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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73화 (45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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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급효과

    꽤나 오랜만에 본 소피아 대사제와 우선은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후, 나는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가 영상이 효과가 있었는지 질문했다.

    "네. 밖의 사람들을 보고 예상하셨겠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굉장히 좋아요.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정확해지겠지만, 저 영상이라면 분명 충분한 성과를 내겠죠."

    그 질문에 소피아 대사제는 그야말로 흡족한 표정을 띄우면서 대답해줬다.

    다행이다. 교황님은 통 크게 허락해줬다고 하더라도, 다른 성직자들은 신전에서 사제들이 그런 영상을 다른 사람과 함께 봐야하는 상황에 거부감을 가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까 전 사제들의 반응도 그렇고, 아무래도 여기 종교인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넓은 모양이다.

    "하지만 과연 성자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가 그렇게 교육을 해와도 해내지 못했던 것을, 설마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실 줄이야."

    "아뇨. 아뇨. 그런. 신전에서 이미 기초적인 교육을 다 받았기 때문에 저 영상도 효과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여자가 알려주는 것보다는 같은 남자가 알려주는 게 뭔가 더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뿐이에요."

    "겸손하실 거 없어요. 정말로 훌륭한 강의였는걸요. 게다가 사랑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계속해서 속삭여주라고 하는 부분은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부끄럽게도 저희 교육은 행위는 제대로 감정을 담아서 하라고 말로만 그래놓고, 대부분 실질적인 기교에 관한 것이었거든요. 뭔가 깨우쳐진 기분마저 들었어요."

    내 겸손에 소피아 대사제는 그야말로 기특한 사윗감을 보는 눈으로 날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나는 소피아 대사제의 칭찬보다는, 다른 부분에 더 주목하게 됐다.

    "…네? 설마 소피아 대사제님도 보신 건가요?"

    영상은 당연히 교육을 담당하는 말단 사제들만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소피아 대사제도 교육을?!

    아니. 그럴 리 없나. 교육이 필요한 상대라면 소피아 대사제랑 하는 순간 복상사 확정일 테니.

    그렇다면 대체 소피아 대사제는 왜 영상의 내용을….

    "그, 크흠! 그러네요. 일단 이 신전의 총책임자로서, 신전 안에서 어떤 영상이 틀어지게 될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소피아 대사제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대답했다.

    진짜냐. 장모님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분께 그런 영상이 보였다니.

    아니. 영상의 남자는 내가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괜찮은 건가요? 그, 규율 같은 게…."

    "괜찮아요. 전 영상에 나온 두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건 성교 영상이 아니라 교육 영상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여신님의 사자가 직접 행하는 일이 여신님의 뜻에 반하는 일 일리가 없으니까요."

    …그런 걸까. 뭐, 소피아 대사제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그 후에도 오랜만에 만난 소피아 대사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교황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마틸다와도 얘기를 더 나누다가 우리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설마 그런…. 완전히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네요? 이제부터 당신과 있으면 편하겠어요."

    "비꼬는 거 아니지?"

    "그럼요. 물론이죠."

    그리고 돌아가는 마차 안, 마틸다는 아까 전 일이 생각난 듯 쿡쿡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면, 신전에서 돌아오는 길에 말이다.

    내가 신전에 있다고 그 사이에 소문이 쫙 났던 건지, 내가 길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의 무리가 갈라져나갔던 거다.

    덕분에 주변에 다가오는 남자는 단 한명도 없어서, 누가 마틸다한테 접근하는 건 아닌지 경계할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마차까지 올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쳐주지. 그래서 교황님과 얘기는 잘 했어?"

    "네, 넷?! 네에…뭐어…."

    "응? 뭐야? 그 반응은."

    내가 무슨 이상한 질문이라도 했나?

    아니. 극히 평범한 대화였다고 생각하는데?

    "아뇨. 교황님도 영상의 성과가 제대로 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흡족하신 모양이었어요."

    "뭐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분명 그 얘기는 중요한 얘기가 아니었겠지.

    아까 전의 반응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뭔가 중요한 얘기를 교황과 나눈 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마 교단의 높으신 분들끼리 나누는 얘기일 거다.

