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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51화 (43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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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

    다른 방에서 다른 애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 다시 오는 일이 있더라도 여기선 일단 그만하는 게 맞는 판단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때, 펠리시아가 다시 먼저 입을 열었다.

    "애초에 자기는 섹스에 너무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한다니까."

    "뭐? 그거야 당연하잖아. 너처럼 아무하고나 막 하는 게 이상한 거야."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니야. …만약 자기가 성자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자기는 나하고 하는 것처럼, 감정이 없는 섹스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자기도 참. 사실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말 그대로의 의미야. 난 실비아한테 들은 게 전부니까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자긴 여신님께 어떤 사명을 받고 이 세계에 왔다고 들었어. 혹시 그 사명을 위해서, 앞으로도 이런 식의 섹스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자기가 사랑하는 저 사람들 이외에도, 사랑이 없는 섹스를. 아니야?"

    "……."

    "하지만 자기는 섹스라는 행위 자체에 너무 의미를 부여해."

    펠리시아의 말에 정곡을 찔린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도 은연중에 깨닫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여신님이 내게 이런 능력을 주고 이 세계에 보낸 건,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몬스터의 성기를 쉽게 얻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능력을 줬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단순히 성기를 쉽게 얻기 위해서 줬다고 생각하기에는 주어진 능력이 너무 다양하고 많았다.

    이 능력은, 분명 섹스를 위해서 주어진 능력이다.

    무의식중에 머리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그 생각은, 여신님이 사라나 레이아와의 관계를 칭찬했을 때 더욱 확실해졌다.

    펠리시아의 말대로, 아마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져야 할 거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아마 전쟁신 시대 종족의 후예들과.

    나도 마음속 어딘가 에선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무의식중에 행동에 반영된 건지도 모른다.

    우리 애들은 다른 남자와 말도 섞는 걸 싫어하면서, 나 스스로는 셋 이외에도 계속해서 섹스를 한다는 모순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넘겨버렸다.

    어차피 난 계속 다른 애들과 섹스를 해야 할 운명일 테니까.

    난 어차피 쓰레기라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면서.

    하지만 어딘가 죄책감은 남아있어서, 섹스 이외의 행위는 계속 거부한 거다.

    예를 들면 실비아.

    실비아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었고, 나 또한 같이 지내면서 실비아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끝끝내 실비아와 키스만큼은 하지 않았다.

    설마 남한테 지적당한 다음에야 자신의 심리 상태를 깨닫게 되다니.

    "어차피 자기도 섹스하는 여자들 전부를 자기 여자로 만든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잖아?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겠다는 거야. 자기가 섹스에 일일이 너무 많이 의미 부여를 하지 않도록. 나같이 아무 감정 없이 쾌락만 탐하는 여자라면, 딱 좋은 연습상대 아니야?"

    "…넌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는 말이야?"

    "상관없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어차피 지금까지도 쾌감과 정액만을 위해 여러 남자와 관계를 가졌는걸. 자기가 나와 관계를 안 가져주면, 또 다른 남자들과 그렇게 될 뿐이야. 다른 남자랑 하려면 자기랑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해야 하기는 하겠지만."

    "……."

    "그러니까 서로 win-win이라는 걸로. 나는 자기한테서 쾌감과 정액을 얻고, 자기는 날 이용해서 감정 없는 섹스를 연습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아마 디아나님도 그걸 원하실 거라고 생각해."

    "갑자기 디아나 얘긴 또 왜 나와?"

    "뭐, 이건 완전히 내 억측이지만 말이야. 그 디아나님이 자기 남자를 다른 여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인 걸.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실비아나 마틸다 추기경 같은 다른 여자와의 관계도 허용하는 상황.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디아나님도 뭔가 짐작하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 디아나님뿐만 아니야. 그 사라라는 여자도, 레이아라는 여자도 어쩌면…."

    나 자신의 감정은 둘째 치고, 우리 애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실비아나 마틸다, 그리고 이번에 펠리시아와의 관계까지 허락한 건, 단순하게 동정심만이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어쩌면 이번에 나와의 관계를 허락한 것도, 그게 목적일지도 몰라. 나를 통해 자기가 섹스에 너무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거지."

    "……."

    "그러니까. 응? 하자. 아무 감정없이. 그냥 서로 쾌감만을 탐하는 섹스를."

    내가 조용히 생각에 빠져있자, 설득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펠리시아는 요염하게 웃으면서 내 허리를 휘감은 다리에 더 힘을 주고 허리를 빙글빙글 돌려왔다.

