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438화 (422/1,205)
  • 438====================

    또 다른 발견

    다음 날 아침. 나는 역시나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아. 역시 천사님은 최고야.

    뒤바뀐 낮과 밤을 이렇게 손쉽게 원상복구 시킬 수 있을 줄이야.

    이거, 혼자서 바꿔보려면 의외로 힘들단 말이지.

    다음 날 밤까지 다시 안자고 버텨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면 또 잠을 너무 오래 자서 낮밤이 뒤바뀐 채인 채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천사님이 있다면 걱정 없다.

    밤에 열심히 일을 치르고,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아 말짱하게 아침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최고의 기분이다.

    나는 내 위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천사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바넷사가 올 때까지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구원은 기운차네…."

    식당에 내려가니, 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 옆에는 마틸다가 붙어서 뭔가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래?"

    "너무 자서 머리 아파…."

    역시 사라도 낮과 밤이 뒤바뀌는 바람에 조금 고생을 한 모양이다.

    "호해줄까?"

    "바보 아냐?"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내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바보는 너다. 나랑 애널 섹스도 한다고 모두의 앞에서 공표한 주제에. 바아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일단 사라의 귓가에 후하고 입김을 불어넣었다.

    "끼악! 바, 바보!"

    "두 번 말했다."

    "으으으…자기가 먼저 이상한 소리한 주제에…. 오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자긴 레이아랑…아 그러고 보니…으으으…."

    역시 평소 같은 컨디션이 아닌지, 사라는 살짝 기운 없는 목소리로 별 저항 없이 날 오빠라고 불렀다.

    좋아. 이대로 계속 조교…아니. 교육해나가면 언젠간 날 오빠라고만 부를 날이 오는 것도 꿈이 아니야.

    하지만 사라는 이내 또 뭐가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리고는, 다시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평소완 달리 그다지 안력이 강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어쩐지. 이상하게 노려보지 않더라. 그런 충격적인 일을 설마 까먹은 건 아닐 텐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잠깐 화내는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무슨 얘기냐고?

    무슨 얘기기는. 어제 그 디아나와의 말싸움에 사건 말이야.

    말싸움에서 진 이후로 계속 날 노려보고 있었는데, 고작 잠 좀 잤다고 그게 풀릴 리가 없지.

    무엇보다 날 너무 좋아하는 사라가 본처 운운하는 말싸움에서 진 거니까.

    레이아의 오해는 이미 풀었지만, 얘 오해도 빨리 풀어주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지금 그 오해를 풀기에는 장소가 너무 좋지 않았다.

    우리 애들 셋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성벽을 폭로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조금 미안하니까.

    아니. 완전히 자업자득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해의 주역 중 한 명이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아…마틸다씨. 그거 좋네요…."

    아니. 사라야. 사람이 생각하는데 잡음을 넣지 마라.

    아까부터 뭐하는 건가 싶었더니, 너무 자서 아픈 머리에 치료 마법을 쓰고 있는 거였냐.

    그런 것도 먹히는 거야?

    마법. 아니. 이 경우는 여신님의 신성력인가. 아무튼 범용성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뭐, 힐링 섹스로 멀쩡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런데 디아나는?"

    아무튼 그래. 아직 식당에는 디아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직 주무시고 계십니다."

    내 질문에 대답한 건 어느 샌가 뒤에 있던 바넷사였다.

    "뭐? 디아나가 늦잠? 별 일이네."

    "네. 아무래도 간밤에 제대로 잠들 수 없으셨던 건지, 스스로에게 수면 마법을 거신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과연. 디아나는 내 등에 업혀오면서 조금 휴식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그게 충분한 휴식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 디아나도 훌륭하게 낮과 밤이 뒤바뀌어버렸다는 거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수면 마법이라니. 꽤나 과격한 방법을 쓰는군.

    "바넷사도 마법 쓸 수 있잖아? 깨우는 마법 같은 거 못써?"

    "디아나님의 수면 마법을 풀 수 있는 마법사는 없습니다."

    진짜냐. 그래도 걔 아직 바넷사 너보다 레벨 낮잖아.

    마나의 총량이 아니라, 술식의 복잡함이라든가 그런 영역에서 밀리는 건가?

    아무튼 그럼 걘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못 깨운단 거잖아.

    빨리 오해도 풀고 싶은데 귀찮은 짓을….

    "그러고 보니 실비아랑 마틸다는 멀쩡하네? 괜찮았어?"

    뭐, 지금 사라한테 하는 모습을 보니 마틸다는 이해가 가지만.

    "네. 전 신성력으로 스스로 치유했으니까요. 아무 문제없어요."

