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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36화 (4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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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발견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래? 소규모 계층들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게 거의 확실시 됐으니, 여기도 3.5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어딘가에 있다는 건데. 찾아볼래?"

    코볼트 동굴과 달리, 개미굴은 상당히 지도가 완성된 상태였다.

    우리가 입구부터 여왕개미가 있던 보스룸까지 개척한 건 물론, 길드에서 공개한 이후로 수많은 모험가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우리가 메우지 못했던 부분까지 착실히 지도를 완성해가는 중이었다.

    여기 오는 모험가들은 2계층은 만만하고 3계층은 조금 버거운 실력의 소유자들이니까 말이야.

    보스로 직행하기 보다는 돌아다니면서 실력을 쌓은 거지.

    "흠. 당면의 목표는 달성한 걸세. 다른 계층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터. 일단 한 번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아니면, 다른 계층으로 이어지는 길에 뭔가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는 겐가?"

    "그야 뭐…."

    내 말투에서 뭔가를 느낀 듯, 디아나가 날 바라보며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역시 디아나. 날 잘 관찰하고 있다니까.

    실은 짐작 가는 곳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다른 애들과 달리 난 수컷 코볼트의 모습을 직접 봤으니까 말이야.

    단서는 세 개나 있다.

    일단 이 소규모 계층에서 거대 마석이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놈들은 페이크에 지나지 않고, 수컷이야말로 진정한 보스라는 점.

    그리고 아마 이 개미굴도 코볼트 동굴과 마찬가지로 수컷이 있는 방은 사람의 허를 찌르는 곳에 숨겨져 있을 거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전에 여왕개미가 자리까지 벗어나며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다는 점.

    이를 종합해보면, 대략적인 위치는 짐작이 갔다.

    하지만…나는 마틸다의 안색을 살펴봤다.

    아직 멀쩡해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 무리하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지.

    디아나말대로 우리가 던전에 들어온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게다가 짐작이 간다고는 하더라도 그게 확실한 건 아니니까 말이야.

    역시 일단 한 번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좋아. 일단 한 번 돌아갈까."

    여기서 하루를 꼬박 투자하면 2계층의 마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시간 상 밤샘 행군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조금 고생하더라도 침대에 누워서 푹 휴식을 취하는 게 낫겠지.

    "네! 그러죠!"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역시 힘들었는지, 마틸다가 반색하면서 내 결정에 찬성했다.

    이렇게 좋아하면 왠지 또 괴롭혀주고 싶은데 말이야.

    이제 와서 역시 그냥 계속 탐험하자고 말하면 엄청 볼만한 얼굴을 하겠지? …조금 보고싶다.

    그런 쓰레기 같은 욕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나는 모두와 함께 2계층 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한 것은 역시나 날이 밝아오는 무렵이었다.

    아니. 날이 밝아온다고 해도, 던전 안이니까 해가 보인다든가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후아아암…. 그럼 얼른 돌아갈까."

    과연 초인 같은 체력을 얻은 나라도 밤을 새는 건 꽤나 피곤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냥 밤을 샌 게 아니라 전투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말이야.

    개미 놈들은 약한 주제에 떼로 몰려다니니까 귀찮단 말이야.

    입구에서 보스 룸까지의 루트라면 모험가들이 많이 들락날락 거리면서 어느 정도 소탕을 해놓은 상태니 괜찮지만, 코볼트 동굴에서 이어진 곳은 하필이면 모험가들의 출입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개미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게 얼마나 귀찮던지.

    약한 놈들이라도 떼로 몰리면 답이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뭐, 그러니까 레벨 높은 실비아마저 예전에 그렇게 다쳤던 거겠지만.

    아무튼 그런 고로 여기 여관에 그냥 묵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왕이면 우리 집 침대에서 쉬는 게 제일이지.

    "그럼 난 마석 정산을…."

    "으음…후아아…잠깐 기다리게."

    텔레포트를 통해 길드로 돌아온 후, 내가 마석 정산을 위해 모두를 보내고 레이첼 누님에게 가려고 했을 때 디아나가 제지를 했다.

    "왜 그래?"

    나는 고개를 뒤로 돌리며 질문했다.

    왜 뒤로 돌리냐고? 그야 디아나가 내 등 뒤에 업혀있으니까 그렇지.

