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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62화 (44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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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바뀐 관계

    그 후 결국 레이아가 끝까지 여왕님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어떤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다만 상상하시는 대로의 일이 일어났다고만 말해두지.

    전혀 움직이지 않아도 구미호가 전력으로 달려드는 걸 이겨버리는 스스로의 능력이 너무나도 무섭다.

    하늘은 어찌하여 내게 이런 가공할 힘을…! 뭐, 할 일이 있으니까 준 거겠지만.

    아무튼 기분 좋게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나는 눈을 뜨기 전부터 엄청난 위화감에 휩싸였다.

    몸 위에 아무것도 없어.

    그럴 수가?! 그게 말이 돼? 게다가 어젯밤은 레이아랑 잤다고?!

    그 거대한 두 언덕이 가슴팍에 짓눌려지는 그 감각이 없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순식간에 잠기운이 달아난 나는 황급히 눈을 뜨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히으응!"

    그리고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나는 고간에 쾌감이 전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포근하게 물건 전체를 감싸오는 감촉. 이 감촉은 틀림없이 레이아의 감촉이다.

    그러고 보니 내 다리 사이의 이불이 볼록 솟아나 와있었다.

    천천히 이불을 걷자, 거기엔 아니나 다를까 레이아가 있었다.

    내게 등을 돌리고, 내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자세로.

    물론 엉덩이는 내 고간에 바짝 밀착시켜서, 내 물건을 그 음부에 제대로 담고 있었다.

    "…저기, 레이아? 지금 뭐해?"

    과연 나도 일어나자마자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는 머리가 따라갈 수 없어서, 일단 레이아의 엉덩이에 대고 질문을 던져봤다.

    "……."

    하지만 돌아온 건 침묵뿐이었다.

    설마 그 자세로 자니?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방금 내가 몸 일으켰을 때 신음소리 냈잖아.

    나는 일단 시험 삼아서 레이아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콕 찔러봤다.

    음. 말랑말랑하고 좋은 느낌이다. 손가락이 그대로 파묻힐 것 같은…아니. 이게 아니지.

    내가 엉덩이를 콕콕 찌르자, 레이아의 꼬리가 반사적으로 바르르 떨렸다.

    역시 일어나 있잖아.

    "레이아. 뭐하고 있는 거야?"

    "꺄악! 아, 안 돼! 지금 얼굴 보시면 안 돼요오!"

    레이아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레이아가 비명을 지르면서 파닥였다.

    어쩔 수 없이 팔을 놔주자, 레이아는 다시 아까처럼 웅크리고 엎드려서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꼬리는 힘없이 축 늘어져있고, 자세히 보니 귀도 앞으로 접혀있었다.

    전신으로 지금 기운이 없다는 걸 어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 이제 와서 부끄러워져서 그래?"

    그렇게 물어보자 레이아의 꼬리가 내 배를 탁탁하고 몇 대 때리더니, 다시 바닥에 축하고 늘어졌다.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다.

    "에이. 뭘 이제 와서 그래. 어제는 구미호 상태가 풀리고도 꽤나…으읍."

    "꺄아악! 꺄아악!"

    내가 능청스럽게 얘기하자, 레이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몸을 반 바퀴 빙글 돌려서 날 마주보더니, 양 손으로 내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면서도 새빨개진 얼굴로 나랑은 시선도 못 마주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덤으로 격한 움직임에 이끌려 황홀한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두 개의 봉우리도 끝내줬다.

    "드디어 이쪽을 보네."

    나는 양 손으로 레이아의 두 손목을 각각 붙잡아서 내 입에서 떼어내고, 레이아가 다시 뒤로 돌리지 못하게 아예 내 등 뒤로 돌려버렸다.

    레이아는 자연스럽게 날 끌어안는 자세로 밀착해왔고, 그에따라 얼굴 사이의 거리도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하으으…."

    뭐, 그래도 레이아는 끝까지 나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푹 숙여서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버렸지만 말이다.

    나는 그런 레이아의 뺨을 양 손으로 붙잡아서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리게 만들고, 살짝 입술에 키스를 해줬다.

    "아아아…. 저, 저기…어제는…."

    "괜찮아. 부끄러워할 거 없어. 어젠 나도 좋았어. 가끔은 그런 식의 플레이도 신선해서 좋던데?"

    "그, 그런 가요…."

