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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효과
"다녀왔…으헉!"
그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기습적으로 태클 공격을 받았다.
아니. 공격이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 달려들 거라고 상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안 아팠잖아?"
내 품에 달려든 건, 의외로 사라였다.
차라리 디아나나 레이아가 품에 안겨온 거라면 이해가 되는데. 사라가 말이지.
"그거야 그런데…왜 화났어?"
"화, 화난 거 아니야! 그보다 왜 늦은 거야?! 마석 정산치곤 묘하게 오래 걸렸잖아."
얜 대체 뭘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거지?
"겸사겸사 대장간에 좀 들렀어."
"정말로?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괜찮은 거지?"
"괜찮다니. 대체 뭐가?"
"그, 그러니까…덮쳐지거나 하지 않았어?"
…아아. 응. 과연.
아무래도 얘들 역시 오는 도중에 소문을 들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바넷사도 내가 피곤하다고 했더 말만 가지고 바로 눈치를 챘던 거였군. 혹시 대문까지 마중 나와 있었던 것도 그래서인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하라고. 아니. 그 이전에 조금 더 나한테 상냥하게 대하라고.
슬프게도 바넷사가 나한테 상냥하게 대하는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지만.
"괜찮았어. 애초에 영상에 나온 남자는 내가 아니라는 설정이잖아. 오히려 더러운 남정네들이 달라붙지 않아서 편하던데? 드디어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야."
나는 사라에게 피식 웃어주면서 대답했다.
아니. 바넷사. 역시나란 표정 짓지 마라.
넌 자기가 무표정이라 뭔 생각을 해도 안 들킬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다 티 나거든?
"하지만 사라양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는 하네. 아주 소문이 자자하더구먼."
"정말로요. 어제 처음으로 영상 교육을 시행했다는 모양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어제?! 아니. 아무리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지만, 이건 소문이 너무 빠르지 않냐?
여기 사람들은 서로 모이면 그런 얘기밖에 안 하나.
"뭐, 어차피 내가 계속 아니라고 주장하다보면 언젠간 잠잠해지겠지. 이런 화젯거리는 어차피 당사자가 조용히 있으면 잠잠해지는 법이야."
"그런 걸까요?"
…이론적으로는 말이야.
"그보다 너희는 괜찮았어? 영상에 나온 게 너희라고 오해받거나 하진 않았어?"
뭐, 요한 얘기를 생각해봐선 괜한 오해를 하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지만.
참고로 만약 그런 착각을 하고 우리 애들한테 이상한 시선을 보내거나 들이 대거나 하는 놈이 나타난다면 눈과 혀를 뽑아버릴 계획이다.
"그건 괜찮았어."
하긴 그것도 그런가. 다들 체형이 너무 다르니까 말이다.
사라는 키가 크고 가슴이…디아나는 키가 작고 가슴이…실비아도 가슴이…레이아는 오히려 가슴이 더 크고….
그나마 우리 파티원들 중 펠리시아와 제일 비슷한 체형을 꼽는다면 마틸다가 있겠지만, 마틸다는 개조하지 않은 사제복 특유의 펑퍼짐한 옷 때문에 벗지 않는 한 몸매가 드러나지 않고 말이다.
아니. 그 이전에 성직자가 그런 영상을 찍을 리가 없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을 거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오해를 받는 불상사가 생기진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소문이 잠잠해질 때까지 자네는 극력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구먼."
"또 후드를 쓰고 다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꽁꽁 숨기고 다니면 오히려 영상의 남자가 나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던전에 가있는 건 어떤가요? 어차피 이번에는 그리 오래 있지도 않았고…아, 하지만…."
레이아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박수를 한번 짝 치고 제안을 해왔지만, 말하는 도중 점점 말에 힘이 빠져갔다.
그리고 그 시선은 마틸다를 향해 있었다.
"저라면 아무 걱정 없어요. 아무리 귀여워도 이쪽을 공격해오는 위험한 몬스터니까요. 제대로 싸울 수 있어요."
하지만 마틸다는 짐이 되기는 싫다는 듯, 약간 허세로도 보일 정도로 자신 있게 말했다.
"아니. 펭귄이 문제가 아니라, 던전의 마력은 괜찮은 거냐?"