    "…확실히. 네 말이 맞을 지도 몰라. 난 앞으로도 여러 여자들과 더 섹스를 해야 하고, 지금처럼 섹스에 일일이 의미 부여를 하는 건 좋지 않을지도 몰라."

    "응…후훗. 알아준다니 기뻐. 그럼 자기도 허리를…."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정말로 네 몸을 이용해서 연습을 할지도 모르겠네. 그땐 잘 부탁해."

    "…에? 자, 자기?"

    내 대답이 그렇게 예상 외였던 건지, 요염하게 빙글빙글 돌던 펠리시아의 허리 움직임이 우뚝하고 멈췄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애초에 영상만 찍는다고 하고 우리 애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 건데, 너랑 지금 여기서 더 할 리가 없잖아."

    "하, 하지만…자, 자기. 어차피 지금 나랑 하는 게 나중에 또 올 일도 없고 편한 게…."

    "나중에 번거로워지는 게 몰래 하는 것보단 나아. 네 생각대로 난 섹스에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는 놈이야. 그런 내가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우리 애들 셋은 유독 더 신경 쓴다는 건 보면 알잖아? 내가 좀 제멋대로인 순정파라 말이야. 이렇게 다른 이유를 대놓고 하는 건 내 기준에서 바람피우는 거야."

    "하,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해도, 펠리시아는 자신의 안에 들어와 있는 내 물건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은 듯 뭔가 더 항변을 하려고 했다.

    거 참 끈질기네. 뭐, 약속대로 매혹은 쓰지 않는 것 같으니까 봐줄까.

    "빼."

    "응읏…."

    이번엔 내가 명령조로 차갑게 내뱉자, 펠리시아가 음부를 꾸욱 조이면서 신음성을 했다.

    영상 찍을 때 엄청 느꼈으니까 혹시 내가 얘 성벽을 잘못 파악한 건가 불안했는데, 역시나 피학성벽이 어디 간 건 아닌 모양이다.

    몸을 바르르 떨고 눈동자가 살짝 몽롱해진 펠리시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명령대로 다리에 힘을 풀고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서 내 물건을 뺐다.

    앞으로 얠 다룰 때는 이렇게 명령을 하는 게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내 물건이 완전히 꺼내지자, 마개가 없어진 펠리시아의 음부에서 펠리시아의 애액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애초에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잖아. 대체 얼마나 욕심이 많은 거야. 나하고 하고나면 성욕이 없어지는 거 아니었어?"

    "하응…하앗…하, 하지만…이런 거 넣고 있으면…체질 문제가 아니라도…흥분하는 게 당연하잖아…."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하자, 펠리시아는 살짝 원망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펠리시아의 절정이나 내 사정과 동시에 영상이 끝난 게 아니니까. 어중간할 때 끝낸 감이 있기는 하지.

    "하아…아음…."

    나른하다는 듯 느긋하게 상체를 일으킨 펠리시아는,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며 내 물건을 입에 넣어왔다.

    "야. 아무리 그래도 안 할 거다."

    "알고 있어. 깨끗하게 해주는 것뿐이잖아. 정말. 아까는 그렇게 명령했으니까, 오히려 내가 이러기 전에 자기가 깨끗하게 하라고 명령해야하는 거 아냐?"

    "뭐야 그건. 네가 명령 받고 싶은 거뿐이잖아."

    "흥…하아…역시 멋져."

    펠리시아는 명령 받고 싶다는 걸 딱히 부정하지도 않고, 내 물건을 황홀히 바라보며 혀로 구석구석 깨끗이 핥아갔다.

    "적어도 그런 말 할 때는 사람 얼굴을 보고 해라…."

    "응? 하지만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 여기뿐인걸."

    얜 진짜 실비아랑 반대되는 의미로 한결같구나.

    뭐, 그래도 전처럼 밉상이란 느낌은 안 들었지만 말이야.

    정면에서 자신과 싸워주는 사라한테 일부러 싸움을 걸었단 걸 깨닫고 나니, 이런 행동조차도 전과는 다른 인상을 받았다.

    "하아. 응. 됐어. 깨끗해졌어."

    펠리시아는 정말로 깨끗하게 해주려는 것뿐이었던 모양이다.

    굳이 날 사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고, 적당히 빨다가 내 물건을 입에서 뗐다.

