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355화 (33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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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마석의 정체

    "우으으으…난 바보야…."

    날이 밝아서 어느 정도 행위도 진정된 후, 내 위에 엎드려서 가슴에 뺨을 대고 축 늘어져있던 사라가 절망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바보. 아야. 아파. 사라야."

    "이씨. 진짜. 대체 얼마나 튼튼한 거야."

    엄살 피우는 날 보고, 사라가 밉다는 듯이 곱게 눈을 흘겼다.

    자기가 스스로 바보라고 하니까 긍정해준 것뿐인데. 공격을 하고 심지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노려보기까지 하다니. 억울하다.

    "그래서. 잘 해놓고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우읏…전에 말했잖아. 반성하는 의미에서 디아나가 할 때까지는 정말로 안 한다고."

    과연 그런 의미였나. 나는 사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지만, 일부러 한 번 장난을 쳐봤다.

    "걱정 마. 디아나랑 하고 왔어."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란 거 알잖아?! 구원도 어쩌려고 이랬어? 심지어 아침까지 해버리고…디아나한테 뭐라고 하면…."

    그러자 역시나 사라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지, 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는 좌절하는 모습으로 외쳤다.

    "그걸 아는 애가 유혹에 넘어가서 밤새 같이 뒹굴었어?"

    "구원이 유혹했잖아! 구원이!"

    사라는 그렇게 외치고는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려댔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는 나머지 상당히 멘탈이 나간 모양이다.

    평소엔 대마법사님 상대로도 아무렇지 않게 대항하는 주제에, 역시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약해지는구나.

    "진정해. 농담이야."

    "지금 그런 농담이 나와?!"

    "아니. 그게 아니라. 디아나한테 허락받고 온 거야."

    "하? 엣?"

    "하엣은 또 뭐야? 갑자기 왜 귀여운 척을 하는…아따가!"

    "헛소리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이, 이 녀석…손바닥에 마나를 실었어.

    방금 전까지는 그래도 그냥 때렸으면서.

    귀여운 척이라고 한 게 그렇게 기분 나빴던 거냐.

    실은 귀엽다고 해줬으면 좋겠어?

    "넵."

    물론 이 이상 장난치면 정말로 화낼 것 같아서 시험해보지는 않았다.

    나는 순순히 어젯밤에 디아나가 했던 말들을 사라에게 전해줬다.

    "그래…디아나가…."

    사라는 여러 감정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사라도 우리 디아나한테 감사하도록. 덤으로 나한테도."

    "물론 디아나한테는 감사하지만…구원은 또 뭘 얹혀가려고 하는 거야."

    "얹혀가다니. 설령 디아나가 사라한테 가주라고 했어도, 내가 거절했으면 끝났을 일이잖아. 게다가 나도 방해받은 건 마찬가지였다고. 각자 돌아가면서 하는 만큼, 매일 그 시간만큼은 한 명한테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나랑 디아나 동시에 안아서 기분 좋았던 주제에…."

    "음!"

    사라는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내가 과장되게 엄한 표정을 짓자 바로 기죽은 표정이 됐다.

    "미, 미안해…. 정말로 반성하고 있어. 고마워."

    "사랑해는?"

    "사, 사랑해…."

    모처럼 솔직한 사라도 무척이나 귀여웠다.

    좋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뭔가 더 듣고 싶은 말이라도 들어볼까.

    뭘 시켜보는 게 좋을까.

    막상 시켜보려고 하니 떠오르는 말이 없네.

    일단 사라가 부끄러워 죽을 말이라도 시켜볼까.

    "아직 부족해. ‘역시 나한텐 구원밖에 없어. 구원을 만난 건 내게 있어서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해.’라고 해봐."

    "이 바보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사라는 내 가슴을 찰싹하고 때렸다.

    이번엔 손바닥에 마나를 담지 않아서.

    "그런 거…굳이 말로 안 해도 원래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좀 알란 말이야. 바보."

    그리고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푹 숙여 내 가슴에 이마를 대고는, 조그맣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큭. 뭐야. 이 귀여운 생명체는.

    "크, 크흠. 직접 말한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인정해주지."

    "푸훗. 자기가 시켜놓고 고동소리 빨라진 거 봐."

    "시끄러! 사라가 갑자기 아들을 조이니까 그런 거잖아!"

