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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77화 (36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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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안에는 마신이?

    아무튼 놈을 보내고 나서도, 나는 잠시 동안 방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전쟁을 관장하는 마신. 그를 추종하는 마인 용사.

    단순한 내용이면서도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그러겠어. 우리 사라와 관련된 얘긴데.

    하지만…이것만큼은 내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야 대책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애초에 사라의 몸을 빌려 마신이 강림하느니 뭐니 하는 것도 내 망상에 불과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도 불가능하니, 그 대책을 세운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건 역시 모두에게, 특히 경험 많고 똑똑한 디아나에게 상담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사라가 용사라는 걸 밝혀야 한다.

    애초에 사라도 말할 타이밍이 안 보여서 숨기고 있었던 것뿐라고 했으니, 사라한테 말하면 금방 찬성해줄 거다.

    뭣하면 우리 애들뿐만 아니라 사방팔방에 용사라고 떠들고 다녀도 별로 문제없을 거다. 우리에겐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든든한 방어막이 있으니까 말이다.

    라고, 예전 같았으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겠지만 말이야.

    용사에 대한 사정을 알게 되니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한 얘기일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세계에 단 한 명 남은 용사. 그리고 그 용사의 피를 원하는 왕가.

    이런 타이밍에 과연 또 다른 용사가 등장해도 되는 걸까?

    뭐, 그 생각을 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두자.

    아무튼 일단 우리 애들한테만 밝히는 건 딱히 문제가 없겠지.

    나는 사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 방을 나섰다.

    "구원씨! 얘기 다 끝나셨나요? 그 용사 분은 아까 먼저 나가시는 걸 봤는데…."

    "아, 응."

    방문을 나가자, 다들 바로 앞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은 다 해결되셨나요?"

    "뭐, 일단은 말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어."

    "그런가요?"

    "응. 하지만…."

    레이아의 눈빛이 뜻하는 바는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바로 얘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사라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레이아를 쳐다봤다.

    "우선은 사라와 먼저 얘기를 해도 될까? 레이아한테는 나중에 디아나가 왔을 때 같이 얘기해줄게. 사라의 개인적인 얘기도 포함된 거라서 말이야."

    "그런가요…. 그럼 약속해주세요. 꼭 저희한테도 알려주신다고요. 혼자만 끌어안고 계시는 건 안 되요?"

    내 표정을 보고 대충 어떤 분위기의 얘기일지 짐작을 했는지, 레이아는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서 자신의 가슴에 꽉 끌어안고는 그렇게 말해줬다.

    역시 천사님한테는 못 당하겠다니까.

    "알았어. 약속할게."

    "네."

    날 안심시키든 흐드러지듯 아름답게 미소 짓는 레이아에게 마주 미소지어주고, 나는 사라와 함께 방으로 향했다.

    "얘기. 생각했던 대로 안 풀렸나봐?"

    사라도 역시 짐작하고 있었는지, 방에 들어오자마자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너무 생각했던 대로의 얘기라서 말이야."

    "그건…."

    "그래. 사라야. 우선 얘기를 듣기 전에, 내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버리지 않을 거란 것부터 알아줬으면 해. 그러니까 절대 불안해하지 말고 들어."

    이런 말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먼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얘기해줘."

    내 말에 사라는 더더욱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도, 각오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라의 두 손을 꽉 잡아주고는, 아까 레온에게 들었던 얘기와 그 얘기를 토대로 한 내 추측을 들려줬다.

    얘기가 진행될 때마다 내 손 안에서 사라의 부드러운 손이 점차 거세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결국 난…."

    "아니. 아직 그렇다고 확정된 건 아니야. 사라의 선조도 그 이후에 전쟁신을 버린 것일지도 모를 일이고.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래서 말인데 사라야. 용사라는 거 이제 그만 밝히는 게 어떨까? 적어도 디아나하고 레이아 한테 만이라도 말이야."

    "그건 전혀 상관없어. 그건 상관없지만…."

    "걱정 마. 다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면 분명 무슨 수가 생길 거야. 게다가 우리한테는 세계 최고의 대마법사 디아나가 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너와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할 거 없어."

    "응…."

    "뭐야 그 얼굴은? 너 지금 오빠 못 믿어?"

    내가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사라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치만…구원이 아까부터 계속 못 미더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걸."

    "뭣이?! 이 표정의 어디가 못 미더운 표정인데! 잘 봐! 이 불타는 눈동자를!"

    "어머. 정말이네. 성욕에 불타고 있어."

    "이게 진짜!"

    나는 당장 사라에게 달려들어서는 그 몸을 꽉 껴안았다.

    물론 이런 때까지 진짜로 야한 짓을 할 생각은 없다.

