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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56화 (44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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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뭐? 진심이야? 레이아랑 만나기로 했다면서?"

"괜찮아요. 레이아씨도 이해해주실 거예요. …저주를 풀기 위한 행위니까요."

"그야 그렇겠지만…. 적어도 얘기는 하고 와라."

"이, 이런 꼴로 말인가요?! 디아나씨 말대로 당신은 역시…!"

아냐! 무슨 오해를 하는 거야!

하여간 디아나…그런 말을 왜 떠벌여가지고. 나중에 또 괴롭혀줘야지.

디아나의 명예를 위해 마틸다에게 그 성벽을 밝히지 않는 대신, 나는 조용히 그렇게 다짐했다.

"누가 그런 꼴로 나가래?! 옷 입고 다녀오라고!"

"하, 하지만…이, 이런 상태로 이 옷을 입을 수는…."

마틸다는 이미 젖어 있는 자신의 비부를 수줍게 가리키면서 말했다.

뭐, 확실히 저 상태로 추기경복을 입기에는 조금 그런가.

"아아! 정말! 알았어! 내가 다녀오면 되잖아! 내가!"

결국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애인한테 다른 여자랑 지금부터 섹스할 거라고 말하러 가야 한다니.

물론 상대가 레이아인만큼 사라나 디아나에게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머. 구원씨. 그런 곳에서 나오시다니. 마틸다 추기경님께 무슨 용무라도 있으셨던 건가요?"

그리고 마틸다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타이밍 좋게도 레이아와 딱 맞닥뜨렸다.

방금 전 티타임으로 헤어진 직후다보니, 과연 레이아도 내가 그런 목적으로 마틸다를 찾아갔던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 순수하게 바라보는 눈동자가 가슴을 찌르는 기분이었다.

아니. 조금만 늦었으면 마틸다와 침대에서 뒹구는 걸 보였을 거다. 그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하자.

"아, 응. 그게 말이지. 그…있잖아?"

그렇게 마음먹으려고 해도, 과연 쉽게 말을 꺼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태도를 보고 뭔가 짐작을 한 듯,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던 레이아의 표정이 일순 살짝 흐려졌다.

물론 그건 아주 찰나의 순간으로, 곧바로 다시 평소의 포근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

"아…저, 구원씨. 죄송한데 마틸다 추기경님께 말씀 좀 전해주실 수 없을까요?"

"응? 무슨?"

"사실 지금부터 같이 신전에 가기로 했는데요. 저, 조금 용무가 생겨서 곧바로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죄송한데 다음 기회에…꺄악!"

하지만 레이아는 그럼에도 마틸다와 지금부터 관계를 가지는 것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말까지 해줬다.

크흑. 천사님. 왜 이렇게 천사 같으신 거야.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레이아를 꽉 끌어안았다.

"레이아. 미안해. 지금부터 마틸다의 저주를 풀 생각이야."

"그런가요. 후훗. 괜찮아요. 구원씨가 미안할 게 뭐 있나요. 이것도 전부 세상을 위한 일인걸요."

레이아의 말을 끊고 사실을 고하자, 레이아가 내 등에 손을 뻗어서 날 마주 안아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세상을 위해서라…그걸 위해서 참는다는 건가….

"그리고…어차피 오늘 밤은 제 차례인 걸요. 제 일정을 어그러뜨리신 만큼, 밤에 충분히 사랑해주셔야 해요?"

"그래. 물론이지. 약속할게."

"후훗. 음…쪽. 그럼 나중에 봐요."

레이아는 살짝 까치발을 들고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더니, 그렇게 미소 지으면서 돌아섰다.

겉보기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였지만, 다 티 난다고 레이아.

그도 그럴 게, 꼬리는 살랑이지도 않고 축 쳐져서 가만히 있는 걸.

레이아의 너무도 착한 마음씨에 가슴을 아파하면서도, 나는 일단 마틸다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솔직히 레이아의 저런 모습을 보고나니 마틸다와 할 기분이 싹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가슴이 아프니 나중에 하자는 건 더 웃긴 일이니까.

"앗, 얘, 얘기는 잘 됐나요?"

"그래."

마틸다는 여전히 침대 위에서, 스스로 속옷까지 다 벗고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가터벨트도 마찬가지로 이미 벗어둔 상태였다.

평소 같으면 그걸 왜 벗냐고, 다시 입으라고 난리를 칠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걸 기분도 들지 않아서 나는 담담히 스스로의 옷을 벗었다.

"읏, 아, 아직 준비가 안 됐네요…. 그, 그럼 제가…."