    "아, 안조였어! 이 분위기에서 그런 말이 나와?! 이 변태가 진짜! 흐응! 움직이지 마!"

    말로는 그러면서도 제대로 움직이기 쉽게 자세를 잡아주는 사라였다.

    역시 어울리지 않게 달달한 분위기가 될 말을 하는 게 아니었어.

    하마터면 기습당해서 모처럼 잡은 주도권을 일을 뻔했네.

    결국 한 번 더 하고 나서야 우리는 식당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디아나. 저기…."

    "됐네. 사라양도 반성한 것 같으니 아무 말 말게."

    식당에 내려가자마자, 사라는 제일 먼저 디아나에게 감사인사부터 하려고 했다.

    우리 어른스런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받아넘겼지만 말이다.

    역시 사라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운운은 그냥 했던 말인 모양이다. 착해빠져서는.

    "자네는 왜 오자마자 이 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겐가?"

    "귀여워서?"

    "왜 의문형인가. 제대로 귀엽다고 하게."

    "디아나 귀여워."

    "음."

    그제야 디아나는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로 만족하는 거냐.

    게다가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도 치울 생각을 안 하고.

    아니. 오히려 날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히더니, 내 무릎 위에 털썩 앉아버렸다.

    사라도 그런 디아나의 태도에 감사인사를 할 분위기가 깨졌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고개만 숙여서 감사인사를 대신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럼 오늘은 뭘 할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의자에 푹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사라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어젯밤에 다 못 잔 잠을 잔다고 방으로 가버렸고, 레이아도 신전에 볼 일이 있다면서 가버렸다.

    고아원에 가는 거라면 나도 같이 갈까 했지만, 저번 일 이후로 왠지 신전에 가는 게 꺼려진단 말이지.

    소피아 대사제는 어떻게 설득할 수 있었지만, 성자와 성녀의 결혼이라는 걸 생각해내는 게 꼭 소피아 대사제 하나뿐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제 길드 앞에서 있었던 사건도, 신전 측에 어떻게 전해졌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신전에 안 간다고 다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적어도 가는 것보단 안 가는 게 사건 발생 확률이 낮은 건 확실했다.

    레이아도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줬는지,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해줬다.

    디아나는 여전히 내 무릎 위에서 우아하게 식후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튼 나는 지금 할 일이 없다는 거다.

    저기 구석에 있는 실비아라도 가지고 놀까?

    오늘은 아직 한 번도 장난을 안 쳐서 그런지, 왠지 날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는데. 그냥 내가 실비아로 놀고 싶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실비아. 이리 온."

    "아, 아우우…."

    실비아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발을 질질 끌면서도,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실비아. 내 뒤에 찰싹 달라붙어봐."

    "네, 네헷. 히우우…."

    디아나가 무릎 위에 있기 때문에 끌어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취향을 바꿔, 뒤에서 실비아가 날 끌어안도록 시켜봤다.

    실비아는 의자 너머로 내 등에 찰싹 달라붙더니, 바로 진동을 시작했다.

    내 어깨에 올린 그 얼굴을 엿보니, 두 눈을 꼭 감고 필사적으로 뭔가를 참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놀려볼까.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 부드러운 뺨에 살짝 입술을 맞춰봤다.

    "헷? 엣? 아우…아아아아…."

    그러자 실비아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축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진동은 멈추지 않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자네. 떨지 말게."

    그리고 그 진동이 내 무릎 위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던 디아나에게는 방해됐던 모양이다.

    쳇. 어쩔 수 없나.

    "실비아. 떨어져도 돼."

    "하우읏! 네헤에에…."

    실비아는 날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더니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채 필사적인 느낌으로 엉금엉금 구석을 향해 기어갔다.

    그 정도냐. 배경만 어디 전쟁터 같은 데로 바꿔놓으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여기사님으로 보일 정도였다.

    실비아도 가지고 놀지 못하게 됐으니, 이제 뭘 하지.

    디아나의 의자 역할이 끝나면 그냥 나도 사라처럼 낮잠이나 자러 갈까?

    힐링 섹스로 인해 몸이 피로하지는 않지만, 역시 잠을 잔 것과 안 잔 것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느낌이 달랐다.

    특히 어젯밤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식당 한 구석에 조용히 서있는 바넷사를 힐끔 쳐다봤다.

