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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층
"하지만 매번 식사할 때마다 이래야 한다니. 대화할 때도 그렇고. 이 계층은 마법사 의존도가 상당히 높네."
"으, 음?! 그 말은 마치 다른 계층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들리는구먼."
디아나는 여전히 아까 눈이 마주친 걸 신경 쓰는 듯 조금 태도가 어색했지만, 그래도 마법을 폄하하는 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여간 마법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니까. 그런 점도 귀엽지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이 계층은 유독 심하잖아. 까놓고 말해서 마법사 없이 올 수 있어? 여기?"
"없네!"
그렇게 자랑스럽니? 가슴을 쫙 펴고 외치게.
"그렇구나. 파티에 마법사가 있는 게 필수인 건가. 마법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마법구 같은 건 없는 거야? 이 마스크도 공기를 만들어내는 거잖아. 공간 전체에 영향을 주는 마법구 같은 게 있으면 굳이 마법사 없이도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없는 건 아니네만…탐험 시에 가지고 다니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크네. 마석의 소모도 너무 극심하고 말일세. 필요할 때만 범위를 조절해서 사용하는 마법사들조차도 마나 소모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니 말일세."
"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방금 사라와 키스하느라 공기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 마나 소모가 극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공기를 만들기만 하는 거면 모를까, 형체를 유지하면서 머리 근처를 따라다니게 만드는 게 꽤나 힘들었었지.
뭐, 화들짝 놀라서 얼떨결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음. 그래서 4계층을 탐험할 때는 마법사는 이런 식의 보조 업무 이외에는 마나를 쓰지 않게 하는 것이 철칙일세."
"그런 거였어? 그럼 처음 왔을 때 말 해주지. 그럼 나도 더 주의했을 텐데."
"이 몸은 걱정할 것 없네. 알아서 잘 조절하고 있으니."
그야 마나는 충분하겠지.
아까 내가 촉수 플레이를 보면서 신나서 떠든 걸 사라한테 들려줬을 정도니.
물론 잘못은 나에게 있으므로 따질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역시 디아나."
"음!"
내가 가볍게 칭찬해주자, 디아나는 어색한 태도는 이제 완전히 잊은 듯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러워했다.
너무 그렇게 가슴 내밀지 마라. 괜히 만지고 싶어지잖아.
물론 진짜로 만질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아까 그런 일이 일어난 직후니까 더욱더.
나는 대신 디아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줬다.
"어머? 하지만 디아나씨."
"음?"
"그렇다면 잘 때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음? 무슨 소리인가? 잘 때 마법이 왜 필요한가?"
"네, 네?"
디아나의 발언에 레이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운 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런 모습마저도 청순하고 우아하시다니. 역시 천사님이야.
덤으로 살짝 몸도 들썩였는데, 그에 따라 가슴이 묵직하게 한 번 출렁였다.
굳이 부력의 힘으로 떠있지 않더라도 확실한 무브먼트를 선보이는 가슴이었다.
"레이아양도 경험해서 알지 않나. 사람의 몸은 힘을 빼고 있으면 알아서 뜬다네. 자리를 깔 필요가 없다는 게지. 이곳은 수온이 따뜻하여 이불 같은 걸 덮을 필요도 없고, 숨 쉬는 거라면 자기 전에 마스크의 마석을 갈아주는 것으로 충분히 버틸 걸세."
"그, 그럼…."
"음. 마법 같은 거 없이 자는 동안 떠내려가지 않도록 몸을 묶어 고정시켜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네."
"뭐, 뭐, 뭐라고요?! 그, 그게 정말인가요?!"
레이아도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극적으로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마틸다였다.
마틸다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벌떡 일어나서는,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달라는 표정으로 디아나를 쳐다봤다.
"음. 이 몸이 뭣 하러 농담을 말하겠나."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이었다.
"그, 그런…흐윽…이젠 싫어…."
안 그래도 던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마틸다는 그 말이 기폭제가 되어서 드디어 멘탈이 무너진 모양이었다.
"야, 야. 괜찮냐?"
내가 무심코 위로를 해줄 정도로 말이다.