    그냥 껴안고 가만히 있어줬다.

    "구원…나 조금 무서워…. 정말로 나도 모르게 그 마신에게 지배되거나 하면 어쩌지? 만약 지금 내가 이렇게 구원과 있는 것도 마신의 계획이라거나 한다면…."

    내게 가만히 안겨있던 사라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약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 잘게 떨리는 몸을 더욱 꼭 안아주면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오히려 마신한테 고마워해야지. 너랑 만나게 해줬는데. 그러니까 걱정 마. 네가 마신한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다시 데려올 테니까."

    "꼭…꼭이야?"

    "그래."

    "구원…."

    물기어린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사라와 눈을 마주치고 있기를 한참.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맞대고 서로의 혀를 탐했다.

    "뭐, 그렇게 안 되게 만드는 게 제일이지만 말이야. 어차피 디아나도 오늘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돌아오면 당장 회의를 해보자."

    진한 키스 후에 입을 떼고, 나는 사라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바보. 이럴 땐 다른 여자 이름을 꺼내는 게 아니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내게 입을 맞췄다.

    그 이후로도 나는 한동안 사라를 꽉 껴안고 달래줬다.

    강한 척하면서도 계속 잘게 떨리고 있었던 사라의 몸이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말이다.

    "고마워. 구원. 이제 됐어."

    "정말이지? 뭣하면 힐링 섹스로…."

    "바보. 힐링 섹스에 정신 안정 효과는 없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냥 구원이 하고 싶은 것뿐이잖아."

    내 농담에 사라는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내 가슴을 찰싹 때렸다.

    "농담에 이정도로 반응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정말로 좀 괜찮아진 것 같네."

    "농담? 정말로?"

    "뭐야? 농담 아니라고 하면 하게 해줄 거야?"

    "…어떨 것 같아?"

    "농담 아니었어!"

    "바보. 안 해줄 거야."

    "아, 왜!"

    "아까 디아나의 이름을 꺼낸 벌이야. 혹시 모르지. 다음번에 분위기 잡을 때는 다른 여자 이름 안 꺼내면…."

    "젠장.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후훗.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나가자."

    "그래. 레이아도 걱정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거고. 디아나가 올 때까지 만이라도 조금 안심하게 해주자고."

    나는 사라와 함께 서로의 표정에 문제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방문을 나섰다.

    "디아나씨가 오면 꼭 얘기 들려주셔야 해요."

    물론 우리 천사님한텐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천사님은 반드시 사정을 듣고 말겠다는 듯이 굳은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일부러 굳은 표정을 하고 계셔도 오히려 더 평소완 다른 매력을 뽐내며 예뻐 보일뿐이었지만, 그 얘기는 굳이 안하는 게 좋겠지.

    그보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나나 사라나 완벽히 밝은 표정이었는데.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구, 구원님…."

    "응?"

    "에, 에잇! 아, 아우으으으…."

    정말로 드물게도 실비아까지 먼저 내게 다가와서는 갑자기 안겨온 거다.

    뭐야. 얘. 위로라도 해줄 셈인 건가?

    그야 엄청 위로가 되기는 하는데.

    위로가 된다고 할까,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체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알겠다.

    애니멀 테라피. 아니, 실비아 테라피 효과 끝내준다.

    "어울리지 않는 표정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당신은 그냥 평소처럼 생각 없이 웃고 있는 게…."

    "마틸다!"

    "뭐, 뭔가요?"

    "날 어떻게 생각해?"

    "사랑해요…."

    내가 최대한 멋진 표정을 하면서 질문을 던지자, 마틸다는 또 거기에 덥석 낚였다.

    생각 없는 게 대체 누군데.

    하지만 뭐…격려해주려고 한 것 자체는 고맙다.

    그리고 어느 샌가 바넷사도 살며시 다가와서는 테이블에 찻잔을 놔뒀다.

    거기에 막 끊인 듯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차를 따른 바넷사는 다시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차의 이름 같은 걸 일일이 기억하거나 할 정도로 내가 박식한 건 아니었지만, 그 향만 맡더라도 이 차가 어떤 효과를 주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차다.

    "바넷사도 고마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여간 무뚝뚝하기는.

    이렇게 모두에게 둘러싸여있자, 정말로 마음가짐도 긍정적이 되어갔다.

    그래. 얘들이랑 같이 못 헤쳐 나갈 게 뭐가 있겠어.

    마신이든 뭐든 간에 분명 어떻게든 될 거야.

    나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면서, 차분히 디아나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디아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넷사. 분명 디아나가 오늘 안에는 온다고 했었지?"

    "…네."

    "지금 12시가 지나간 거 맞지?"

