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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333화 (3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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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 의뢰

    "드디어, 드디어 돌아갈 수 있네요!"

    3계층의 마을을 보면서, 마틸다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외쳤다.

    울 정도로 기쁜 거냐.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마는.

    3계층을 탐험하는 건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손쉬웠다.

    대부분의 적들이 사라의 화살 한두 방으로 처리가 되는 수준이라서, 내 나설 일도 별로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내가 나설 때라면 아이스 골렘이나 초월종처럼 유독 단단한 놈이거나, 리자드맨 같은 놈들이 단체로 튀어나와서 놈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기 전에 화살만으로 전부 처리할 수 없을 때 정도였다.

    물론 내가 나설 상황이 되더라도 문제될 건 전혀 없었다.

    일단 성자 스킬이 통하는 놈들은 우리 애들에게 안 닿게 주의하면서 성역 선포를 쓰고, 적당히 회피만 하고 있어도 처리가 됐다.

    저번에 아라크네 클랜과 던전에 갔을 때, 암살자 레벨이 은근히 많이 올랐으니까 말이다.

    저번에 3계층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민첩이 대폭 높아진 난, 일반 몬스터들의 공격은 거의 맞지도 않을 수준이었다.

    게다가 실은 공격을 회피할 필요도 없었다. 맞아봤자 데미지가 전혀 없었으니까 말이다.

    뭐, 그냥 맞고 있으면 괜히 올릴 필요도 없는 내구만 자연 성장시키는 꼴이니까 되도록 피했지만. 젠장.

    예외라면 성자 스킬이 통하지 않는 아이스 골렘이었는데, 그마저도 내구와 강화된 갑옷의 힘으로 데미지가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나와 사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그냥 걷기만 해도 될 정도였다.

    물론 우리 천사님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혹시 모른다면서 꼬박꼬박 강화를 걸어주셨고, 디아나도 가끔 마법 공격을 하는 놈들이 튀어나오면 마나를 흐트러뜨려서 방해를 해줬지만.

    아무튼 정말로 던전 탐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딱 하나. 길을 모른다는 것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물론 오기 전에 길드에서 지도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직 길드에서도 이쪽 맵에 관련 된 정보는 없었던 모양이다.

    2계층에서 2.5계층 수준의 개미굴. 그리고 3계층 중반까지 단숨에 뚫으면서 탐험할 모험가가 별로 없다나.

    뭐, 우리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야 그렇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정규 루트만 표시되어 있는 길드의 지도와 맵 시스템을 대조하면서 길을 찾아야 했는데, 그게 또 쉬운 일이 아니었다.

    3계층은 층으로 이뤄져 있다고 하더라도 나무 같이 뭔가 표식이 될 만한 지형지물 없이 그냥 눈밭이 펼쳐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맵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길을 찾는데 조금 시간이 걸려버렸다.

    완전히 길을 찾을 때 까지 우리는 정처 없이 3계층 내부를 돌아다녀야 했고, 그런 상황이 던전 탐험에 익숙지 않은 마틸다에게는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별로 하는 건 없더라도, 역시 항시 긴장한 채로 돌아다니는 건 지치는 거겠지.

    게다가 마틸다는 불침번을 서는 것도 이번 탐험으로 처음 해봤다는 모양이고.

    아무튼 그런 이유로 마틸다는 지금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3계층의 마을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네. 제대로 찾아올 수 있어서. 좋아. 그럼 일단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을까."

    "…엣?"

    내 말을 듣자마자, 마틸다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것 같이 충격 받은 표정으로 황급히 날 쳐다봤다.

    "오, 오늘은 이라니…그럼 내일부터는 다시 아래로 향할 거라는 말인가요?"

    "응. 그럴 생각인데. 지금 우리 실력이면 적어도 3계층의 주인까지는 여유롭게 돌파할 수 있을 텐데. 이왕이면 4계층까지 가보고 싶잖아."

    "그, 그런…."

    "너무 그렇게 실망할 것 없네. 어차피 3계층의 주인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말일세."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디아나도 4계층까지 가보는 건 찬성인 모양이었다.

    뭐 그것과는 별개로 디아나 역시 마을로 돌아온 게 기쁜 모양이었지만.

    "자, 그럼 마을로 돌아 왔으니 이제 그만 떨어지게나."

    디아나는 황급히 레이아의 품에서 벗어났다.

    역시 그것 때문에 기쁜 거였냐.

    계속 머리 위에 가슴을 올려둔 채로 안겨서 괴로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중간부터는 레이아가 꼬리로 몸을 감싸줘서, 두 손으로 꼬리의 복슬복슬한 감촉을 즐기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싫은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난 보면서 부러워 죽을 것 같았는데.