"흐윽…당신…."
그러자 마틸다는 그대로 내게 꽉 안겨 와서는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 잠깐. 난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좀 위로만 해줄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레 발생한 일에 일단 변명부터 하려고 고개를 들었지만, 다들 별 반응 없이 마틸다를 다독여줬다.
"역시 던전을 다니는 것은 마틸다양에게 조금 힘겨웠을지도 모르겠구먼."
"응? 역시라니?"
"신관들은 던전의 이질적인 마나에 유독 더 민감하니 말일세. 레이아양처럼 1계층부터 차근차근 적응해온 사람이 아니라면 열에 일고여덟은 이렇게 된다네. 아니. 이 몸들이 던전을 내려온 속도를 감안하자면, 원래는 레이아양도 이렇게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일세. 그래도 마틸다양은 5계층에서도 잘 버텨낸 전적이 있으니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네만…."
아, 그런 건가. 아마 여기에 흐르는 마나는 전쟁신의 마나.
그리고 신관들은 그 누구보다도 여신님의 힘에 익숙한 사람들이니까.
5계층에선 솔직히 우린 가운데서 지켜지기만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불침번도 안 섰고, 솔직히 말해서 몇몇 위기를 제외하면 피크닉 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나는 성자 스킬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라 신경이라도 써야했지.
마틸다는 싸움이 끝나고 나서 치료만 해주는 게 다였으니까.
아마 그렇기 때문에 마틸다도 5계층에서는 버틸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탐험을 하면서 돌아다닐 때는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하고, 밤에는 불침번도 서야 하는 생활이 계속되자, 드디어 버틸 수 없게 됐다는 거다.
뭐, 여신님의 힘에 익숙하단 걸 따지자면 나도 신관들과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난 여기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고 레이아가 멀쩡한 건, 아마도 레이아가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그럼 이번에는 4계층에서 묵지 말고 그냥 바로 돌아갈까? 어차피 우리의 당면 목표는 여기가 아니기도 하니까…."
"읏! 자, 잠깐만요!"
마틸다를 배려할 셈으로 그렇게 말한 거였지만, 어째선지 당사자인 마틸다가 몸을 움찔 떨고는 갑자기 내 말을 멈췄다.
"저 때문에 그런 거라면 배려하실 필요 없어요! 전…!"
"하지만. 마틸다. 네가 걱정된단 말이야."
나는 마틸다를 쉽게 설득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상냥한 말을 던져봤다.
그러자 마틸다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그 사랑에 빠진 여자 모드로 들어갔다.
"아, 아, 아아…당신…. 하, 하지만…전 여러분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부탁이에요. 제발. 참을 수 있으니까요…. 자는 것도 잘 참을 테니까요."
하지만 마틸다는 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간곡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이 모드로 전환되고 나서도 이렇게 주장하다니. 자기 때문에 파티의 탐험이 어중간하게 중단되는 게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매달려서 부탁하니 나도 딱 잘라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알았어. 대신 못 버티겠으면 바로 말해야 돼. 바로 돌아갈 테니까."
"네…고마워요. 당신…."
"잘 됐네요. 마틸다."
"네…엣?! 자, 잠깐! 사라씨! 이건 그런 게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니야.
방금 전까지 나한테 홀딱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서.
아무튼 그렇게 해서 일단 탐험을 계속하기로 한 우리였다.
하지만 물속을 걸어 다니는 우리의 탐험 속도가 빠를 리도 없었고, 그날은 그냥 근처를 가볍게 둘러보기만 하는 것으로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허리에 줄을 묶고 물속에 떠서 자다니…어부에게 잡혀 줄줄이 꿰인 생선이 된 기분이에요…."
그동안 힘든 내색 한 번 없이 열심히 우리를 따라왔던 마틸다지만, 정말로 이렇게 자게 되자 결국 참지 못하겠는지 살짝 불평을 흘렸다.
뭐, 나도 같은 심정이니까 책망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이야.
"새삼 느끼는 거지만, 모험가라는 거 진짜 극한 직업이구나."
"벌이가 좋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니겠나."
"난 솔직히 돈 같은 거 더 필요 없지만 말이야."
