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356화 (34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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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마석의 정체

    "그럼 자네. 우선 이걸 입게."

    티타임이 끝나고 대장간으로 향하기 전에, 디아나가 뭔가를 꺼내 들어서 내게 건넸다.

    "이건…로브?"

    "음. 길드에서의 사건을 생각해보게. 이제 자네도 밖에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볼 유명인이 된 것 아니겠나.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면 피곤할 테니, 바넷사를 시켜서 한 벌 구해오도록 했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엣헴하고 가슴을 폈다.

    확실히.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네. 과연 디아나야.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로브를 받아들기로 했다.

    "근데 너 묘하게 기뻐 보인다?"

    "으, 음? 그런가? 흠. 자네와 단 둘이 나가게 되니 그런 것 아니겠나."

    디아나는 이건 또 기특한 대답을 해줬지만, 반응을 보니 그것만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나도 자기랑 같은 처지가 돼서 기뻐하는 건 아니겠지?

    자기도 평소에 밖에 다닐 때는 항상 로브를 뒤집어쓰고 다니니까.

    아무튼 나는 받아든 로브를 바로 두르고 후드까지 푹 눌러썼다.

    그렇게 입고 나서야 나는 왜 디아나가 묘하게 들떠보였는지 깨달았다.

    "이거…."

    "알겠는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 만으로도, 디아나는 얼굴이 파앗하고 밝아지면서 달라붙어왔다.

    아무래도 아까는 내가 먼저 알아봐주길 원해서 시치미를 뗐던 것에 불과한 모양이다.

    어떻게 모르겠냐. 지금 네가 입고 있는 거랑 완전히 똑같은데.

    디아나의 로브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사준 아무 기능도 없던 로브를 강화하고 강화해서 문양이나 장식 같은 게 나름 화려한 로브였다.

    그런데 그것과 똑같이 생긴 걸 하루 만에 대체 어디서 구해온 거지.

    물론 겉보기만 그럴 뿐 장비로서는 아무 효과도 없는 평범한 로브였지만 말이다.

    자세히 비교해보면 색만 같을 뿐 확실히 질감 같은 건 다르게 느껴졌다.

    "이런 걸 하루 만에 잘도 구했네."

    "음. 바넷사는 바느질도 잘 하니 말일세."

    우리 슈퍼집사님은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어?

    그럼 뭐야? 설마 어제 나랑 그런 일 있기 직전까지 내 로브를 만들고 있었던 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바넷사를 쳐다봤다.

    음. 여전히 훌륭한 무표정이로군. 전혀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뭐, 아무튼. 그럼 갈까."

    "음!"

    나는 디아나와 커플룩 차림으로 밖으로 나갔다.

    대장간은 상점가에서도 꽤나 안쪽에 위치한 만큼, 사람 왕래가 많은 곳을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가 들려왔다.

    어차피 얘기라고 해봤자 다들 별 시답잖은 얘기에 불과했지만, 유독 내 귀를 간질이는 얘기들이 있었다.

    "자네 인기인 다 됐구먼."

    디아나의 귀에도 그 얘기가 들렸던 건지, 디아나가 태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바로 지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얘기.

    성자님께서 저주받은 추기경을 치료하시어 세상의 온갖 고자들을 구원해주는 중이시고, 고자들을 모두 구제하시면 이제는 여자를 제대로 만족시킬 수 없는 남자들을 구원해주실 거라는 얘기 말이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이야. 마틸다양의 치료가 끝나면 정말로 교단 측에서 자네에게 부탁해올지도 모르겠구먼."

    "…마틸다 걔, 그냥 저주 풀어주지 말까?"

    "자네 말일세…."

    "알아.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마을 전체가 그런 소문으로 들썩이고 있으니까 조금은 부담됐다.

    어쩌지. 구제해줄 생각 눈곱만큼도 없는데. 애초에 해줄 방법도 없고.

    그래. 일단 얼른 대장간에 가서 소문 낸 연놈들부터 족치자.

    나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어서오세…히이익!"

    대장간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여느 때처럼 인사를 해오는 꼬맹이에게 무서운 기세로 돌진했다.

    그러자 녀석은 겁을 먹고 뒤로 엉덩방아를 찍으면서 넘어졌다.

    "어서오라길래 어서 가줬더니 뭐냐 그 반응은! 여기 접객이 형편없군!"

    "그, 그 목소리는…구워…으읍!"

    이 새끼가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얼굴 안보이게 로브까지 걸치고 다니는데. 다 들리게 이름을 외치려고 그래?

    "한나는 어디 있어? 걔도 데리고 같이 사람 없는 데로 안내해."