    천사님의 품에 안겨서, 천사님의 가슴을 머리에 얹고, 천사님의 꼬리 감촉을 즐기다니.

    뭐야 그거. 완전히 천국이잖아. 유토피아잖아.

    "마을까지 안고 있으면 안 돼요?"

    "안되네! 어차피 춥지도 않지 않나!"

    레이아는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디아나를 쳐다봤지만, 우리 대마법사님은 천사님의 저런 눈빛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으셨다.

    "정말. 다들 어린애도 아니고…. 어서 가죠."

    파티원들 중 가장 어린 사라가 제일 어른스럽게 한숨을 내쉬면서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용사 레벨이 100레벨을 돌파하여 레벨 제한을 푼 덕분인지, 평소의 쿨한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사라였다.

    기분 탓인지 걷는 모습도 더 자신감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뭐, 원래부터 사라는 모델처럼 걷기는 하지만 말이다.

    분명 여기로 오기 전엔 시골 아가씨였을 텐데 저런 모습을 보면 신기하단 말이야.

    말 그대로 타고난 건가.

    "그러자 그럼."

    "히우으으읏!"

    나는 마을에 다가갈수록 전투 모드가 풀려서 은근슬쩍 내게서 도망가려고 하는 실비아의 뒷덜미를 낚아채고는,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3계층의 마을은 조금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방이 눈으로 둘러싸인 3계층의 한가운데에서 이 마을만이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전혀 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텔레포트 마법진에 주변 기온을 높이는 마법도 포함시켰다네. 2계층에서도 마을은 제법 시원하지 않았었나."

    라는 게 디아나의 설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었나. 2계층은 여기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라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갑옷을 벗고 있어도 별로 덥지 않았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발아래에 밟히던 눈의 감촉이 사라짐과 동시에, 우리는 주변 기온이 확실히 올라간 걸 느낄 수 있었다.

    디아나도 주변 온도를 올리는 마법을 쓰고는 있었지만, 언제든 싸울 수 있게 마나 양을 조절한다면서 춥지 않을 정도로만 조절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2계층의 마을과 비교하자면 마을 규모는 확실히 작은 게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계층이 내려갈수록 규모가 작아져서, 5계층에 도달하면 그 건물 두 채만 달랑 있는 마을이 되어버리는 건가.

    뭐, 던전 안에서 제대로 푹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만.

    우리는 일단 여관으로 들어가 무장을 풀고는 식당으로 가서 주문을 했다.

    마틸다가 아니더라도 다들 며칠 동안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던전을 돌아다닌 게 피곤하기는 했던 모양인지, 다들 얼굴이 웃음기가 감돌았다.

    "디아나. 우리 실력이면 3계층의 주인 정도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겠지?"

    "음. 자네는 5계층에서 초월종의 공격도 막아냈다고 했잖은가. 그렇다고 방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네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걸세. 그리고 계층의 주인을 상대할 때는 이 몸도 뒤에서 미리 공격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 거니 말일세."

    "아, 계층의 주인을 상대할 때도 같이 싸울 생각은 없구나?"

    "으음. 후아아…이 몸의 자랑을 하자는 건 아니네만, 그래서야 너무 쉽지 않은가. 3계층의 주인과 싸우면서, 4계층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될지 미리 파악이라도 해두게나."

    디아나는 따뜻한 차를 쪼르륵 마시더니, 노곤노곤하게 풀어진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뭐, 아무튼 긴장하지 말고 여유롭게 하면 되겠지. 일단 당면의 목적이었던 사라의 직업 레벨 올리기는 끝냈으니까."

    "음. 이제 이 몸의 목적만 완수하면 되겠구먼."

    "거대 마석 찾기? 짐작 가는 곳은 있고?"

    "음. 일단은 3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짐작하고 있네. 개미굴의 거대 마석도 여왕 개미가 있는 곳에서 발견되지 않았던가."

    "과연. 보스가 있는 곳에 거대 마석이 있다는 건가. 응?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1계층의 주인이 있었던 곳에도 거대 마석이 있어야 되는 거 아냐?"

    2계층의 주인은 거르고 왔으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1계층의 주인의 근처에서 그와 비슷한 물건을 봤던 기억은 없었다.

    "음. 전에도 말한 적이 있다고 생각하네만, 그 거대 마석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마나의 기운이 거의, 아니 전혀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느껴지지 않는다네. 던전과 완전히 동화되어서 마치 던전 지형의 일부처럼 느껴지지. 만약 개미굴에서처럼 직접적으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음. 그래서 이것만은 이 몸이 직접 확인을 해야 하는 걸세. 거대 마석의 미약한 마나를 느끼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는 이 몸을 제외하고는 없을 테니까 말일세."

    "하지만 그런 거라면 굳이 3계층이 아니라도 되잖아. 말해줬으면 1계층이나 2계층에 같이 가줬을 텐데."