    "저도 괜찮습니다.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으로, 이런 건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거 든든하기 짝이 없네.

    거기 구석이 아니라 내 근처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라면 더 든든하게 느껴졌을 텐데 말이다. 실비아야.

    하지만 전부터 느꼈던 건데, 실비아 쟨 기사 훈련이니 뭐니 하면서 적응력이 너무 좋단 말이야.

    그렇게 힘든 거야? 명문 귀족가 출신의 기사라면 뭔가 다른 기사들에 비해 비단길만 걸어서 쉽게쉽게 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말이야.

    이 세계는 레벨로 실력이 확실히 표시되는 만큼 그런 게 없는 건가?

    뭐, 그럼 훈련 중에서도 수영 코스는 없었던 모양이지만.

    "아무튼 그럼 일단 디아나는 내버려두고 밥이나 먹을까."

    그냥 늦잠 좀 자는 거라면 기다리겠지만, 깨울 방도가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구원님."

    "응?"

    결국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디아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 늦게라도 내려올까 싶어서 이렇게 식후 차까지 마시며 기다려봤지만 말이다.

    대체 얼마나 강하게 마법을 건 거야. 잠에 취해서 실수했나? 아니. 디아나에 한해서 마법을 실패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바넷사가 말을 걸어왔다.

    "구원님께서 던전에 가계시는 동안, 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준비가 끝났다고 하더군요. 구원님께 그렇게만 전달하면 알 거라고 말하고는 가버렸습니다만."

    "아, 응. 고마워."

    벌써 끝난 건가.

    우리가 던전에서 조금 오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나?

    마법구를 준비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교단을 벌써 설득했다고?

    드디어 영상을 찍을 때가 온 건가.

    드디어 그 로브에서 해방될 때가 온 거다.

    아니. 디아나랑 커플 룩인 건 좋아. 다만 난 그냥 머리에 뭘 뒤집어쓰고 있는 게 싫을 뿐이야.

    아무튼 그런 고로 당장이라도 영상을 찍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라. 따라와 같이 좀 가자."

    "응? 어딜?"

    아직도 살짝 삐져있어.

    그러니까 디아나를 더 좋아하는 거 아니라니까. 그 오해를 풀어주러 가는 거라고.

    "디아나 방에."

    "어머. 사라씨와 디아나씨만요?"

    "아니. 뭐, 레이아는 따라와도 상관없긴 한데."

    어차피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레이아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러 가는지 모르는 건지, 미소 지으면서 내 팔에 안겨들었다.

    그러자 뚱한 표정이던 사라도 경쟁심이 발동해서는 내 팔에 엉겨 붙었다. 표정은 여전히 뚱한 표정이면서.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파티에서 얘가 제일 어리다는 게 실감이 된다.

    "디아나. 들어갈게."

    "으, 음?! 어, 어서 오게나."

    당연히 아직 자고 있을 줄 알고 그냥 들어갔는데, 의외로 디아나는 일어나있었다.

    아직 침대에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디아나는 침대에 누워서 이불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이쪽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불 위로 뾰족 튀어나와있는 긴 귀의 끝이 새빨간 걸로 보아, 얼굴 역시도 새빨개져있을 거라는 건 자명했다.

    과연. 그런 거란 말이지.

    나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어제 그런 식으로 헤어진 디아나가 갑자기 이런 부끄러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뭐가 있었어?

    이제 와서 부끄러워진 거다. 노출 플레이를 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

    "왜 그래?"

    물론 상냥한 나는 시치미를 떼고 그렇게 물어봐줬다.

    "아, 아무것도 아닐세. 그냥 잠을 좀 많이 잤더니 머리가…."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변명인데.

    설마 사라도?

    내가 사라를 바라보자, 사라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부정했다.

    하긴 얘가 엉덩이로 하는 건 이미 사도 인장이 거기 박힌 시점에서 다들 눈치 챘을 테고. 이제 와서 부끄러워할 것도 없나.

    "어머. 그럼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아무튼 꾀병을 부리는 디아나에게, 레이아가 다가가서는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으, 으음…고, 고맙네…."

    레이아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을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게 된 디아나는, 엄청나게 씁쓸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냐. 아직도 가슴에 그런 반응이냐.

    내가 그렇게 넌 어떤 모습도 예쁘다고 해줬는데.

    이쯤 되면 그냥 나랑 관계없이 레이아의 가슴에 트라우마가 생긴 격인데.

    3계층에서 따듯하다면서 레이아가 계속 디아나의 머리에 가슴을 얹은 채 끌어안고 다녔던 게 문제였나.

    뭐, 폴리모프 썼을 때 자기 가슴에는 아무 거부반응도 없었으니까 별로 상관없지만 말이야.

