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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87화 (37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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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안에는 마신이?

    오늘도 일찍 눈을 뜬 나는 품에 있는 레이아를 끌어안고는 그 포근한 감촉을 즐겼다.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다들 끌어안는 맛이 있단 말이야.

    게다가 심지어 전부 그 느낌이 다른 방향으로 훌륭했다.

    레이아같은 경우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포근한 느낌으로,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가슴팍을 부드럽게 짓눌러오는 이 뭉클한 감촉은 사람에게 무한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행복하다. 어젯밤에도 최고였고.

    뭐, 도중에 내가 너무 보챈 바람에 구미호의 힘을 다루는 훈련은 흐지부지 되어버렸지만, 어차피 훈련이야 천천히 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레이아도 분명 기분이 좋았을 거다.

    구미호 상태에서 그렇게 허리를 돌려댔는걸. 기분 좋지 않았을 리가 없다.

    "으음…."

    레이아의 긴 금발을 쓸어내리면서 평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자, 레이아가 곧 눈을 떴다.

    "……아아…."

    "잘 잤어?"

    "네, 네에…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뭔가 반응이 석연치 않은데?

    "레이아? 왜 그래?"

    "네? 아, 아무것도…아니, 그게…."

    레이아는 말을 얼버무리려다가, 이내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말을 고쳤다.

    하지만 역시 말을 꺼내기는 힘들다는 듯, 머뭇거리면서 제대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레, 레이아? 설마 어젯밤에 기분 안 좋았다든가…."

    "네에?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기분 좋았어요! 엄청…! 저, 정말…이상한 말 하게 하지 마세요.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붉히고는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어 내 허벅지를 찰싹찰싹 부드럽게 내리쳤다.

    가련하시다. 뭐, 그건 언제나 그러니 그렇다 치고.

    아무튼 다행이다. 혹시 나 혼자 신났던 건줄 알고 식겁했네.

    하지만 그게 아니면 뭘까?

    분명 어제는 서로 기분 좋게 섹스를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막 일어난 레이아가 이런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을 텐데?

    "저…구원씨. 실은 구원씨께 할 말이 있어요."

    "응? 할 말? 무슨 말인데 그래?"

    "그게…실은 어제 구원씨의 얘기를 듣고 나서 저도 짐작 가는 바가 하나 있어서요."

    "어제 얘기라니?"

    "그 용사씨에게서 들었다는 얘기요. 과거에 마신이 세계를 다스렸다는 얘기."

    그리고 레이아가 꺼낸 얘기는 내 예상을 벗어난 얘기였다.

    그 얘기에 레이아가 짐작 가는 바가 있다고?

    "하지만 그게…구원씨. 얘기를 하기도 전에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치사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약속해주실 수 없을까요? 제 얘기를 들어도, 제발 절 싫어하지 말아 주세요."

    레이아는 내게 미움 받는 게 세상 그 무엇보다도 두렵다는 듯이, 무척이나 겁먹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걱정 마. 무슨 얘기인지는 몰라도 내가 레이아를 싫어하게 될 일 따윈 절대 없을 거야."

    나는 그런 레이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서 얼굴을 풀어주고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내가 좀 변덕스런 놈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마음만큼은 절대 변치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렇잖아. 우리 천사님을 어떻게 싫어하겠어.

    "…그게 말이죠. 실은 제가 구미호 상태가 됐을 때 정기를 흡수하는 건, 성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정기를 흡수하기 좋은 상태가 되기 위해 몸이 준비를 하느라 성욕이 강해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뭐, 그거야 알 것 같다.

    애초에 처음 구미호로 변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레이아는 무작정 섹스를 하려고 덤벼드는 게 아니라 내 정기를 흡수하는 데 주력하려고 했었으니까.

    단순히 키스나 펠라로 말이다.

    그냥 성욕이 늘어난 거였으면 일단 삽입하고 봤을 거다.

    "그리고 구미호 상태에서 정기를 흡수하는 이유는…바로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에요."

    "으, 응?"

    "부탁이에요. 구원씨. 제발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전, 전…."

    "자, 잠깐. 내가 레이아를 싫어하게 될 리 없잖아. 괜찮아.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러니까 진정하고 차분히 설명해봐."

    레이아의 그 겁먹은 것 같은 태도에, 나는 황급히 레이아를 다독여줬다.

    "그게…그러니까…예전에 구원씨가 다독여준 덕분에 그동안 일부러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어제 얘기와 어젯밤 행위로 다시 생각나 버렸어요. 요즘은 그런 마음이 전혀 안 들게 되기도 했고…."

    응? 예전에 내가 다독여줘? 대체 언제?