    내가 조용히 그렇게 협박하자, 꼬맹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녀석이 우릴 데려간 곳은 바로 공방이었다.

    타이밍 좋게도 한나는 막 일이 끝났다는 듯, 커다란 망치를 내려놓고는 공구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두꺼운 앞치마를 벗는 중이었다.

    "요한?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갑자기 왜 마을 전체에 내가 여자하나 제대로 만족 못시키는 사내새끼들을 구해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그 이유부터 들어보실까."

    "아차…."

    내가 로브를 벗으면서 말하자, 한나는 미안하단 얼굴로 날 쳐다봤다.

    이제 와서 그런 얼굴 해봤자 늦었다.

    "우선 사과부터 할 게. 그러니 자세한 얘기는 요한 멱살부터 놓고 들어주지 않겠어?"

    "도망가면 바로 고자로 만들어버린다."

    조용히 그렇게만 협박하고, 나는 일단 요한의 멱살을 놔줬다.

    "자, 그럼 설명해보시지. 어떻게 된 건지."

    "…처음에는 요한의 변화를 보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어."

    "앙? 너 뭐 변했냐?"

    "눈치 못 챘단 말이야?!"

    나는 요한을 보고 물었는데, 한나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이 격양해서 소리쳤다.

    "뭘?"

    "이렇게 귀여워졌잖아?! 이 변화가 안 보인단 말이야?"

    "몰라 그런 거. 사내새끼 얼굴 따위 내가 알게 뭐야. 나보다 잘 생겨지고 말해."

    "우읏…."

    요한은 내 말에 데미지를 상당히 입은 듯, 한나의 품에 안겨서 거의 울먹였다.

    너 이 새끼 그래봤자 생긴 것만 꼬맹이잖아.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놈이 어리광부리지 마라.

    "아무튼 그놈이 내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되겠지만 잘생겨졌다고 치자. 그게 뭐?"

    "…다들 요한이 갑자기 어떻게 레벨이 올라갔는지 궁금해 해서, 그냥 사실대로 알려준 것뿐이야. 설마 그렇게 소동이 될 줄은…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내가 요한을 무시하자 욱하면서도, 한나는 잘못한 건 아는지 사과를 해왔다.

    "이보세요. 미안하단 말로 다 끝나면 이 세상에 경찰…경비병은 필요 없어! 어떻게…!"

    "자, 자, 자네도 조금 진정하게. 어차피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디아나가 날 다독였다.

    "우선은 여기 온 목적부터 해결하는 게 어떻겠나?"

    "목적?"

    "이번에 4계층에 가게 돼서 장비 전체에 방수 코팅이 필요해. 너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물론이지. 그런가. 그럼 사과의 의미로 전부 무료로 해주지."

    이번에는 자신의 대장장이 실력을 무시당해서 울컥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한나는 자신을 억누르는데 성공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이왕이면 최대한 빨리 해줬으면 좋겠네만. 내일까지 가능하겠는가?"

    디아나는 마치 용무가 있다는 듯이, 한나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

    여느 때처럼 앞으로 며칠간은 던전에 가지 않을 생각인데 말이야. 이번에는 던전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있기도 했으니까.

    무슨 일로 저러는 거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너희 파티원 전원의 장비를 코팅하면 되는 거지? 그렇군. 지금부터 전념하면 내일 점심까지는 가능할 거야. 최우선으로 처리해주지."

    "그런가. 부탁하겠네. 구원. 어서 장비를 건네주게나."

    "어, 어. 응."

    나는 얼떨결에 장비를 건네줬고, 한나는 그것들을 받아서 바로 작업에 착수하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뭔가 갑자기 디아나가 끼어들어서 순식간에 얘기가 끝나버렸는데.

    내 복수는? 이 갈 곳 없는 분노는 어디에 풀면 좋은 거야?

    뭐, 솔직히 그렇게 화난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이런 건 한 번 확실히 징벌해두지 않으면 계속 기어오른다고.

    나는 그런 의미를 담아서 디아나를 바라봤지만, 디아나는 이제 그만 하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그렇게 착해빠졌으니까 마법사 협회 애들도 그렇게 너한테 맘껏 달라붙어서 귀찮게 구는 거 아냐.

    아니, 뭐 그게 디아나의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역시 난 그렇게 좋은 놈은 못 될 것 같다. 적어도 협박이라도 해야겠어.

    "야. 꼬맹이."

    "이봐. 뭐라 그러는 건 좋지만, 그럴거면 우리 요한한테 그러지 말고 나한테…."

