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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27화 (4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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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큐버스의 사정

    "흐아앗…하앗…흐그읏…."

    "훗. 이겼다. 허무한 싸움이었군."

    내 시선이 향한 곳, 테이블 반대편 소파에는 실비아가 사지를 늘어뜨린 채 옆으로 돌아서 뻗어있었다.

    누가 보면 자폭에 당한 줄 알겠네.

    뭐, 숨은 쉬고 있으니까 죽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직도 하고 있었는가?"

    마침 지나가던 중이었는지, 디아나가 다가오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참고로 이미 포커는 몇 판이나 하고 있었고, 처음엔 옆에서 지켜보던 애들도 지금은 다들 자기 시간을 보내러 돌아간 상태다.

    다 같이 포커를 하는 것보단 실비아랑 둘이서 하면서 아이 컨택트의 기회를 최대한 늘리는 게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결과를 보면 그 생각은 실패였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일단 다 같이 모여서 즐기는 편이 좋았을까.

    "당연하지. 이번 판도 또 내 압승으로 끝났지만."

    "포커라는 게 언제부터 상대를 죽이는 싸움이 됐는가?"

    "아냐. 저건 내가 한 거 아냐. 실비아 혼자 죽은 거지."

    "아…안 주거씁니다아…."

    "으으으응?"

    "히그읏!"

    일단 살아있다는 걸 어필한 실비아였지만, 내가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자 파닥파닥 거리면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물론 소파의 등받이에 가로 막혀 전혀 거리를 벌리지 못했고, 지근거리에서 나와 눈을 마주친 채 부들부들 떨던 실비아는 결국 힘없이 고개를 떨구….

    "죽이지 말게."

    실비아가 죽기 직전에 디아나가 끼어들어 내 등을 가볍게 한 대 때렸다.

    쳇. 운 좋은 녀석 같으니라고. 목숨을 건졌구나.

    "음. 하지만 생각보다 특훈의 효과가 잘 안 나타나네."

    "자네가 포커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그런 것 아닌가."

    "아니. 그건 그렇지만 나랑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특훈의 효과가 없고…음…좀 더 효과적인 방법 없을까."

    역시 다들 불러서 다 같이 해볼까?

    "일단 제대로 생각은 하고 있는 모양이구먼. 그런 거라면 뭔가 걸기라도 해서 집중력을…으아아아! 아, 아닐세! 아무것도 아닐세!"

    별 생각 없이 중얼거리던 디아나는 도중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 황급히 얼버무렸지만, 이미 디아나의 아이디어는 내 귀가 확실히 포착한 상황이었다.

    "그거다!"

    "으윽…."

    디아나야. 자기 아이디어면서 그 망했다는 표정은 뭐냐?

    왜 그래. 엄청 좋은 아이디어잖아.

    "역시 디아나는 똑똑하다니까. 크크큭. 자, 실비아. 일어서. 이번 판부터는 네가 좀 더 필사적으로 포커를 할 수 있도록, 뭔가 걸고 하도록 하자. 뭘 거는 게 좋을까. 그래. 진 사람이 옷 벗기 같은…."

    내가 그렇게 선언하자, 실비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아이디어 제공자인 디아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네는! 바보인가! 응?! 머릿속에 그런 것밖에 없나?!"

    "아니. 남녀 간의 내기 도박이라면 역시 탈의…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자신 때문에 이런 사태가 된 게 그렇게 미안했는지,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내게 달려들어서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탈의가 안 된다면…어쩔 수 없지. 그냥 평범하게 이긴 사람 부탁 하나 들어주기 같은 거 어때? 그런 거라면 문제없지? 무슨 부탁을 할까나."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디아나는 실비아에게 연민의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사과를 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사과하는 건데.

    이것도 전부 실비아를 위해서 하는 거라고.

    "그렇게 미안하면 디아나도 같이 할래?"

    "저어어얼대! 싫네!"

    "뭐야. 디아나. 미안하다고 했으면서. 설마 실비아를 버리는 거야? 이대로 가면 실비아 정말로 죽는다고?"

    "자, 자네가 자제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핫.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내가 자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는 자네일세! 바보는!"

    "그렇다. 난 바보였던 거다. 그리고 바보는 오늘, 디아나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실비아를 행복사 시키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그, 그만두지 못하겠나?!"

    "그럼 디아나가 껴서 나한테 이기면 되잖아. 그럼 아무 문제없지 않아? 그럼 실비아의 목숨도 구할 수 있고, 나한테 명령도 내릴 수 있다고?"

    "지면 자네의 명령을 들어야하지 않나?!"