    "…네."

    "낮이 아니라 밤이지?"

    "…네."

    "늦어어어어!"

    "지, 진정하세요. 구원씨."

    "지금 이게 진정할 일이야?! 어떡하지. 우리 디아나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에이. 협회의 모두가 같이 갔는데 설마…."

    "내가 살던 세계에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다고! 아아아. 안 되겠어. 길드에…그래! 길드에 가면 뭔가 알 수 있을 거 아냐! 얘들아 나 잠깐 길드에 좀 다녀올게!"

    "구원님. 기다리십시오."

    "뭐야?! 말려도 소용없어!"

    "아뇨. 그게 아닙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뭐?"

    나는 바넷사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여전히 무표정이라 생각을 읽기는 힘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디아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좋아. 가자."

    "네."

    "그, 그럼 우리도…."

    "아니. 너흰 여기 있어. 만약 우리가 나간 사이에 디아나가 돌아오면 사정 좀 설명해줘."

    나는 따라오려는 사라를 제지했다.

    몸놀림이 빠른 사라 혼자만이라면 괜찮겠지만, 사라도 같이 가게 되면 결국 다 같이 가게 되어버릴 거다. 그래선 너무 늦어진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시라도 빨리 길드에 가보고 싶거든.

    때문에 나는 바넷사와 단 둘이서만 길드로 향하기로 했다.

    우리 둘 만이라면 마차를 타는 것보다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게 차라리 더 빠르다.

    마법을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바넷사도 육체파일 거다.

    아니. 그 완력을 생각해봤을 때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때문에 우리는 저택을 나서서 곧장 길드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레이첼 누니이이임!"

    "네, 넷?! 구, 구원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레이첼 누님은 막 퇴근을 하려고 했던 건지, 옆에 조그마한 가방을 매고는 사복 차림으로 안내원석을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사복 차림으로 한껏 멋 부린 레이첼 누님도 아름다우시다든가, 이 시간에 퇴근이라니 안내원일도 고생이 많구나 라든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었다.

    "디아나의 길드 카드 좀 확인해주세요!"

    "네, 네?! 갑자기 무슨…."

    "오늘까지 돌아오기로 했던 디아나가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요! 그러니까 길드 카드를 확인해주세요!"

    "조, 조금 진정하세요. 디아나님은 괜찮으실 테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개인 정보를, 그것도 디아나님의 정보를…."

    "세이비어스 클랜의 클랜장으로서 클랜원 디아나의 생존여부 확인을 요구합니다!"

    "그러니까 진정하시라니까요. 확실히 그런 거라면 저희도 확인해 드릴 의무가 있지만, 분명 디아나님이라면 괜찮으실 거예요. 애초에 디아나님의 카드가 소멸되면, 그 순간 길드 전체가 난리가 날 걸요."

    "으윽!"

    그건 확실히 그랬다.

    길드로서도 예의주시할 인물정도는 정해놓고 있을 테니까.

    디아나의 길드 카드라면 그 누구보다도 예의주시하고 있겠지.

    그리고 지금 길드 직원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하기만 할 뿐, 딱히 당황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괜한 행동으로 주목을 모으는 바람에, 일하던 손을 멈추고 날 바라보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저거 소문의 성자 아니야?"

    "검은 머리에 검은 눈. 엄청난 미남. 확실해."

    "어머. 어떡해. 나 실물은 처음 봐."

    "밀크 로드 메이커라는 소문이나 성자가 발견했다는 여러 정보 때문에 대체 어떤 변태인가 싶었는데. 저 정도면 조금 취향이 이상해도…."

    주변에서 다른 모험가들마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 디아나가 마지막으로 간 곳이 어딘지 만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확인해볼게요. 디아나님의 정보는 길드장님을 제외하고는 열람 불가로 되어있어서요. 조금 시간이 걸릴 거예요."

    텔레포트도 길드 카드를 이용해서 하는 거니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질문을 던져봤지만, 레이아 누님은 날 안심시키듯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네. 길드장님. 네. 그래서 디아나님의…."

    누님이 뭔가의 마법 도구로 연락을 취하는 사이에도, 나는 안절부절못한 채로 발을 동동 굴리며 누님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사복…누님 분명 퇴근하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 이기심을 부릴 수밖에.

    이번 일에 대한 사죄는 나중에 따로 제대로 하기로 하자.

    그렇게 얼마동안 기다리자 드디어 확인이 된 듯, 누님이 귀에 대고 있던 마법 도구를 내려놓고는 날 바라보고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네. 확인됐어요. 아무래도 디아나님은 마지막에 4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하신 모양이에요. 물론 생사에는 문제없으시고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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