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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24화 (4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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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큐버스의 사정

    그리고 다음 날.

    굳이 얘기를 오래 끌 생각도 없다는 듯 우리는 다 같이 성으로 찾아왔다.

    아, 물론 사라도 같이 왔다.

    이번만큼은 둘이 싸울 것 같다고 해서 안 데려올 수도 없는 일이라 말이야.

    그게 아니라 지난밤에 그런 짓을 해놓고 잘도 멀쩡하다고?

    그야 당연하지.

    아침에 일어나서 한 대 맞긴 했지만, 오늘도 나와 사라는 알콩달콩한 사이라고.

    "자, 그럼. 공주. 이 몸도 대략적인 얘기는 낭군님에게 들었네.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지? 어디 자세한 얘기를 들려주겠나?"

    우선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디아나는 곧장 주제부터 얘기했다.

    "자, 자세한 얘기요?"

    펠리시아는 이렇게 우리가 단체로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건지, 드물게도 얼굴에 당황한 게 드러나 있었다.

    아니. 그냥 디아나가 상대라 그런 것뿐인가?

    이 자유분방한 공주도 디아나 상대로는 의외로 엄청 공손하니까 말이야.

    그냥 디아나의 힘에 눌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어렸을 때 디아나가 가정교사를 했었단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하지만 자세한 얘기라면 어제 구원씨에게 전부 했는걸요. 어떤 얘기가 듣고 싶으신 건가요?"

    저거 봐. 디아나 앞에선 자기라고 하지도 않고.

    쟨 거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자기자기 거리고 있었으니까 저런 식으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오히려 어색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게 바로 세뇌교육의 힘이란 건가.

    "당신 종족에 관한 얘기에요. 물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지만, 그럼 당신이 한 제안은 그대로 결렬이에요."

    펠리시아의 질문에 옆에서 맘에 안 든다는 눈초리로 노려보던 사라가 톡 쏘는 말투로 그렇게 내뱉었다.

    얼핏 보면 그냥 빨리 협상 결렬시키고 싶어서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건 디아나를 배려한 행위이기도 하다.

    디아나마저 공주의 종족을 몰랐던 걸 보면 아마 왕가는 그 종족을 비밀로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걸 디아나가 물어보면 힘으로 눌러서 캐내려는 걸로밖에 안 보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상대하기 쉬울 사라가 나서서 선택권을 준 거다.

    자신의 종족에 대해 밝히고 협상을 계속할지, 아니면 계속 종족에 대한 비밀을 유지한 채 협상을 결렬시킬지.

    하여간 우리 사라는 마음씨도 곱다니까.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사라의 엉덩이 위, 사도 인장이 있는 곳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사라가 펠리시아를 바라보던 날카로운 눈을 내게 향했지만, 그래도 내 손을 치우려고 하진 않았다.

    "종족? 그걸 어떻게…아아, 과연…."

    사라의 말에 더 당황한 표정을 보인 펠리시아였지만, 이내 내게 시선을 돌리면서 평소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돌아왔다.

    쟨 무표정도 아니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저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면 재능인가.

    "그래. 난 남의 종족명도 보이거든. 그리고 네 종족의 특징에 따라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모양이야."

    "자, 당신은 정말 재주도 많네. 으음…. 그렇네요."

    펠리시아는 잠깐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잠깐에 불과했고, 곧바로 펠리시아는 특유의 그 유혹하는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우릴 쳐다봤다.

    "뭐, 내가 먼저 말 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들킨 거니까 상관없나. 알았어요. 말 할게. 그럼 방으로 갈까요?"

    디아나도 몰랐을 정도면 상당히 중요한 비밀 아닌가? 뭔가 엄청 가벼운 태도네.

    펠리시아는 우리에게 손짓하여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거기서 시중을 들던 메이드나 곁을 지키던 기사들도 모두 물리고, 펠리시아는 우릴 다시 쳐다봤다.

    아, 참고로 기사를 물렸다곤 해지만 당연히 실비아는 물리지 않았다.

    실비아도 우리랑 같이 있다고.

    그것도 바로 내 품 안에.

    "으아우아우우우우…."

    "후훗. 그래서, 제 종족의 어떤 점이 알고 싶은가요?"

