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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55화 (43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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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

    "그래서, 영상은 언제쯤 공개될 예정인가요?"

    "여, 영상?! 공개애?! 마틸다양! 자네는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아, 안 보여줄 걸세!"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난 후의 티타임.

    마틸다의 질문에 곧장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디아나였다.

    아니. 디아나. 아무리 그래도 너 너무 반응이 티 나지 않냐?

    그야 불안한 건 이해하지만 말이야.

    "네, 넷?! 잠깐만요. 안 보여준다니요?"

    "나도 마틸다는 안 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성직자들은 일단 영상에 찍힌 게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거고, 게다가 교육용 자료로서만 본다는 조건으로 교황님도 납득한 거잖아? 레이아랑 마틸다는 교육을 할 일도 없고, 게다가 영상에 찍힌 게 누군지도 확실히 아는 이상 보는 건 성직자의 규율을 위반하는 게 아닐까?"

    디아나의 뜬금없는 반응에 당연히 깜짝 놀란 마틸다였지만,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 제대로 수습을 해줬다.

    디아나. 나한테 빚 하나 진거다.

    나는 그런 눈빛으로 자랑스럽게 디아나를 바라봤지만, 디아나는 ‘애초에 자네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는 눈빛을 돌려줬을 뿐이었다.

    뭐, 따지고 보면 그렇긴 하지.

    "아, 아뇨. 무슨 소리에요. 볼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거! 그냥 언제쯤 교육용으로 쓸지 물어봤을 뿐이에요!"

    "코, 코홈. 음. 그런 거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걸세. 아무리 그래도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신전에 보급하는 건 시간이 걸리겠네만, 우선적으로 보급되는 이곳의 신전에는 며칠 후쯤에 보급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네. 목소리의 변환이 끝난 마석을 이미 복사 중이니 말일세."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품에서 마석을 꺼내들었다.

    "뭐야 그거. 설마 그 영상?"

    "음. 원본 영상일세."

    "디아나가 가지고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면 이런 걸 누구한테 맡기겠나?"

    "하긴 그런가. 그럼 그건 내가 맡아둘게."

    나는 디아나의 손에서 영상을 빼앗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래 봬도 일단은 암살자 레벨도 은근히 올리고 있는 몸이다.

    디아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영상을 뺏겼다.

    "으앗! 뭐, 뭘 하는 겐가?!"

    "응? 왜? 내 인벤토리에 넣어두는 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잖아?"

    "그, 그건 그렇네만…! 으읏…아무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이었지만, 다른 애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대로 말을 삼켰다.

    뭐지? 무슨 문제 있나?

    "아무튼 그런 거라면 이제 밖에서 후드를 안 쓰고 있어도 되겠네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파티도 제법 유명해진 덕분에 얼굴들이 다 알려진 만큼, 나랑 같이 있을 때는 다들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녔으니까 말이야.

    사라도 계속 후드를 쓰고 다니는 건 꽤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사라는 후드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궁사하면 후드라는 개인적인 편견도 더해져서.

    "음. 그렇구먼. 다음 던전 탐험을 다녀올 즈음에는 벗고 있어도 될 걸세. …또 이 몸만 후드 신세로 돌아가는구먼."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후드 차림을 고수하는 디아나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뭐, 여전히 일반 모험가들 사이에는 우리 파티 멤버 중 하나가 디아나란 사실이 퍼져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만나는 마법사마다 달려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얘도 고생하는구나.

    이번 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 보고 달려드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충분히 알게 된 나는 동정을 금할 수 없었다.

    "후훗. 그러면 던전에는 곧장 갈 건가요?"

    레이아는 그런 디아나의 표정이 조금 귀여웠는지, 살포시 웃으면서 내게 질문했다.

    "그러네. 개미굴에서 수컷 개미도 찾아봐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고, 곧장…아."

    "응? 왜 그래?"

    "아니. 그냥 좀. 그래도 서두를 건 없으니까 느긋하게 가자. 어차피 여신 강림의 쿨 타임도 한참 남은 상태잖아?"

    곧장 던전에 가자고 말하려 했던 나지만, 그 전에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저번 귀환 후 아직 마틸다의 저주 해제도 한 번도 안 했고,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이 화난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 생각해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고로 대충 상황을 얼버무린 나는, 티타임이 파하자마자 곧장 마틸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구, 구원님!"