    "그보다. 너희 바보 둘한테 할 말이 있다."

    "…음? 누굴 말하는 겐가?"

    "바보 둘?"

    둘이서 시치미를 떼기는.

    "너희 말이다! 너희 바보 둘!"

    내가 손가락으로 사라와 디아나를 번갈아가며 가리키자, 그제야 둘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뭐어어?!"

    "자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바보?! 자네가?! 이 몸에게?!"

    "뭐야?! 그 반응은?! 적어도 낭군님이라고 해라?!"

    "자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바보?! 낭군님이?! 이 몸에게?! 아읏!"

    아냐. 그냥 하지 마. 낭군님이라고 하니까 더 놀리는 거 같아.

    너무도 격렬한 반응에 나는 그만 반사적으로 디아나의 이마를 찰싹 때리고 말았다.

    "지, 지금 때렸는…으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머리를 붙잡고, 마구잡이로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잘못! 잘못했네! 이 몸이 잘못했네! 으아아아아!"

    결국 항복할 주제에 까불고 있어.

    디아나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즈음에야, 나는 겨우 디아나의 머리를 해방시켜줬다.

    휘청거리던 디아나는 그대로 몸이 옆으로 쓰러지며…레이아의 가슴 사이어 얼굴을 파묻었다.

    "크읏…."

    디아나는 굴욕적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지 그대로 파묻혀있었다.

    그러자 레이아는 또 기쁜 표정으로 디아나의 머리를 끌어안고는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훗. 사람을 놀리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한동안 굴욕을 맞보고 있어라.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얼른 비키고 나랑 바꿔라. 천사님의 가슴 사이에 파묻혀있다니. 부럽기 짝이 없는…크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튼 너희한테 할 말이 있다. 난 말이지. 너희 셋을 똑같이 좋아해. 누굴 더 좋아한다든가, 그런 거 없어."

    "뭐? 갑자기 그게 무슨…."

    "그러니까! 사라 너랑 엉덩이로 하든, 디아나 너랑 노출 플레이를 하든 전혀 관계없다는 거다! 이 바보들아! 그게 뭘 자랑이라고 떠들고 있어! 그것도 실비아랑 마틸다까지 있는데서!"

    "아, 아, 아…."

    "우아아아아앙!"

    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꺼낼 줄 몰랐다는 듯, 허를 제대로 찔린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와 디아나가 동시에 쓰러졌다.

    사라는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디아나는 레이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고통스럽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너희 취향에 맞춰준 거잖아! 사라 넌 엉덩이가 성감대고! 디아나 넌…."

    "아, 아닐세!"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변태!"

    "우, 우으으으…."

    야. 여자의 눈물이 무기라고는 하지만, 너 너무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거 아니냐?

    "…뭐 내가 디아나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유도했단 점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거 보게! 이제야 인정하는구먼! 이 변태! 귀축!"

    이게 진짜….

    "남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 없네!"

    "네가 먼저 남들 앞에서 한 거잖아! 둘이 화려하게 자폭해놓고는!"

    "하, 하지만…하지만 그런 누명은…! 큭. 이렇게 된 이상 레이아양의 성벽도…!"

    남들 앞에서 노출광이란 게 폭로되자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건지, 디아나가 위험한 눈으로 레이아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야. 괜한 레이아 끌여들이지 마라."

    "하지만 듣지 않았는가?!"

    "그래도…."

    "구원씨. 괜찮아요. 다 같이 비밀을 공유한다니. 이런 것도 결속력이 강해져서 좋네요."

    "이, 이 몸은 노출광이 아니지만 말일세!"

    아니. 그래도 난 노출광이란 표현은 일부러 삼가고 있었는데.

    디아나야. 너 지금 스스로 말했다고.

    대체 얼마나 이성을 잃은 거야.

    아니. 그 이전에….

    "레이아는 딱히 밝힐 성벽같은 거 없잖아."

    "그, 그럴 리 없네!"

    "맞아! 그럴 리 없어!"

    아니. 너희들 변태 성벽이 밝혀져서 부끄러운 것도 알겠고, 그렇게 필사적이 되는 마음도 알겠는데 말이야, 진짜 없어. 너희가 아무리 부정해도 말이야.

    "그, 그렇지 않아요. 봐요. 전 구원씨한테 봉사하는 걸 좋아하고…."

    "레이아! 치사해요!"

    "네, 네에?! 어째서요?!"

    하아. 어떻게든 오해는 풀린 모양이지만, 이 모습을 봐선 아무래도 이 소동이 쉽게 끝날 것 같진 않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12시에 올리기 성공.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