    레이아는 조금 안심한 듯이 배시시 웃으면서, 그럼에도 아직 부끄러움을 떨치지 못한 듯 조금 모을 떨었다.

    "게다가 어제 그게 레이아의 성벽인 거지?"

    "네, 네엣?! 제, 제 성벽?!"

    "응.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한 거니까. 아니야? 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그, 그, 그런! 그런 게!"

    "괜찮아. 난 다 이해할 수 있으니까. 뭣하면 매번 그렇게 해도 난 아무 문제없어."

    "저, 전…!"

    "하지만 설마 레이아가 그런 플레이를 좋아할 줄이야. 혹시 나한테 봉사를 좋아한다고 했던 것도, 자기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랬던 거야? 실은 봉사가 아니라 가지고 놀고 있을 셈이었다든가?"

    "아, 아, 아, 아니에요! 그,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하핫. 괜찮다니까. 그러네. 난 다 이해…."

    "저, 정마알!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정말 사라씨나 디아나씨 말처럼 구원씨느은…!"

    사라나 디아나 같았으면 슬슬 육탁 공격을 감행해올 타이밍인데도 불구하고, 폭력을 모르는 레이아는 그저 온 몸을 파닥파닥 거리면서 필사적으로 부정할 뿐이었다.

    귀여우시다. 역시 천사님이셔.

    "아, 사라나 디아나 하니까 떠올랐는데."

    "뭐, 뭔가요?"

    "걔들한테 진짜 성벽 말해줄 거야? 전에 레이아가 성벽 생기면 말 해준다고…."

    "아, 아아아…아아아아…!"

    레이아는 지금껏 본 적 없을 정도로 절망한 표정을 띄웠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잖아. 주도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것 쯤,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나였지만, 아무래도 레이아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 아아…여, 여신님…! 전 어쩌면…! 사라씨…디아나씨…가볍게 생각해서 죄송해요…. 이런 기분일 줄은…."

    진짜냐. 여신님까지 찾을 정도로 절박한 거였어?

    심지어 중간부터는 사라와 디아나에 대한 고해성사까지 시작한 레이아였다.

    좋아. 그렇다면 여기선 내가 남자답게 도움을 줘야겠지.

    "뭐, 하지만 어제 그건 성벽이라고 말할만한 것도 아니었고, 별로 말 할 필요는 없나."

    "…에? 아, 아아! 아아…."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레이아의 얼굴이 파앗하고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뭐, 뭐야. 왜 그래?"

    "우으읏….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내 조언에도 불구하고, 너무 착해빠진 레이아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까지 착실하게 살지 않아도 될 텐데.

    너무 그렇게 살다가는 언젠간 손해 본다?

    뭐, 그게 레이아의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거짓말이라니…. 아깐 그런 거 아니라고 했으면서, 결국 그런 성벽이라고 인정하는구나."

    "하으읏…."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레이아는 데미지를 입은 것처럼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그대로 뒤로 돌아 쓰러졌다.

    아마 심장을 움켜쥘 셈이었겠지만, 저래서야 손바닥에 고동이 느껴지기나 할까? 완전히 자기 가슴에 가로 막히고 있는데.

    "뭐, 아무튼 그럼 어쩔 수 없지. 제대로 말 할 수밖에. 제 취향은 여왕님 플레이라고."

    "우으읏…!"

    레이아의 뒤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해주자, 레이아의 꼬리가 내 가슴을 탁탁 때려왔다.

    그런 레이아의 모습이 나는 조금 기뻤다.

    아니. 맞는 게 기쁘단 게 아냐.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니라고.

    내가 기쁘다고 말한 건, 레이아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투정을 부리는 게 기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항상 꾹꾹 눌러 참는 인상이었으니까 말이아.

    이런 식으로 나한테 투정을 부려준다는 건, 그만큼 관계가 더 깊어졌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어?

    어제 마음껏 하라고 했던 게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그런 플레이를 한 것도, 애초에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하렘이니 뭐니 떠든 것부터 시작이다.

    비온 뒤에 땅 굳는 다는 건 그야말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거로군.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하으읏! 구, 구원씨?!"

    "아니. 그렇게 괴로워하느니 차라리 기분 좋은 거나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우으…정말인가요?"

    일단 변명을 해봤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없는 변명이었다.

    아무리 날 믿어주는 레이아라도, 이번만큼은 믿기 힘든 모양이었는지 고개를 뒤로 돌려서 살짝 눈을 흘겼다.