    이 녀석. 개미굴을 빠져 나오자마자 언제든 업힐 수 있는 권리를 사용해서 지금까지 내 등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치사한 녀석.

    뭐, 편하게 돌아다닌 우리랑 달리 디아나는 코볼트 동굴과 개미굴에서 내내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우리보다 조금 더 지치기도 했겠지.

    그걸 아니까 나도 군말 않고 이렇게 디아나를 업고 있는 거고.

    아무튼 지금까지 내 등 뒤에서 쿨쿨 자고 있던 애가, 갑자기 일어난 거다.

    "마석 정산은…비밀로…나중에…후아암…."

    "뭐? 야. 무슨 말이야. 제대로…다시 잠들었잖아."

    이 녀석…. 뭐, 아무튼 대충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일단 우리가 코볼트 동굴에 다녀온 건 비밀로 하라는 거지?

    성기가 열쇠라는 것도, 개미굴 같은 소규모 계층이 존재하는 것도 이미 공표한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는 했지만…뭐, 디아나도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거겠지.

    일단 돌아가자.

    결국 나는 마석 정산 없이 레이첼 누님께 귀환 보고만 하기로 했다.

    말해두지만 레이첼 누님을 피하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한 게 절대 아니다.

    마석 정산을 하면 자연히 레이첼 누님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럼 또 레이첼 누님과의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할 거란 생각 같은 거 안 했어.

    "안녕하세요. 모험가 구원씨. 귀환하셨군요. 마석 정산을 하실 건가요?"

    그냥 귀환 보고를 하는데도 이런 태도니까, 마석 정산을 하면 분명 그렇게 되긴 했겠지만 말이야.

    평소라면 좀더 활짝 미소지어주시고, "이번에는 평소보다 오래 걸리셨네요." 같은 말도 해주셨을 텐데.

    게다가 뭐야. 모험가 구원씨라니. 완전히 모르는 사람 대하는 반응이잖아.

    "아뇨. 그냥 귀환 보고만 하러 왔어요. 안녕히계세요."

    그 사무적인 태도에 살짝 데미지를 입으면서,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엣? 자, 잠깐만요!"

    하지만 이번엔 레이첼 누님이 내 태도에 당황했는지, 돌아서려는 나를 불러 세웠다.

    "네?"

    "마, 마석 교환을 안 한다고요?"

    "네. 너무 피곤해서요. 나중에 할게요."

    "아…."

    하지만 나는 그렇게만 내뱉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 것이, 누님이 화난 이유를 아직도 생각해내지 못했단 말이야.

    애초에 던전에선 그럴 시간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내자니 졸려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고.

    미안해요 누님. 나중에 제대로 생각해내고 사과할게요.

    나는 마음속으로만 누님께 살짝 사과를 하고 그대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저택에 돌아온 즈음에는, 우리 모두 반쯤 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디아나를 자기 방에 데려다주고 내 방에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으면 밤새서 섹스를 해대도 다음 날 멀쩡한데, 설마 그냥 밤을 샜다고 이렇게까지 힘들 줄이야.

    힐링 섹스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방으로 돌아온 나는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을 했고,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6시였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기상시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가 이상했다.

    왠지…어둡지 않아?

    그리고 나는 점차 정신이 각성하면서 잠들기 전 상황을 기억해냈다.

    그러고 보니 낮에 잠들었지. 그럼 설마 지금은 저녁 6시?

    그걸 깨닫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나느 문득 또 다른 위화감이 느껴졌다.

    분명 난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에서 기절하듯 잤을 텐데.

    씻는 건 물론 갑옷을 벗은 기억도 없었다.

    하지만 내 몸은 던전 탐험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뜻했고, 몸에는 갑옷이 아니라 부드러운 소재의 옷마저 입혀져 있었다.

    뭐야 이거. 난 이런 옷 없는데?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내 왼쪽, 반신에 걸쳐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포근하고 따뜻한, 아무튼 무지막지하게 기분 좋은 감촉이 전해져왔던 거다. 게다가 기분 좋은 향기까지 덤으로.

    나는 이 감촉을 잘 알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자, 천사님의 천사 같은 잠든 얼굴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레이아?"

    "으, 으으음…."

    내가 이름을 부르자, 레이아가 살짝 몸을 뒤척이면서 뭔가 요염하게 들리는 소리를 냈다.

