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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41화 (4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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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응! 하앙! 흐아아앗! 흐으응! 구, 구원니이임!"

    "응?"

    "저, 저, 저…죽습니다아!"

    "아니. 그러니까 이정…실비아?!"

    나는 평소와 같은 말로 받아 넘기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방금 실비아의 말은 평소와는 다른 의미였던 모양이다.

    평소의 죽습니다는 이대로 가면 죽습니다라는 뜻이었다면, 방금 죽습니다는 보고였던 거다.

    내게 보고를 한 실비아는, 그대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 몸에 몸을 기대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얼마나 심하게 느낀 건지, 축 늘어진 상태에서도 허리는 꽤나 오랫동안 부들부들 떨렸고 음부에서는 분수를 뿜었다.

    말해두겠는데. 아니.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얘기지만, 실비아는 죽지 않았다.

    정말이라고? 제대로 살아있다고?

    눈도 감고 있고, 사지도…아니. 전신을 축 늘어뜨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그치 실비아?"

    "흐엣…흐에엣…헤엣…하아앗…."

    자 봐. 제대로 숨 쉬고 있잖아. 사람은 그렇게 간단히 죽지 않는다니까.

    …뭐 이렇게 삽입 중에는 힐링 섹스도 발동하고 있고.

    그건 그렇고, 설마 기절을 해버릴 줄이야.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뭐, 이정도면 혼자선 해소할 수 없는 실비아의 몸을 식혀준다는 목적도 충분히 달성했으니까.

    나는 내 품안에서 축 늘어져있는 실비아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설마 기절하기 직전까지 제대로 보고를 할 줄이야.

    뭐, 보고 내용에 조금 오류가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걸까?

    "응? 응?"

    "우, 우으으음…."

    축 늘어진 실비아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면서 물어보자, 실비아가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내 가슴에 자신의 뺨을 비벼댔다.

    이거, 지금까지 실비아가 내게 해온 스킨십 중에 성행위 관련을 제외하면 제일 강도가 강한 스킨십 아냐?

    기절하고 나서야 이런 스킨십을 할 수 있다니. 얘도 참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진동하는 실비아도 좋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는 실비아도 껴안고 있는 감촉이 훌륭했다.

    볼륨감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여성스럽게 느껴지는 가녀린 몸은 충분히 부드럽고 따뜻했다.

    "음…핫! 여, 여긴…!"

    그렇게 한동안 실비아를 껴안고 있자니, 갑자기 실비아가 내게 기대고 있던 상체를 일으키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어났어?"

    "……엣?"

    내가 부드럽게 말을 걸자, 고개를 홱 돌려서 나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는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실비아? 괜찮아?"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봐도, 실비아는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고, 아니. 그 이전에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입을 멍하니 벌리고 눈을 크게 뜬 채 돌처럼 굳어있던 실비아는,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더니 녹슨 기계처럼 끼기긱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덜덜 떨면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곤 손을 뻗어서 자신의 복부를 살짝 눌러봤다.

    뭐야 이거? 설마 아직도 박혀있나 확인하고 있는 거야?

    정말로 내 물건이 만져진 건지, 아니면 그냥 해본 행동인지, 실비아는 다시 끼기기긱하면서 고개를 들어올려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응?"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에 내가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제야 실비아의 움직임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히."

    "히?"

    "히아아아아아아아아…!"

    "큭!"

    고막이 찢어질 듯이 울리는 초고음의 음파공격.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리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 다시 실비아를 쳐다봤을 때, 실비아는 이미 내 품에 쓰러진 이후였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하고는 이렇게 섹스 후에도 계속 연결되어있던 게 처음이던가?

    ……안 죽었지? 미안. 잠깐 힐링하느라 까먹고 있었어.

    나는 그제야 실비아와의 연결을 풀고 실비아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자, 이제부터 뭘 한다.

    여기서 계속 실비아가 깨어나는 걸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그랬다가는 아까의 반복이 될 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차라리 이대로 깨어났을 때 내가 없는 게 실비아의 정신건강상 좋을지도.

    실비아가 내게 원하는 게 뭔지는 듣지 못하겠지만, 그거야 뭐 나중에도 들을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판단한 나는 실비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마틸다한테라도 가볼까?

    실비아의 몸을 식혀주고 나니, 자연히 떠오르는 게 마틸다였다.

    저주 해제를 위해 마틸다와는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지금 마틸다한테 가면 오늘은 하루 종일 섹스만 하다 끝나버린단 말이지.