    …아. 그러고 보니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한 번 레이아가 갑자기 섹스 후 시무룩해져서 괜찮다고 해준 적이.

    그러고 보니 그때가 분명…구미호로 변하고도 레이아의 기억이 처음으로 남아있었을 때였던가?

    그러니까 그때 레이아는 구미호로 변하고 자신이 살의를 품었다는 걸 깨달아 풀죽었었던 거다.

    난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다독여줘서 레이아가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거고.

    "잠깐. 그러니까 정기흡수는 구미호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게 아니라…."

    "아뇨. 일단 제가 살아가기 위해서 정기 흡수가 필요하긴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이 정기를 흡수할 필요는 없죠. 정기를 그렇게나 흡수한 이유는 상대를 죽이기 위함이에요. 제 구미호 상태가 풀리는 것도 정기를 충분히 흡수해서 만족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히 흡수할 수 있는 허용치를 넘어서 버려서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고 구미호 상태가 풀려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들으니까 뭔가 섬뜩했다. 처음부터 죽이기 위해 정기를 흡수하는 거였다니.

    아니. 그야 난 절대 안 죽으니까 별 상관없는 문제지만 말이야.

    그래. 겁먹을 거 하나도 없다. 괜히 내가 겁먹는 것 같으면 레이아만 맘이 불편할 테니까.

    나는 오히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난 죽을 일 절대 없으니까 별로 상관없는 얘기네. 그리고 레이아도 나만 상대할 테니까 더더욱."

    "…구원씨…정말 고마워요."

    레이아도 내가 그렇게 말을 한 이유를 안다는 듯이, 감격에 찬 얼굴로 날 끌어안았다.

    "뭘 이정도 쯤이야."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제가 이 얘길 꺼낸 이유는요. 아마 제 종족인 구미호도 그 마신 시대의 종족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이런 거라도 뭔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 그런가.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가.

    전쟁신이 지배하던 시대는 분명 싸움으로 레벨 업을 하는 시대라고 했다.

    즉, 일반적인 게임처럼 상대를 죽여야 경험치를 얻고 레벨 업을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구미호로 변했을 때 상대를 죽이고 싶어지는 것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즉, 레이아 역시도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라는 얘기가 되는 건가.

    구미호라는 종족 특성이 워낙 여신님의 세계와 잘 어울려서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행위에 관한 종족이잖아. 어떻게 전쟁신이랑 연관을 지어서 생각할 수 있었겠어.

    어, 잠깐만.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의문이 풀려버리네.

    바로 레이아가 처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레벨이 꽤나 높았던 이유 말이다.

    만약 사라가 전투로 경험치를 많이 얻는 게 용사의 특성이 아니라, 종족 특성이라고 한다면?

    그야 용사 스킬인 ‘용사의 혈통’ 덕분도 있겠지만, 그뿐 아니라 그냥 전쟁신 시대의 종족 자체가 여전히 전투를 통해 레벨을 많이 올린다면.

    그렇다면 레이아가 처음부터 그 레벨이었던 게 설명이 된다.

    나와 만나기 전에 성행위를 시도하려다가 죽었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죽임으로서 레벨이 올랐다는 거다.

    분명 대사제도 죽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레벨이 한 번에 그렇게 확 오른 것도 이해가 된다.

    아무래도 이 얘긴 레이아한테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물론 그때 한 번 가지고 레이아가 전투로 레벨이 오른다고 확신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 한 가지 의혹이 있었다.

    레이아가 전투로 레벨이 오른 게 그때뿐만이 아닌 것 같다는 의혹이.

    우리 애들 중 100레벨을 가장 먼저 찍은 게 레이아였으니까 말이야.

    그때도 조금 의아했지만 한 번 섹스할 때마다 많이 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는 납득시켰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레이아는 보통 전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딱 한 번 직접 전투에 관여한 적이 있었다.

    바로 개미굴에서 실비아가 크게 다쳤을 때.

    그땐 후위고 뭐고 없던 상황이라, 레이아도 다가오는 개미들을 쳐내면서 직접 전투에 가담했었을 거다.

    그렇다면 전부 제대로 설명이 된다.

    역시 레이아도 전투로 레벨이 오르는 거야.

    아무튼 그렇게 따지면, 내 곁에는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 둘이나 있다는 얘기가 되어버린다.

    마인인 사라와 구미호인 레이아.

    잠깐. 그러고 보니 전에 여신님이 분명….

    "레이아. 요즘은 죽이고 싶단 마음이 안 든다고 했지."