    "미안. 실은 내가 못 참겠어."

    아니. 그도 그럴 게, 생각해보라고.

    안 그래도 그냥 가만히 넣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레이아의 안인데, 레이아는 뒤를 향하는 자에서 몸을 앞을로 빙글 돌렸다가, 나랑 끌어안고, 거기서 다시 뒤를 향하며 쓰러진 거라고.

    그 사이에 내 물건이 얼마나 자극됐을지 상상을 해보라고.

    참을 수 있는 게 이상한 거잖아.

    "정말로…구원씨도 참…. 후훗. 못 말린다니까."

    내가 솔직히 말하자, 레이아는 못 말린다는 듯 쿡쿡 웃더니 결국 스스로 허리를 조금씩 움직여줬다.

    역시 천사님이야. 사랑합니다.

    "헤헷. 고마워요. 누님. …여왕님?"

    "정마아알!"

    짓궂은 내 말에 얼굴을 붉히고는 다시 꼬리로 내 가슴을 탁탁 때리는 레이아였지만,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바넷사가 올 때까지 우리는 다시 한 번 행위를 즐기게 됐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아침 식사까지 마친 우리는 소화를 식힐 겸 천천히 걸어서 길드에 왔다.

    이번 던전행은 어제 미리 말해둔 만큼, 준비는 이미 다 되어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아, 참고로 레이아의 성벽은 아직 사라와 디아나에게 얘기하지 못했다.

    셋이서만 있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뭐, 레이아가 잘 알아서 하겠지.

    굳이 내가 끼어들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신경 끄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구원씨."

    그리고 던전에 같이 들어갈 멤버를 알리기 위해 언제나처럼 곧장 레이첼 누님을 찾아가자, 누님이 인사를 해왔다.

    과연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저번처럼 화난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먹서먹한 태도였다.

    "안녕하세요. 누님."

    사실 서먹서먹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진짜로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누님이 날 좋아해서 그랬다는 결론밖에 나오질 않는단 말이야.

    그렇다고 그걸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야.

    만약 아니어봐라. 그게 무슨 개망신이야.

    게다가 이미 한 번 실패한 사례가 있어서, 물어보기 겁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바넷사 녀석…아무리 그래도 제정신이냐니.

    "저기…누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계속 서먹서먹하게 지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처럼 바보같은 장난도 치고, 잡담도 하면서 지내고 싶잖아.

    그러니 나는 변화구를 던져보기로 했다.

    "네, 네? 왜 그러죠?"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보답이니 뭐니 떠들어댔던 건, 솔직히 스스로 좀 찔려서 변명했던 것에 지나지 않아요. 실은 보답 같은 거랑 상관없이 그냥 순수하게 누님과 같이 다녀서 즐거웠고, 또 그런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하고 싶어요. 저번에 그렇게 식사를 망쳐버린 만큼 더더욱요."

    자, 어떠냐?! 내 회심의 변화구가!

    거짓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오해받도록 말을 했을 뿐이지.

    저 말만 들으면 마치 내가 누님을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 것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만약 누님이 내게 호감이 있다면 엄청나게 좋아할 거고, 그게 아니라면 조금 곤혹스런 표정을 지을 거다.

    하지만 곤혹스런 표정을 지어도 걱정 없다. 순수하게 친구로서 그러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아아…!"

    하지만 누님은,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진짜냐. 이거 거짓말 아니지? 어디서 몰래카메라라도 찍고 있는 거 아니야? 진짜로? 진짜로 이 누님이 날 좋아한다고?

    아니. 물론 싫은 건 아니다.

    이런 예쁜 누님이 날 좋아해준다는 데 남자로서 어떻게 싫어하겠어.

    오히려 조금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도 이 누님이 좋은 건 마찬가지고 말이야.

    다만…마냥 기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내 좋아한다는 감정은 이성으로서의 호감보다는 친구로서의 호감에 가깝기도 했고.

    아니. 이성으로서 호감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예전에 누님에게 들이댔다가 차인 적도 있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야 당연히 이성으로서 보고 있기는 했지.

    하지만 그 이후로 나도 우리 애들이랑 만났고 말이야, 누님이랑은 계속 친한 누나동생 사이로 지냈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무엇보다, 바로 얼마 전에 우리 애들이랑 그런 대화를 나눈 직후다.

    그런 얘기를 한지 얼마나 됐다고, 나도 양심이 있지.

    다른 여자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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