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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400화 (38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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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계층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결국 제대로 내게 벌을 못 준 사라는 울상이 된 채 날 노려봤다.

    하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왜 그래? 벌 충분히 받았잖아. 덕분에 엄청 반성했어. 앞으로 조심할게"

    "이 씨이…."

    내가 뻔뻔하게 말하자, 사라가 얄밉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하지만 난 일단 벌을 받긴 받았으니까.

    원래 사라의 의도대로 되지 못한 건 순전히 사라가 못 버텼기 때문이다.

    난 잘못 없어. 섹스 부스트도 진작에 알려줬었고.

    "씨이이…응읏…하아…."

    사라는 잠시 동안 날 노려보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삽입을 풀었다.

    "어? 사라야?"

    쟤 설마 진짜로 화났나? 원래 아침에는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삽입한 채로 노닥거리는 게 암묵의 룰이었는데 말이야.

    역시 좀 너무 얄밉게 굴었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 역시 관음증을 충족시키면서 즐겼으니까 그런 거였는데.

    "씻겨줘."

    "응?"

    "내 몸말이야. 정령으로 씻겨줘. 급하니까 빨리."

    급하다니 아침부터 대체 뭐가?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나는 일단 정령을 불러내어 사라의 몸을 씻겨줬다.

    이것만큼은 완벽하게 숙달됐단 말이지.

    기껏 정령술을 익혔는데 이런 식으로만 사용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재능 낭비다.

    아무튼 몸이 깨끗해지자, 사라는 바로 옷을 주워 입고 방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사, 사라야? 아침부터 어디 가게?"

    "흥. 몰라도 돼."

    나도 일단 황급히 몸을 씻고 옷을 챙겨 입으면서 사라에게 질문을 던져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저거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사라는 바로 방 밖을 나서지는 않았다.

    마치 내가 옷을 다 입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혹시 내가 따라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걸까?

    뭐, 따라 갈 거지만 말이야. 대체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내가 마지막으로 바지춤을 올리고 매무새를 점검하고 있자, 사라가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다급히 그 뒤를 쫓아가서 도착한 곳은, 무려 디아나의 방이었다.

    …어? 잠깐만. 이거 설마….

    "사라야. 잠깐 타임…."

    "디이이아아아나아아아!"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사라가 큰 소리로 디아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방문을 활짝 열고는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젠장. 문도 잠겨있지 않다니. 디아나도 너무 무방비한 거 아냐?

    "으헷? 엣? 흐엣? 헷?"

    곤히 자고 있었던 모양인지, 디아나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디아나가 그러고 있는 사이에, 이미 사라는 디아나의 바로 옆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사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릴 새도 없이 디아나의 관자놀이 옆으로 가져가서는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뭔가?! 대체 뭔가아?!"

    너무도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하는 디아나는,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좀 귀여웠다.

    원래는 황급히 말릴 생각이었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사라도 그다지 힘을 주지 않고 장난 식으로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여우니까 조금 더 지켜볼까?

    "디아나아아. 나한텐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렇게 설교했으면서, 자긴 구원이랑 그런 짓을 해요? 그것도 내 바로 옆에서?"

    "……우헷?!"

    아, 디아나가 딱딱하게 굳었다.

    이대로라면 디아나가 석화 상태에서 풀릴 것 같지가 않으니, 나도 일단 한 마디 거들어줘 볼까.

    "미안. 디아나. 들켰어."

    "무, 무, 무, 무…."

    헤헷하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디아나에게 말하자, 디아나의 석화 상태가 드디어 풀렸다.

    덤으로 디아나의 관자놀이를 공격하던 사라도 왠지 모르게 이게 아닌 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릴 하는 겐가아아아!"

    디아나는 양 손으로 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외쳤다.

    "들키다니? 헷?! 자네 제 정신인가?! 왜 그렇게 태연한 겐가?! 응?! 으으응?!"

    아니. 그…생각보다 더 반응이 격렬하네. 미안.

    어쩌면 또 흥분하는 거 아닐까? 같은 생각도 했었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는 흥분하는 것보다 당황스러움이 더 큰 모양이다.

    "디아나아. 그보다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않아요?"

    이게 아닌 데라는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는,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는 주먹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으아아아…미안하네! 하지만…하지마안…!"

    디아나가 반쯤 울상을 지으면서 원망스럽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아무리 귀엽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으면 평생 디아나한테 미움받을지도 몰라.

    슬슬 히어로가 등장할 차례인가.

