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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58화 (34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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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용사

    나는 디아나의 말을 듣자마자 불현듯 사라가 가지고 있는 용사의 패시브 스킬명이 떠올랐다.

    용사의 혈통. 전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모든 능력에 대한 성장 속도가 대폭으로 증가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이 사기 스킬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봐도 용사라는 직업이 혈통으로 계승된 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 하지만 사라에게는 이제 가족이 아무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분명…설마 아버지가 죽었다는 건 카더라에 불과하니, 저 녀석이 사라의 아버지라든가 그런 전개는 아니겠지?

    아니. 그딴 얼굴로 사라 같은 자식을 낳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무리 여기가 판타지 세계라고는 해도, 유전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잖아.

    나는 바로 그 가능성을 버렸다.

    냉정히 생각해보니, 애초에 사라의 아버지일 가능성은 없었다.

    방금 그 녀석은 나이가 내 또래로 보였다.

    레벨이 올라가면 보통 외모가 젊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매력치에 레벨 보정이 들어가서 그렇게 보이는 거다.

    살기를 보아하니 레벨은 그럭저럭 높은 모양이지만, 그 레벨 보정으로도 평범하게 보일 정도로 매력이 낮은 놈이 젊어 보일 리가 없지.

    그 녀석의 나이는 딱 내 또래 나이 대라는 거다.

    이복형제 같은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엄마 유전자가 달라도 그렇지 외모 차이가 사라랑 저렇게 심한 놈이 설마 그럴 리가….

    나는 도저히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용사의 혈통이란 스킬, 있어 보이려고 그렇게 지었을 뿐인 거 아냐?

    사실 용사는 혈통이랑 아무 관계없는 거 아냐?

    아니, 하지만 사라의 아버지도 용사일 거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왜 그러는가? 설마 성자님께서는 용사가 그렇게 신기한 겐가?"

    그때 디아나가 내 얼굴을 보면서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는 듯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그래. 나 혼자 고민하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야.

    여기 물어보면 대부분의 것은 대답해줄 수 있는 우리의 지혜주머니, 디아나님이 계시는데 말이야.

    하지만 신중해야 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아직 사라가 용사라는 걸 밝히지 않은 이상, 사라 스스로 밝히기 전에 내가 먼저 말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디아나.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

    "음? 뭔가?"

    "저게 세계에서 유일한 용사라고? 그럼 전에는 또 다른 용사는 없었어?"

    그래. 만약 사라의 말대로라면 사라의 아버지는 자신의 직업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활동했었다는 게 된다.

    그렇다면 그걸 디아나가 모를 리가 없지.

    "왜 없었겠나. 저 자의 집안은 대대로 용사였으니 말일세. 저 자의 어머니도 그랬고, 위로 거슬러 올라가며 계속 용사였네."

    디아나는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해주지 않았지만, 한 가지 희망이 보이는 대답을 들려줬다.

    분명 방금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용사라고 했지?

    그렇다면 일단 사라와는 관계없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거다.

    "용사 집안인가…그럼 다른 용사는 없었던 거야?"

    "딱 한 번 있었네. 그러니 안심해도 되네."

    "뭐, 뭘 말이야?"

    "…저런 자가 유일한 용사라는 게 꽤나 걱정되어보였으니 말일세. 여신님의 사자라는 자각이 갑자기 생기기라도 했는가?"

    "아, 아아! 뭐, 그렇지!"

    휴. 놀래라. 사라 얘기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그럼 이제 용사 얘기는 이쯤해도 되겠는가?"

    "으, 응?"

    "자네는 모처럼 이 몸과 단 둘이 있는데 너무 다른 사람 얘기만 하는구먼. 이럴 때는 이 몸에게 완전히 집중해주는 게 예의 아닌가?"

    "에, 에이. 그냥 궁금해서 그랬지. 디아나도 참. 무슨 사내새끼 얘기에 질투를 해."

    "사내 얘기?"

    "그럼. 용사 남자였잖아? 그럼 설마 저 얼굴로 여자였어?"

    "으으음…흥!"

    나는 능청을 떨어봤지만, 디아나는 날 살짝 노려보더니 정말로 토라졌다는 듯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이런. 아무래도 타이밍이 너무 나빴나.