    아니. 지겨운 건 아니야. 하나같이 절세의 미녀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애들이랑 돌아가면서 섹스를 하는데 어떻게 지겹다는 생각을 하겠어?

    다만 아무리 내가 성자라도 하루 종일 섹스만 하면서 보내는 건 좀…그렇잖아?

    어쩔 수 없지. 마틸다에겐 미안하지만 마틸다와의 관계는 조금 나중으로 돌리자.

    안 그래도 던전에 다녀온 직후이니, 마틸다도 지상의 공기를 듬뿍 마시고 싶을 때이기도 할 테고.

    그렇게 되면 남은 건…역시 우리 애들인가.

    이쯤 됐으면 슬슬 우리 애들도 얘기가 끝났겠지? 좋아. 가서 아무나 붙잡고 놀아달라고 해야지.

    "알겠는가! 자네가 아직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되네! 이 몸들의 낭군님은 무슨 짓을 해서든, 틈을 보이면 변태 짓을 할 걸세!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자네가 새로운 성벽에 눈뜨도록 해주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마저 할지도 모를 일일세! 그걸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필요 이상으로 어리광부리지 않게 하는 걸세! 자네 같이 매번 그렇게 어리광을 들어주니 낭군님이…."

    "저, 전 딱히 새로운 성벽에 눈을 떠도 상관없는데요…. 그러면 여러분에게도 알려드리고, 유대감도 더 생길 거고, 구원씨가 그걸 원하신다면…."

    "아뇨! 레이아! 레이아는 너무 생각이 물러요! 아직 구원의 변태짓을 제대로 안 당해봤으니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사람의 약점을 하나 파악하면 거길 집요하게! 오죽하면 전 구원이랑 섹스를 하기 전엔 항상 엉덩이를 준비하고 가야한다고요!"

    "네? 약점이라니…사라씨는 그런 성벽이 없으셨던게…."

    "물론 없지만요! 전 엉덩이로 하는 걸 별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구원은 거기가 제 약점이라고 생각한다고요! 그게 문제에요! 구원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라고요! 거길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얼마나 변태짓을 해대는지…."

    "그렇다네! 이 몸도 틈만나면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고…."

    "그, 그렇게까지 과격해진 구원씨도 전 조금 보고 싶은…."

    "큰일 날 소리 말아요! 저흰 레이아를 위해서 조언해주고 있는 거라고요!"

    "그렇다네!"

    …아직도 하고 있는 거냐.

    디아나의 방문을 살짝 열자, 안에서 아직까지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찌나 격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문을 살짝 열고 엿듣고 있는데도 셋 다 내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사라와 디아나의 말에 딴죽을 걸고 싶은 구석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나는 끼어들지 않고 얌전히 물러나기로 했다.

    괜히 저기 휘말리면 더 귀찮아지기만 할 것 같고.

    미안. 레이아. 조금만 더 고생해.

    나는 살며시 문을 닫고 뒤를 돌았다.

    그리고 뒤를 돈 내 눈 바로 앞에, 아름답지만 감정이 없어 보이는 한 쌍의 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왓! 깜짝이야! 놀래라. 바넷사. 여기서 뭐해?"

    물론 그 눈의 주인을 말할 것도 없이 바넷사였다.

    애초에 나랑 눈이 이렇게 마주칠 수 있는 여자라곤 내가 아는 한 바넷사밖에…아니. 앨리시아도 아슬아슬하게 맞으려나? 아무튼 그 정도밖에 없다.

    여자치곤 상당한 장신을 자랑하는 사라조차도 내가 내려다봐야 겨우 시선이 맞으니까 말이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만.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 그냥 심심해서 놀아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셋이서 내가 끼기 힘든 대화를 나누는 중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보다 바넷사도 보고 있었으면 그냥 불렀으면 됐잖아. 왜 뒤에서 조용히 서있었던 거야. 쟤들 대화에 방해가 될까봐 그런 거면 어깨라도 쳤으면…아. 설마 저번 일 때문에 조심한 거야?"

    "……."

    바넷사는 대답하는 대신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날 노려봤다.

    "야. 그렇게 화내지 마라. 저번 일은 사고였잖아. 그런 일 웬만한 일이 아니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화낸 거 아닙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군. 아무튼 바넷사."

    "…뭡니까?"

    "이렇게 만났으니 잘 됐어. 안 그래도 할 것도 없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거든. 그러니까…."

    "…읏."

    내가 히죽 웃으면서 말하자, 날 노려보는 바넷사의 눈빛이 더 강렬해지면서 반대로 몸은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놀아줘."