    "그게 그렇게 문제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뭔가 맺힌 거라도 있는 건지, 디아나가 울분을 토해내며 날 토닥토닥 때려댔다.

    이상하네. 왜 저렇게 질색하지. 이런 식으로 대해질 이유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뭐, 좋아. 그럼 디아나는 빠져도 돼. 나랑 실비아랑 둘이 하지."

    "우으으으읏…."

    "으그그그극!"

    그래서 결국 디아나와 실비아까지 낀 포커 승부가 시작됐다.

    표면상으론 1 대 1 대 1이지만, 당연히 디아나와 실비아는 편을 먹을 테니까 사실은 2 대 1이나 마찬가지인 게임.

    당연히 나한테 엄청 불리한 게임이 되겠지만, 나는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지면 뭐 별 수 없는 거고. 설마 디아나나 실비아가 나한테 이상한 걸 시키겠어?

    "자, 그럼 시작하세."

    디아나는 마치 마법을 연구할 때처럼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게임 시작을 알렸다.

    처음 받은 카드는…음. 원 페어조차 완성되지 않는 쓰레기다.

    하지만 아무 문제없다.

    나는 손 안에 든 카드의 하트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세뇌하기 시작했다.

    저 하트는 사라의 엉덩이다. 저 하트는 사라의 엉덩이다.

    히죽.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실비아는 어때? 뭐 좋은 거 나왔어?"

    "네, 넵!"

    "실비아양! 안 돼 네!"

    "실비아. 나랑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거야?"

    "아, 아닙…! 우아아아…."

    "으아아아! 실비아야아앙!"

    응. 이대로 가면 2 대 1이라도 전혀 문제없을 것 같다.

    디아나도 조금 흔들어주기만 하면 완벽할 것 같다.

    "뭘 시킬까나. 그래. 디아나는…하루 종일 속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게 만들어볼까. 아니면 좀 더 심한 거?"

    "자, 자, 자, 자, 자네! 농담이겠지?! 농담이라고 해주게?!"

    디아나에게만 들리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중얼거리자, 디아나가 벌써부터 진 것처럼 울상을 지으면서 외쳤다.

    이성적인 디아나가 상대라 조금 걱정했지만, 디아나도 문제없이 흔들 수 있을 것 같군.

    역시 디아나를 흔드는 데는 성벽을 자극하는 게 최고지.

    "디아나가 이기면 문제없지 않아? …패를 보면 질 생각이 안 들지만."

    "다이! 이 몸은 다이일세!"

    "실비아는? 안 죽고 나랑 더 놀아줄 거지?"

    "우아…우우…다, 다이…."

    "쳇. 뭐야. 모처럼 좋은 카드가 나왔는데. 이럼 재미없잖아."

    결국 6장 다 받을 때까지 원 페어도 완성되지 않았지만.

    "다음! 다음일세!"

    디아나는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으고 카드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저거 지금 여신님한테 기도하는 거야?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여신님은 성자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우으윽…어째서…어째서 이런…."

    그리고 결과. 당연하게도 실비아가 제일 먼저 나가떨어졌다.

    디아나 역시 내게 어떤 명령을 들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떠느라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고, 승부는 내 승리로 끝이 났다.

    "훗. 이 압도적인 강함. 스스로의 재능이 무서울 정도야."

    "이건 사기네! 상대한테 손에든 카드가 뭔지 물어보는 게 어디 있나?!"

    "안 알려줬으면 그만이잖아. 알려주는 걸 어떻게 무시하겠어."

    "제, 제성함니다아아…."

    절망에 빠진 디아나와 소파에서 뻗어있는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나는 카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내기는 내기.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디아나 차례였지. 디아나는 이따가 밤에 명령을 내려줄 테니까 오늘 밤을 기대하라고."

    "우, 우아아아앙!"

    야. 울지 마라. 나이도 먹을 만큼…아무튼.

    "그리고 실비아는…."

    "히극…!"

    "오늘 내내 나한테 오빠라고 부를 것."

    "엣…? 오, 오빠아?"

    "음. 좋네. 완벽해."

    "뭔가 그게! 뭔가 그게! 이, 이 몸도! 이 몸도 오빠라고 부르겠네!"

    "아뇨. 됐어요. 누나."

    "자네느으은! 자네느으으으은!"

    처음부터 난 실비아한테 심한 명령 같은 거 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나라면 분명 이상한 명령을 할 거라고 지레 짐작해서 낚인 디아나 잘못이야.

    "자, 그럼 밥이나 먹으러갈까?"

    "네, 넵! 구워…오, 오빠아…. 우아아…."