"그것도…참을 수 있어요. 펭귄이 당하는 모습이 가슴 아파서 그런데 신경 쓸 겨를이…아무튼요."
아니. 그것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었잖아. 조금은 신경 쓰라고.
얘 생긴 거랑 다르게 귀여운 거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네.
그러고 보니 하프 물범 때도 제일 솔선해서 뜯어말린 건 마틸다였다.
"좋아. 그럼 아무튼 던전은 근시일 내에 다시 가는 걸로 하자. 나도 얼음 동굴을 빨리 조사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고."
사실 입구를 찾느라 스트레스 받은 것과, 바닥이 미끄러운 것만 해결되면 얼음 던전은 상당히 괜찮은 사냥터였다.
펭귄의 방어력이 낮아서 한 번 한 번의 사냥 시간이 짧기도 했고, 경험치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암살로 전투를 열다보니 암살자 레벨이 올라가는 것이 상당히 좋았다.
암살자 레벨, 정확히 말하자면 은신술 스킬의 레벨은 일단 올려두면 쓸데가 많으니까 말이다.
굳이 성적인 의미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모로.
"뭐, 우선은 얼음 바닥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말일세."
"그거라면 괜찮아. 아까 말했다시피 대장간에 다녀왔거든. 미끄럼 방지용 장비를 의뢰해놨어. 내일 밤쯤이면 완성 될 거라고 하던데? 모레에라도 가지러 가면 될 것 같아."
"호오. 일이 빠르구먼."
"후하핫. 좀 더 칭찬해라!"
"잘했네. 잘했어."
아니. 그렇게 솔직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하면 역으로 부끄러운데.
하지만 디아나 앞에서 부끄러운 티를 낼 수는 없다.
건수를 잡으면 또 능글맞게 웃으면서 틈 만나면 내 머리를 쓰다듬고 놀리려고 들 테니까.
그리고 이럴 때 부끄러운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히아아앗!"
그런 고로 나는 살금살금 구석으로 빠져나가려는 실비아의 팔을 낚아채서 품에 안았다.
그래. 바로 이 진동이야.
던전에선 끌어안아도 별로 반응이 없었으니까 조금 쓸쓸하기까지 했다고.
실비아는 진동을 해야 그 진가가 우러나오는 법이지.
역시 특훈 같은 거 할 필요 없이, 실비아는 계속 이대로 있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아, 하지만 그러면 사도 임명을 못하게 되는 건가.
지금 상태에서 하면 십중팔구 행복사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음. 어려운 문제로다.
"여러분.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우리 애들과 적당히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 어느 샌가 사라져 있었던 바넷사가 다시 돌아와 식사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왔다.
그러고 보니 타이밍 좋게도 저녁 시간이네.
이번 탐험은 며칠 안 있었던 것에 비해서 정신적으로 피로가 많이 누적됐으니까 말이야. 이렇게 잘 시간이 빨리 다가온 건 반가웠다.
뭐, 물론 바로 잘 건 아니지만.
아니. 그게 말이야. 식사 후에 바로 잠자면 살도 찌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하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구원."
식사를 마치고, 밤이 되어서.
샤워를 끝낸 사라는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대뜸 그렇게 말했다.
"응?"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사라가 조금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머뭇거렸다.
"뭔데? 왜 그래?"
"그, 그게…영상, 가지고 있었지?"
"…혹시 보고 싶어?"
야. 너 직접 볼 때 울었던 건 기억나냐?
물론 동시에 젖기도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직접 보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는 게 충격이 더 적지기도 할 거고.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 너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거 아니냐?
무슨 발정 난 사춘기 꼬맹이도 아니고.
아니. 그야 물론 내가 할 말은 절대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지만 말이야.
"그, 그게! 그러니까! 낮에 그런 말을 듣고 난 후니까 아무래도 신경 쓰이잖아?!"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이야?"
"다, 달리 어떤 이유가 있다는 거야?! 아무튼 난 구원의 여자로서! 영상의 내용을 확인할 권리와 의무가 있어!"
그렇다면 내가 가진 원본보다는 신전에서 교육용으로 쓰고 있는 수정판을 확인해야 되는 게 정상 아닐까?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사라의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보여줄 각오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인벤토리에서 곧장 영상이 담긴 마석을 꺼냈다.