    펠리시아는 내 품에 있는 실비아를 보고 정말 즐겁다는 듯 꾸밈없는 미소를 한 번 지어보이더니,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섹스랑 관련 있는 종족이잖아. 일단 알고 있는 특징 전부 말해봐."

    "어머, 섹스랑 관련 있다는 것까지 알다니. 종족명만 아는 게 아니었어?"

    "내가 있던 세계에도 같은 이름이 종족이 있어서 말이야. 특징이 완전히 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정말로 숨겨도 소용없다는 거네. 그래. 알았어. 그러네. 어디부터 말하면 좋을까. 우선 알다시피 섹스에 관련 있는 종족이야. 본능적으로 섹스를 좋아하고, 그로 인해 상승하는 능력도  남들보다 많아. 뭐, 말하자면 여신님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종족이라고 할 수 있겠네. 물론 그에 따른 패널티도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서큐버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펠리시아는 곧장 우리가 했던 예상 하나를 깨부쉈다.

    "여신님의 축복?"

    "응? 그게 놀랄 일이야?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내 반응에 펠리시아는 정말로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전쟁신 관련 종족이 아니었어?

    "혹시 그에 대해서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라든가 그런 거 있어?"

    "물론 있어. 여신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가장 처음 만드신, 그리고 가장 공을 들이신 종족이 우리 왕가의 핏줄이라고."

    용사 가문도 뭔가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가 있었으니 혹시나 해서 물어봤던 거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여신관련이었다.

    펠리시아의 대답을 듣고 다들, 특히 사라, 디아나, 레이아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펠리시아가 전쟁신 관련 종족이었으면 여신님의 명에 의해 사도 임명을 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었으니까 말이야.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애들은 내가 다른 애한테 사도 임명을 해야하는 상황이 싫었던 거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애초에 내가 다른 여자와 섹스 하는 걸 허락해준 것도, 사도 임명은 자신들에게만 했다는 심적으로 기댈 곳이 있으니 가능한 거였을 테니까.

    "으응?"

    방금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자신이 한 제안을 받아들여야할 이유가 하나 없어졌다는 걸 모르는 펠리시아는, 그런 우리 애들의 반응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아무튼 그래서. 그렇게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종족인데 왜 다른 사람들한테 밝히지 않은 거야? 오히려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널리 알려야 좋은 거 아니야? 디아나도 모르고 있었을 정도면 숨긴 거 맞지? 뭔가 이유라도 있어?"

    "그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얘기가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패널티가 있어서 말이야. 말하자면 우리 왕가의 약점. 그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밀로 하고 있었다는 얘기."

    "혹시 우리한테 말 해줄 수 있어?"

    "대충 눈치 채고 있잖아? 성욕이야. 우린 섹스를 안 하면 안 할수록 성욕이 무한대로 커져가서 말이야. 어렸을 땐 괜찮지만, 성인이 된 후 한 달 정도 섹스를 안 하면 아마 미쳐버리는 거 아닐까? 뭐, 정확히 말하자면 조건이 섹스인 건 아니지만."

    "뭐?! 야. 잠깐. 그럼 우리 내기는?! 너 어떻게 버틴 건데?! 설마 나한테 사기 친 거야?!"

    "어머. 사람을 뭐로 보고. 사기 같은 거 안 쳤어. 정말로 나 몸이 달아올라서 고생했단 말이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정확한 조건은 섹스가 아니거든. 정확한 조건은 정액이야. 마시든 안에 싸든 하게 해서 정액을 몸 안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성욕에 미쳐버려. 뭐, 섹스가 아니면 애초에 볼 일도 없는 물건이니까 결국 조건은 섹스나 마찬가지인 거지."

    "잠깐만. 그럼 나랑 내기하는 동안은…."

    "마셨어. 그것도 당신이 싫어할까봐 내가 직접 뽑지도 않고 굳이 남을 시켜 가져오게 해서. 우리 왕가의 약점을 들킬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그렇게 한 거란 말이야. 그것 때문에 어머니도 그렇게 화를 내시고. 어때? 나 기특하지?"

    "잠깐만요. 이상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아. 그치만 당신, 구원을 좋아하는 거 아니라면서요?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역시 구원을 좋아하지 않는 다는 건 거짓말…."

    "어머. 그야 당연하잖아. 구원씨 정액, 굉장한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욕이 완전히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걸 처음 경험해봤는걸. 그런 걸 맛보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리지 않겠어?"