    하지만 그러기 전에, 날 불러 세우는 사람이 있었다.

    "응? 실비아? 무슨 일이야?"

    바로 식사시간과 티타임 내내 구석에 있던 실비아였다.

    실비아가 날 이렇게 불러 세우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인데 말이야.

    "저, 그, 그게…야, 약속!"

    실비아는 두 주먹을 가슴 앞에서 꽉 쥐고는, 새빨개진 얼굴로 필사적으로 그렇게 내뱉었다.

    "약속? 아, 아아! 그래. 소원 들어준다는 약속 말이지. 응. 까먹은 거 아냐. 기억하고 있어."

    정말이라고?

    다만 어차피 실비아하고는 계속 같이 있게 될 거고, 그럼 소원 같은 건 언제든 들어줄 수 있는 거니까 던전에 가기 전까지 처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뭘 부탁할지는 정한거야?"

    "네, 넵! 그건 처음부터…."

    뭐, 저번 반응을 생각해보면 그렇겠지.

    지금 당하면 죽는다니 뭐니 엄살을 떨었으니까 말이야.

    대체 뭘 부탁하려고 그런 말까지 한 걸까?

    "그래. 그럼 뭘 원하나. 소원을 빌어봐라. 단, 내 능력 밖의 일은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나는 구슬 7개를 모으면 튀어나오는 신이 된 기분으로 실비아를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그…!"

    하지만 실비아는 내 이상한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얘는 내가 아무리 바보 같은 장난을 해도 반응이 없으니까 조금 쓸쓸하단 말이야.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저런 필사적인 모습도 귀엽잖아.

    오히려 바보 같은 짓 하지 말라고 딴죽 거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잖아.

    젠장. 요즘 너무 바보란 소리를 많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버린 건가.

    사라가 오빠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 최근엔 일부러 바보 같은 짓을 더 하긴 했지만, 설마 내가 바보 소리를 안 들으면 허전하게 느끼는 몸이 되어버리다니.

    이래선 사라를 조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조교당하는 꼴이잖아.

    무서운 사라 매직이다. …노린 건 아니겠지?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눈앞의 실비아는 두 눈을 꼭 감고 필사적으로 소원을 입 밖에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좋았어. 좀 더 말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줄까.

    바보 같은 소리라도 해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자.

    덤으로 이번에야 말로 바보 소릴 안 들어도 허전하단 생각을 하지 않겠어.

    "뭐야. 부담 갖지 말고 말해봐. 네 부탁이라면 난 저 하늘의 별도 따다…."

    "흐, 흐아아아아…! 여, 역시 안 돼! 죄송합니다! 나중에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마치 코피라도 쏟을 것처럼 자기 코를 부여잡더니, 그렇게 외치고는 순식간에 도망 가버렸다.

    아니아니아니. 실비아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대사가 먹히면 안 되잖아. 너 대체 얼마나 내성이 없는 거야.

    내 딴에는 일단 친절을 베풀 셈이었는데 말이야.

    …뭐, 예정대로 마틸다한테나 갈까.

    "이리 오너라!"

    "꺄악! 뭐, 뭔가요?! 노크를 했으면 적어도 대답은 듣고 들어오세요!"

    노크를 하고 마틸다의 방에 들어가자, 반라 상태의 마틸다가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그렇게 쏘아붙였다.

    레이아만큼은 아니라곤 하지만, 그래도 우리 파티의 넘버 투. 두 손으로 차마 다 가려지지 않는 훌륭한 가슴이었다.

    레이아만 없었다면 충분히 정상을 노릴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뭐, 아무튼.

    "아, 미안. 설마 갈아입는 중이었을 줄이야. 아침에도 그 차림이었으니까 예상을 못 했어."

    침대 위에 또 한 벌 추기경복이 놓여있는 걸로 보아, 마틸다는 한창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얘도 똑같은 옷이 여러 벌 있구나. 아니. 레이아도 그러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야.

    얘가 입는 옷은 추기경복이라 좀 더 화려하니까. 보통 그렇게 몇 벌씩이나 있을 거란 인상이 잘 없어서 말이지.

    "식사 중에 조금 묻어서…잠깐! 미안하다면서 왜 계속 다가오는 건가요?! 나가세요!"