    평소 같으면 이런 일에 삐지지 않고 친절히 알려줬을 디아나지만, 오늘은 모처럼 단 둘이 데이트하는 상황이다 보니 내 질문공세가 유독 맘에 안 들었나 보다.

    "알았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화 풀어."

    "흥! 이네!"

    "에이. 그러지 말고."

    나는 디아나를 다독여봤지만, 디아나는 끝까지 내 쪽을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휙휙 돌려댔다.

    "에이 모처럼 데이트인데 정말로 삐져서 이럴 거야? 이래도?"

    "히야앙! 자, 자넨 바보인가! 밖에서 어딜 만지는 겐가!"

    하지만 그 하복부의 사도 인장이 새겨진 곳에 손가락을 대고 간지럽히듯 꿈틀거리자, 디아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날 토닥토닥 때렸다.

    "그래. 바보라서 신경을 못 써줬어. 이제 다른 질문 안 하고 디아나만 보고 있을 테니까. 다른 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하여간 자네는…."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디아나도 더 삐져있기 힘들다는 듯 그제야 날 제대로 바라봤다.

    "내일부터 며칠 동안 못 보게 되는 걸세, 제대로 에스코트하게나."

    "그럼요. 부인."

    "부인?"

    "아, 나이 많은 숙녀라는 뜻이 아니라. 내 부인이란 뜻으로…."

    "음! 자, 어서 가세!"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진 디아나였다. 귀여운 녀석.

    "후훗. 그게 아닐세. 그 포크는 고기를 썰 때 쓰는 걸세. 생선요리는 이쪽을 쓰는 거네."

    다행히 이번에는 둘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무려 나와 디아나가 둘 다 후드를 벗고 있어도 누구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 사이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버려서 사람이 빠진 것도 있었고, 아까처럼 시끄럽게 떠드는 놈들도 없었다.

    뭐, 애초에 귀족들만 드나드는 고습 식당에서는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아까 그 녀석들이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모처럼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됐으니 제대로 격식도 차려가면서 먹어보려고 했지만, 테이블 매너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디아나네 저택에서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막 먹었으니까 말이다.

    테이블 매너에 정통할 디아나마저 나한테 먹여주거나 내가 먹여주거나 하면서 먹을 때도 있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우리 디아나가 허례허식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이라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그래서 난 지금 디아나에게 절찬 테이블 매너를 공부중이라는 거다.

    디아나는 아까 용사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줄 때와는 다르게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내게 하나하나 친절히 가르쳐줬다.

    테이블 매너는 짜증나지만, 디아나의 저 미소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그러니까 이게 생선 요리에 쓰는 거고, 이게…."

    "자네, 나이프와 포크를 한 손에 쥐는 것도 매너 위반일세."

    "아, 그래? 앗, 이런…."

    그러다가 결국 나는 포크 하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내가 황급히 줍기 위해 몸을 숙이자, 디아나가 그런 나를 말렸다.

    "줍지 말게. 이럴 때는 종업원을 부르는 걸세."

    디아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종을 흔들어 종업원을 부르고는 포크를 교환했다.

    "이런 것도 남한테 시키다니. 아무래도 난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아."

    "후훗. 그런 자가 이 몸들과 같이 욕실을 들어오려고 했는가? 이 몸들은 몸을 씻는 것도 전부 메이드에게 맡긴다네."

    "그런 거라면 걱정 마! 아무 문제없어! 메이드들한테 온몸을 맡길 수 있으니까…!"

    "음!"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디아나가 다시 눈썹을 찌푸리려고 해서, 나는 황급히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먼저 얘기 꺼낸 주제에 치사하게….

    "하지만 그런가. 땅에 떨어진 포크도 맘대로 못 줍다니. 테이블 아래에 뭐가 있어도 모르겠네."

    이 식당은 긴 테이블보로 테이블 아래가 가려져있어서,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겐가. 뭐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확실히 뭐가 있지는 않겠지만, 뭐가 일어날 수는 있는 거 아냐?"

    "그게 무…히으으읍!"

    디아나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려다가,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테이블 아래에서 내가 신발을 벗고 다리를 뻗어 발끝으로 디아나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뭐, 뭐, 뭐, 뭐하는, 히응…."