    크으. 역시 귀엽다니까.

    카드를 다 정리한 나는 실비아를 옆구리에 꽉 끼고 접대실을 나섰다.

    "잠깐! 이대로 끝인가?! 진심으로 이 몸에게는 밤에 명령내릴 셈인가?!"

    디아나. 그만 포기하라고. 포기하면 편해.

    "오, 오오. 이거 잘 익었구먼. 자네 한 번 먹어보는 게 어떤가. 자, 이 몸이 손수 먹여주겠네. 아, 아앙…."

    물론 디아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식사하는 내내, 디아나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애교를 한껏 부려왔다.

    "어, 어떤가? 맛있는가? 자네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이 몸도 행복하구먼. 잠깐. 뺨에 묻지 않았는가. 기다려 보게. 아, 아음…."

    뺨에 경련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방긋방긋 웃으면서, 내 뺨에 묻은 소스를 직접 자기 입으로 핥아주기까지.

    굉장하다. 명령을 하나 들어주기로 한 것만으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이것이 바로 권력의 힘인가.

    공주가 그런 성격이 되는 것도 조금 이해가 되는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걘 그냥 천성인가.

    나는 압도적인 권력의 힘에 취해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면서 이 상황을 만끽했다.

    "…낮에 디아나가 나한테 한 소리가 뭔지 잘 알 것 같아."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모습을, 평소라면 질투를 해야 할 사라마저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디아나. 구원한테 뭔가 약점이라도 잡혔어요?"

    "야! 그럴 리가 있냐?! 디아나는 그냥 내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그렇지 디아나?"

    "그, 그럼! 그렇고말고! 이 몸은 낭군님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네!"

    디아나는 그 긴 귀를 끝부분까지 완벽히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그래도 표정은 여전히 방긋 웃은 표정인 채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 권력은 최고야.

    "…구원씨. 너무 디아나씨를 괴롭히시면 안 돼요."

    그럼요. 천사님. 제가 어떻게 우리 귀여운 디아나를 괴롭히겠어요.

    "애초에 오늘은 실비아씨와 계셨던 것 아닌가요? 어째서 디아나씨가…."

    마틸다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된 건 길고 긴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그, 그건 구원니…오, 오빠와…."

    "오빠아?!"

    "우왓. 놀래라. 뭐, 뭐야. 사라야."

    "아, 아무것도 아냐! 이…오, 오빠아."

    "……."

    "왜, 왜 그래 오빠?"

    "야.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일단 네가 최연소는 맞으니까 안심해. 액면가는 둘째치고…아니! 나이 많아 보인다는 게 아니라! 그냥 어른스럽다고! 잠깐! 아파! 진짜로! 디아나! 막아줘! 헬프!"

    "사라양! 다져놓게! 적어도 오늘 밤엔 움직일 수 없도록!"

    "야! 디아나아아아!"

    다진다니! 그게 사람한테 쓸 표현이냐?!

    젠장. 이게 바로 권력에 취해 타락한 자의 최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다져지지 않았다.

    천사님이 계시니까 말이야. 살려줬다고.

    천사님. 사랑합니다.

    "야. 디아나."

    "뭐, 뭔가? 아, 아니. 무슨 일이신지요, 낭군님? 이 몸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지요?"

    밤이 되어 나와 단 둘이 된 디아나는, 어떻게든 내 기분을 풀어보려고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다 떨어댔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 귀엽다.

    그 어떤 화도 풀릴 것 같은 애교다. 내 화도 진작에 다 풀렸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명령을 안 내린다는 건 아니지만.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그냥 흘려보내겠어?

    "이제와서 다시 귀여운 척 해도 안 통한다."

    "우긋…."

    "대체 어떤 명령을 내려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잠깐. 소문? 그래. 역시 소문이 날 만한 게 좋겠지?"

    "자, 자, 자, 자, 자네에…!"

    야. 진동은 실비아의 트레이드 마크니까 빼앗지 마라.

    "흠. 그래도 뭐, 너무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나."

    "음! 음! 그렇네! 그렇고 말고! 잘 생각했네!"

    "지금부터 디아나가 하는 거 보고 결정하도록 할까. 자, 디아나. 최선을 다 해봐."

    "음! 맡겨두게!"

    디아나는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곧장 내게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디아나의 신장이 쑥쑥 자라나고 몸의 굴곡도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써서 올리는 따끈따끈한 기습 연참!

    내기 포커는 원래 나중에 쓰려고 했는데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니 바로 써드려야죠.

    이왕이면 포커하는 모습도 상세히 묘사할까 했지만, 포커 룰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충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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