    "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그럼. 믿지. 그래서 말인데. 그 마음이란 건 서서히 사라진 거야? 아니면 어느 순간 갑자기 확 사라진 거야? 만약 후자라면 언제 그랬는지 알 수 있을까?"

    "네? 그러니까 그게…분명 사도 임명을 받고 나서…."

    역시나. 구미호 상태에서 이성을 완전히 유지할 때도 딱 사도 임명을 받은 직후부터였다.

    그리고 여신은 분명 용사와 구미호, 그러니까 사라와 레이아에게 사도 임명을 내린 것을 칭찬했었다. 디아나는 쏙 빼놓고 말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디아나와 한 것도 칭찬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한한 생명을 얻은 것을 칭찬하는 거였다.

    그때부터 사라와 레이아만 따로 언급하며 사도 임명한 것을 칭찬하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가 확실해진 거다.

    둘 다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었기 때문에 칭찬을 했던 거다.

    거기까지 생각을 미치자, 내 머릿속에 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흔히 있는 얘기다.

    모든 종족의 대표들이 다 같이 모여서 기도를 드리면 신이 지상에 강림한다든가 하는 얘기 말이다.

    그러니까 내 역할이란 게 혹시 전쟁신 시대의 종족들을 찾아 모아서 던전 가장 깊숙한 곳에 데려가는 거라든가, 뭐 그런 건 아니겠지?

    사도 임명이 종족 대표로서 낙인을 찍는 행위라든가 그런 것일 가능성마저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마신이 잠에서 깨어나고, 나는 그 마신을 마무리 하는 거다.

    젠장. 그럼 내가 어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사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단 거 아냐.

    마신을 상대해야하는 건 전혀 변함이 없는데다가, 사라뿐만 아니라 레이아까지 위험해질 가능성이 생겨버렸다.

    보통 이런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마신을 깨운 각 종족의 대표는 마신의 지배를 받아서 우리와 적대하게 된다든가, 그대로 마신에게 생명력을 빼앗겨버린다든가 하는 얘기가 클리셰같은 거잖아.

    망할. 나 진짜로 여신님을 믿고 있어도 되는 거야?

    "구원씨?"

    하지만 눈앞의 천사님은 분명 여신님을 무조건 신뢰하겠지.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릴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라와 레이아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막고 말겠어.

    "레이아. 걱정 마.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 거야."

    "고, 고마워요. 그보다 용서해주시는 건가요? 제가 지금까지 이런 중요한 얘기를 숨기고 있었던 걸…."

    "용서하고 말고 할게 뭐있어? 어차피 레이아도 이렇게 전쟁신과 연관된 얘기일 거라고는 전혀  몰랐던 거 아냐? 게다가 난 어차피 섹스로 죽을 일이 절대 없으니까 더 얘기할 필요가 없었고. 난 전혀 신경 안 써."

    "구원씨…정말 고마워요. 구원씨를 만난 게  저에게 대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분명 여신님의 인도시네요."

    "응. 나도 레이아를 만난 건 크나큰 축복이라고 생각해. 사랑해."

    진짜로 여신의 인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니. 그때 여신의 발언을 생각해보면 내가 우리 애들을 만난 건 우연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이젠 그때 여신의 태도마저도 조금씩 의심되기 시작했다.

    혹시 그때 그 말과 행동이 전부 연기였다면?

    그래. 생각해보니 여신치고는 너무 어리숙해보였어.

    여신 주제에 내가 게임 설치 시에 나온 계약서인지 뭔지를 안 읽었다니까 시무룩해지기나 하고.

    사실 게임 설치할 때도 계약서 같은 거 없었던 거 아냐?

    사도 임명을 하기 위해선 사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을 제물로 마신을 잠에서 깨워야 한다면, 미친놈이 아닌 이상 이 세계에 오려고 할 리가 없다.

    "구원씨…. 저도 정말 사랑해요. 으음…. 쪽."

    물론 그런 복잡한 속내는 전혀 들키지 않도록 하면서, 나는 입안에 들어오는 레이아의 혀를 부드럽게 맞이해줬다.

    "어머? 움직였어요."

    그야 움직이지.

    머릿속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천사님과 알몸으로 연결된 채 이렇게 끌어안고 키스하고 있으면 하반신은 자연히 반응하는 법이다.

    이거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남자라면 정상이지?

    "그…참기 힘드시면 식사하러가기 전에 한 번 더 할까요?"

    그 이후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그래! 했다! 심각한 생각 하고 있었으면서 욕망에 몸을 맡겼다!

    천사님이 저렇게 꼬드기시잖아! 어떻게 거부를 해!

    전부 우리 천사님이 너무 요망하신 게 잘못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인라이 // 헉…. 어디 다치시는 데 없이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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