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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25화 (40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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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큐버스의 사정

    "게다가 이 자는 원래 한 번 할 때 한두 번의 사정으로 만족하지 않네. 자네와 할 때는 굳이  한두 번만 하고 그만 둔 모양이네만."

    "혹시 자기…구원씨도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이후로는 성욕이 끊이지 않는 거야?!"

    아냐. 인마. 그런 동질감 느끼는 눈으로 쳐다보지 마.

    종족 특성으로 어쩔 수 없이 성욕을 느끼는 애랑 비슷한 수준의 성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조금 자괴감 드니까.

    "아무튼 정말로 공주의 목적이 종족 특성으로 인해 생기는 성욕의 해소라면, 이 자와의 관계 빈도를 더 줄여도 상관없을 거라는 걸세."

    "네! 그런 거라면 전혀 상관없어요!"

    펠리시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을 내게서 때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흠. 어떤가. 이 몸이 보기엔 정말로 이 자에게 마음이 없는 걸로 보이네만."

    어쩐지. 펠리시아가 들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정보를 왜 이리 순순히 말하나 했더니, 아무래도 펠리시아를 떠본 거였던 모양이다.

    "그럼요. 저도 디아나님의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판단력은 있어요."

    아니. 사랑은 그런 이성적인 판단력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정말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성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걸까?

    "으그극…. 그, 그럼 성욕을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면…."

    사라도 나와 똑같은 감상을 느낀 건지,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내뱉었다.

    디아나와 레이아는 별 말 없는 거 보면, 사라 혼자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걸까?

    "어머, 정말로요?!"

    사라가 허락해준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펠리시아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번만큼은 나도 펠리시아의 감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겠군.

    전에 난 분명히 말했다. 난 아무래도 좋으니 우리 너희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지만 한 가지 조건도 걸었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겠다고.

    솔직히 말해서 분명 누구 하나는 반대해서 없던 일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사라마저 찬성을 할 줄이야.

    "흥! 당신 때문에 허락해주는 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아요!"

    말만 들어보면 사라가 내게 보여주던 그 성격이 다시 발동한 거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거 아니다.

    사라의 표정을 보면 진짜로 펠리시아 때문이 아니라는 건 명백했다.

    그 시선은 레이아를 향하고 있었다.

    "레이아를 신경써준 거야?"

    "구원까지…. 당연하잖아.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도 그 정도는 신경 쓴다고."

    그럼. 알지. 네가 생긴 거랑 다르게 착해 빠졌다는 것 정도는.

    그래도 펠리시아랑 워낙 사이가 안 좋으니까 조금 의외였을 뿐이야.

    게다가 대안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니.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그냥 정액을 보내는 선에서 타협하자고 할 줄 알았어."

    "바보. 그렇게 되면 정작 우리하고 즐기는 횟수가 줄어버리잖아."

    "응? 아니. 디아나 말대로 어차피 무한이니까…."

    "구원. 혼자서 쌀 수 있어?"

    "……."

    아. 응.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네.

    생각해보니 사라하고 디아나와 관계를 맺게 된 이후로 자위란 걸 해본 기억이 없었다.

    …나 진짜 자위로 쌀 수, 아니 느낄 수 있긴 할까?

    아니. 못 느낀다고 해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그럼 우리랑 할 때 싸야한다는 말인데, 그럼 구원이 쌀 때마다 저 여자를 위해 정액을 모아둬야 되는 거잖아? 제대로 사랑하는데 집중할 수도 없고, 심지어 모처럼 구원이랑 보내는 시간이 저 여자를 위한 것처럼 되어버리잖아. 그런 거 최악이야. 그럴 거면 차라리 그냥 가끔 빌려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사라야 너…크흑. 이 오빠는 감동했다. 방금 바보라고 한 건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줄게."

    역시 얘도 참 날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라니까.

    나는 사라를 꽉 끌어안고 감동에 벅차올랐다.

    "저기…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와중에 미안한데, 레이아씨를 신경써주다니 무슨 말이야?"

    그리고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펠리시아가 우릴 보면서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사실 저도 비슷한 처지거든요. 그래서 공주님의 그 기분 잘 알아요. 많이 힘드셨죠?"

    크윽. 역시 레이아야. 어쩜 저렇게 천사 같을 수 있을까.

