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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층
저주를 푸는 시스템은 레벨 업 시스템과 동일하다.
그것도 마틸다 본인의 레벨이 오르는 방법과 말이다.
때문에 사정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마틸다가 아닌 내가 기분이 좋아져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난 최대한 스스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맘 내키는 대로 해댔다.
내가 기분 좋으면 되니까 약자 태세도 사용하면 더 효율이 좋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었다.
약자 태세는 말 그대로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레벨이 낮아졌다는 판정을 내리게 하는 스킬이다.
성행위시 감도는 레벨이 낮아졌다는 판정을 받지만, 경험치는 내 원래 레벨일 때 한 것과 동일하게 오른다거나 하는 편리한 기능은 없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말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면 너무 사기잖아.
약자 태세를 사용 후 저 레벨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면, 사정 한 방에 레벨을 10 이상씩 올려줄 수 있었을 테니까.
아무튼 만약 약자 태세로 내 레벨을 90쯤으로 낮춘 다음 섹스를 하면, 상대도 90레벨과 섹스한 경험치를 얻는다는 말이다.
저주를 푸는 시스템도 레벨 업 동일하니, 아마 이 부분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겠지.
그렇다면 굳이 약자 태세를 쓰는 것보다 그냥 이대로 하는 게 낫다.
안 그래도 지금 난 마틸다보다 레벨이 낮은 상황이라 싸려고 마음먹으면 금방 쌀 수 있는데, 굳이 여기서 레벨을 더 낮춰서 효율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지.
레벨이 낮아진 만큼 쾌감이 증폭되기는 한다지만, 그 이상으로 레벨이 낮다는 점이 경험치를 올리는 데는 디메리트로 작용하니까.
그런고로 나는 약자 태세 같은 것도 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신나게 마틸다와 행위를 즐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눈부실 정도였다.
"오오. 마틸다 이거 봐. 저주의 흔적 엄청나게 줄었어."
나는 마틸다의 왼쪽 팔을 붙잡고 흔적이 잘 보이도록 마틸다에게 들이 밀면서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땐 손목까지 있었던 검은 흔적이 이제는 마틸다의 팔뚝 절반정도까지 줄어 있었다.
그리고 내 어깨에 걸쳐져 있는 왼쪽 다리를 바라보면, 거기도 마찬가지로 발목까지 오던 흉터가 정강이 중간정도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오늘만 팔다리의 흉터를 각각 5cm정도는 줄인 건가.
인간, 하면 할 수 있는 법이구나.
분명 마틸다도 기뻐하겠지.
"으헤에…헤에…응흣…헤으응…."
…뭐, 지금은 기뻐할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지만,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말이다.
너무 신나게 했나.
그러고 보니 시스템을 검증한다느니 뭐니 하는 생각 없이 정말 순수하게 저주 해제만을 위해서 행위를 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저 오로지 내 쾌감만을 추구하다보니 너무 정신 놓고 달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눈부신 성과도 나온 거다.
난 잘못되지 않았어.
하지만 마틸다의 상태가 이래서야, 오늘은 더 이상 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마틸다와 내 몸을 씻어내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마틸다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준 후 방밖으로 나왔다.
자, 그럼 이제부터 뭘 하지?
시간은 오후 3시경.
아침 먹고 점심도 거른 채 지금까지 한 거니까 엄청나게 해대긴 한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지나가기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첼 누님과의 식사약속도 아직 내일이고, 오늘은 딱히 할 일이…어, 잠깐만.
식사약속. 그것도 내가 감사의 뜻을 담아 대접하기 위해 잡은 약속.
딱히 데이트 같은 것도 아니니까 뭘 준비하거나 할 것도 없이 편하게 다녀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중요한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내가 대접하는 자리니까 당연히 식당도 내가 골라서 에스코트해야 되는 거 아냐.
나 그럴듯한 식당 같은 데 모르는데.
물론 나도 이 세계로 온지가 언젠데 식당 위치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적당한 식당을 모르는 거다.
내가 알고 있는 식당은 전부 너무 극단적이란 말이야.
대부분이 모험가들이 모이는 떠들썩한 술집 겸 식당 같은 곳이지만, 이런 곳에는 당연히 레이첼 누님을 데려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원래 있던 세계로 치면 식사 한 끼 대접한다면서 분식집에 데려가는 꼴이다.