    완벽한 무표정.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 같은 무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메이드 복 돌려받아야 되는데.

    "저, 저기!"

    그때 마틸다가 날 불렀다.

    그러고 보니 얘도 레이아를 따라가지 않았네.

    드디어 자기가 밖에 나가면 민폐라는 자각이 생긴 건가?

    "응?"

    "그, 그게…. 그러니까…할 일이 없으면…."

    자기가 부른 주제에 상당히 말하기 곤혹스럽다는 듯, 마틸다는 말하기를 주저했다.

    뭐, 저기까지 말한 시점에서 나도 마틸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 챘지만 말이다.

    그런 건 적어도 우리 애들 없는 데서 부탁해주면 안 될까. 신경 좀 써라.

    좋았어. 앞으로 저런 말을 못하게, 조금 놀려줄까.

    "큰 소리로 ‘저와 섹스해주세요!’ 라고 외치면 생각해줄 수도 있어."

    "파, 파, 파, 파렴치한…!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나요?!"

    "내가 왜? 이제부터 부끄러워질 건 너지. 자, 저택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자네는 바보인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무릎 위에 앉아있던 디아나가 먼저 반응해서는 토닥토닥 때려댔다.

    앞으로 너희 앞에서 저런 말 못하게 훈계시키려고 한 건데. 억울하다.

    "디아나, 아파."

    "거짓말 말게!"

    디아나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더니, 때린 자기가 아프다는 듯 두 주먹을 호호 불어댔다.

    "아무튼 마틸다양, 이 자는 오늘…."

    "우, 으, 으으…저, 저와 섹스해주세요! 으윽. 파렴치한…왜, 왜 제가 이런 말을…."

    하란다고 그걸 진짜 하냐.

    "…이 자는 오늘 볼 일이 있네."

    하지만 그런 마틸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질렸다는 어조로 냉정하게 말했다.

    "어? 나 할 일 있었어?"

    "음. 대장간에 가야하지 않겠나. 앞으로 4계층에 가려면 방수코팅은 필수일세."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했었지.

    게다가 대장간은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볼 일이 있었다.

    그 녀석들…. 잘도 떠벌리고 다녀줬겠다.

    감히 내 은혜를 원수로 갚아? 두고 보자.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을까.

    아예 고자로 만들어버릴까?

    굳이 고아원의 그 녀석처럼 알을 으깨버리지 않더라도, 고자로 만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냥 계속 싸게 만들어버리면 된다. 죽기 직전까지 말이다.

    그럼 한동안은 서지 않게 되겠지.

    그리고 그걸 던전에 다녀와서 대장간에 갈 때마다 해주면…평생 고자화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거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같은 남자로서 그건 너무 잔인한가.

    내 여자한테 손을 댔다는 중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렇다면…그래. 그럼 소원대로 한나와 더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줄까?

    약하게 성자 스킬을 걸어놔서, 계속 발정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거야.

    옆에 제대로 파트너도 있겠다, 아주 그냥 하루 종일 계속 하게 만들어버리는 거야.

    이거 괜찮은데.

    "자네.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얼굴이 음흉하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준비됐어? 준비됐으면 얼른 대장간에 가자."

    나는 당장이라도 대장간에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 됐다.

    "자, 잠깐만요! 그럼 저는…?!"

    "응? 그야 너는 집 보기지. 밖에 나갈 생각이었어?"

    "그, 그게 아니라…! 제대로 외쳤잖아요?!"

    "아, 그거. 미안. 오늘은 안 되겠네. 다음에."

    "어, 어, 어쩜 이리…! 그럼 전 뭘 위해…?!"

    마틸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미안. 설마 진짜로 할 줄은 몰랐단 말이야.

    어째 조금 미안하네.

    나중에 기회 봐서 최대한 빨리 한 번 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대장간에 갈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였다.

    "디아나도 같이 갈 거지?"

    "음. 물론일세."

    뭐가 물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디아나도 대장간에 같이 가줄 모양이다.

    "그럼 실비아도…바넷사. 쟤 좀 방에 눕혀 놔줄래?"

    실비아는 구석에 도착하기도 전에 힘이 다했는지, 행복한 얼굴로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네."

    그렇게 해서 디아나와 단 둘이 대장간에 가게 됐다.

    디아나가 어젯밤에 착한 일을 한만큼, 복이라도 받는 걸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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