    "네, 네에? 같은 처지? 그, 그렇군요. 어제는 죄송했어요. 그리고 그런 태도를 보인 제게 이렇게 아량을 베풀어주신 점, 정말 감사드려요."

    "아, 아뇨. 아량이라니…그런…."

    그 펠리시아마저도 천사님의 천사다움에 감화된 건지, 절로 감사와 사죄의 말을 하게 됐다.

    역시 천사님이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을 정화한다고 할까.

    이쯤되면 어제 만나자마자 천사님의 천사다움을 못 알아본 펠리시아가 신기한 수준이다.

    "하아…. 게다가 저런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도 여신님이 구원에게 내린 사명 중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고. 정말로 성자를 좋아하게 돼서 손해만 본다니까."

    부끄럽다는 듯 내 가슴을 밀치고 벗어난 사라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여신님의 사명이라니. 너 그렇게 신앙심 투철했던가?"

    "이, 당연하잖아 이 바보야! 너랑 만난 것도 난 여신님의…!"

    "응? 나랑 만난 것도?"

    "읏…아무것도 아니야."

    "뭔데? 설마 여신님이 이끌어준 운명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 사라 의외로 소녀 감성이…."

    "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이 바보야!"

    하여간 귀엽다니까. 설마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그래. 사라야. 나도 널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 그건 그거고 따질 건 따져야지.

    "사라야. 너 지금 바보라고 두 번 했다."

    "아…."

    "한 번으로 봐줄게. 자, 컴 온."

    "자, 잠깐. 여기서?"

    "당연하지. 나중으로 미루면 까먹어서 안 돼."

    "읏…미, 미안 오빠아…."

    주변을 둘러보며 필사적으로 저항해보려한 사라였지만, 내 계속되는 강압에 결국 얼굴을 붉히면서 조그만 목소릴 아양을 떨었다.

    "…사라양. 이 자에게 드디어 약점이라도 잡혔는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디아나의 감상은 이랬다.

    "야. 디아나. 너 너무하지 않냐."

    "크홈. 아무튼 그래서 공주. 이 자와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조건을 허락해 줄 수도 있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아닐세. 나중에 한 번 해보고, 그걸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알려주게. 사실대로 솔직히 말일세. 그걸로 기간을 조정하겠네."

    야. 말 돌리지 마라.

    "네,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분!"

    펠리시아는 마치 내가 파티원으로 받아주겠다고 했을 때의 실비아를 연상케 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허리를 깊숙이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역시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 은근 닮은 데가 있는 친구사이라니까.

    "이번엔 사기 같은 거 치지 말고 솔직히 말하라고."

    "어머. 너무해. 내가 언제 사기를 쳤다고 그래."

    얘가 허락해준다니까 또 기가 살아서 시치미를 떼네.

    "매혹으로 조종하려고 들었잖아."

    "그거야…."

    "잠깐 기다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되려는 우리 사이에, 다시 한 번 사라가 끼어들었다.

    "응?"

    "매혹? 조종?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뭘. 어제도 말했잖…아."

    그러고 보니 말한 직후에 펠리시아가 서큐버스란 걸로 화제가 넘어가서 전혀 언급이 안 되고 있었다.

    "역시 난 반대야! 이 얘긴 전부 없었던 걸로 해!"

    "자, 잠깐! 그런!"

    "뭐요?!"

    "읏…."

    우와. 사라 굉장해. 저 펠리시아의 기가 눌렸어.

    "하, 하지만 디아나님? 레이아씨?"

    펠리시아는 도움을 요청하듯 디아나와 레이아를 쳐다봤지만, 둘 다 아까같이 펠리시아를 동정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분위기를 느낀 펠리시아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을 시작했다.

    "하, 하지만 매혹은 그게…종족 특성상 이성분과 얘기를 하다보면 가끔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발동될 때가 있어서…."

    이런다니까. 머리 좋은 애들의 특징이랄까.

    끝까지 어떻게든 변명을 해서 위기를 넘기려고 한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너 그때 말투를 생각해보면 나한텐 의도적으로 건 거 맞잖아."

    "읏…."

    내 말에 우리 애들의 시선이 더 강렬해졌고, 펠리시아는 결국 변명을 멈추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미…."