여신님의 말이 아니었으면 이제 던전에 그만 다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불평해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 자네도 어서 허리에 묶게."
마틸다의 표현이 정말 정확한 것이, 우리는 각자 줄을 허리에 묶어서 그걸 서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듯 서로를 연결하고, 그걸 또 각자의 몸을 바닥에 줄로 고정하여 누구 하나 조류에 휩쓸려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이 상태에서 물속에 떠서 자려니 정말로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저기 아직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애가 하나 보이긴 했지만.
"실비아."
"네, 네엣!"
실비아는 열심히 팔다리를 휘젓고 있었지만, 좀처럼 물 위에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쓸데없는 지방이 전혀 없는 몸이라 그런가?
아니. 다른 애들이 쓸데없는 지방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특히 천사님! 흉부 쪽에 유독 지방이 몰려 있으시긴 하지만, 난 그걸 절대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인류의 보배라고 생각해!
"내 배 위에 올라와서 잘래?"
"괘, 괘, 괘, 괜찮습니다!"
"자네는 낮에 그러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가! 여긴 던전일세!"
"아니. 순수하게 배 위에 올려놓겠단 의미였는데…. 그 새끼를 배위에 올리고 있는 해달처럼. 실비아 못 뜨는 거 같으니까."
"괘,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정말로? 바닥에서 자면 어디 결릴 텐데."
물속이라 모포 같은 걸 깔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일단 한 번 더 제안해봤지만, 실비아는 고개를 붕붕 흔들면서 괜찮다고 연호했다.
뭐, 실제로 내 위에 올려놓고 자면 나도 실비아도 제대로 잠들긴 힘들 것 같긴 하지만.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실비아는 포기하고 바닥에서 자기로 한 모양이었다.
고집부리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4계층에서의 독특한 수면법을 처음 경험하며 밤을 보내게 됐다.
툭툭.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에 나는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잠들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시 일어난 거라 머리가 멍하긴 했지만, 안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천천히 눈을 뜨자 내 옆에는 초번이었던 디아나가 둥실둥실 떠있었다.
교대 시간인가.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자, 다들 제대로 물속에 둥둥 떠서 어디 떠내려가지 않은 채 잠이 들어있었다.
뜨기 힘들어했던 실비아마저도, 막상 잠이 들자 자연히 떠오른 건지 제대로 떠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레이아로, 팔다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엎드려서 잠들어 있었다.
엉덩이를 내게 쭉 내민 자세가 안 그래도 섹시한데, 거기에 더해 사제복 끝자락이 들어 올려져서 팬티가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흔들리는 게 절경이었다.
거기에 더해 물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귀여움까지 더해줘서 정말 최고였다.
우리 천사님은 자는 모습마저도 천사님이셔.
그러자 뭔가가 내 가슴을 톡톡 건드려왔다.
아래를 내려 보자 디아나가 양손으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어딜 보고 있는지 눈치 챈 모양이다.
하지만 디아나야. 괜히 힘 빼지 마.
안 그래도 토닥토닥인데 물속에서 더 느려지기까지 하니까 이젠 누가 치는 것 같지도 않아.
뭐, 질투해주는 건 귀엽고 좋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질투하니까 생각났다.
얘 아까 낮에 사라를 느끼게 해줄 때 나랑 눈 마주쳤었지.
그 순간엔 눈치 채지 못했었지만, 아마 그 시선은 부럽다는 듯이 열기를 띄고 있었을 거다.
우리 대마법사님은 노출증을 좋아하는 변태니까 말이야.
그리고 지금이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디아나가 원하는 플레이를 해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우리 디아나가 변태라도 정말 본격적으로 그런 짓을 하려고 하면 화내겠지만, 살짝 장난치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잠에서 막 깨서 각성이 덜 된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가면서 어떻게 장난을 칠지 생각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걸리는 장난은 안 된다.
디아나는 이제부터 잠을 자야하니까.
그럼 어떻게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어? 잠깐. 잠?
그러고 보니…얘 수영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물속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건 마법이라고 했었다.
그럼 잘 때는 어떻게 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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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 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