    분명 내게 할 만한 얘기가 아닌 거겠지.

    물론 나도 여신님의 사자로서 얘기를 듣고 싶다고 주장하면 어떻게든 캐물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교황과의 대화가 껄끄럽다는 이유로 같이 가지도 않은 주제에 이제 와서 뻔뻔하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조금 신경 쓰이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분명 마틸다가 알아서 잘 할 거다.

    나는 그 정도로 마틸다를 믿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만한 귀족가 아가씨 같은 이미지 때문에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틸다가 추기경으로서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다녀왔어."

    그렇게 저택에 돌아온 우리였지만, 어째 귀가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그야 물론 메이드들은 인사를 해왔지만, 메이드들 말고 말이야.

    솔직히 레이아는 대신 마틸다와 신전에 가준 내게 감사하면서 마중을 나올 줄 알았는데.

    레이아는커녕 귀가 시엔 언제나 마중 나오던 바넷사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바넷사 녀석은 설마 아직도 꽁해있는 건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전 이만."

    "응. 아, 잠깐. 아예 지금부터 저주 푸는 작업도 해버릴까? 저녁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는데."

    "네? 아, 아뇨. 괜찮아요. 당신 덕분에 쾌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번잡한 곳을 지나온 덕분에 조금 피곤해져서요. 그리고 교황님과의 대화에서 좀 생각해봐야할 문제도 있어서…."

    이왕 반나절을 같이 보냈으니, 아예 저주 해제도…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의외로 마틸다 쪽에서 거절을 해왔다.

    역시 교황과 뭔가 중요한 얘기라도 나눈 모양이다.

    말하는 투가 뭔가 변명을 줄줄 늘어놓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일단 내용 자체는 타당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아마 내일은 던전에 갈 거라고 생각해. 그럼 이번에는 아예 못하게 되는 건데, 괜찮아?"

    "네, 네에. 어쩔 수 없죠. 던전에 가는 것도 여신님이 주신 소중한 사명이니까요. 그럼 이만."

    "응. 푹 쉬어."

    마틸다와 헤어지고 나자,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어버렸다.

    혼자 있기 싫어서 마틸다랑 같이 있고 했었던 건데 말이야.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최후의 수단을 쓰도록 할까.

    "실비아! 실비아 나와! 어서!"

    "네, 네헷!"

    내가 조금 강압적인 말투로 허공에 대고 실비아를 부르자, 어디선가 불쑥 실비아가 튀어나왔다.

    역시나 있었군. 뭐, 시선은 느껴졌으니까 알고 있었지만.

    하여간 얜 엿보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그렇게 강렬한 시선을 보내서야 다 들키잖아.

    "실비아. 내가 돌아온 거 알고 있었으면 나와서 인사는 좀 하자."

    "다, 다녀오셨습니까아!"

    "오냐. 다녀왔다."

    "그, 그럼…!"

    "아직 얘기 안 끝났다."

    곧장 돌아서서 도망가려는 실비아의 팔을 나는 단단히 붙잡았다.

    "히우으읏…!"

    물론 그래봤자 실비아가 뿌리치려고 마음 먹으면 뿌리칠 수 있었겠지만, 당연히 실비아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내 손이 닿은 부분부터 힘을 빼앗기듯이 천천히 몸에 힘이 빠지며 무너져 내렸다.

    아니. 그러니까 요즘 너 너무 내성이 떨어졌다니까.

    소원 때문이야? 소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직 뭘 해달라고 말도 못한 주제에.

    뭘 부탁할 생각이기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내성이 떨어지는 거야.

    원래는 실비아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이래서야 평생 뭘 부탁하려는 건지 들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제대로 물어보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군.

    "실비아. 너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 혹시 못 봤어?"

    "세, 세 분 말임니까아? 모, 못 봤습니다아!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아!"

    아니. 범인 취조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필사적으로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 그럼 바넷사는?"

    "모, 모릅니다아! 전 아무것도…!"

    "알았다. 알았어."

