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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82화 (36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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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안에는 마신이?

"굳이 이런 말 안 하더라도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말해둘게.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어디 가서 절대 얘기하면 안 돼."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는 파티 멤버들만 데리고 내 방으로 왔다.

식당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눈도 있으니까 말이다. 비밀 얘기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는 우리 파티 멤버들과, 덤으로 문 앞에서 지키고 서있는 바넷사만 있었다.

원래는 디아나나 레이아에게만 상담할 생각이었지만,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괜히 파티 멤버들을 따돌리는 것도 뭔가 미안하고, 그렇게 되면 실비아나 마틸다가 있을 때는 계속 말조심을 해야 하니 그것도 귀찮다.

무엇보다 거대 마석을 발견하고 던전이 마신의 파편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이미 다들 있을 때 한 얘기니까 말이다.

그냥 소문나지 않도록 입조심만 시키고 전부 털어놓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실비아나 마틸다가 어디 가서 아무 말이나 떠벌리고 다닐 성격도 아니고.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요?"

마틸다가 긴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날 바라보고 있는 모두의 얼굴을 한번씩 쓰윽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사실…사라는 용사야."

"…네, 네?!"

"음. 알고 있네."

"엣? 에에에엣?!"

"뭐, 뭐라고요?!"

음. 기대했던 대로 격렬한 반응이군. 뭔가 하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리액션이 끼어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저기…디아나?"

"뭔가?"

"알고 있었다니?"

"그 말대로일세. 그럼 설마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다니면서 이 몸이 용사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나?"

디아나는 오히려 우리가 진짜 감추고 있을 셈이었다는 게 놀랍다는 말투로 말했다.

"일단 자네들이 말을 안 하니 이 몸도 굳이 말을 안 하고 있어 줬네만…드디어 밝혔구먼."

"미안해요. 원래는 좀 더 빨리 밝혔어야 했는데…."

"아니. 사과할 것 없네. 이런 상황에서 용사라는 걸 밝힌다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테니 말일세."

"이런 상황이라니?"

"음? 자넨 설마 모르는 겐가? 지금 세계에는 용사가 단 한 명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네. 그 때문에 왕가도 용사의 피를 왕가에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아니. 그건 알지만 말이야."

"그걸 알면 자네도 대충 예상이 될 것 아닌가. 지금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용사가 튀어나오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이 될지 말일세. 사우론 아우덴 정도의 수준으론 끝나지 않을 걸세. 뭐, 사라양이라면 그다지 걱정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네만."

사우론 아우덴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사라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역시 내 예상대로, 디아나도 사우론 아우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디, 디아나, 사우론 아우덴이라니요?"

"대략 20년 전쯤에 혜성같이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용사일세. 기존 용사들과는 다르게 외모마저 좋아서 상당히 고생을 했지."

"고생이라니?"

"…흠. 이걸 사라양 앞에서 말해도 괜찮을지."

내 질문에 디아나는 사라의 안색을 살피며 대답하길 주저했다.

사우론 아우덴과 사라가 관계있다는 것마저 눈치 챈 건가.

하긴 갑자기 튀어나온 새로운 용사라는 점에 더해서 방금 막 보여준 사라의 반응까지.

머리 좋은 디아나가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한 수준인가.

"…괜찮아요. 말해주세요."

"말해두지만,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닐 걸세."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사라는 결심을 했다는 듯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의식적으로 자신의 신분에 관련된 얘기는 피해왔던 사라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외면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흠. 그런가. 알겠네. 능력과 외모가 좋은 사람이 할 고생이 뭐가 있겠나. 다들 어떻게든 그자와 맺어져보려고 난리였지. 귀족가의 여식들이 전부 사우론 아우덴을 노리고 달려들었다네. 덕분에 괜히 자극받은 기존 용사 일족은 무리하게 공적을 세우려다가 아직 어렸던 레온 플리투스를 제외하고 전원 사망. 사우론 아우덴 본인은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복상사를 했으니, 어찌 보면 세계에 용사가 단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된 원흉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먼."