    "봐. 주위에서 아무도 눈치 못 채잖아. 역시 테이블 매너는 위험하네. 둘이 아니라 셋 이상이 같이 먹을 때도, 그중 둘이 이러고 있으면 눈치 못 채는 거 아냐?"

    "누, 누가 이런 변태 같은…흐읍. 아, 알겠으니 일단 떼게."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신음소리를 억누르면서 누가 보는 게 두려운지 다급하게 말했다.

    눈동자가 좌우로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상당히 긴장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귀엽고 깜찍한 디아나는 그런 긴장감이 흥분으로 다가오는 애란 말이지.

    "응? 살짝 젖은 것 같은데?"

    "그, 흐읍! 그럴 리가 있겠는가?! 어서 떼게!"

    "정말로? 아니, 젖은 게 맞는 것 같은데. 혹시 지금 이걸로 젖은 거 아냐?"

    "저, 절대 아닐세!"

    "그렇다면 그 전에 이미 젖어있었다는 말이구나. 아, 혹시 아까 밖에서 내가 여기 만졌을 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을 위로 올려서, 사도 인장이 있을 디아나의 하복부 부근을 발끝으로 지그시 눌렀다.

    "히우으읍!"

    그러자 디아나는 다시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앗, 자, 자네란 남자는 정말로…!"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날 노려봤다.

    "쉬잇. 디아나. 테이블 매너. 식사할 때 그렇게 소리 지르려고 하면 안 되지. 식사나 계속 하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을 다시 내려서 디아나의 음부에 가져다댔다.

    다만 자극하려 들지는 않고, 말 그대로 그저 가져다대기만 했다.

    "하앗, 하앗. 아, 안 치울 셈인가?"

    "그치만 디아나랑 계속 닿고 있고 싶은걸. 누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아?"

    "자, 자넨 이 몸을…흐읏, 바보로 아는가? 달콤한 말로…얼버무리려고 하지 말게. 괜찮을 리가…하웃."

    "지금 그거 내가 그런 거 아니다. 알지?"

    "우, 우으으읏…."

    디아나는 자신의 입을 가린 채, 그저 원망스럽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하지만 정말인걸.

    난 정말로 그냥 가져만 댄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디아나 혼자서 두 다리를 꼼지락거리면서 허벅지로 내 발을 비벼대다가, 음부에까지 그 자극이 전해진 것뿐이다.

    "자, 디아나. 얼른 먹자. 다 먹을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우으읏…!"

    디아나는 한 손은 여전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 나머지 손으로 포크를 쥐었다.

    저렇게 입을 틀어막고 어떻게 먹을 셈인 건지.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애초에 포크로 집은 음식이 입 근처까지 옮겨지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흐으읏…!"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디아나가 들고 있던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아!"

    나는 구태여 몸을 숙이려다가, 다시 과장된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테이블 매너를 잊을 뻔 했네. 이럴 땐 종업원을 부르는 거였지."

    "흐으읍! 으읍! 으읍!"

    디아나는 제발 그러지 말라는 듯이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좌우로 필사적으로 저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 그렁그렁 거리는 눈동자가, 절대 이 상황이 싫어서만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작은 종을 들고는 바로 흔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응…!"

    "네?"

    "응훗후."

    종업원이 오자마자 몸을 움찔 떨면서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던 디아나는, 종업원이 의아한 얼굴을 하자 바로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입에서 손을 뗐다.

    새빨개진 얼굴로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있고, 입 꼬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엄청 부자연스럽다. 다만 우리 디아나는 엄청나게 예쁘니까 말이야.

    종업원은 디아나의 부자연스런 미소보다는, 디아나처럼 예쁜 애가 자길 보며 미소짓는다는 사실에 더 당황하는 모양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황급히 시선을 내게로 향할 정도로 말이다.

    귀족들이 드나드는 식당의 종업원이면 미인들한테도 꽤나 익숙할 텐데, 역시 우리 디아나야.

    "하핫. 이런 죄송합니다. 또 포크를 떨어뜨려버려서요."

    나는 말을 할 수 없는 디아나를 대신해서 그렇게 말해줬다.

    "아, 아닙니다. 죄송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컴퓨터로만 해서 몰랐는데 어플이 바뀐 모양이네요.

    추천방식이 복잡해졌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끊은 거 아닙니다. 다음 화는 1시간 안으로 써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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