그렇다고 디아나와 갔던 식당을 가?
하지만 거긴 반대로 너무 심각하게 고급 레스토랑이다.
딱히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남자가 그런 곳으로 데려 가버린다고 생각해봐라, 정상적인 여자는 부담스러워하는 게 정상이다.
괜히 이 남자가 나한테 흑심 있는 거 아닌지 의심도 할 테고 말이다.
중간이 없잖아. 중간이.
황급히 맵을 펼쳐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맵에는 그럴만한 곳이 표시되어있지 않았다.
뭐, 애초에 내가 들어간 곳만 기록되니까 기대도 안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어쩌지. 지금이라도 밖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볼까?
시간이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내 신체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여 미친 듯이 돌아다니다보면 어디 적당한 데 하나쯤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 거 없어.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잖아.
바로 누구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다.
물론 사라, 디아나, 레이아한테는 절대 물어보지 않을 거다.
다른 여자한테 식사 대접하려고 하는데, 어디 괜찮은 곳 없을까?
응. 지뢰밭에 자진해서 돌진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하는 짓이야.
아니. 딱히 레이첼 누님께 식사 대접하는 게 찔릴만한 행동은 아니지만 말이다.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원인은 디아나고.
하지만 그래도 애들 기분이 탐탁치는 않을 거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은근슬쩍 물어봐야 된다는 건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셋 다 눈치가 엄청 빠르니까 말이야.
사라와 디아나는 물론, 레이아마저도 요즘엔 나랑 관련 된 일에 한해 눈치가 빨라지는 경향이 보이니까.
그렇다면 남은 건 역시….
좋아. 역시 남은 건 그거밖에 없지.
얼버무리면서 알아내는 것도 쉬울 것 같고.
좋았어. 갈까.
나는 곧장 실비아의 방으로 향했다.
"크케케! 실비아! 내가 왔…는 없네."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일부러 방문을 확 열면서 들이닥쳤지만, 거기에 실비아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방 안을 청소하다가 깜짝 놀란 메이드의 모습만 보일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나게 쪽팔린다.
"저기…실비아 어디 있는지 아세요?"
"네. 실비아님이라면…."
내 질문에 메이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해줬다.
차라리 그냥 비웃어줘. 크케케는 대체 무슨 흉내냐고 비웃어줘.
그 상냥함이 더 아파.
이름 모를 메이드에게 위치를 물어봐 도착한 곳은, 정원에 있는 넓은 공터였다.
거기서 실비아가 검술 연습을 하고 있다나.
걔 매번 나만 스토킹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나 없을 땐 그런 것도 하는구나.
역시 그 나이에 왕실 친위대까지 올라간 건, 불감증으로 인한 고속 레벨 업 덕분만이 아니란 건가.
공터에 다가가자 거기엔 땅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게 하는, 뭔가 지루해 보이는 무표정이다.
아마 이게 실비아의 본래 성격일 테지만, 나는 매일 얘가 새빨개져서 부들부들 떠는 모습만 봐서 그런지 이런 모습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어차피 식당 위치를 물어보는 건 금방이니까, 이대로 조금 관찰하고 있어볼까.
나 없을 땐 뭘 하는지 조금 흥미도 있고.
"……."
아니.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데.
쟤 혹시 저대로 자고 있는 거 아냐?
아니. 일단 눈은 뜨고 있는데.
벌써 30분 째, 실비아는 여전히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인형 같아서 귀엽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저녁시간이 되어버리겠다.
오늘은 목적도 있으니, 슬슬 나가볼까.
"구원님…."
그렇게 결심하고 실비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려고 했을 때, 때마침 실비아가 내 이름을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오냐."
"히야아아아악!"
그래서 대답하며 튀어나갔지만, 역시나 실비아는 내 대답을 듣자마자 스프링이 튕기듯 벌떡 일어나며 괴성을 질렀다.
괜찮아. 해치지 않아.
"구, 구, 구, 구!"
네가 비둘기냐.
"구원님이 여기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말 좀 하려고 왔는데. 바빠?"
"아아, 안 바쁩니다!"
