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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85화 (36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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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안에는 마신이?

    그렇게 일단 당면의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당면의 위기만 넘겼을 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발을 집어넣은 꼴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모든 사람의 구원이라니. 이러다가 진짜로 해야 되는 거 아냐?

    처음 만났을 때의 디아나처럼 어디 잠적이라도 해버릴까.

    아니, 던전을 공략하라는 여신님의 말을 무시하고 그렇게 행동해버리면 여신님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잠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건 잘 알지만 말이야.

    정말로 뭔가 방도를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두를 구원하라니…. 실비아. 어떻게 생각해? 뭔가 좋은 수 있어?"

    "으아아…아우아…아아…우아아…."

    품안에 있는 실비아에게 물어봤지만, 실비아는 녹아내려서 이상한 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지금 이 휴게실에서 마틸다나 레이아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마틸다는 애초에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 신전에 왔던 모양인지 예배당으로 향했고, 레이아 역시도 마틸다와 같이 기도를 드리러 갔다.

    나와 실비아도 처음에는 짤막하게 기도를 했지만, 과연 사제 둘의 끝없는 기도를 따라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난 여기 오기 전에는 무교였으니까, 기도가 익숙지 않다는 점도 있었고 말이다.

    때문에 지금 여기서 실비아와 단 둘이 이러고 있는 거지만…아까부터 주위의 시선이 장난 아니게 따가웠다.

    유명인이란 괴롭구나.

    특히나 남정네들의 뜨거운 시선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차라리 저 시선들이 실비아를 향하는 거였으면…아니. 생각해보니 그건 그거대로 짜증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저 시선은 무지막지하게 부담스럽다.

    디아나는 로브를 뒤집어쓰지 않으면 매일같이 이런 시선을 받았다는 건가.

    새삼스레 디아나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아니. 디아나도 결국 가출했었지만 말이야.

    "하아…실비아…."

    아무튼 이 부담스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를 다른 쪽으로 집중시키는 거다.

    이 장소를 벗어나는 게 제일이기는 하겠지만, 레이아와 마틸다를 두고 그럴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이 사방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잊기 위해, 더욱더 강하게 실비아를 끌어안고는 그 머리카락에 뺨을 비비면서 실비아 테라피를 즐기기로 했다.

    "아우…아, 아아아…."

    실비아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뻗고는 고장 난 기계처럼 손가락을 이상하게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이상한 소리를 흘려댔다.

    음. 실비아는 오늘도 귀엽구나. 이 모습만 바라보고 있어도 치유되는 기분이다.

    정작 실비아 본인의 기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니. 분명 좋겠지. 애초에 내가 좋다고 매일같이 스토킹 하는 앤데.

    "저, 저기!"

    하지만 행복한 실비아 테라피의 시간도 그다지 오래 가지는 않았다.

    드디어 한 남자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내게 말을 걸어온 거다.

    "응?"

    "희망의 성자 구원님 맞으십니까?"

    "희, 희망의 성자?"

    "모르는 겁니까?! 저희 같이 마누라의 등쌀에 눌려 기죽어 사는 모든 남자들을 구원해주실, 세상의 빛이자 세상의 소금! 희망 그 자체이신 희망의 성자 구원님 말입니다!"

    내가 의아해하자, 남자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부르짖었다.

    그 모습은 완전히 광신도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남자의 그런 격한 반응에도, 주위 남성들은 오히려 동조하듯이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뭐야 이거. 무서워.

    "아, 아닌데요."

    "네? 하, 하지만! 흑발 흑안의 엄청난 미남이라면…."

    "흑발 흑안이 뭐 그리 드문가요. 하지만 잘생겼다니 고맙습니다. 성자님은 저 같은 것보다 훨씬 미남이시겠지만요."

    남자도 내 외모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 그런가…하긴 댁도 미남이기는 하지만, 성자님께서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시겠지. 이거 실례했소."

    성자님 이 정도 수준 맞거든 새끼야. 잘 모르면서 씨불이지 마라.

    라는 말은 당연히 할 수 없었고, 나는 웃으면서 남자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구원씨. 기도 끝났어요. 마틸다 추기경님도 저기서…."

