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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15화 (39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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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큐버스의 사정

    "구원씨, 정말로 찍으실 셈인가요?"

    "응. 공주와 하게 되는 건 미안해.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치만, 그치만, 그런 걸 찍으면 구원씨의 알몸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거잖아요?"

    레이아는 지금 공주가 문제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홱홱 저으면서 불안한 눈을 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야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공주도 드러내라고 설득할 건데 나만 안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괜찮아. 그리고 난 남자잖아."

    "남자라는 건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네만…."

    디아나 역시도 내 몸이 드러나는 건 싫은지 레이아에게 동의하고 나섰다.

    하여간 역시 얘들도 날 참 좋아한단 말이야. 아까 사라도 그렇고.

    "고마워. 하지만 정말 괜찮아.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들 시선을 피하면서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럼 레이아, 가자."

    "…네."

    레이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옥 한숨을 내쉬더니 따라왔다.

    결국 셋 다 영상을 찍는 건 별로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일단 내가 공주와 교섭을 하러 가는 것까지 말릴 셈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공주가 거절하길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일단 성으로 가게 됐는데, 이번에 나와 같이 가게 되는 건 바로 레이아였다.

    먼저 사라는 공주의 얼굴만 봐도 싸움이 날 것 같으니 애초에 데려갈 수가 없다.

    사라는 따라오고 싶다고 꽤나 떼를 썼지만, 결국 스스로도 싸움이 안 날 순 없을 거라고 판단했는지 마지막에 와서 겨우 포기해줬다.

    그리고 디아나는 스스로 따라오는 걸 거절했다.

    자신이 나서면 마치 공주한테 영상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나.

    나와 관련된 일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 느슨해지는 디아나였지만, 이번 일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러기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 혼자 보낼 수는 없다면서, 결국 따라붙는 게 레이아가 됐다는 말이다.

    나 참. 사람을 뭐로 보고. 그리고 성에 가면 실비아도 있단 말이야.

    성에 도착하고 공주를 만나는 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아무리 디아나의 마차를 타고 왔다지만, 너무도 쭉쭉 통과되며 길을 안내돼서 조금 놀랐을 정도로.

    혹시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런 의혹이 들 정도였다.

    "어머, 자기! 실비아. 뭐니. 하기 싫다고 했으면서. 혹시 놀라게 해주려고 일부러 숨긴 거였어?"

    그리고 펠리시아가 기쁜 얼굴로 내게 다가오는 걸 보고, 의혹은 확신으로 변했다.

    무척 기쁘다는 듯 근사한 미소였지만,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마치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오히려 공주의 뒤에있는 실비아가 우리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주가 마지막에 실비아를 보면서 한 말을 생각해보면, 혹시 실비아가 왔을 때 날 설득해달라는 부탁이라도 했던 걸까? 그걸 실비아가 거절했고 말이야.

    아무튼 실비아가 나와 공주를 번갈아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자기?"

    뭐, 지금 거기 신경 쓸 때가 아니지만.

    "아, 아냐. 레이아. 저건 그냥 쟤 말투야. 진정해."

    "…그런가요."

    천사님은 그렇게 말하더니, 마치 뺏기지 않겠다는 듯 내 팔에 더더욱 가슴을 밀착시키면서 꾹 안겨왔다.

    "어머. 자기, 그쪽 분은?"

    그 모습을 본 펠리시아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내가 무서운 건 레이아를 화나게 하는 거지 네가 무서운 게 아니거든.

    "내 여자다. 앞으로 성녀가 될 사람이지."

    "과연. 그 사람이 레이아라는 사람이네. 듣던 대로…반가워요. 제 소개는 굳이 필요 없죠?"

    "네. 공주님."

    펠리시아는 살짝 레이아의 가슴을 쳐다보더니, 먼저 악수를 청해왔다.

    레이아는 그 모습에 살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나와의 팔짱을 푼 후 공손히 악수를 했다.

    역시 공주의 저 태도는 이 세계의 특징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공주가 털털한 거였어.

    공주는 빙긋 웃으면서 손을 가볍게 흔들더니, 내 쪽을 향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자기. 우선 할까."

    마치 자신과 지금부터 할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나는 순간적으로 또 정신이 흔들렸다.

    젠장. 저 놈의 매혹.

    저것도 따져보면 매력 관련 스킬일 거 아니야.

    내 매력이 얼마나 높은데 저항이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아니. 그나마 내 매력이 높으니까 이정도로 버티는 건가?

    처음 만났을 때는 그대로 당해버리기도 했고.

    "읏! 뭐, 뭐라는 거야. 이 발정난 것아."

    나는 공주와 악수하고 다시 내 팔에 달라붙은 레이아의 감촉을 상기시키면서, 겨우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매혹을 떨쳐내는 평소보다 좀 더 험하게 말을 했다.

    "응읏…."

    "구, 구원씨!"

    괜찮아. 레이아. 이미 경험을 통해 이 정도는 괜찮다는 걸 알고 있거든.