"아니. 괜찮아."

마틸다는 아직 서지 않은 내 물건을 바라보고는 조금 수줍은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물건은 스킬로도 세울 수 있다.

봉사를 받는 건 어디까지나 정신적 만족감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물론 마틸다의 저주를 푸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내가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 게 중요하다보니, 필요 없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지만….

하지만 그런 거라면 봉사를 받는 것 보다 얼른 삽입하는 게 더 효율이 좋을 수도 있다.

순수한 육체적 쾌감은 삽입보다 좋은 게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일단 마틸다의 음부를 충분히 적시기 위해서 곧장 마틸다의 커다란 가슴에 손을 뻗었다.

성자의 손길까지 사용한 상태로.

"으읏! 가, 갑자기 이러언…."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점점 눈이 몽롱하게 변해갔다.

그런가. 아까부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더니. 마틸다가 핑크빛 모드가 아니었던 게 원인이었군.

평소에는 이렇게 서로 옷을 벗기 전에 이 모드가 되어버리니까 말이야.

아까부터 살짝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졌던 거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나는 한 손으로 마틸다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나머지 손을 그 음부에 파고들어 상태를 살폈다.

"흐으응!"

얼마나 젖어있는지 살핀 것뿐인데도, 마틸다는 몸을 떨며 쾌감에 흐느꼈다.

뭐, 성자의 손길을 사용 중이니 당연한가.

아무튼 마틸다의 음부는 이미 충분히 젖어있었다.

나는 곧장 스킬을 사용하여 물건을 서게 만들고, 마틸다의 안에 그대로 삽입했다.

"흐으응! 하앙! 오, 오늘으으응!"

마틸다는 뭔가 말하려고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허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내가 기분 좋아지는 게 최우선이다.

평소 같으면 그래도 마틸다의 민감한 곳도 자극해나가면서 허리를 흔들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어차피 섹스 부스트 중첩도 있고, 스킬도 사용하고 있다.

굳이 마틸다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지 않더라도, 마틸다 역시 충분히 기분 좋을 거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철저히 내가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아직까지도 레벨 차이도 있어서, 마틸다의 안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니. 레벨 차이가 없더라도 아마 마틸다는 기본적으로 명기인 게 틀림없다.

때문에 굳이 허리를 흔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기분은 좋았겠지만, 나는 거기서 박차를 가하듯 스스로가 기분 좋은 곳을 마틸다의 안에 몇 번이고 문질렀다.

"흐으읏! 하앗!"

마틸다는 내 뺨에 손을 뻗고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봤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하고 허리 움직임에 집중했다.

입술에는 아직까지 레이아와의 키스 감촉이 남아있는데, 이런 서로 키스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다니.

그렇게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사정감은 평소보다도 훨씬 빠른 타이밍에 찾아왔다.

뭐, 좋아. 많이 쌀수록 좋은 거니까.

오늘 목표는 저주의 흔적을 위아래 각각 10cm정도 줄이는 거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는 마틸다의 안에 몇 번이고 사정을 했다.

"흐읏…하앗…하앙…이, 이봐요…다, 당신…."

그렇게 얼마나 사정을 했을까? 쾌감에 흐느끼던 마틸다가 힘겹게 다리를 내 허리에 감더니, 꽉 잡아서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응? 뭐야? 왜 그래?"

기계적으로 쾌락만을 탐하던 나는, 그제야 겨우 허리를 멈췄다.

그리고 마틸다의 얼굴을 쳐다보고, 나는 지금까지 스스로가 마틸다의 얼굴을 전혀 안 보고 있었단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마틸다의 표정은 평소 저주를 풀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표정이었다.

쾌감에 풀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건 평소와 마찬가지지만, 뭔가가 평소와 달랐다. 뭔가가.

"흐읏…당신…왜 그래요?"

…이 말투. 설마 핑크빛 모드가 아닌 건가?! 그럴 리가?! 삽입만 하려고 해도 이 모드가 되어버려서 곤란하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뭐, 뭐가?"

"뭐가라니. 으읏…누가 봐도 평소와 다르잖아요."

"어, 어떤 점이? 설마 기분 좋지 않았어?"

스스로도 당황한 게 느껴졌지만, 나는 자신의 마음을 얼버무리듯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뇨. 그게 아니에요. 그건 아니지만…지금의 당신은 뭐라고 해야 할까…그래. 사랑이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마틸다는 빠져가려는 날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듯 정면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사랑이라니. 그런 거 너하곤 원래…."