    "……뭘 하고 놀아드리면 됩니까?"

    야. 뭐냐. 그 한심하다는 표정은. 너 자기가 무표정이라고 너무 주인님을 깔보는 거 아니냐.

    아니. 난 주인님의 남편이라는 위치가 더 정확하긴 하지만, 아무튼 너보다 높으신 분이잖아!

    네가 아무리 무표정이라도 그렇게 노골적인 시선까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난 둔하지 않거든?!

    아니. 오히려 요즘 네 표정을 점점 더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예리하신 몸이거든?

    "뭔가 적당히 놀 거 없어? 보드 게임이라든가."

    "그런 거라면 응접실에 몇 개인가 있습니다."

    "좋아. 가자. 바넷사 너 어차피 할 일 없지? 이런 데를 돌아다니고 있을 정도니까."

    "엄청 많습니다."

    아니. 이럴 땐 좀 없다고 해달라고. 심심하단 말이야.

    "…바넷사."

    "또 뭡니까?"

    얘 진짜. 말투. 야. 너 딴 애들한텐 안 이러잖아.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내심 내가 제일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무래도 내 평소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말이야.

    내가 우리 애들한테 져주는 건 어디까지나 밤에 그렇게 이기는데 낮에도 다 이겨먹으려고 들면 미안해서 그런 거지, 절대 내가 약한 게 아니야.

    정말이다? 거짓말 아니라고?

    뭐, 됐어. 지금은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나는 바넷사를 바라보고 요즘 거울을 보면 스스로도 감탄이 나오는 잘생긴 외모를 한층 더 멋지게 보이는 각도를 유지한 채, 부드럽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랑 일. 어느 게 더 중요해?"

    "……일입니다."

    "거기선 나라고 하라고! 네 일은 주인님을 보필하는 일이잖아!"

    "제 주인님은 디아나님이므로."

    큭. 젠장. 이 철가면 집사 같으니라고.

    언젠간 저 철가면을 반드시 벗겨주겠어.

    "하아…. 아무튼 됐어. 따라와."

    "네."

    일이 소중하다고 말한 주제에, 할 일이 엄청 많다고 한 주제에, 결국 시키는 대로 날 따라오는 바넷사였다.

    잠깐만. 그렇다면 이 녀석. 방금 설마 날 놀려먹은 거야?

    …방금까지 조금은 바넷사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결국 나는 바넷사에게 이것저것 이 세계의 보드 게임들의 룰을 배우고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바넷사도 식사 준비를 하러 갈 때까지는 계속 나와 어울려줬고 말이다.

    좋아. 이걸로 실비아와의 특훈도 더 진전이 생기겠군.

    저번 포커는 실패였으니까 말이야.

    눈을 마주칠 일이 너무 많아서 게임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목적이 전혀 달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드 게임이라면….

    "후야아앙…. 하아아…. 헤헷…."

    그리고 바넷사와의 게임을 정리하고 방에 돌아오자, 실비아가 내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은 채 파닥이고 있었다.

    "……실비아. 너 뭐하냐?"

    "핫!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누가 봐도 명백하게 내 침대에서 좋아 죽으려고 하고 있었잖아.

    뭐, 좋아. 귀여우니까 봐준다.

    "그보다 실비아."

    "네, 넵!"

    내가 이름을 부르자, 실비아는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봐줄 테니까 겁먹을 거 없어.

    "아깐 잘 했어. 시키는 대로 끝까지 잘 보고를 했어. 약속대로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주지. 자, 말해봐."

    "네, 넷?!"

    혼날 줄 알고 있었던 건지, 긴장으로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던 실비아가 멍하니 날 올려다봤다.

    "없어? 원하는 거."

    "아, 그, 그게 그러니까…아, 아우우…. 지, 지금 그런 걸 하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자, 이번엔 실비아가 새빨갛게 달아올라서는 우물쭈물대기 시작했다.

    "응? 그런 거라니?"

    "죄, 죄송합니다! 지금 그런 걸 하면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죽습니다아!"

    아니. 그러니까 그런 거라는 게 대체 뭔데?

    내 의문을 뒤로하고, 실비아는 황급히 침대에서 벗어나 내 방을 탈출했다.

    "우왓! 야! 적어도 옷은 입고 가라! 남들이 보면 오해할 거 아냐!"

    아직까지 침대에 있을 때부터 수상하긴 했지만, 설마 아직까지 알몸으로 있었던 거냐?!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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