수영연습이나 하고 있었겠지. 내게 숨긴 것도, 괜한 신경을 쓰지 않도록 비밀로 하고 있었다든가 뭐 그런 거잖아? 막 돌아와서 피곤한 내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야. 아냐?"

    "으윽…그, 그거야…맞지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는 조금 굴욕적이란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있냐? 너희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게 착하다보니까 예상하기 편하다고.

    "말해두지만, 전혀 신경 안 써도 돼. 오히려 하루 종일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면서 쉬기만 하는 게 더 찌뿌둥해진다고. 수영연습 도와주는 것 정도라면 오히려 환영이야. 시간 때우기도 좋고. 무엇보다…."

    합법적으로 욕실에 들어가서, 너희 몸매를 관찰할 수 있는 거니까.

    욕실에서 수영연습을 하는 거니까, 분명 알몸으로 하고 있는 거겠지?

    오히려 제발 돕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뭔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은데, 오늘은 나도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힐끔 디아나를 쳐다봤다.

    디아나는 여전히 뭔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면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옆에서 이렇게 떠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집중력이다. 역시 대마법사님.

    "미안하지만 오늘은 좀 힘들겠네."

    "아, 아뇨. 원래부터 실비아씨랑 둘이서 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당신이 사과할 건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틸다는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응? 왜 저러지? 설마 또 내가 너무 착실히 말해서 위화감 든다든가, 그런 말을 할 셈은 아니겠지?

    "저…구원씨…?"

    그때 조용히 식사를 하면서 우리 얘기를 듣고만 있던 레이아가 입가를 가볍게 닦으며 조심스런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응? 왜?"

    "그게…슬슬 실비아씨를 놔주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응? 헉! 시, 실비아아!"

    내 품에 안긴 실비아는, 어느 샌가 진동도 멈춘 채 거의 성불할 것처럼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조용하다 싶더라니!

    마틸다도 이걸 보고 저런 표정을 지었던 거였나! 좀 빨리 말하라고!

    "구원님…전 이제 틀렸습니다아…."

    보통 이럴 때는 죽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실비아였지만, 이번에는 한계에 다다른 채로 너무 오래 자극을 받았던 모양이다.

    실비아는 성불하기 직전에 유언이라도 남기듯 그렇게 중얼거였다.

    "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대로 죽게 할 순 없어! 어서 심장충격기를…! 젠장. 이 세계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나! 그렇다면 여기선 판타지 세계답게 왕자님의 키스로…!"

    "키…흐에에에엣?!"

    아, 살아났다.

    키스란 말을 듣자마자, 실비아가 순식간에 파닥거리면서 일어나더니 구석으로 달아났다.

    아무리 현자타임 중이라도 키스는 버티기 힘든 모양이다.

    진짜 한 것도 아닌데 상상만으로 다시 되살아나다니. 대체 얼마나 내성이 약한 거야.

    "실비아. 이리 온."

    "아, 아, 안 됩니다! 죽습니다아!"

    나는 다시 실비아에게 손짓을 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실비아는 고개를 흔들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게 실비아 좀 그만 가지고 놀라니까. 그러다가 언젠가 진짜로 실비아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실비아로 노는 건 반쯤 포기했는지, 사라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아니. 일단 제대로 조절은 하고 있을 셈인데 말이야.

    이번에는 단지, 대화에 열중하느라 잠깐 까먹은 것뿐이야.

    하지만 사라 말대로, 이 이상 끌어안고 있기도 미안해서 나는 그대로 실비아를 보내준 채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실비아테라피의 효과는 충분히 봤고.

    "그럼 우선! 사라양! 자네 한 번 이 자의 몸에서 손을 떼어 보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사라, 그리고 디아나는 함께 방에 모였다.

    물론 사라의 유아퇴행을 치료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 참고로 레이아는 실비아, 마틸다와 함께 욕실로 갔다.

    어차피 우리 쪽에 있어봤자 자신이 도움 되진 않을 것 같으니, 그쪽을 도와준다고 말이다.

    천사님은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데 말이야. 주로 내 심신안정 쪽으로.

    아무튼 그래서 셋이서 방으로 온 후, 디아나는 곧장 사라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네? 하지만 손을 떼면 또…."

    "어느 정도 거리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걸세. 그리고 그동안, 사라양 자신의 자신이 어떤 감정이 드는지 주목해보도록하게."

    확인해본다고 해도 말이지…전에 살짝만 떼도 우는 거 디아나 너도 봤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라는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그럼…갈게요."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사라는 살며시 내 손에서 손을 뗐다.

    거리는 1cm…5cm…10cm 정도까지 떨어졌을 때부터, 사라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오, 전보다 조금 잘 버티네?

    역시 그동안 나랑 지내면서 조금 안정을 되찾은 건가?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엔 어제 밤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진전이 없었는데?

    …혹시 섹스를 해서?

    어쩌면 힐링 섹스가 도움이 됐을지도. 스킬 설명에는 자연치유력이 상승한다고 쓰여 있으니까 말이다.

    사라가 겪고 있는 이런 문제도 보통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만큼, 힐링 섹스가 상승시키는 자연치유력의 범주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우으읏…! 우에에엥…역시 안 돼애애! 구원이랑 떨어지기 싫어어어!"

    하지만 사라가 내 몸에서 손을 떼고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는 다시 내 손을 붙잡았고, 그러고 나서도 좀처럼 진정하지 못한 채로 코를 훌쩍였다.

    "흠. 역시나 회복이 조금 되기는 한 모양이구먼."

    그리고 그런 사라를 보고, 디아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역시나?"

    "뭐어…자네와 몸을 섞었으니 말일세."

    내가 질문하자, 디아나는 어젯밤 일은 그다지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면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은 즉, 디아나도 사라가 이렇게 회복된 이유를 힐링 섹스로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사라양. 울고 있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질문을 좀 하겠네. 자네 이 자와 떨어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훌쩍…네. 그러네요…우으…구원은 귀 막고 있으면 안 돼?"

    사라는 훌쩍거리면서 대답하려다가, 뭔가 부끄럽다는 듯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호오. 사라가 웬일로 제정신인 상태에서 귀여운 반응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레이첼 안 까먹었습니다.

    다만 원래는 이 파트가 그냥 짧게 끝날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길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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