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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41화 (3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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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 의뢰

    좋아. 정기도 조금 회복 됐고, 몸은 여전히 무겁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좀 낫군.

    "그럼 누님. 슬슬 나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에게 손을 뻗었다.

    그저 레이첼 누님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런 것뿐이었지만, 어째선지 레이첼 누님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응? 이거 왜 이러지? 아, 설마….

    "그, 그럴까요?"

    하지만 몸을 떤 것은 잠시뿐. 레이첼 누님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을 마주잡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레이첼 누님이 몸을 일으킨 후에도 누님을 지그시 쳐다봤다.

    "뭐, 뭔가요?"

    "누님. 누님 혹시…."

    "읏! 뭐, 뭔가요?!"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의 귀쪽으로 손을 뻗자, 누님은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고, 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평소에 머리카락으로 귀 가리고 다니는 거, 성감대라 그런 거였군요?"

    "하아…. 아니거든요."

    내 확신에 찬 목소리에, 레이첼 누님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정색을 하고 부정했다.

    어, 어라? 아니야?

    "그럼 몸은 왜 떠신 건데요?"

    "그, 그건…."

    그러자 레이첼 누님이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건?"

    "그, 그러니까…그게…아, 흐, 흘러나와서…."

    "네, 넷?!"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나는 무심코 누님의 고간 근처로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레이첼 누님의 눈부시게 새하얀 허벅지를 타고 하얗고 탁한 액체가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대체 얼마나 싼 건가요. 뭔가 닦을 것 없나요?"

    "아, 넷. 여기요."

    레이첼 누님은 둘째 치고 난 딱 한 발밖에 안 쌌는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꺼내 누님에게 건넸다.

    "뒤돌아보고 계세요."

    역시 보고 있는 건 안 되는 구나.

    나는 미약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순순히 뒤를 돌았다.

    그나저나 저 누님. 다시 평정심을 되찾으셨네.

    반응이 계속 바뀌니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후우…됐어요. 이제 그만 나가죠."

    뒤에서 잠깐 동안 부스럭부스럭 천과 살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다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네. 그럼 수건 이리…."

    "아뇨. 이건 제가 빨아서 드릴게요."

    내가 수건을 받기 위해 손을 뻗자, 레이첼 누님이 수건을 양손으로 꽉 쥐고 가슴께로 끌어안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거, 제 정액이랑 누님 애액으로 젖어있는 거 아닌가요?

    "아뇨. 그러실 필요 없는데요."

    "제가 그러고 싶어요. 조금은 여자 마음을 이해해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해도, 누님은 마치 동생을 타이르듯 그렇게 말하면서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음. 요즘 그래도 여심을 꽤 알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님이 왜 수건을 빨아 준다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난 아직 멀었다는 건가.

    "그런가요. 그럼 나가죠."

    생각해봤자 모르는 걸 고민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텐트를 나서려고 했다.

    그러자 레이첼 누님이 살짝 내 소매를 잡았다.

    "아, 그, 그리고…고마워요."

    "기분 좋게 해줘서요?"

    "구.해.줘.서.요! 정말로…."

    내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자, 레이첼 누님은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줘서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치 처음에 내 헌팅을 거절했을 때처럼, 냉랭한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노, 농담 좀 한 거잖아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평소에 마석 정산을 받을 때도 자주 농담을 던졌는데, 그때마다 웃으면서 반응해주던 레이첼 누님이 이런 표정을 지으니까 상당히 쫄렸다.

    역시 아무리 섹스를 했더라고 하더라도 이런 농담은 안 되는 구나.

    결국 섹스도 어쩔 수 없이 한 거고.

    "아, 아직 그 호인족은 완전히 구한 게 아니니까요. 감사 인사는 전부 완전히 구한 다음에 받을 게요."

    나는 얼버무리듯 그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텐트를 벗어났다.

    "아…."

    뒤에서 뭔가 안타깝다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또 안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기라도 한 거겠지.

    "아, 구원."

    "끝났는가."

    내가 나가자,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사라와 디아나가 가장 먼저 날 눈치 챘다.

    그러고 보니 치료에 집중하느라 소리를 죽일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저 반응을 보면 디아나가 마법을 걸어준 모양이다.

    역시 최고 연장자답게 신경을 잘 써준다니까.