    "시끄러워. 다 큰 남자를 그렇게 감싸고만 돌려고 하지 마. 얘도 남자라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넌 무료로 장비를 다뤄주는 걸로 죗값을 치른다지만, 얘는 아니잖아? 네가 항상 그렇게 싸고도니까 얘가 평소에 기도 못쓰고 밤에도 그렇게 힘을 못 썼던 거 아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요한을 감싸려는 한나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 몸을 빙글 돌려서 작업대를 바라보게 하고는, 조금 힘을 줘서 어깨를 탁탁 두들겨줬다.

    "알았으면 넌 작업이나 하라고. 우린 남자 대 남자로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아마 밤에 힘을 못 썼던 게 그 탓이라는 말이 효과적으로 먹힌 거겠지.

    한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작업을 개시했다.

    "그럼 디아나 너도 잠깐만 기다려."

    괜히 더러운 협박을 우리 디아나의 예쁜 귀에 들려줄 필요도 없다.

    나는 요한을 붙잡고 구석으로 끌고 가서 협박할 준비를 했다.

    이런 건 분위기가 중요하다.

    밑의 놈을 갈구기 위해 최적화된 태도.

    그래 나는 지금부터 군인이다.

    후임을 갈구는 병장이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히 양손이 주머니로 들어가고, 다리는 짝다리를 짚게 됐다.

    그리고는 최대한 아니꼽다는 표정을 짓고, 나는 입을 열었다.

    "이 새끼가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아? 뭐, 내가 도와줬다는 걸 알려주면, 나보고 다른 놈들 집집마다 다 돌아다니면서 떡치는 거 봐주고 강의까지 해주라고? 너한테 해주는 것도 좆같았는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생활이 끝…죄송하면 다야? 앙? 너 미쳤냐? 생각이라는 게 하냐? 정상적인 판단을 해봤을 때, 은혜를 베풀어준 내 정체를 밝히는 게 옳은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읏…어, 어떻게 사죄를 하면…."

    "그것도 내가 생각해줘야 돼? 난 생각하기 싫으니까, 네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라고?"

    "아, 아뇨…그런 게…."

    "그래. 오냐. 내가 생각해줄게. 어떻게 벌주는 게 좋을까. 그래. 그럼 도와준 걸 다시없던 걸로 만들어줄까. 요즘 한나랑 잠자리가 잘 되가는 모양인데, 고자로 만들어줘?"

    "제, 제발 그것만은…!"

    녀석은 안색이 새파래져서는 내게 매달렸다.

    사내새끼가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뭐 맘에 안 들어? 내가 도와주기 전에도 고자는 아니었다고? 그럼 한나를 못 느끼게 만들면 된다 이건가? 좋아. 당장 한나한테 내가 한 번 따먹어주지. 그럼 한나의 레벨이 올라서 다시 너한테 못 느끼게 될 걸? 뭐, 어떻게 레벨을 다시 맞추더라도 내가 주는 쾌감을 경험한 이상 더 이상 너 같은 놈한테는 못 느끼게 될지도 모르지만…야. 잠깐. 너 왜 커지고 있냐."

    "우읏…우으으…. 제, 제발…제발 그것만은…."

    녀석은 무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바지를 뚫을 듯 물건을 팽창시키고 있었다.

    "이 새끼 너 설마…!"

    "자네.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네만 그쯤하게."

    요한의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디아나가 내게 다가왔다.

    "그쯤하면 그 자도 충분히 알아듣지 않았겠는가. 안 그런가?"

    디아나의 상냥한 목소리에, 요한은 눈물을 훔치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게. 이쯤하면 충분하겠지."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디아나의 말에 수긍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도와줬다고 생각했던 게 전혀 도와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미안한 짓만 해버린 거 아냐?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게 아니라, 원수를 원수로 갚은 게 돼버리는 거야?

    아니, 딱히 그게 원수가 될 정도로 내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크흠. 아무튼 그 뭐냐. 요지는 앞으로 좀 생각하고 조심해서 행동하라는 거다. 도와주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라 나도 좀 욱한 감이 있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는 놈이 뭐라고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그렇게 얼버무렸다.

    후임 갈구는 병장이 너무 심하게 빙의되는 바람에 말이 생각보다 험하게 나오기는 했어.

    특히 한나를 따먹는다 운운은 디아나가 알게 되면 분명 엄청나게 화를 낼 거다.

    "히끅…네…죄송합니다…."

    내 협박이 너무 효과적으로 먹힌 건지, 놈은 완전히 주눅 들어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주눅 든 건 좋은데 말이야, 왜 계속 물건은 커진 상태냐.

    이 새끼 역시 그때 이상한 성벽에 눈을 뜬 건…! 그러지 마라. 괜히 미안해지잖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다 큰 새끼가 그만 울고. 형이 가서 음료라도 사줄까?"

    "훌쩍…저 30살이에요…."

    뭐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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