    몸이 뒤척이는 것에 따라 내 팔에 닿고 있던 가슴이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가며 팔뚝을 마사지해오는 것이 그렇게 황홀할 수 없었다.

    여긴 혹시 천국인가. 아니. 천국이 분명해.

    "…응…구원씨이?"

    그리고 레이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곤 아직 잠에 덜 깬 눈동자를 내게 향하며 배시시 웃더니, 그대로 내 얼굴을 끌어안아 자신의 가슴에 묻어왔다.

    "에헤헤…구원씨다아…구원씨이…."

    크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잠에 덜 깬 천사님도 역시나 최고였다.

    내가 안면 전체에 물컹물컹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자, 그동안 레이아의 정신도 점점 각성해갔던 모양이다.

    "어, 어머…저…꺄악! 구, 구원씨?! 괜찮으세요?!"

    "뭐가?"

    "뭐가라니…울고 계시잖아요!"

    "응? 아니. 괜찮아. 이건 감동의 눈물이야."

    "네에? …구, 구원씨도 참. 너무 짓궂으세요. 놀랐잖아요."

    내 대답에 잠깐 멍하니 생각에 빠졌던 레이아는, 이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면서 등을 휙 돌리더니 꼬리로 내 가슴을 부드럽게 때려왔다.

    나는 그런 레이아를 뒤에서부터 껴안아주면서, 그 귓가에 입을 가져가고 속삭였다.

    "하지만 레이아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야…오늘은 제 차례잖아요."

    "어? 그야 그렇긴 하지만…괜찮겠어? 나 그냥 푹 잠들어버렸는데."

    관계를 맺기는커녕 레이아랑 같이 잤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괜찮아요. 구원씨와 같은 곳에서 단 둘이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전 충분히 행복해요."

    하지만 천사님의 대답은 역시나 언제나처럼 천사답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크흑. 왜 이렇게 마냥 착하시기만 한 걸까.

    너무 그렇게 착하게 살면 손해만 보고 산다고요. 가끔은 이기적이 되지 않으면.

    "그럼 이 옷이나…씻는 것도 설마 레이아가 해 준 거야?"

    "네, 네에…. 그게…구원씨 갑옷을 입으신 채 그대로 잠들어 계셨으니까…."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대답하고는, 손으로 방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엔 내 장비가 차곡차곡 정돈되어서 놓여져있었다.

    과연. 힘들었을 텐데. 미안한 짓을 했네.

    아니. 레이아도 레벨이 있는데다가, 구미호라서 그런지 근력 수치도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까.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나?

    의외로 내 몸을 쉽게 들어올려서 구석구석…잠깐만.

    그래. 레이아가 잠든 내 몸을 구석구석 만지며 씻어줬다는 얘기잖아!

    왜 잠들어 있었던 거야?! 왜 일어나지 않은 거야?!

    이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젠장! 기억해내! 그 감촉을 기억해내라고!

    물론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잠들어있을 때 느낌 감촉을 기억해낼 리가 만무했다.

    나이트에서 술에 꼴은 후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니 옆에 엄청 예쁜 여자가 누워있고, 섹스한 기억은 없을 때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최악이다.

    아니지. 절망하지 말자.

    잃어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앞으로 보충해나갈 수는 있지.

    예시로 든 나이트 운운한 놈과는 다르게, 나는 계속해서 행위를 이어나갈 힘이 있으니까!

    "어차피 지금 잠이 깼다고는 해도, 이대로 일어나버리면 앞으로도 계속 낮과 밤이 뒤바뀐 채로 지내게 될 테니까. 그럴 수는 없지. 사람은 낮에 일어나고 밤에 자야 돼. 그러니까 역시 체내 시간은 정상으로 돌려놓는 게 좋겠지?"

    "네? 그게 무슨…."

    내 중얼거림에, 레이아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부터 아침까지 이대로 있자는 거야."

    "아…."

    내가 레이아의 몸을 껴안은 팔에 살짝 더 힘을 주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달콤한 느낌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아도 그걸로 좋지?"

    "으응…네에…."

    머리위에 뾰족 솟아있는 레이아의 귀에 한숨을 불어넣으면서 속삭이자, 레이아는 간지러운 듯 귀를 몇 번 파닥인 후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예약 아이템이 없으니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원래는 정확히 12시에 올려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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