    "사라. 그만 둬! 잘못은 모두 내게 있어! 내가 억지로 한 거야! 책망하려면 나를…."

    "그래. 그럼."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사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 타겟을 내게로 돌렸다.

    "어? 잠깐…으아아아악! 쪼개져! 머리 쪼개져! 야! 이거 진짜 아픈데?!"

    "아프라고 하는 거니까."

    "끄아아악! 잠깐! 난 어젯밤에…!"

    "그건 구원 몫이고. 디아나 몫도 구원이 대신 벌 받는 거지?"

    끄윽…! 사라 녀석!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이걸 노린 거였나! 치사한 녀석!

    "믿을 수 없네! 믿을 수 없어! 이 몸이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반성을 덜 한 겐가?! 역시 말로 해서는 안 되는 겐가?! 그런 겐가?! 안 들켰다고 하지 않았나! 이 몸은 이제 사라양의 얼굴을 어떻게 보면 되는 겐가?!"

    그리고 공격에 디아나도 가세했다.

    디아나는 들켰다는 부끄러움을 전부 나에 대한 분노로 전환한 건지, 맹렬하게 달려들어서 두 주먹으로 날 때려대기 시작했다.

    토닥토닥토닥토닥하고.

    음. 치유된다. 사라의 공격이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으로 조금 반감되는 기분이야.

    그렇다고 티를 내면 이번에야말로 마법 공격을 맞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니. 어차피 넌 억지로 당한 거니까 사라도 이해해줄…으아아아."

    "디아나는 이해해도 구원은 이해 못하거든?! 차라리 내가 자극했으니까 나한테 올 것이지, 하필이면 디아나한테 가?!"

    아니. 그건 그냥 단순히 디아나가 그런 플레이를 더 좋아하니까….

    "으, 음? 사라양이 자극을 해?"

    그리고 그때까지 사라와는 전혀 눈을 마주치지 못 한 채, 나만 바라보며 공격하던 디아나가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아차."

    "아차가 아닐세!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디아나는 못봤던 건가.

    내가 사라가 서로 만져주고 있을 때 확실히 디아나와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그 말은 즉 내 모이 디아나와 마주보는 방향을 향해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나와 마주보던 사라는 당연히 디아나와 등을 돌린 상태가 되고, 그 상태에서 사라가 내 물건을 만져줬으니 당연히 디아나에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거다.

    "지, 진정해요 디아나. 그냥 구원이 만져줬을 때 나도 모르게 조금 성기를…."

    "그런 짓까지 했었단 말인가?! 나도 모르게라니! 던전에서 무슨 짓을 하는 겐가아?!"

    "아,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 보단 나아요! 억지로 당했다곤 하지만 제 옆에서 구원이랑 관계를 맺은 거잖아요?! 디아나가 제대로 거절했으면 아무리 이 변태라도 던전에서 그렇게까지 억지로 했겠어요? 다 디아나가 거절을 안 하니까…."

    "자, 잠깐!"

    위험해. 이대로라면 정말로 둘이 싸우게 되고 만다.

    서로 분위기 험학한 여자 둘 사이에 낀 남자라니. 죽어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아.

    내가 지금처럼 여자끼리 서로 사이 나쁘지 않은 관계를 구축하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둘이 각자 조금씩 잘못했다는 거잖아. 여기선 그냥 쌤쌤으로 하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싸워서 좋을 거 하나도 없잖아?"

    "제일 잘못한 구원이 할 말이야?!"

    "제일 잘못한 자네가 할 말인가?!"

    음. 멋진 하모니다.

    이거라면 둘이 사이가 나빠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래. 디아나.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죠."

    "음. 사라양 말대로일세. 지금 이 몸들이 싸워야할 상대는…."

    "얘, 얘들아. 되도록 아프지 않게 부탁…끄아아악!"

    대신 내 몸이 좀 고생할 것 같지만.

    결국 나는 바넷사가 디아나가 부르러 오기 전까지 둘의 공세에 수난을 당해야 했다.

    뭐, 물리적으로 데미지가 있었던 건 사라의 공격뿐이지만.

    하지만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흐뭇한데 흐뭇해하지도 못하고 안면근육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했거든.

    덕분에 사라에게 맞은 등짝과 억지로 다잡고 있던 안면이 너무 아팠다.

    "구원씨? 왜 그러세요? 아침부터 너무 피곤해보이세요."