    "괜찮네. 이왕이면 가는 길에 찾아보는 것이 편하지 않나. 1계층이나 2계층의 거대 마석은 3계층에서 확인한 후에 찾아도 늦지 않네."

    디아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누가 봐도 우리를 배려해준 행위였다.

    정말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연장자답게 배려를 해줄 때는 티라도 조금 내라고.

    배려하고 있는 주제에 내색은 안 하니까 항상 애처럼 보게 돼버리잖아.

    나는 자연스럽게 디아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아, 이것도 애처럼 취급하는 건가.

    뭐, 디아나도 기분 좋은 것처럼 눈을 감고 내 손길을 즐기는 모양이니까 됐나.

    "정말로 구원으은!"

    내가 디아나를 쓰다듬고 있자, 갑자기 옆에서 사라가 내게 달라붙어 왔다.

    "뭔가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방해 안하고 놔두고 있었는데! 결국은 그렇게 노닥거리기나 하고! 나도 조금 신경써줘!"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가슴에 뺨을 비벼왔다.

    어? 뭐, 뭐야? 얘 갑자기 왜 이렇게 어리광을 부려? 진짜 사라 맞아? 누가 변장한 거 아냐?

    "…사라씨. 술 약하셨군요."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고, 레이아가 처음 알았다는 듯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 뭐야? 누가 얘 술 먹였어?!"

    "미, 미안해요! 그냥 제가 마시는 걸 보고 맛있어 보인다고 하셔서 조금 나눠드렸는데…."

    마틸다가 손에 커다란 잔을 하나 들고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자백을 해왔다.

    "얘 한 모금만 마셔도 취한다고! 전에 한 번 취한 이후로 술은 웬만하면 마시지 말라고 말 했었는데! 아니, 애초에 성직자가 술을 마셔도 되는 거야?"

    "네, 넷?!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아무래도 되는 모양이다.

    뭐, 내가 원래 있던 곳과는 종교가 지향하는 바가 여러모로 다르니까 별 이상할 건 없지만.

    "구워언. 헤헷. 어때? 나 더 예뻐졌어?"

    "그야. 사라는 언제나 예쁘지."

    "정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더! 더 예뻐졌냐고 묻고 있는 거야! 어때? 용…으읍. 레벨도 올랐잖아. 예뻐진 것 같아?"

    나는 용사라는 단어를 내뱉으려는 사라의 입을 간발의 차이로 틀어막았지만, 사라는 굴하지 않고 내 손을 치운 후 다시 애교를 떨어왔다.

    물론 나쁜 기분은 아니다. 좀처럼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애교떠는 모습은 안 보여주는 사라이다 보니, 나도 꽤나 괜찮은 기분이기는 했다.

    다만 지금 나와 사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였고, 또 하나.

    "그야 물론. 예뻐진 것 같아."

    오늘이 사라 차례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였다.

    "후훗. 그럼 안고 싶어졌어? 나는 구원한테 안기고 싶어."

    역시나 이럴 줄 알았어.

    예전에 사라가 처음 술 마시고 취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랑 완전히 이어진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건 당연한 결과지.

    내 가슴에 하염없이 뺨을 비벼대면서 제일 어리다는 포지션에 걸맞게 애교를 떠는 사라를 보면 흡족해지기는 했지만, 사라의 귀여운 유혹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이걸 받아들여.

    "잠깐 기다리게! 사라양! 오늘은 이 몸의 차례일세!"

    옆에서 우리 대마법사님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말이야.

    "떨어지게! 오늘은 이 몸 차례일세! 끄으응! 끄으으응!"

    "응? 구원? 어때? 응?"

    디아나는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안간힘을 쓰면서 내게 달라붙은 사라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사라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내게 달라붙어서는 애교를 떨어왔다.

    "자네! 뭔가 말이라도 좀 해보게!"

    "취한 애한테 말한다고 통할 리가 없잖아…."

    어쩔 수 없지. 취후의 수단을 사용할까.

    나는 마틸다에게 손을 뻗어서 들고 있던 잔을 뺏고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입안에 가득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사라의 고개를 받쳐 들고는 진하게 키스를 하면서 입에 있던 내용물을 넘겨줬다.

    "으응! 흐읏! 꿀꺽. 꿀꺽."

    내가 키스를 하자 사라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호응해왔고, 넘겨주는 내용물을 꿀꺽꿀꺽 잘도 받아마셨다.

    "지, 지금 뭐하는 겐가?!"

    "차라리 여기서 더 취하면 정신을 잃지 않겠어?"

    "흐야아앙…. 구워어어언…."

    "거 봐."

    결국 사라는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었다.

    훗. 역시 난 천재야.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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