    "그,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요. 사실 전 다른 사람보다도 왕가의 피가 진한 모양이라서 말이죠. 아무리 정액을 마셔도 성욕이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웬걸? 당신과 섹스를 한 번 하고 나니까 완전히 성욕이 사라졌었단 말이죠. 제가 구원씨와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뿐이에요."

    "여왕과의 협상도 결국 그걸 빌미로 할 생각이었나."

    "역시 디아나님. 네. 맞아요. 구원씨와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게 되면 제 국정능력도 지금보다 훨씬 향상될 테니까요."

    "…하지만 결국 구원이 없더라도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굳이 구원이 구해줄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레이아, 역시…."

    펠리시아의 대답에, 사라는 냉정하게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자, 잠깐! 이쪽의 약점은 전부 들어놓고 그건 너무한 거 아니야?"

    그리고 그런 사라의 반응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부 파악한 듯, 펠리시아가 바로 태클을 걸었다.

    "처음부터 판단을 들어보고 한다고 했었는데요?"

    "하, 하지만…나 구원씨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전부 솔직히 말했는데. 그런 섹스를 알아버린 이상, 이제 다른 남자로는 만족 못해. 구원씨가 정기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아마 평생 성욕에 미쳐서 24시간 섹스만 하고 지내는 폐인이 되어버릴 거야. 부탁이야. 부탁해요. 다시 생각해줄 수 없을까요?"

    그리고 갑작스레 저런 애절한 반응까지.

    솔직히 말해서 사라한테는 씨알도 안 먹힐 행동이었지만, 그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이 다른 둘에게는 확실히 먹혔다.

    바로 디아나와 레이아에게 말이다.

    레이아는 애초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정에 약하기까지 하니까 펠리시아의 감정 호소가 먹히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디아나는 조금 의외였다.

    실비아 때도 그랬고, 역시 잠시라고는 하나 가정교사 노릇을 했던 것 때문에 마냥 냉정하게 대할 수는 없는 걸까?

    아니. 애초에 잠시라는 것도 디아나 기준이잖아.

    디아나의 나이를…아니 아무튼 내 생각보다 의외로 꽤나 오래 같이 지냈을 가능성도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펠리시아의 디아나에게 유독 공손한 저 태도도 이해가 간다.

    "안 될까요?"

    "으으음. 잠깐, 잠깐 이 몸들끼리 토론 좀 하겠네."

    결국 디아나는, 귀여운 옛 제자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리고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 거기에 실비아와 마틸다까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쑥덕대기 시작했다.

    나? 괜히 내가 끼어들어서 의견을 말해봤자 판단만 더 흐려지게 만들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냥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힐끔 펠리시아를 보자, 눈이 마주친 펠리시아는 내게 요염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아까의 그 애절한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너 방금 그거 연기였냐?"

    "어머. 그럴 리가. 난 언제라도 진심이야. 자기 정액 없이는 정말 견디기 힘들어진 것도 포함해서. 하지만 너무 불안해하고만 있어도 어쩔 수 없잖아? 인생, 되는 대로 되는 거야."

    색정광 주제에 현자라도 된 것처럼 말하지 마라.

    아니. 나랑 하면 성욕이 없어진다고 했지.

    진짜 어제 나랑 해서 현자 타임이라도 왔나?

    "그렇게 내 정액이 좋으면 매번 사람 시켜서 보내줄까?"

    "안 돼. 안 돼. 그걸론 효과가 너무 약해. 말 했잖아? 내기하는 동안 사람 시켜서 가져온 정액을 마셨는데도 미치는 줄 알았다고. 역시 직접 짜낸 게 아니면 효과가 약하단 말이지."

    "사람 정액을 소한테 젖 짜내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어머. 후훗. 미안."

    나랑 펠리시아가 시답잖은 얘기를 하는 동안, 열심히 토론하던 모두가 결론을 내렸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공주. 자네가 원하는 건 구원의 정액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게지? 그럼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만."

    "네? 하지만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어차피 자네는 이 자와 딱 한 번 하고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 자는 사정을 제한 없이 계속 할 수 있네."

    아니. 일단 그거 정기 써서 회복하는 건데 말이야.

    힐링 섹스로 한 번 쌀 동안 그만큼 회복이 되니까 완전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네에에에?!"

    디아나의 말을 듣고, 펠리시아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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