    저거 봐. 펠리시아 쟤도 저 특유의 유혹하는 것 같은 눈빛만 보내지 별 말 안하잖아.

    "그런 것보다는 제안할 게 있어서 왔는데."

    "아니. 자기. 이번엔 내가 우선이야. 설마 전에 했던 말, 기억 못하고 있는 건 아니지?"

    펠리시아는 마치 덫에 걸린 먹이를 보는 거미처럼, 매혹적인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진짜로 한 번도 안 했다고?"

    "응."

    공주는 마치 증거를 대라면 댈 수 있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하아. 그러고 보니 아직 확인을 안 했네. 일단 확인이라도 해볼까.

    나는 공주를 향해 애널라이즈를 사용했다.

    레벨 : 194

    직업 : 공주, 정치가

    종족 : 서큐버스

    젠장. 역시 레벨이 전과 똑같은 걸 보면 역시 그 이후로 섹스를 안 했다는 건 사실인 건가.

    아니. 잠깐만. 그보다 종족! 얘 진짜로 서큐버스잖아!

    역시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라니!

    "자기?"

    "어, 크흠. 아니. 어쨌든 그것과도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

    "하아. 정말. 나 정말 오래 참아서 급한데. 알았어. 그래도 우리 자기 말이니까 한 번 들어는 볼게. 뭔데?"

    "실은 내가 요즘 여자를 제대로 만족 시켜주지도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해줄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 응. 알아. 성자로서, 말이지? 후훗."

    펠리시아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쿡쿡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젠장. 색기 넘치는 얼굴로 어울리지도 않게 귀엽게 웃기는.

    아, 아냐. 매혹에 빠지지 마라. 나에겐 천사님이 있어. 나에겐 천사님이.

    나는 팔에 느껴지는 가슴 감촉에 필사적으로 집중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아무튼 그러던 와중 한 가지 생각 해낸 게, 직접 교육 영상을 만들자는 거야. 하지만 여러 조건들이 여의치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어때, 나랑 같이 영상 찍어볼 생각 없어?"

    "응? 그 교육 영상을 내가? 자기랑?"

    "그래?"

    "…섹스하는 모습을 찍는 거지?"

    "어머, 자기도 참. 미안해. 아무리 자기 부탁이라도 그건 싫어. 자, 그럼 얘긴 끝이지? 이제 약속했던 섹스나 하러 가자."

    내 예상보다 펠리시아는 훨씬 더 칼같이 거절해버리고는, 얘기 끝났다는 듯이 날 어딘가로 끌고 가려고 했다.

    "야, 야! 잠깐! 잠깐만 더 내 얘길 들어봐."

    "하아. 자기도 참. 나 정말 급한데. 또 뭔데?"

    "실비아한테 얘길 들어보니까 너 어머니랑 싸워서 지금 상황이 좀 안 좋다면서?"

    "어머. 걱정해주는 거야? 그런 거라면 얘기가 빠르지. 자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랑 결혼할 생각 없어?"

    "없어. 이것아."

    "에이. 자기도 참.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봐. 일국의 공주, 그것도 나 같이 예쁜 애가 결혼해달라고 하는 거 흔치 않은 일이잖아? 디아나님 다음으로라도 괜찮으니까. 응?"

    큭. 어디서 애교를. 그러니까 애교 부리는 척 하면서 매혹 섞지 마라! 너 그거 패시브 아니지?!

    자, 잠깐. 처, 천사님. 팔에 힘이…아프진 않지만 아파요. 팔이 아니라 심장이. 주로 공포로.

    "어, 없어! 아무튼 말 좀 끊지 말고 얘길 끝까지 들어! 난 너랑 결혼할 일 없으니 너와 너희 어머니와의 내기는 절대 못 이겨. 하지만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면 곤란한 건 너잖아? 그래서 내가 조금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야. 애초에 싸우게 된 원인은 네가 나와 그렇게까지 해서 섹스를 해봤자 이득 될 게 없는데도 그러고 있다는 거잖아. 그럼 나와 섹스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설득하면 되는 거야. 바로 교육 영상 제작을 통해 말이야. 안 그래도 내가 얼마 전에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거든. 지금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지 못해서 구원을 못해주고 있다고. 그런데 거기서 너라는 인재가 딱 등장하여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해봐. 그걸로 구원받은 수많은 남자들, 그리고 그 남자들에게 드디어 쾌감을 얻을 수 있게 된 수많은 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네 지지율이 급상승하게 되는 거야.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를 거고, 넌 어머니께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 어때? 널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줬다고."

    이번에도 또 공주가 말을 끊을 새라, 나는 단숨에 생각해뒀던 바를 쭉 내뱉었다.

    내 우려와는 다르게 공주는 이번에는 조용히 내 말을 들으면서 조금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야. 맨날 섹시한 표정만 짓더니.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잖아.

    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펠리시아는 다시 씨익하고 섹시한 미소를 지으면서 유혹하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과연."

    "그래. 알겠으면…."

    "하지만 미안해. 역시 싫어."