    "응."

    "그런가."

    그리고 내 대답에도, 디아나는 딱 그렇게까지만 말하고 다시 주변을 경계했다.

    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디아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 구해줬던 모험가들이 누워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거기엔 여전히 레이아와 마틸다가 둘이서 호인족의 상처에 손을 대고 있었다.

    호인족의 안색은 여전히 파리했지만, 구멍이 뻥 뚫려있던 복부는 그나마 거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어때? 괜찮은 것 같아?"

    "네. 일단 고비는 넘겼어요."

    레이아는 상당히 힘든 듯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하아….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나요? 고비를 넘긴 거라면, 조금 쉬어가면서 하시는 게 어때요?"

    뒤따라온 레이첼 누님도 레이아의 말을 들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아뇨. 고비를 넘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손을 떼기는 위험해요. 그리고 시작한 치료는 끝마치고 싶은걸요. 아마 저희 둘의 신성력을 전부 사용하면, 완전히 치료를 마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레이아는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가요…. 아, 혹시 구원씨가 치료할 수는 없나요? 제 몸을 치료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잠깐 생각하던 레이첼 누님이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리를 했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 남자잖아요!"

    "어머?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 아닌가요? 일단 남자도 뒤에 구멍은 있잖아요."

    내가 당황하면서 말하자, 레이첼 누님이 살짝 날 놀리듯 말했다.

    누님! 성적인 농담은 안 되는 거 아니었나요?!

    "혹시고 뭐고 안 되거든요?!"

    "시험해보셨나요?"

    "이미 해봤어요!"

    "어머…."

    "엣?!"

    "뭐, 뭐라고요?!"

    "잠깐 기다리게!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내 대답에, 갑자기 사라를 제외한 전원이 무서운 기세로 날 쳐다봤다.

    뭐, 뭐야?! 뭔데?! 뭐 문제 있어?!

    내가 당황하고 있자, 디아나가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날 토닥토닥 때려댔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라니! 남자라니! 자네 그런 취미까지 있었던 겐가?! 아니, 대체 언제 해본 겐가?! 이 몸이 아무리 마음이 넓어도, 남성과 연적이 되기는 싫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평소보다도 훨씬 감정을 실어서 강하게 날 때려댔다.

    그래봤자 토닥토닥이었지만, 나는 디아나가 내뱉은 말 때문에 잠깐 사고가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 남자?

    "아, 아, 아, 아니거든! 시험해봤다는 게 남자랑 해봤다는 말이 아니거든! 엉덩이로 해봤다는 거야! 엉덩이로! 당연히 상대는 여자지!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 사라 말고 전부 내가 남자랑 했다고 생각했던 거야?!"

    내가 진심으로 화나서 주변을 둘러보자, 다들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을 피했다.

    심지어 우리 천사님마저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실 정도였다.

    실비아는 원래부터 나와 시선을 잘 못 마주치니 그렇다 쳐도…아니. 지금은 몬스터가 오는 걸 경계하고 있는 상황. 즉, 실비아도 전투모드란 거다. 실비아야. 너마저…나중에 두고 보자.

    그나마 사라는 덤덤하다는 게 위안이 됐다.

    뭐, 사라는 내가 어떻게 시험을 해봤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너희 여태까지 날 그런 눈으로 본 거야?!"

    "서, 성자라면 혹시 가능할 거라고…."

    "앙?!"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안해요!"

    마틸다는 뭔가 중얼거리려다가, 내 거친 반응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과했다.

    "하, 하지만 엉덩이라니. 그것도 굉장하네요. 여기 있는 분들 중 한분이랑 하셨다는 거잖아요?"

    아마 내가 이렇게 화를 내게 된 시발점이 됐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 거겠지.

    화재를 돌려서 날 진정시키려는 건지, 레이첼 누님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그럼 어디서 딴 여자랑…."

    내가 그렇게 대답하려고 했을 때, 이번엔 사라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날 퍽퍽 때려댔다.

    잠깐. 사라야. 주먹에 마나는 실지 마라. 아무리 그래도 마나까지 실으면 아파.

    "으악! 사라야! 진정해! 내가 너라고 대답한 것도 아니잖아! 그냥 여기 있는 사람 중 하나랑…."

    "자, 자네 사라양과는 그런 짓까지 한 겐가?!"