    레이아가 이 타이밍에 오지만 않았다면 완벽했을 텐데 말이야.

    물론 우리 천사님을 원망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여, 역시 성자님이다!"

    "우와아아! 성자니임!"

    "레이아! 실비아! 튀자!"

    "꺄앗!"

    "흐엣?! 우아아아…!"

    나는 그대로 레이아와 실비아를 각가 옆구리에 끼고, 마틸다가 있는 곳으로 탈출했다.

    마틸다는 금남의 구역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이도 여기까지 오자 더 이상 그 성자 빠돌이들도 쫓아오지는 못했다.

    사내새끼들이 나 좋다고 저렇게 쫓아오다니. 끔찍한 경험을 해버렸어.

    "뭐, 뭔가요, 당신들? 왜 그렇게 급하게…."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 때문에 마틸다는 화들짝 놀란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일단 마차로 가서 얘기하자."

    하지만 여기서 마차까지 가려면 또 그 광신도들이 있는 구역을 지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지 변장을 할까.

    물론 나만 변장한다고 다가 아니다.

    레이아와 실비아도 나랑 같이 있는 게 들켰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둘 다 눈에 띄게 예쁘다보니 나가면 바로 주목을 끌 거다.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로브를 하나씩 줬다.

    물론 내 로브 말고 나머지 로브들은 만약을 대비한 디아나의 스페어용 로브였기 때문에 사이즈가 조금 작기는 했지만.

    "구원씨. 이 로브, 가슴부분이…."

    과연 천사님. 압도적이시다.

    성장한 디아나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앞섶이 여며지기는 했는데.

    "……."

    실비아야 그러니까 자기 가슴 팡팡 치지 마라. 넌 너만의 매력이 있다니까.

    안 그러더니 얘도 디아나한테 영향 받은 거 아냐 이거.

    하여간 디아나도 참. 가슴 공격만 받으면 실비아를 찾아대니까 애가 이렇게 된 거 아냐.

    "그럼 마틸다는…."

    "뭐, 뭔가요? 어차피 얼굴만 가려지면 되는 거잖아요?"

    마틸다는 그렇게 외치면서 부끄럽다는 듯 가슴을 가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가린 손 사이로 보인 앞섶은 일단 제대로 잘 여며져 있었다.

    과연 이걸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우리 파티의 가슴 크기는 실비아 < 성장 전 디아나 < 사라 < 마틸다 < 성장 후 디아나 < 레이아 라는 것을 말이다.

    아니. 뭐 애초에 다 만져봐서 알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무튼 조금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무사히 마차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레이아의 가슴과 꼬리 때문에 들킬 뻔 했을 때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말이다.

    "하아…그래서. 결국 뭐였던 건가요?"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틸다가 로브를 벗어던지며 말했다.

    "아니. 왠지 이상한 소문들과 같이 날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겨난 것 같아서 말이야."

    "아…그거 말인가요. 교황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도시만의 일이 아닌 모양이더군요."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교황청이 있는 수도에도 소문이 쫙 난 모양이에요. 당신이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구원해줄 거라는 소문 말이에요. 언제쯤이면 구원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쉴 새 없이 몰려와서, 다들 꽤나 곤란한 모양이던데요."

    "진짜냐…."

    그래서 소피아 대사제님도 그렇게 적극적이었던 건가.

    "네. 교황님마저도 제게 언제쯤 구원이 가능할지 물어봐달라고 하셨어요."

    진짜로 퇴로가 완전히 차단됐잖아.

    소피아 대사제님과의 대화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스스로 발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허리까지 늪에 빠진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어쩌지. 구원 같은 거 할 생각 없었는데."

    "그러니까 말을 조심했어야죠. 저도 일단 제 저주 해제를 우선시 하고 있다고 교황님께 둘러대기는 했지만, 그런 변명이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 지는…."

    아, 일단 마틸다도 변명을 해준 건가.

    얘도 따지고 보면 교단 측이랑 같은 입장일 텐데.

    "진짜로 어쩌지. 일일이 봐주면서 교육 같은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아, 안 돼요 구원씨!"

