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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26화 (41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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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큐버스의 사정

    "어휴. 아무튼 한 건 해결됐으니 우린 이만 돌아…."

    "구원. 영상은?"

    앗차. 어느새 펠리시아를 구원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얘기가 주제가 돼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이거 원래 영상을 위해서 교섭하는 자리였지.

    응. 알아. 바보란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거 잘 아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 후로 얘기를 나눠본 결과, 영상은 후일 다시 와서 찍기로 했다.

    영상을 찍기위한 준비도 필요하고, 펠리시아가 그 사이에 보급을 위한 토대도 다져놓는다는 모양이었다.

    뭔가 남 일처럼 얘기하는 이유는, 내가 대화에 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아나랑 둘이서 어떤 도구를 준비하고 어쩌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중간부터는 어째선지 마틸다까지 끼어서 뭔가 토론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펠리시아는 둘째 치고, 디아나와 마틸다라면 충분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

    …지금 내 발언, 엄청나게 기둥서방 같지 않았냐?

    아냐. 그렇지 않아. 난 기둥서방이 아냐. 일단 돈도 제대로 벌고 있다고.

    …저택에서의 호화로운 생활수준에 걸 맞는 만큼 벌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지만.

    다음부턴 던전에서 좀 더 힘내자.

    나는 살짝 자괴감이 드는 생각을 떨쳐버리듯, 품에 안긴 실비아의 몸을 더욱더 꽉 껴안았다.

    "흐아아아아아…."

    흐물흐물하게 반쯤 녹아내려있는 실비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기분 좋은 진동을 내게 전달해줬다.

    하아. 역시 진동은 좋아. 몸에 스며드는 기분이야.

    기껏해야 며칠 지나지도 않았지만, 하루 한 번은 꼭 맛보던 감촉을 못 느끼게 됐던 것이다 보니 무척이나 오랜만처럼 느껴졌다.

    끌어안는 것만이 아니라 이왕이면 머리에 볼을 부비부비 하거나, 전신을 쓰담쓰담하면서 귀여워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지금은 좀 참기로 했다.

    아니. 우리 애들이 질투할까봐 그러는 게 아니다.

    요즘 내가 실비아을 이런 취급하는 게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실비아 자체가 특별 취급인 건지, 다들 실비아한테는 질투를 안 하게 됐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도 이렇게 맘 놓고 껴안고 있을 수 있는 거고.

    "아무튼 그럼 그런 걸로. 나중에 봐."

    "네. 이번에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믿기기 힘들지만, 펠리시아는 내가 섹스를 해주겠다고 한 이후로 계속 저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원님?"

    "야."

    "네."

    "그냥 평소대로 말해라."

    "…정…말?"

    "그래. 안 그러던 애가 갑자기 그러니까 소름끼친다, 야."

    "어머, 아무리 그래도 레이디에게 소름끼친다니. 너무한 거 아냐?"

    평소대로 하라고 했다고 바로 태도 바뀌는 거 봐라.

    아니. 차라리 이게 낫지만 말이다.

    "하아. 아무튼 우린 간다. 그리고…."

    "으아아아…."

    내가 실비아를 앞으로 내밀어 보여주자, 반쯤 시체가 된 실비아가 멍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한 채 바르르 떨었다.

    "얘도 이제 데려간다. 여왕과의 관계는 이제 알아서 처리할 수 있지?"

    실은 영상보다 이게 더 중요한 문제기도 했다.

    영상은 남이랑 찍어도 상관없다지만, 여왕과의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우리 실비아를 계속 성에 맡겨둔 상태가 되어버리니 말이다.

    물론 내가 명령하면 실비아도 돌아오겠지만, 아마 그렇게 하면 실비아의 맘이 편치 않겠지.

    "응. 문제없어. 실비아. 도와줘서 고마웠어."

    펠리시아는 내 품에 안긴 실비아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실비아한테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태도가 다른 펠리시아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둘은 정말로 친해 보이니까 말이다.

    실비아도 펠리시아도 서로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는 게 팍팍 느껴졌다.

    뭐, 그래도 그 실비아는 지금 펠리시아의 감사인사에 대답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지만.

    "으아우…우아으아으…."

    내가 며칠 만에 맛보는 실비아의 진동에 취해있었던 것처럼, 실비아도 며칠 만에 안기게 된 내 품이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건지 평소보다 반응이 더 격렬했다.

    얘 나랑 아무리 지나도 익숙해질 기미조차 안 보인 주제에, 떨어져있으면 또 내성이 떨어지는구나.

    아니. 여기서 내성이 더 떨어지면 대체 어쩌자는 얘기가 되어버리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무사히 실비아를 탈환하고 저택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아…결국 그 여자랑 하는 걸 허락해버렸네. 뭔가 복잡한 기분이야."