    평정심이 깨져서 어쩔 줄 몰라 하던 펠리시아는, 결국 다시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없던 일로 하지 말아주세요. 저 정말로 이 사람의 정액이 아니면…. 부탁드립니다. 이제 다시는 매혹을 걸지 않겠어요. 그러니 제발 조금이라도 좋으니 나눠주세요."

    여유로운 태도를 완전히 버린 펠리시아는 아까보다 더 필사적이 되어서 협상이고 뭐고 전부 내팽개치고 그저 감정에만 호소할 뿐이었다.

    "공주. 혹시 이 몸들에게 아직 숨기는 게 남아있는가?"

    그 너무도 필사적인 태도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건지, 디아나가 굳은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읏…."

    펠리시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모든 걸 고백하겠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희 왕가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점차 성욕이 더 강해져요. 하지만 전 피가 진해서 그런 건지, 지금도 계속해서 성욕이 강해져가는 중이에요. 아직은 이성으로 억누르고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대로 계속해서 성욕이 강해져 가면 전…. 부탁이에요. 제발요. 매혹을 건 것도 그저 너무 조급해져서 그런 것뿐이었어요. 앞으론 다시 그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요. 그 외에도 바라는 게 있다면 뭐든 할게요. 그러니 제발…."

    자신의 약점을 완전히 드러낸 펠리시아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몇 번이고 우리에게 부탁을 해왔다.

    "…그런 사정이…."

    "확실히 매혹을 걸었다 뿐 제안 자체가 이 자에게 불리한 조건은 아니었네만…."

    그 필사적인 모습에 다시 마음이 흔들린 건지, 레이아와 디아나는 조금 생각하는 표정이 됐다.

    하지만 나 이외의 사람들에겐 얼마든지 쿨해질 수 있는 사라는 달랐다.

    "그래도 난 용서 못해요. 앞으로 안하겠다고 약속한다니. 그 말을 어떻게 믿죠?"

    "흑…제발 부탁드려요. 그거에 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믿어달라고 말하는 것 밖에 없어요."

    펠리시아는 이제 허리를 숙일 뿐만 아니라, 아예 바닥에 조아려서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공주가 그렇게까지 나오자 사라도 당황했는지, 표정이 당혹에 물들었다.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여러분들에 대한 원조도 아끼지 않겠어요. 물론 디아나님이 계시니 지금은 그다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저도 여왕이 될 몸. 언젠가는 분명 제가 도움이 될 날이 올 거예요.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발을 핥으라면 핥을 수준으로, 펠리시아는 간곡하게 부탁을 해왔다.

    밑천을 완전히 드러내보이니까 장난 아니네.

    그럼 지금까지 여유로운 척 했던 게 전부 연기였단 건가.

    그건 또 그거대로 대단하네.

    "사라. 어쩔래? 네가 싫다면 난 안 할 건데."

    "바, 이런 거 나한테…."

    난데없이 최종결정권자가 되어버린 사라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남이 사과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좀 더 당당히 있으라고.

    생긴 거랑 다르게 정이 많다니까.

    아무튼 사라의 말도 지당했다.

    이런 선택을 사라한테 떠넘기는 것도 좀 그런가.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욕 좀 먹을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은 내가 정하기로 할까.

    어차피 당사자는 나이기도 하고.

    "펠리시아. 일어나. 알았어. 너랑 정기적으로 섹스를 해줄게."

    "구원?!"

    "미안. 너희 말에 따르겠다고 해놓고 내가 멋대로 정해서. 그래도 말이지, 아무리 이런 애라도 이대로 그냥 내버려두긴 불쌍하잖아.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미안해."

    "아, 아니. 그렇게 사과할 건…."

    아니. 이건 사과할 게 맞는 것 같은데.

    이유는 어쨌든 다른 여자랑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겠다고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펠리시아. 그만 일어나."

    "저, 정말로?"

    겨우 고개를 든 펠리시아는, 의외로 울고 있기까지 했다.

    우와. 진짜냐. 대체 얼마나 절박했던 거야.

    뭔가 좀 다르게 보이네.

    "그래. 주기가 한 달에 한 번이 될지, 두 달에 한 번이 될지는 모르지만."

    "응. 응! 그걸로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게다가 존댓말까지.

    안 그러던 애가 이러니까 뭔가 기분이 묘하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나 어제 연참은 예상하고 계신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과연 이 시간에 하는 예약 연재도 예상하신 분이 계실까?

    기습을 위해 마나까지 투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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