실비아는 황급히 옆에 있던 목검을 등 뒤로 숨기며 외쳤다.
아니 굳이 그거 안 숨겨도 안 바쁜 거 알아. 멍하니 있는 거 봤거든.
"조금 물어볼 게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시야 구석의 시계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점심도 걸렀고, 저녁까진 시간이 조금 있다.
좋아. 괜찮네. 이러는 편이 더 자연스럽기도 할 테고.
즉석에서 새로운 계획을 생각해낸 나는, 식당에 관한 질문을 하려던 말을 멈췄다.
"한가하면 나랑 같이 좀 나가자."
"네, 네? 어딜 말입니까."
"딱히 어딜 가려는 건 아냐. 그냥 너 훈련 좀 시켜주려고."
"후, 후, 훈련 말입니까. 그, 그거라면 전 지금 열심히…."
내 훈련이란 말에 짐작 가는 바가 있는 건지, 실비아는 바로 등 뒤의 검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아니. 숨기려면 끝까지 숨기라고. 애초에 싫은 것도 아니잖아.
너무 좋아서 문제인 거지.
"그래. 오늘도 신나는 나와 있는데 익숙해지기 시간이 찾아왔어."
"우으읏!"
실비아는 역시나라는 표정을 짓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왜 싫어?"
"좋습니다!"
"그래. 나도 좋아."
"히야으응…."
야.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녹아내리지 마라.
"그렇게 떨 거 없어. 실비아. 나도 그간 훈련을 통해 마냥 너랑 붙어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
"네? 그, 그럼…."
"그래. 다 생각을 하고 있었지. 우선 네가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나 알아보자. 자, 몸이 떨리지 않을 거리까지 멀어져봐."
"여, 여기서 말입니까?"
"응? 응. 우리 정원이잖아. 왜?"
"너, 너무 좁습니다."
"…뭐? 야. 너 그럼 멀리서 내 뒤 졸졸 따라다닐 때는?"
"그, 그때도 떨립니다!"
아, 그러세요.
이거 생각보다 훨씬 중증이네.
하지만 이래서야 조금씩 익숙해지며 거리를 좁혀가는 훈련은 전혀 먹힐 것 같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그냥 평소처럼 할 수밖에.
방금 전 훈련 방법은 원래 생각하고 있었으니 바로 튀어나올 수 있었지만, 과연 이 이상의 방법을 바로 생각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식당 위치도 알아내야 하니까, 오늘은 포기하자.
"그럼 어쩔 수 없네."
"흐아아아아…."
"오늘은 평소처럼 하자. 자, 출발!"
"으아, 잠…적어도 옷을…바, 방금까지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지라, 따, 땀이…."
"괜찮아. 물의 정령으로 씻겨줄게. 자, 됐지. 가자."
"우, 우으으으…."
결국 실비아는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내게 팔에 찰싹 달라붙어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이 자세를 잡다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실비아 본인도 즐기고 있는 거라니까.
거리로 나온 우리는, 일단 길을 좀 걷기로 했다.
무턱대로 식사하러 가자는 건 너무 티가 나니까 말이야.
대충 구경하는 척이라도 하다가….
꼬르륵.
"구, 구원님. 시장하신 겁니까?"
실비아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내 몸이 더 우선이라는 듯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그야…."
점심도 거르고 지금까지 마틸다 상대로 열심히 힘쓰고 왔으니까.
"그,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점심도 드시지 않으셨죠. 그, 그렇담 저 같은 것의 특훈 보다는, 어디에 들러서 간단하게 끼니라도 때우는 게 어떠십니까?"
실비아야…. 너 어쩜 이렇게 이쁜 짓만 골라서 하니.
내가 힘들어 보이니까 떠는 것도 멈추고 걱정하는 건 물론, 알아서 식당에도 가자고 해주다니.
뭐, 나랑 딱 달라붙어 특훈이라는 이 위기를 넘기고 싶다는 사심도 조금 보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귀엽게 넘어가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 고로 나는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어줬다.
"으아아아아…."
역시 내가 걱정 되서 참고 있었던 건지, 실비아는 다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그러자 그럼.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디 괜찮은 식당 알아?"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라는 이유라면 어디 디저트점 같은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굳이 식당이라고 지정해서 실비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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