디아나가 내놓은 대답은,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분명 내가 사라한테 들었던 얘기로는 저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앞뒤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사우론 아우덴은 거의 확실하게 사라의 아빠다.

분명 사라의 아빠는 자신의 능력을 시기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 때문에 해를 입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복상사?"

사라도 디아나의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목소리가 상당히 차가워졌다.

"음. 사우론 아우덴도 처음에는 뭔가 고향에 연인이 있다는 둥 하면서 피했다는 모양이네만, 결국에는 타락하여 방탕한 생활만 즐기다가…뭐 그런 거라네."

"……헤에…자기 절제도 할 줄 모르는 쓰레기네요."

사라야. 눈이 무섭다. 목소리도 무섭고. 주위에 넘실넘실 흐르는 기도 무섭고. 아무튼 엄청 무서워.

"너무 그러지 말게. 이 몸도 그 자가 처음 나타났을 때 대화를 조금 해본 것이 전부네만, 이 몸이 기억하기로는 순수하고 큰 꿈을 가진 채 정의감이 넘치는 호청년이었네. 다만 너무 순진했던 게지. 기존 용사들은 질투심에 미쳐 적대하고,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온갖 미녀들이 자신과의 아이만 노리고 달려들었으니, 결국 그렇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네."

디아나는 사라를 위로하듯 그렇게 말해줬지만, 사라에게 그렇게 큰 위로가 된 것 같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도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듯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다들 모여서 할 얘기라는 게 사라씨가 용사라는 얘기였나요? 확실히 놀랍기는 했지만, 굳이 이렇게 모여서 얘기할 건…."

"그, 그래! 원래 얘기하려던 건 그게 아니었어! 사라가 용사라는 건 서론에 불과해!"

나이스 마틸다! 네가 이런 식으로도 도움이 되는구나!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차라리 사라가 더는 그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화제를 바꾸는 게 제일이다.

나는 마틸다에게 칭찬의 감정을 듬뿍 담은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날 마주보는 마틸다의 눈빛이 점점 더 몽롱하게 변해갔다.

야. 겨우 이런 걸로도 그렇게 되는 거냐.

"네. 그 용사씨에게 들은 얘기를 해주셔야죠."

"음? 그 용사씨에게 들은 얘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네? 어제 구원씨가 용사씨와 결투를 하시고 얘기를…."

"앗. 레이아. 잠깐."

"네?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였나요? 어차피 지금부터 할 얘기를 하시려면 이 얘기도 하셔야하는 게…."

아니. 그건 그렇지만 말이야.

지금 그걸 밝히기에는 상황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할까.

"…자네. 이 몸이 사고치지 말라고 얘기했던 것, 기억하는가?"

저거 봐.

"…으, 응. 물론이지. 사고 안 쳤어."

"그럼 결투는 대체 뭔가?"

"유, 육체를 통해 나누는 남자들끼리의 뜨거운 대화?"

"지금 이 몸과 장난하나! 이 몸의 잘못은 벌을 준다면서 그런 짓까지 해놓고 뭐?! 자네란 남자는!"

"그런 짓이라니요?"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레이아의 질문을 회피하면서도, 날 바라보는 두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다음에 단 둘이 있을 때 두고 보자는 듯이 말이다.

"후우…그래서. 결국 무슨 얘기를 했다는 겐가."

하지만 일단은 얘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듯, 디아나는 심호흡을 해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차분한 말투로 말을 했다.

"아, 응. 레온 녀석. 종족이 마인이더라고."

"음? 그렇다면…."

디아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사라를 향했다.

전에 내가 잠깐 물어봤던 걸 기억하고 있는 건가. 하여간 머리도 좋다니까.