왠지 모르게 궁지에 몰린 느낌이 든 나는 얼버무리기 위해 그런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

입밖으로 꺼내고 나서야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정말인가요?"

하지만 예상 외로, 마틸다는 전혀 상처받은 표정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날 따뜻하게 감싸듯 포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신성하단 느낌이 들 정도로, 이렇게 알몸으로 내게 안겨있는데도 추기경이라는 직위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그런 가요? 제가 아는 당신은 그렇지 않았어요. 행위를 할 때는 언제나 상대방을 생각해주고, 또 당신 역시…."

"……."

뒷말은 너무 작은 목소리로 옹알거리는 바람에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틸다가 하고자하는 말은 충분히 전해져왔다.

때문에 난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오늘 행위는 조금 심했다.

아마 마틸다의 핑크빛 모드가 풀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쉽게 넘어가는 마틸다의 핑크빛 모드가 풀리다니.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짓을 했는지 짐작이 안 될 정도였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요? 이런 섹스. 당신답지 않아요. 저라도 좋다면 얘기를 들어드릴게요. 자, 말해보세요."

"고민이라니. 그런 거…."

"아뇨.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이런 섹스를 할 이유가 없는 걸요."

다시 한 번 얼버무리려는 나를, 마틸다는 곧은 눈동자로 쳐다보며 부정했다.

웃기게도 날 부정하는 태도에는 나에 대한 믿음이 듬뿍 담겨있어서, 그리고 거기에 더해 신성하게까지 느껴지는 마틸다의 분위기가 겹쳐져서, 나는 뭔가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우리 애들한테도 말하지 않은 고민인데, 이걸 마틸다에게 말해도 되는 걸까?

아니. 우리 애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말해도 되는 거 아닐까?

물론 마틸다가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뭔가 지금의 마틸다라면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은 말이지."

나는 마틸다의 분위기에 압도된 기분으로, 마치 방금 행위에 대한 고해성사를 하듯 스스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렇군요. 하아. 공주님도 참 바보 같은 얘기를 하셨네요. 상당히 영특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모든 점에서 완벽할 순 없다는 걸까요? 그리고, 그런 말에 넘어가서 고민하고 있는 당신도 당신이에요."

"뭐? 내 고민이 잘못됐다는 거야?"

"당연하잖아요! 사랑이 없는 섹스를 해야 할지 말지로 고민하다니, 그런 걸 해도 좋을 리가 없잖아요? 여신님께서도 그런 걸 바라시진 않을 거예요."

……그러냐.

마틸다의 대답을 듣고, 나는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종교적 관념으로 말하는 것뿐이었다니.

결국은 추기경님이라 이건가.

하지만 그런 내 실망감을 눈치 채지 못한 듯, 마틸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세 분이 슬퍼하실까봐 그런다니. 세 분을 변명거리로 삼지 말아요. 그건 단순하게 당신이 세 분을 만족시킬 자신이 없는 것뿐이잖아요?"

"뭐? 야! 그게 무슨…!"

"그렇잖아요?! 이렇게 저나 다른 여성을 안더라도, 평소 당신이 하던 것처럼 의미 부여를 하고 감정을 담아서 안더라도, 당신이 영원히 세 분을 사랑할 거라는 믿음만 줄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예요. 아닌가요?"

"그건 완전히 이상론이잖아!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이상적인 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니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건가요? 여신님이 선택하신, 성자씩이나 되시는 분이?"

"윽…! 성자가 뭔데? 그래봤자 난 평범한…!"

"평범한 사람이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봐온 바로는, 당신은 조금 과하게 자신을 평가절하 하는 것 같네요.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 서민 감각을 가지고, 털털하게 사는 모습은 솔직히 호감을 가지게 되요. 하지만 당신은 조금 자신의 특별함을 자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야 물론 내가 특별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래도 난 원래…."

"당신이 이 세계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저는 몰라요. 하지만 이 세계에서 당신은 여신님의 사자, 성자에요. 애초에 평범한 사람이면 용사와 대마법사를 동시에 애인으로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 용사와 대마법사뿐만 아니라 성녀도 포함이네요. 레이아씨를 성녀로 만들어 주는 거죠?"

…뭐, 그건 그렇지.

그걸 걸고넘어지면 할 말이 없어지는 나였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사라를 처음 만날 땐 용사인지 몰랐다고.

"본래라면 세 분 모두 각각 스스로가 여러 남자를 끼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요. 그런 세 분을 동시에 애인으로 만들었으면서, 이제 와서 난 평범하니까 셋 이외에 다른 여자까지 전력으로 감정이 담긴 섹스를 하면서 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고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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