    뭐, 아쉬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 수고했어."

    "하아…못 참을 것 같으면 바로 부를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살짝 원망스러운 듯 중얼거리는 펠리시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내 몸과 펠리시아의 몸을 씻게 만들었다.

    이럴 거면 입으로 해준 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만, 뭐 펠리시아는 그걸로 만족한 것 같으니까 됐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애들을 부르러 갔다.

    "구원씨!"

    "끄, 끝났어?!"

    문을 마주보는 방향으로 앉아있던 레이아가 제일 먼저 날 눈치 챘고, 그러자 사라가 바로 벌떡 일어나면서 날 바라봤다.

    사라 얜 아직도 얼굴이 조금 붉네. 이러다가 나중에 영상도 보여 달라고 하는 거 아냐?

    아니. 뭐 보여줘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구먼."

    "뭐, 마법구를 잘 만들어준 덕분에 말이야. 찍기 쉽더라고."

    "음. 당연하지 않나. 다름아닌 이 몸이 설계했으니 말일세!"

    내가 칭찬하자, 디아나는 기고만장해져서는 가슴을 쭉 펴고 말했다.

    이렇게 내 앞에선 나이에 전혀 안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디아나지만, 사실 속은 엄청나게 깊은 거겠지.

    펠리시아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내가 섹스에 의미 부여를 하는 걸 완화시키기 위해 펠리시아와의 관계를 허락했을 수도 있는 건가.

    "그럼 용무도 다 끝났으니 돌아갈까. 마법구는 어떻게 해야 돼? 펠리시아가 보급한다고 했으니 여기에 두면 되는 건가?"

    "아니. 전부 챙겨가게. 마법구의 소유권은 이 몸에게 있네. 영상이 기록된 마석 역시, 나중에 목소리를 조금 수정한 다음 복사할 예정이네. 그렇게 복사된 물건을 여기에 전해주면, 공주가 각 신전에 보급할 걸세."

    "응? 디아나가? 보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

    "굳이 보지 않더라도 마나 조작으로 소리를 변질시키거나 복사하는 것쯤은 가능하네. 뭐, 이 몸이 할 건 아니지만 말일세."

    하긴. 그런가. 이 마법구도 설계만 디아나가 하고 만드는 건 다른 사람이 한 모양이니까.

    아무튼 이걸로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모조리 끝났다.

    이렇게 끝내고 나니 어깨의 짐을 내린 것 같은,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영상이 퍼져서 내게 구원이니 뭐니 떠들며 달라붙는 사람이 없어지기만 바랄 뿐이다.

    "그럼. 펠리시아. 우린 이만 간다."

    "하아…. 응. 그래. 잘 가. 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해줘야 돼?"

    아쉬워하는 펠리시아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로브를 뒤집어쓰고 성을 빠져나왔다.

    "그래서 어떤가요? 제대로 찍은 것 같나요?"

    성문을 빠져나오고 나서, 로브를 벗어던진 레이아가 궁금하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응. 뭐,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좀 자신 있어."

    그런 레이아의 질문에, 나는 자신을 가지고 말했다.

    꽤나 훌륭한 교육 영상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분명 많은 사람이 효과를 보게 되겠지.

    물론 이 세계는 이미 신전에서도 교육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규율이니 뭐니 하면서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남자가 가르쳐주니까 말이야.

    남자가 남자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 걸 감안해보면, 이 영상은 분명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됐다.

    어쩌면 이게 계기가 되어서 이 세계의 남성 평균 레벨이 올라가고, 먼 훗날에는 남성과 여성의 평균 레벨이 동등해지는 상황까지 올지도 모르겠는 걸?

    …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나갔나.

    "후훗. 네. 저도 믿어요. 다름 아닌 구원씨가 생각하신 구원책인걸요."

    …설마 지금 그거 말장난한 건 아니겠지?

    아니. 뭐 천사님이라면 상관없지만. 오히려 말장난 하신 거면 그건 그거대로 귀여우시다.

    아무튼 그렇게 영상을 찍은 우리는, 겨우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상이 담긴 마석을 디아나에게 건네주고, 나는 혼자 방 안에 들어와 생각에 잠겼다.

    그 자리에서는 펠리시아와 떨어지기 위해서 일단 별 일 아닌 것처럼 넘기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펠리시아와 나눈 대화 내용은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그것도 앞으로의 내 행보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문제 말이다.

    섹스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그냥 필요에 의해서 하는 섹스라….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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