    "뭐?! 왜?!"

    "어머, 왜라니.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그야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알몸을 보는 건 싫으니까 그렇지."

    "하, 하지만…."

    너 섹스 잘 한다는 소문만 있으면 아무하고나 자려고 하잖아.

    나도 섹스 잘한다는 소문만 듣고 불러내서는 초대면에 바로 섹스부터 하자고 달려들었으면서.

    그런 애가 이제 와서 뭘….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당연히 떠올랐지만, 과연 아무리 나라도 그런 걸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후훗. 뭐야? 날 위해서라고 말하더니. 거절하니까 곤란해 하네? 아님 뭐야? 자긴 그렇게 나랑 그런 영상이 찍고 싶은 거야?"

    "그, 그건…그, 그래…."

    레이아. 아니야. 아니니까. 내 맘 알지? 아닌 거 알지?

    제발 팔에 힘 좀 주지 마. 가슴이 꾹 눌리는 건 기쁘지만, 그 이상으로 심장이 쫄깃해지니까.

    "흐으으응. 자기가 그렇게까지 말해주니까 조금 넘어갈 것 같네. 으응. 하지만 역시 안 되겠어. 미안해 자기. 이래 봬도 나, 부끄럼쟁이거든."

    거짓말하지 마라!

    이게 어디서 되도 않는 거짓말을!

    "야. 너 그럼 왕위는 어떻게 하려고."

    "그거야 열심히 자기를 유혹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자기도 사실은 나랑 하고 싶잖아? 기억 안나? 생각해봐. 그날 밤. 우리 그렇게나 기분 좋았잖아. 응? 한 번 더 맛보고 싶지 않아?"

    펠리시아가 그렇게 속삭일 때마다, 마치 뇌에 직접 목소리가 울리는 것같은 느낌이 떨렸다.

    인정하긴 싫지만, 진짜 예쁘긴 예쁘다니까. 섹시한 걸로만 따지면 내가 지금까지 봤던 여자들 중에서 단연 으뜸이기도 하고.

    물론 종합적인 면으로 보면 우리 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섹시한 걸로만 따지면…크흑. 젠장. 이런 생각을 한 다는 것 자체가 벌써 유혹당하고 있단 증거잖아. 저놈의 매혹.

    "후훗. 역시. 자기도 벌써 이렇게."

    천천히 내게 다가온 펠리시아는, 어느 샌가 빳빳하게 선 내 물건을 바지 위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크윽. 젠장. 왜 이것만으로 기분이 좋은 거야.

    안 돼. 내겐…내겐….

    "뭐, 뭐하시는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천사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흐억. 헉. 위험했다. 이번엔 진짜로 저항 못할 뻔 했어.

    레이아가 있어 줬기에 천만 다행이지.

    망할 놈의 서큐버스 종족.

    종족명만 보면 완전히 악마지만, 저것도 아마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종족이겠지?

    "어머. 유감."

    레이아가 노려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넘기면서, 펠리시아는 다시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역시 공주이긴 공주인가 보네. 레이아의 저 눈빛을 무시할 수 있다니.

    레이아가 누군가를 저렇게 노려보는 건 나도 처음 봤다.

    아마 저 눈이 나한테 향했으면 난 엄청 쫄았을 텐데.

    "하지만 그쪽…레이아라고 했던가요? 전 선약이 있다고요. 아무리 당신이 구원의 애인이라고 해도, 막을 권리는 없을 텐데요?"

    "권리라면 있어요! 구원씨는…구원씨는…제 거라고 하셨는걸요!"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아는 마치 동의를 구하듯 날 쳐다봤다.

    그럼. 난 언제나 너희 거지.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하지만 약속을 지켜주지 않는 건 곤란한데. 자기, 아무리 나라도 약속을 어기면 화낼 거야?"

    "아니. 그러니까 영상을…."

    "하아…또 그 얘기. 후우. 좋아. 그럼 잠시 둘이서만 얘기할까? 서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한번 진득하게 대화를 나눠볼래?"

    "자, 잠깐만요. 단 둘이요?"

    "그래요. 서로의 알몸을 찍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네 마네하는 얘기잖아요. 다른 사람이 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루블리츠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닉을뭘로할까 // 이 세계의 레벨은 레벨이 오를 수록 모든 부분에 보정이 들어갑니다.

    이는 스탯으로 보이는 수치만 말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을 말하는 겁니다.

    물론 후각도 마찬가지지요.

    그때에 비해서 지금의 레이아가 레벨이 훨씬 높은 만큼, 후각도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후각이 좋아졌을 때도 그런 냄새를 맡으려면 구원의 몸에 코를 바짝 가져다대야 합니다.

    하지만 케이트 때는 아직 고백 전이라서 레이아의 스킨십이 그럴 수준은 아니었어요.

    자세히 보시면 레이아가 냄새 운운할 땐 항상 레이아가 구원에게 코를 바짝 가져가는 묘사가 있습니다.

    이번만 하더라도 레스토랑에서 들킨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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