    "응? 아니. 어차피 벗길 건데 굳이 갈아입는 걸 나가서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

    "버, 벗기다니! 갑자기 와서 무슨 말을 하시는 거에요?"

    "하자, 섹스!"

    "너무 갑작스럽다고요! 게다가 뭔가요?! 그 말투는!"

    "당신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왔습니다. 레이디."

    나는 곧장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서, 레이디에게 구애하는 남성의 전형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이제 와서 그렇게 멋있는 행동을 해봤자…."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틸다의 표정은 이미 몽롱하게 풀어져 있었다.

    게다가 손은 내가 내민 손위에 사뿐히 얹고.

    덕분에 손으로 가리고 있던 가슴이 출렁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로 멋있는 거냐. …아니. 고맙긴 하다만. 그거 분명 저주 때문이지?

    "자, 저와 함께 침대로 가시죠."

    "…네. 구원씨…."

    이제는 완전히 핑크빛 분위기에 휩싸여서, 마틸다는 내게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반대로 바보 같은 짓을 더 하기 힘들어졌다.

    평소 같으면 계속 바보 같은 짓을 했겠지만, 아무래도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말이야.

    얘가 정말로 날 좋아하는 건지 어떤 건지도 신경 쓰이고, 난 얘랑 하는 섹스를 어떤 기분으로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으아아!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렇게 예쁜 애를, 그것도 반라 상태의 절세미녀를 눈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저 출렁이는 가슴을 보라고! 저 멋진 곡선을 그리는 허리와 골반 라인을 보라고! 매끈한 다리에 포인트를 주고 있는 황홀한 가터벨트를 보라고!

    물론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중요하기는 해.

    하지만 이럴 때까지 그런 거에 연연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건 아니야.

    우선은 섹스! 저주부터 푸는 게 우선이다!

    나는 머릿속에 스멀스멀 기어오는 잡념을 뿌리치고, 일단은 섹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아…해버리는 거네요…."

    침대에 누운 마틸다는, 날 몽롱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뭔가 걸리는 말투네.

    그러면서 착실히 다리를 벌리고 있는 걸 보면, 할 마음은 충분한 모양이지만.

    "그래. 뭐 문제라도 있어?"

    나는 마틸다의 팬티 위를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정숙하다 못해 엄숙해보이기까지 하는 추기경복 안에 이런 가터벨트라니.

    남심을 너무 자극하는 복장이다.

    그리고 속옷 위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가터벨트, 팬티 안에 입는 거구나. 처음 알았다.

    "으응…흐읏…아뇨…딱히 문제는…그냥…."

    "그냥?"

    "하으읏…레이아씨가 기다리실 테니까…."

    달콤한 한숨을 섞어가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내뱉은 마틸다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하앗…그게…교황님과 조금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서…흐읏…레이아씨와 함께 신전에 가기로…."

    "엄청 문제 있잖아! 뭐가 딱히 문제없다는 거야! 그런 건 좀 미리 말해달라고!"

    "으읏! 당신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

    내가 깜짝 놀라서 외치자, 마틸다도 순간적으로 핑크빛 분위기에서 벗어나 날 쏘아붙였다.

    …뭐, 확실히 내 잘못이기는 하지만.

    "으윽. 어쩔 수 없지. 그럼 조금 나중에…."

    "자, 잠깐만요."

    나는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마틸다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그 전에 마틸다가 내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과연 전 성기사님. 의외로 힘이…힘이…잠깐만. 이상하잖아. 왜 안 풀려.

    아니. 물론 얘가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건 맞지만, 5계층에서 방패 들고 날 지킨 전적이 있을 수준인건 맞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건….

    …나 혹시 힘으로 꽤 많은 사람들한테 지고 있는 거 아냐? 안 돼. 그만 둬. 남자의 프라이드가….

    "뭐, 뭐야?"

    "으읏…서, 설마 이렇게까지 해놓고 그만 둘 생각은 아니겠죠?"

    분위기가 완전히 깨진 바람에 핑크빛 모드가 풀린 마틸다였지만, 그래도 하는 말은 핑크빛 모드일 때랑 별 차이가 없는 마틸다였다.

    얘 진짜로 저주 때문에 그러는 거 맞아? 그냥 원래 성격 아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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