    그리도 식당에 도착하니 바로 우리 천사님이 걱정스런 얼굴로 그렇게 물어봐줬다.

    역시 우리 천사님이야. 내 마음의 오아시스.

    하지만 보통은 아침에 이렇게 피곤한 얼굴로 오면 지난밤에 엄청 격렬했다고 생각할 텐데 말이야.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피곤한 게 아닌 건 맞지만,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도 두지 않는다는 것 같은 이 반응이 과연 정상적인 걸까?

    뭐, 내 정력을 믿어주는 건 참 고맙지만 말이지. 아니. 이건 그냥 힐링 섹스를 믿는 건가?

    "레이아. 오늘은 구원한테 상냥하게 대할 필요 없어요. 아니. 이 변태는 그러면 안 돼요."

    "음. 그렇다네. 레이아양이 그렇게 항상 오냐오냐 해주니 이 자가 버릇이 없어지는 걸세."

    "네? 구원씨? 또 뭔가 하셨나요?"

    또라니…천사님마저…크윽. 반박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밉다.

    "그게…."

    "우와아아앗! 말할 필요 없네! 아무튼 그렇게만 알고 있게! 오늘은 상냥하게 하는 거 금지일세!"

    "으음…그, 그런가요…?"

    레이아는 살짝 곤란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내 최후의 보루. 마음의 오아시스마저 빼앗다니! 너무해!

    "뭔가?! 뭔가 불만 있나?!"

    "당할 땐 자기도 좋아했…."

    "우아아아아아!"

    디아나가 큰 소리를 지르며 다시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디아나씨. 상냥하게 하는 거 금지 아닌가요?"

    "무, 무슨 소리인가! 이거의 어디가 상냥해 보이나?! 벌주는 걸세!"

    "어머? 그런가요? 그럼 저도…."

    천사님이 상냥하게 웃으면서 손에 회복 마법을 두르고 내 가슴에 주먹을 얹은 채 손목만을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마치 노크하듯 콩콩콩 두드렸다.

    크윽! 심장을 직접 두들기는 것 같은 충격이다!

    "아, 알았네! 이 몸도 안 하겠네! 그만하게! 자넨 은근슬쩍 치유까지 해주고 있지 않나!"

    디아나야. 뭘 그리 안절부절못하는 거냐.

    설마 자신의 자리에 위협을 느끼는 거냐.

    괜찮아. 네 토닥토닥 공격은 무적이야.

    "어머. 미안해요. 구원씨가 너무 피곤해보이셔서 그만."

    천사님은 혀를 살짝 내밀고 장난스럽게 윙크하면서 그렇게 내 가슴에서 손을 뗐다.

    크으. 역시 우리 천사님이 최고야. 그냥 치유마법 이상의 효과가 내 몸에 확실하게 발동됐다.

    "자네는 뭘 실실 웃고 있는 겐가?!"

    "구원. 그게 그렇게 좋으면 나도 해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사라야. 등짝이니까 그나마 괜찮지. 네가 가슴을 퍽퍽 때리면 진짜로 죽어.

    그것도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으로.

    "아침부터 눈앞에서 보란 듯이 노닥노닥…적어도 사람 눈 없는 방에 들어가서 해주시겠어요?!"

    그리고 그때,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마틸다가 일갈했다.

    "아…."

    그리고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고 무안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뭐, 우리 파티원들뿐만 아니라 바넷사에 메이드들,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참고로 실비아는 저기 구석에서 부럽다는 듯 손가락을 물고 바라보고 있었다.

    정작 자기도 끼게 되면 진동밖에 안 하면서.

    "질투…."

    "뭐라고요?!"

    "아뇨. 아무것도."

    마틸다는 그 사랑에 빠진 여자 모드만 만들면 쉽게 화가 풀릴 거란 생각에 가볍게 말을 걸었지만, 시도도 하기 전에 압도당할 만큼 지금의 마틸다는 박력 있었다.

    얘 진짜 화났나보다.

    하긴 자긴 저주 때문에 남자랑 제대로 된 연애도 불가능한데 눈앞에서 계속 이런 걸 보이면, 그야 짜증이 날 법도 하지.

    앞으로 마틸다의 눈앞에선 조금 자중하자.

    뭐, 아예 안한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렇게 아침의 소동이 일단락되고, 우리는 겨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오늘은 뭘 할까.

    레이첼 누님과 식사는 내일이니, 오늘은 느긋하게…아 맞아. 마틸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와 대화를 나누려고 했었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분 이내로 한 편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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