    "이 몸도 마찬가지일세. 하지만 그 공주가 그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니…. 혹시 실비아양은 알고 있었는가?"

    "저, 저어, 느으은…!"

    물론 디아나의 물음에 실비아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쳇. 어쩔 수 없나. 잠깐만 해방시켜줄까.

    "흐앗! 하앗! 하앗! 후아앗! 하앗! 저, 저만, 후읏, 아마 저만 알고 있었을 겁니다. 지금도 여전히 펠리시아의 성욕이 증가하고 있단 사실은 아마 여왕님도 모르실 겁니다."

    "역시 그렇구먼. 그게 알려지면 여왕의 자리는 물 건너 간 것일 테니 말일세."

    "실비아씨도 그렇고, 세계에는 저 말고도 성에 관한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이 그렇게 많았던 거군요. 그렇다면 저희도 구원…."

    "레, 레이아!"

    레이아가 복잡한 표정으로 뭔가 말 하려고 했을 때, 사라가 당황한 목소리로 레이아의 이름을 외쳤다.

    "아, 아앗! 네. 물론 저도 그런 건 싫지만요. 앞으론 이런 일이 없는 게 최선이지만, 그래도…."

    레이아는 뭔가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얘기야?"

    "구원은 몰라도 돼! 자, 여기 실비아나 계속 안고 있어!"

    "히야아아앗!"

    설마 사라한테 기습을 당할 줄 몰랐는지, 실비아는 오늘 최고로 큰 비명을 질렀다.

    "야. 사라야. 아무리 그래도 너 실비아 취급이 너무…하아. 역시 진동이 최고야."

    "……."

    "뭐야. 그 눈은. 부러워? 그래도 안 빌려줄 거야."

    "…맘대로 해."

    후훗. 아닌 척 하기는.

    그야 부럽겠지. 자동 전신 안마기 실비아 1호는 최고니까 말이야.

    이거 만약 양산 가능하면 엄청나게 팔릴 거다.

    뭐,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 그만큼 더 가치가 있는 거지만.

    "하아…자네도 참…가끔 머리가 잘 돌아갈 때도 있는데 말일세."

    야. 그렇게 말하면 평소에는 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말 같잖아.

    뭐, 가끔 안돌아갈 때가 있다는 걸 부정은 안 하겠지만 말이야.

    "섹스할 때랑 너희 걱정을 할 때는 쌩쌩 돌아가니까 괜찮아."

    "그게 괜찮은 건가?"

    "너희 걱정을 할 때만 제대로 돌아가면 아무 문제없잖아?"

    "그, 그건 그렇네만…다른 때도 더 돌아가면 좋지 않나."

    훗. 부끄러워하기는.

    "그래서 싫어?"

    "시, 싫은 건 아니네만…."

    "그럼 됐잖아. 평소엔 나 대신 디아나가 머리를 써주고. 난 디아나랑 떨어질 생각 없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뭔가 달콤한 말로 속아 넘어가는 기분이네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꽤나 기분이 좋아져서 내 옆에 허벅지가 찰싹 붙을 정도로 밀착하고 앉아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실비아 진동 때문에 거기 머리 기대고 있으면 꽤 불편할 텐데 말이야. 괜찮을까?

    아무튼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에, 마차는 저택에 도착했다.

    펠리시아의 진한 캐릭터성도 합쳐져서 뭔가 성에서 엄청나게 오래 시간을 보낸 것 같지만, 실은 우리가 성에 있었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성에 갔던 것도 있어서, 저택에 돌아온 지금도 아직 해가 머리 위에 떠있는 대낮이었다.

    "좋아. 실비아."

    나는 일단 실비아와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 실비아를 떼어놓고 말했다.

    "흐아…네에…?"

    "너 조금 안 본 사이에 면역력이 더 떨어진 거 아니야? 아무리 특훈해도 면역 같은 거 안 생겼던 주제에."

    "우…죄, 죄송합니다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런 널 위해서 내가 비장의 특훈법을 준비했으니까."

    "또 무슨 방법으로 실비아를 괴롭히려고."

    "괴롭히다니! 내가 우리 귀여운 실비아를 괴롭힐 리 없잖아!"

    "우아으으…."

    야. 실비아야. 아무리 그래도 신체 접촉도 없이 행복사하려고 하는 건 그만둬라.

    나 일일이 말조심까지 하면서 살 자신은 없어.

    "보고 있으라고. 바넷사!"

    "……네."

    이번엔 원하던 대로 박수도 치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바넷사는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나타났다.

    마차를 가져다놓자마자 바로 부른 게 맘에 안 들었던 걸까?