    내가 팔을 놔주자, 실비아가 비틀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날 향해 90도로 꾸벅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후다다닥 달아나서는…모퉁이에서 얼굴 반쪽만 내밀고 다시 날 관찰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딴죽 걸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도망가는 와중에도 제대로 인사는 하고 가는 점이나, 도망간 주제에 얼마 멀리 가지도 않고 날 관찰하는 점이나.

    아무튼 아무도 못 봤다니.

    바넷사는 그렇다 치고, 설마 셋은 아직도 디아나의 방에서 얘기중인 건가?

    확실히 사라나 디아나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건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말이야.

    이렇게까지 오래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정말로 레이아한테 뭔가 알아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

    뭐, 실제로 비법 같은 건 딱히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분위기지만, 천사님의 그 천사 같은 분위기는 흉내 낸다고 해서 흉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일단 지나가는 메이드에게 셋과 바넷사를 못 봤냐고 물어보기로 했다.

    멀리서 날 지켜보는 실비아가 충격 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못 본척하기로 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너한테 물어본 것도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다고.

    …내가 흐뭇해졌다는 의미에서.

    아무튼 메이드한테 다시 확인을 해본 결과, 우리 애들 셋은 정말로 아직 디아나 방에 모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참고로 바넷사는 낮부터 모습을 못 봤다고 한다.

    완전히 나 때문이잖아.

    설마 그렇게까지 충격 받을 줄이야.

    뭐, 확실히. 아무리 철의 집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바넷사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여자.

    다른 남자한테 자위한 걸로 추궁당하면 그야 부끄럽겠지.

    나중에 살짝 사과라도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돼버리면, 저녁때까지 나 혼자 지내야한다는 게 되어버리는데.

    어쩔 수 없지. 실비아랑 특훈이라도 할까.

    "실비아아…!"

    "흐아앗!"

    하지만 실비아는 내가 다가가려고 하자, 마치 좀비물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다.

    정말로 실비아가 아니면 놀 사람이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야.

    그런 고로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봤다.

    그리고 그 결과….

    "하웃! 우, 우으으…우아아아…."

    허둥지둥 도망가던 실비아는 내가 쫓아온다는 걸 알자 더 당황하기 시작했고, 결국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서는 바닥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도 뒤를 돌아서, 다리를 파닥파닥 거리고 엉덩이를 질질 끌며 도망가려고 하는 게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아니. 실비아. 그러니까 반응이 너무 과하다고.

    "…괜찮냐?"

    "괘, 괜찮…!"

    괜찮다는 건 아마 사실일 거다.

    실비아 정도 레벨에 겨우 바닥에 넘어진 정도로 몸에 상처가 날 리도 없으니까.

    "아니. 안 괜찮아 보이는데. 치료를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수중에 포션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어쩔 수 없지. 힐링 섹스로 치료할까."

    하지만 나는 실비아의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을 계속했다.

    "으에에엣?!"

    "왜? 싫어?"

    "좋습니다아!"

    이런 건 또 즉답이란 말이지.

    "그럼 좀 더 기쁜 표정을 지어라. 그러면 마치 싫어하는 거 같잖아. 아무리 나라도 계속 그러면 조금 상처받는다?"

    "우…으으읏…. 헤, 헤, 헤헷…."

    내가 일부러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실비아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찰싹찰싹 때리고는, 배시시 웃으면서 날 바라봤다.

    다만, 몸의 떨림까지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어서, 저렇게 떨면서 웃고 있으니 마치 내가 완전히 쓰레기가 된 기분이….

    "…아니. 미안. 무리할 거 없어. 상처받는 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그냥 평소대로 해."

    결국 나는 실비아의 그 의지만을 높이 평가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내성이 떨어져선 그 소원인지 뭔지 이전에, 나랑 섹스하는 걸로도 행복사하지 않으려나?

    아니. 그야 물론 힐링 섹스가 있으니까 괜찮겠지만….

    하아. 어쩔 수 없나.

    "실비아. 섹스는 됐고. 오늘은 그냥 같이 놀자."

    나는 실비아를 데리고 포커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물론 전처럼 내기 같은 걸 걸지도 않고, 순수하게 게임 목적으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연참하고 기절했다가 지금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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