    응. 완전히 들켰다.

    "이 바보! 바보! 바보! 바보야!"

    사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날 퍽퍽 때려댔다.

    "아니. 이번엔 네가 먼저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왜 나한테 달려들어서…으악! 진정해! 미안해! 미안하니까 주먹에 마나 거둬!"

    지금 일어났던 일을…있는 그대로 말하지.

    분명히 내가 호모로 오해받아서 화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사라한테 맞고 있는 상황이 됐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어.

    "그렇군요. 이래서 항상 사라씨가 구원씨를 때렸다는 신호가…."

    필사적으로 사라를 말리는 와중에, 레이첼 누님이 납득했다는 듯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길드에서는 모험가들끼리 피해를 입히면 알 수 있다.

    물론 길드가 무슨 학교 선생님도 아니니, 모든 싸움을 전부 뜯어말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피해를 입히는 정도라면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냥 넘어간다.

    길드가 먼저 나서는 건 모험가로 인해 다른 모험가가 죽었을 때 뿐.

    즉,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

    사라야. 네가 이렇게 격하게 애정 표현하는 거, 길드 사람들한테 이미 들켰던 모양이야.

    아무튼 그렇게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는 일단 그 자리에 진을 치고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아직 밤까지는 한참 이른 시간이었지만, 힐러 둘이 마나를 모조리 써버린 상태라서 더 이동하기는 위험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험가 셋을 업고 갈 수도 없는 일이었고.

    "던전에서 이렇게 호화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니. 구원씨랑 있으면 정말로 여기가 던전같이 느껴지지가 않네요."

    "저랑 있으면 던전에 다닐 맛 날 것 같죠?"

    "후훗. 그러네요. 길드 일만 아니었으면 같이 다녀보고 싶을 정도에요."

    레이첼 누님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갑자기 디아나가 우리 사이에 파고들어왔다.

    "꽤나 사이가 좋아졌구먼."

    "야. 애초에 마석 정산을 누가 하는데. 사이좋아진 게 아니라 이 정도는…."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본능적으로 느껴진 위기감에 바로 말을 멈췄다.

    잠깐. 원래 이 정도로 친했다고 하면 더 위험한 거 아냐?

    "이 정도는 뭔가?"

    "이 정도는 우리 디아나와의 사이랑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 아니겠어?"

    "자네 정말로 쓸데없는 것에만 요령이 늘었구먼."

    디아나는 날 보면서 정말로 감탄한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싫지는 않은 듯, 내 쪽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더 찰싹 달라붙어서는 스프를 호호 불어댔다.

    쓸데없다니. 나한텐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엄청 쓸 데 있다고.

    그런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고, 나도 스프를 먹기 위해 스푼을 들었다.

    "실비아. 진동 좀 멈춰라. 스프를 먹을 수가 없잖아."

    "아, 아우. 아우우. 죄, 죄송합니아아…."

    하지만 내 품에서 진동해대는 실비아 때문에 도저히 스프를 먹을 수가 없었다.

    실비아가 왜 이러고 있냐고? 아까 눈을 돌린 벌이야. 결코 내 취미가 아니야.

    "엇차. 이런. 실비아. 괜찮아?"

    결국 실비아가 너무 진동을 하는 바람에, 스프를 실비아의 다리 위에 흘리고 말았다.

    "갠, 갠찬, 갠찬슴니다아아…."

    응. 전혀 문제없는 모양이다.

    "그럴 거면 떨어져서 먹으면 되지 않은가."

    "안 돼. 이건 벌이야. 아무튼 디아나. 좀 부탁할게."

    "하여간 자네란 남자는…."

    디아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내게 손을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손을 뻗어온 사람이 있었다.

    "아, 제가 할게요."

    레이첼 누님은 물의 정령을 불러서 바로 실비아의 다리에 묻은 스프를 닦아줬다.

    "아, 고맙…어라?"

    "응? 왜 그러세요?"

    그러고 보니 이 누님 물의 정령 쓸 수 있잖아.

    아까 전에 본인 가랑이는 왜 굳이 수건으로 닦은 거지?

    "아, 아뇨."

    궁금하기는 했지만, 괜히 여기서 그 말을 했다가는 또 디아나나 다른 애들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나는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호기심을 억누르고 신경 끄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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