    아, 말 안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성에 갈 때 이용한 마차는 바넷사가 마부를 하고 있었다.

    "포커의 준비를."

    "……하?"

    "왜, 왜?"

    아니. 안 쫄았어. 그냥 바넷사의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보이니까 신경 좀 써줬을 뿐이야.

    집사의 기분을 헤아릴 줄 아는 것도 좋은 주인이 되기 위한 덕목 중 하나니까 말이야.

    "자네 말일세…그 정돈 사람을 시킬 게 아니라 직접 가게. 카드라면 접대실에 있지 않은가."

    "응? 아, 그래? 그럼 갈까."

    뭔가 유난히 기분 나빠 보이는 바넷사를 뒤로한 채, 나는 실비아를 데리고 접대실로 갔다.

    그리고 내가 포커로 실비아를 어떻게 훈련시킬지 다들 궁금했던 건지, 모두 우리를 따라왔다.

    "그래서, 포커가 뭐 어떻게 됐다는 거야?"

    "음. 그동안 실비아를 관찰한 결과,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 실비아는 남들에 비해서 집중력이 굉장해. 그렇기 때문에 뭔가에 몰두하면 그것밖에 머리에 안 들어오는 타입이지. 나랑 있을 때 유독 반응이 심한 것도 그것 때문이지만, 반대로 말해서 달리 집중할 게 있다면 나랑 있어도 멀쩡하게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는 거지."

    "호오."

    "뭐야. 그 반응은."

    "아닐세. 의외로 제대로 된 발언을 해서 말일세. 이 몸은 또…."

    "또 뭐? 응? 또 뭐?"

    "으햣! 하하핫! 아하하핫! 잠, 항복! 흐핫! 항복일세! 잘, 흐읏! 잘못, 이 몸이 잘못했네!"

    소파에 눕히고 옆구리와 겨드랑이, 허벅지와 발바닥을 오가며 손으로 간질이고,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가끔 목을 핥기까지 하자 디아나는 바로 항복을 선언했다.

    고작 이정도 간지럼 공격에 바로 함락당할 거면서 까불기는.

    "또 뭔가 할 말 있는 사람?"

    내가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고개를 홱홱 저었다.

    방금 디아나의 참상을 보고도 내게 뭔가 말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실비아는 안색이 새파래진 것이, 이걸 자기가 당하면 확실하게 죽을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런 거에 자신 가지지 말라고.

    "크흠. 아무튼 그런 실비아와 포커를 하면서 같이 있으면, 실비아도 포커에 집중하느라 나와 있다는 행복감이 조금 완화될 거고, 그렇게 차차 익숙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구원. 그 말대로라면 실비아가 포커에만 완전히 집중하게 돼서 구원은 신경을 안 쓰게 되는 거잖아. 익숙해지긴 하는 거야?"

    "그건 문제없어. 그걸 위해 굳이 포커를 선택한 거니까. 뭐, 보고 있으라고. 실비아. 포커 룰은 알지?"

    "네, 넵. 그, 시, 실은 조금 강합니다."

    "오? 그래? 그거 기대되는데. 그럼 한 번 해볼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 같이 모여서 포커로 시간을 때우게 됐다.

    처음에는 포커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던 실비아였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 책략이 그대로 맞아 떨어져갔다.

    포커하면 뭐니 뭐니 해도 심리 싸움.

    즉,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게 무척이나 중요한 게임이다.

    당연히 실비아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 타이밍을 노려서 빙긋하고 실비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으으으읏…!"

    완전히 집중하고 있던 실비아의 포커페이스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처음 실비아가 포커에 강하다고 했던 건 아마 거짓말이 아니었을 거다.

    나 없을 땐 항상 멍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실비아니까 말이야.

    심리가 드러나지 않는 다는 것만큼 포커에서 유리한 것도 없으니, 그야 강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집중력이 한 번 깨지고 난 실비아는 약채도 이런 약체가 없었다.

    "하아. 또 이겨 버렸네. 실비아. 포커 너무 약한 거 아냐?"

    "우, 우으으…."

    "구원. 그냥 약한 애 상대로 이기고 싶어서 저러는 거 아니야?"

    "음. 완전히 괴롭히기구먼."

    "그, 그래도 구원씨가 말한 대로 훈련은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레이아씨는 너무 저 사람한테 물러요."

    뭔가 외야가 시끄러웠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천사님은 최고에요. 사랑합니다.

    아무튼 실비아의 특훈도 되고, 게임도 즐기고, 이렇게 귀여운 애랑 아이 컨택트도 계속 나눌 수 있다니.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포커 훈련법은 최고야. 역시 난 천잰가 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쓰던 도중 잠들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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