"그래. 사라와 같은 종족이지. 같은 용사에 같은 마인. 뭔가 있을 것 같지 않아? 게다가 던전의 핵이라고 볼 수 있는 거대 마석이 마신의 파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지금, 마인이라는 종족명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그럴듯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용사를 통해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는 거지."

"그래서 결투인가…. 이해는 하네만 적어도 이 몸이 있을 때…아니. 그 얘기는 나중에 하지. 그래서, 이렇게 불러 모았다는 말은 뭔가 알아낸 것이 있다는 것이겠지?"

"그래. 실은 말이지…."

나는 다시 한 번 레온에게 들었던 얘기와, 내 추측을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레온이 이 얘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우리 애들이 어디 가서 떠벌리고 다닐 애들도 아니고.

"…흠."

"…그렇게 된 거였군요."

그렇게 긴 설명을 다 끝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반응은 격하지 않았다.

천사님 같은 경우에는 사라를 끌어안으면서 달래주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구원씨. 사라씨에게 무슨 일이 생길 일은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천사님의 차분한 목소리로 그런 말까지 했다.

"응? 하지만 레이아. 아까 말했다시피…."

"네. 확실히 논리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 알아요. 하지만 구원씨. 중요한 사실을 잊고 계시지 않은가요?"

"중요한 사실?"

"네. 전에 했던 여신님과의 대화. 기억하세요? 여신님께서는 분명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용사에게 사도 임명을 한 것은 이 이상 없는 성과라고요."

"그건…확실히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게 왜…."

"생각해보세요. 만약 구원씨의 예상처럼 사라씨의 몸에 뭔가 일어나게 된다면, 여신님께서 그렇게 기쁘게 말씀하셨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 하지만 그게 여신님의 바라는 바라면? 마신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마신을 현세에 강림시킬 필요가 있다면, 그 그릇이 될 사람도 반드시 나와 같이 던전의 안쪽에 도달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그러기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걸 기뻐한 것일 수도…."

"이봐요! 당신!"

"잠깐만요. 마틸다 추기경님. 제가 잘 얘기할게요. 구원씨."

"응."

"여신님께선 그렇게 성격 나쁘신 분이 아니에요. 사도 임명의 조건은 그 사람이 구원씨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행복, 그것도 다름 아닌 사랑하는 감정을 이용하여 그런 식으로 장난질을 하다니. 여신님께선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에요."

"레이아씨가 말하는 대로에요! 당신 대체 여신님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요?!"

레이아는 내게 곧은 눈빛을 보내면서 그렇게 말해줬고, 그 옆에 있던 마틸다는 내 발언에 화까지 난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하긴 여신을 따르는 사제들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나.

"아, 그런가 미안."

일단은 그렇게 사과하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혹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여신님도 뭔가 의도가 있어서 날 이 세상으로 보낸 거다.

정말로 이대로 그냥 아무 대책 없이 던전을 계속 나아가도 되는 걸까?

"흠. 자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알겠네만, 이번에는 이 몸도 레이아양이나 마틸다양의 의견에 동의하네."

내가 아직 완전히 납득하지 않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디아나마저도 날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생각해보게.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신 여신님께서, 그 감정으로 장난을 칠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구먼.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신일세."

그런 건가. 하긴 그런가.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이 관장하는 분야로 여신이 장난 칠 리는 없는 건가.

"그러니 사라양에 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먼. 애초에 지금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사라양의 선조도 그 마신을 저버렸다는 얘기가 되는 것 아니겠나? 사라양의 몸에 마신이 강림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나친 생각일세. 그러니 자네도 사라양도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것보다는…."

디아나는 나와 사라를 번갈아보면서 다독여준 후, 한번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마신의 존재가 확정되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구먼. 아무래도 자네가 마신에 관련된 일로 이 세계에 왔다는 추측은 맞아떨어진 모양일세."

그래. 사라를 너무 걱정하느라 비교적 신경을 덜 쓰게 된 감이 있었지만, 문제는 사라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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