    내 중얼거림에 천사님이 화들짝 놀라서는 그러지 말라는 듯 날 감싸 안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괘, 괜찮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만이라도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니에요! 저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해볼 테니까요."

    혼나버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또 다독여주는 레이아는 역시 천사님이었다.

    "미안. 미안. 하지만 구원이라…. 진짜로 소피아 대사제님이 말했던 대로…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둘까."

    날 끌어안고 있는 레이아의 표정이 흐려지는 게 보여서, 나는 바로 말을 바꿔야했다.

    애초에 그 교육이라는 게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기도 했고.

    그거잖아? 사제들한테 교육을 한다는 건, 직접 안아서 가르쳐주라는 거잖아?

    게다가 사제들은 행위를 남한테 보이지 않으려고 하니까, 한 명 한 명 일일이 전부 안으면서 말이야.

    일단 섹스하면서 정신 사납게 강의까지 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그걸 사제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나한테 안기는 거라고? 제정신을 유지한 채 배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심지어 교육 담당은 복상사 방지를 위해서 낮은 레벨의 사제들이 맡는다면서.

    내가 약자 태세로 레벨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스킬 레벨이 낮아서 그런 낮은 레벨의 사제들이 버틸 수 있을 만큼 레벨을 줄일 수는 없었다.

    애초에 쓸 일이 없단 말이지. 약자 태세. 일단 배우긴 배웠지만 말이야.

    우리 애들은 다들 매력이 높아서 나랑 레벨 차이가 좀 나더라도 곧잘 버텨내고.

    하지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그냥 강당 같은 곳에다가 모아놓고 단체로 섹스하면서 강의…."

    "그런 파렴치한 짓 절대 용서 못해요! 당신은 여신님의 사자라고요! 여신님의 사자 주체의 단체 난교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그, 죄송합니다."

    마틸다가 진심으로 화난 것 같아서 나는 바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쉬운 여자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역시 추기경은 추기경. 여신님 관련 일로 화나면 은근히 무섭네.

    원래는 성기사였다는 게 전혀 상상이 안 됐었는데, 방금 모습을 보니 드디어 조금 상상이 됐다.

    "구원씨.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생각해봐요. 분명 뭔가 해결책이 있을 거예요."

    천사님이 꼬옥 안아주며 다독여준 덕분에, 나는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거시기 달린 광신도들한테 쫓긴다는 끔찍한 경험을 한 덕분에 나도 모르게 조금 조급해졌었던 모양이다.

    "응. 그래. 뭐, 정 안되면 올바른 성행위를 위한 교본 같은 거라도 쓰지."

    …어? 별 생각 없이 대충 내뱉은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거 진짜 좋지 않아?

    섹스 테크닉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글로 풀어서 교본으로 만들지는 둘째 치고 말이야.

    완벽한 전달력이 있는 글이 아니라면, 제대로 교본으로서 기능은 수행되지 않을 테고.

    아니. 잠깐만. 차라리 글이 아니라 영상 같은 걸로 보여줄 수 있다면…!

    나는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 같이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난 아직 본적 없지만, 분명 이 세계에도 영상을 녹화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은 분명히 존재할 거다.

    이 세계는 이방인들 덕분인지 아니면 마법 덕분인지는 몰라도, 중세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기술들이 발전해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걸로 영상 기술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영상 기술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과 화상통화를 했던 그 수정구 말이다.

    그런 기술이 있는데 그보다 더 간단한 녹화 기술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 영상 녹화 기술은 분명 있을 거야!

    그 기술을 이용하여 내가 섹스하는 모습을 찍고, 그걸 통해서 직접 학습하도록 만들면…!

    나는 스스로의 천재적인 발상에 기분이 고양됐다.

    좋아! 집에 가면 당장…! …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이 계획에 중대한 결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망할! 같이 찍어줄 여배우가 없잖아!

    우리 애들?

    나는 몰라도 우리 애들의 알몸을 전 세계 사람들한테 보이라니! 그런 건 죽어도 안 돼!

    급격히 들떴던 만큼 낙담도 컸고, 나는 오늘은 더 이상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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