부끄럽지 않냐고? 이제 와서 부끄러울 게 뭐 있어. 어차피 전 세계 사람들이 보고 있는 영상인데.
"거기에 영상이 담긴 거야?"
"그래. 맞아…아니. 잠깐만."
나는 마석을 사라에게 건네기 전에 아이템 설명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다.
좋아. 문제없군.
"…뭐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혹시 디아나 영상이랑 뒤바뀐 건 아닌가 확인한 것뿐이야.
그야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자동으로 이름도 보이니까 제대로 구별이 되지만 말이야. 이렇게 꺼내놓고 보니까 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재확인한 것뿐이다.
"……."
사라는 아주 잠깐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석을 건네받자 이내 곧 마석에 정신이 팔리게 됐다.
"그 부분을 벽으로 향하고 마력 불어 넣으면 재생된다."
"아, 알고 있어!"
아니. 빤히 바라만 보고 있으니까 모르는 건가 싶었지.
"후우우…읏. 좋아."
한동안 마석 상대로 눈싸움을 하던 사라는, 결국 결심을 했다는 듯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마력을 불어넣고 침대 옆의 조그만 탁자 위에 마석을 올려놓자, 침대 정면의 벽에 영상이 커다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으읏…."
물론 영상은 내가 영상제작을 도와준 성자님과 공주님께 감사 인사를 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사라도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사라는 벌써부터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면서, 낮은 침음성을 흘렸다.
역시나라고 해야할지.
아직 성행위는 시작도 안 됐느데 벌써부터 이렇게 질투심을 풀풀 내뿜고는 말이야.
나는 침대 머리 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사라의 옆구리에 팔을 둘러 옆으로 바짝 끌어안았다.
"꺄악! 뭐, 뭐야 갑자기. 놀랐잖아."
"영상에 그렇게 질투할 거 없잖아. 지금 내 옆에 있는 건 너라고."
"그건 알고 있지만…."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영상의 나는 곧장 강좌를 시작해서, 펠리시아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그 혀를 마음껏 가지고 노는 중이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니까 뭔가 엄청 야하네.
펠리시아는 얼굴을 다 가리고 입 밖에 안 보이는데도, 그 요염함이 화면 너머로 전해져왔다.
내 손가락에 혀를 저렇게 야하게 말아서 빨고 말이야.
"으으읏! 나, 나도 저 정도는…!"
저 장면을 직접 봤을 사라도, 영상으로 보게 되자 새삼 위기감이 느껴진 모양이다.
아니. 영상으로 봤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런 건가.
직접 보는 건 아무래도 그 자리의 분위기에 자신도 휩쓸려서 멍하니 보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사라는 자신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내 손을 붙잡아서 위로 끌어올리더니, 곧장 내 손가락에 혀를 말았다.
"으음. 쪽. 하앗. 자, 자아! 구원도! 내가 저 여자보다…!"
야. 벌써부터 그렇게 흥분해서 어쩌려고 그러냐.
아니. 그야 물론 질투심도 엄청나게 느껴지지만, 사라의 붉어진 얼굴은 자신이 흥분했다는 사실 또한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 저렇게 손가락을 움직이진 않을 거야."
사라는 내가 영상의 펠리시아를 대하듯 자신에게도 똑같이 해주길 바란 모양이었지만, 나는 굳이 고개를 저어가며 거절했다.
"…에, 뭐, 뭐라고?"
설마 거절당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건지, 사라의 동공이 진동하듯 떨리는 게 똑똑히 보였다.
걱정 마. 펠리시아한텐 할 수 있지만 너한텐 못하겠다는 게 아니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오히려 그 반대라고.
"너랑은 키스를 할 수 있는데 뭐하러 손가락으로 가지고 놀아."
나는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사라의 혀끝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살짝 꼬집어준 후, 그 입에서 손가락을 꺼내도 대신 입을 맞추었다.
"으으응…구워어언…."
내 혀가 그 입으로 파고들어가 혀끝을 간질이자,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던 사라의 얼굴이 몽롱하게 풀렸고, 입에서는 달콤한 한숨과 함께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으음…아음…여, 져거보다아…아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고, 영상에서 내가 설명하는 테크닉을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진하게 자신에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도 영상 속의 펠리시아에게 질 수 없다는 듯 혀를 요염하게 움직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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